발렌시아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아푸아루를 만나 여러가지 보물들을 도굴하는 스토리가 나온다. 그런데 이 스토리는 현재 게임 내에서 메인으로 편성되어 있지만 사실 흐름상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에다나의 후손이 된 모험가가 갑자기 도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약간 쌩뚱맞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편은 '외전'으로 구성하려고 한다. 알면 재밌지만, 모른다고 검은사막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이런 외전 구성은 인게임 내 흥미로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몇 편 더 준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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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발렌시아 외전 - 도굴왕

사실 제가 한 도둑질 합니다
수도 발렌시아

평화로운 강대국 발렌시아. 사하자드는 왕궁의 참모들과 함께 가짜 유적 열쇠의 사용 방법을 궁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연히 그런 게 있을리 없는데. 모험가는 발렌시아 여관에 한가로이 앉아 방금 만들어 낸 테프 샌드위치를 맛보고 있었다. 테프는 발렌시아의 주식 곡물로 포할람 농장에서 많이 자라는 특산물이기도 하다.

모험가는 그동안 폭풍같이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그는 고대인의 석실 근처에서 에단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뒤, 그를 따라 온 대륙을 돌아다니며 어둠의 세력을 견제했다. 벨모른이 되어버린 하이델 시종장 조르다인부터, 엘리언 교, 부패의 신 크자카, 그리고 마녀 일레즈라까지...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지만 이제 와서 보니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발렌시아에서 모험가는 에다나의 수호자를 만났고 덕분에 흑정령의 정체도 알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었다. 모험가의 존재 이유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수호자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사실 그동안은 짜여진 듯한 사건에 휘말려 왔기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평화는 오히려 모험가를 방황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 혹시 테프 샌드위치 드셔보신 분? 실제로도 있더라구요.

그러던 어느날, 평소처럼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모험가에게 흑정령이 문득 말을 걸어왔다. 제멋대로 주거지에 요리/연금 도구를 마련할 때도 한 마디 없었는데. 갑작스레 나타난 그의 모습에 모험가는 새삼 반가웠다.

흑정령은 간만에 한 건 잡았다는 듯 발렌시아의 '재미있는 녀석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푸아루라는 이름의 도굴꾼에 관한 것이었다. 잠깐, 나보고 도굴을 하라고? 모험가는 흑정령이 드디어 맛이 갔다고 생각하면서도 신나게 발을 동동 구르는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사실, 모험가도 간만에 재미있는 일이 생긴 것 같아 내심 기대했다.


▲ 발렌시아에 재밌는 녀석들이 있대!

흑정령이 이끈 곳에는 고블린 3명이 은밀하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모험가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했고, 누가봐도 수상하게 주변을 알짱거렸다. 그러자 그들 중 두건을 쓴 고블린이 모험가에게 '그런 짓 그만하고 빨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약삭빠른 고블린 아푸아루는 모험가가 도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을 '보물 찾는 사냥꾼'이라며 그럴듯하게 소개한 그는 모험가에게 일거리를 하나 주었는데, 그 일은 발렌시아 왕실에서 책 한권을 몰래 훔쳐오는 것이었다.

모험가는 이 말을 듣고 딱 자신을 위한 의뢰임을 느꼈다. 모험가는 사하자드에게 열쇠를 갖다주고 신뢰를 얻은 뒤로 마음껏 왕궁을 드나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책은 사하자드 국왕이 있는 자리 바로 뒷편 아래쪽에 놓여있었고, 모험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가 그 책을 집어들었다. 당당하니 오히려 아무도 신경쓰지 못한 듯했다.


▲ 그냥 도둑이라는 소리

▲ 왕실에서 고대어로 쓰인 서적 하나를 훔쳤다.

아푸아루는 모험가가 가져온 책을 건네받으며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쉽게 훔친 것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쉽게 건네준다고? 모험가는 고대어를 전혀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책의 가치를 모를 수가 없다.

아푸아루는 제대로 호구 하나 잡았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하지만 겉으로는 매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치 모험가를 위한 것처럼, '물건을 더 훔쳐오면' 그 귀한 고대어를 알려주겠다고 선심쓰듯 말했다. 그가 요구한 것은 호수 관리인 타타르에게서 호수 감옥 열쇠를, 고급품 상인 오만에게서 별따개 귀장식을, 대장장이 엘파에게서 장식용 화승총을 훔쳐오는 것이었다.

한 번에 세 개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상당한 담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왕실 책을 훔치며 짜릿함을 느낀 모험가는 주저하지 않았다. 훔치는 방법은 간단했다. 목표 대상 근처에 몰래 다가간다.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그리고 쓱! 해결.

모험가는 자신이 도둑질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을 알았다. 혹시 이것이 모험가의 존재 이유인가. 덕분에 아푸아루에게서 고대어 사전도 얻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봤을 때 엉터리인 게 틀림없지만. 그럼 대체 왜 훔친거야?


▲ 아무도 안 보지? 훔쳐!

▲ 몇번이나 이상한 것만 나왔다. 대체 왜 주머니에서 생선이 나와...?

▲ 위 3개를 모두 훔치고 고대어 사전을 얻었다.

▲ 근데 말이 안통함.



왕의 무덤 도굴 작전
발렌시아 성, 검은 사막

모험가가 고대어를 공부하는 동안 아푸아루는 왕실에서 훔쳐온 책을 읽었다. 그 책에는 아푸아루가 원했던 '왕의 무덤'에 대해 적혀있었는데, 현재 그것은 발렌시아 성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푸아루는 무덤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굴 장치 하나를 모험가에게 내밀었다. 니가 하고 오라는 소리다. 모험가는 이미 한번 다녀왔던 발렌시아 성이기에 익숙하게 지하로 내려가 도굴 장치를 작동시켰다. 장치는 윙윙 소리를 내며 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얼마 전만 해도 발렌시아 성에서 에다나의 후손이 된 모험가는 이제 그곳을 도굴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덜컥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도굴 장치가 작동을 멈췄다. 그리고 끼긱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대 전투 병기 하나가 땅 속에서 솟아올랐다. 망했다. 보안 장치가 발동한 것이다. 모험가는 그 전투 병기를 힘껏 내리친 후 재빨리 짐을 챙겨 달아났다. 가만보면 아푸아루 이놈은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 왕의 무덤 도굴!

▲ 망했다.

아푸아루는 헐레벌떡 도망쳐 온 모험가를 보고 태연하게 가짜임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모험가가 버럭 화를 내려는 찰나, 아푸아루는 대신 힌트를 얻었다며 X표시가 그려진 사막 지도를 주었다. 그곳은 그 수호 병기가 과거에 있었던 자리였다.

아푸아루가 말한 곳은 발렌시아 수도의 서쪽, 대사막 한가운데였다. 모험가는 오직 아푸아루가 준 지도 하나에 의지해 겨우겨우 그곳을 찾아 땅을 파헤쳤다. 그러자 옛 왕족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나왔는데, 대부분이 빈 상자였고 쓸만한 것은 그나마 장식이 화려한 목걸이 한 점 정도였다.

아푸아루는 이미 도적떼들이 다 털어간 것 같다고 신경질을 부렸다. 하지만 목걸이는 잘 보관하겠다며 은근슬쩍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모험가는 내 몫은 어디있냐고 물었지만, 아푸아루는 말을 더듬으며 '아직 넌 걸음마 단계이니 때가 되면 충분히 챙겨주겠다'고 말했다.


▲ 아푸아루의 포인트에서 호화로운 장식 목걸이를 얻었다.



엘리자의 보관함 탈취 작전
루드 유황 광산, 티티움 계곡

아푸아루는 다음 의뢰로 한 도적단이 묻어놓았다는 '진귀한 물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 물건의 위치는 한동안 아무도 갈피를 잡지 못했으나 최근에 조바디라는 사람이 정보를 알아냈다는 소문이 있었다. 사실 얼마 전 아푸아루는 그에게 도굴 노하우와 돈을 주는 대가로 위치 정보를 제공받기로 했는데, 조바디는 이를 어기고 정보를 주지 않은 상태였다.

모험가의 임무는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서든 뜯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바디는 발렌시아에서 온갖 지저분한 의뢰를 받아 한몫을 챙기는 불량배였다. 그런 그가 모험가에게 순순히 정보를 내 줄리 없었고, 모험가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그가 원하는 '유황'을 가져다 주어야 했다.

모험가는 발렌시아 북동쪽의 루드 유황 광산에 가서 용암족들을 처치하고 유황을 얻어냈다. 조바디는 그걸 받고나서야 조금 이야기 할 생각이 들었는지, 티티움 계곡의 포건에게서 기름을 얻어다주면 정보를 넘겨줄 것을 약속했다.


▲ 발렌시아의 불량배, 조바디

▲ 용암족에게서 유황을 얻어 조바디에게 가져다 주었다.

▲ 사막 포건 기름도 조바디에게 주었다.

하지만 기름을 넘겨받자 또 말이 달라졌다. 정보 값은 따로 있는 거라며 금괴 10G를 요구한 것이다. 모험가는 조바디에게 도둑놈이라며 욕을 해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험가가 가져온 물건을 받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였으니 제대로 등가 교환한 것이라며.

모험가는 울며 겨자먹기로 약 백만 은화에 해당하는 금괴 10G를 건넸다. 조바디는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듯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이 사실을 들은 아푸아루는 매우 만족해 했다. 사실 그 물건은 금괴 10G에 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때 발렌시아 최고 보물이라고 불리던 것. 조바디는 분명 멍청한 놈이었다.

모험가는 조바디가 말한 장소로 단숨에 달려갔다. 발렌시아 최고의 보물은 대체 무엇일까. 그런데 조바디가 말한 장소에 다가간 모험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곳은 발렌시아의 순례자들이 주로 들르는 '순례자의 성소 - 금식'이었던 것이다. 한 순례자는 신성한 성소에 보물 찾기 놀이나 하러 온 모험가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 금괴까지 뜯기며 정보를 샀다.

▲ 근데 심지어 그것도 거짓 정보.

분노에 찬 모험가는 당장에 조바디를 잡으러 돌아갔다. 하지만 이게 왠 걸, 사기꾼 조바디는 이미 낌새를 눈치채고 도망간 상태였다. 있는 대로 열이 받은 모험가는 어떻게든 그를 찾아야 했고, 주변에 조바디 일당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그가 도망간 곳을 물었다. 하지만 그들도 자세히 알지는 못했기에 대충 사막의 이곳저곳을 찍어줬다.

덕분에 모험가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헤메야 했다. 갖은 고생 끝에 모험가는 '순례자의 성소 - 분배' 근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바디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는 보물의 진짜 위치에서 혼자 땅을 파헤치고 있던 중이였다.

조바디는 여기까지 찾아온 모험가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자신도 아푸아루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라며 용서를 구했다. 대신 보물은 공평하게(?) 먼저 파헤치는 사람이 가지기로 했다.


▲ 조바디 도망갔어요.

▲ 조바디가 도망갔을 만한 곳을 물었다.

▲ 장난쳐?

▲ 드디어 잡았다 요놈.

모험가는 화를 억누르며 삽을 집어들었다. 대신 그 화를 담아 분노의 삽질을 시작했다. 그게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모험가는 조바디보다 먼저 보물을 찾는데 성공했고 몰래 그곳을 떠났다.

알고보니 그 물건의 이름은 '엘리자의 보관함'이었다. 하지만 아푸아루는 과거에 엘리자라는 굉장한 여인이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몰랐다. 아푸아루는 호수 관리인 타타르가 엘리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에게 이야기를 듣고 상자를 열 것을 주문했다.

모험가는 술 주정뱅이 타타르를 설득하기 위해 무려 맥주 다섯 병을 건네야 했다. 타타르는 술에 취해서 엘리자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과거 엘리자는 온 발렌시아가 그녀를 사랑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고 했다.

엘리자와 호수의 별

발렌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인 엘리자를 위해 모드아드 왕자는 먼 나라에서 '호수의 별'이라는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들여왔다. 왕자의 구애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모두 엘리자가 왕족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엘리자는 왕자를 배신하고 다이아몬드를 훔쳐 도망갔다. 소문에는 따로 염모하는 자가 있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남쪽 쿠자스 항구에서 붙잡혔고, 호수 아래에 있는 감옥에 갇혔다. 왕자는 엘리자가 갇힌 곳에 호수의 별이 들어있는 보물함을 놓았다. 평생 그것을 보면서 죄를 뉘우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호수 감옥이 폐쇄될 무렵 다이아몬드는 사라졌고, 열쇠만 간신히 건졌다고 전해진다.

타타르의 말에 따르면 이 보관함 안에는 엄청난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열쇠의 행방이었는데, 타타르는 술에 취한 나머지 모험가에게 자신이 그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설해버렸다. 이에 모험가는 그의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훔쳤고, 결국 호수의 별을 손에 넣었다.

아푸아루는 호수의 별을 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사건이었다. 함부로 가치를 매기기도 힘들 정도의 물건. 아푸아루는 황급히 다이아몬드를 보관함에 넣으며 자신이 안전히 보관해두겠다고 했다. 우리(?)는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면서.


▲ 이쯤되면 모험가도 그냥 도둑놈

▲ 발렌시아 최고의 보물, 다이아몬드 호수의 별



사막 황금 주화를 찾아서
가하즈 도적단 소굴

다음 일거리는 왕실에서 시작되었다. 이번에 아푸아루는 라밤의 일지를 원했는데, 이는 창고지기 라마닛이 보관하고 있었다. 다만 라마닛에게서 일지를 얻으려면 라밤의 열쇠가 필요했다. 즉, 훔쳐야 했다.

모험가는 기술교관 라밤이 병사를 훈련시키느라 정신이 없는 것을 틈타 몰래 열쇠를 훔쳤다. 창고지기 라마닛은 매번 자신을 직접 찾아왔던 라밤이 이번엔 다른 사람을 보냈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모험가가 가져온 것은 분명히 라밤의 열쇠였기에 일지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라밤의 일지를 훑어보던 아푸아루는 괜찮은 정보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사막 황금 주화'라는 것이었다. 사막 황금 주화는 과거 이무르 네세르 왕이 통화 확장 목적으로 발행한 것이었는데, 당시 가짜 황금 주화를 불법으로 제작한 남자 때문에 얼마 못가 폐기되고 말았다. 그 이후로 진짜 황금 사막 주화의 행방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라밤도 훔친다. 그냥 다 훔친다.

하지만 아푸아루의 정보통에 의하면 이에 대해 알고 있는 자가 있었다. 바로 가하즈 도적단의 '마게드'라는 자였다. 아푸아루는 그가 상당한 금괴를 요구할 것을 알고 있었고, 이에 모험가는 금괴 20G를 가지고 마게드를 찾아갔다.

다행히 마게드는 모험가가 거래를 하기 위해 가져온 금괴를 보며 만족해했다. 그는 은밀한 표정으로 모험가에게 가죽으로 된 문서 하나를 건넸고, 모험가는 표시된 위치로 가 몇 번이나 삽질을 한 끝에 사막 황금 주화 5개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주화는 오랜 시절이 지났음에도 그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듯했다. 앞면에는 이무르 네세르의 얼굴이, 뒷면에는 형상화된 아알신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 그 동전의 생김새는 아푸아루와 같은 도굴꾼들이 충분히 탐낼만 했다.

아푸아루는 모험가가 가져온 황금 주화를 보고 신나서 방방 뛰었다. 정말 엄청난 하루였다. 대체 이 모험가 덕분에 보물을 몇 개나 얻는 거야? 기분이 좋아진 아푸아루는 모험가에게 고대 철 주화 하나를 주었다. 그동안 고생한 모험가에 대한 보답이었다.


▲ 진짜 사막 황금 주화의 위치를 알고 있는 마게드

▲ 삽질삽질... 이 퀘스트는 참 삽질할 일 많다.



깔끔한 복수
아레하자 마을, 수도 발렌시아

잠깐, 그동안의 보상이 고작 철 주화 하나? 모험가를 보다 못한 흑정령은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모험가 이 놈은 멍청한 건지 착한 건지. 고블린 녀석을 돕느라 생고생만 하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놈을 파트너라고 붙어 있을 수는 없었다. 반드시 복수가 필요했다.

흑정령은 아푸아루를 싫어하는 조바디를 찾아가자고 했다. 분명히 조바디도 과거 아푸아루에게 당해온 것을 생각하면 복수하고 싶을 것이다. 조바디는 아푸아루에게 속은 모험가를 보며 꼴 좋다며 웃음을 터뜨리더니 같이 아푸아루를 엿먹이자는 모험가의 제안에 적극 찬성했다. 조바디도 바라는 바였다.


▲ 열정페이, 끝장냅시다.

조바디에 따르면 아푸아루는 아레하자 마을에 자신의 전용 창고를 두고 그곳에 유물을 옮기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즉, 모험가가 아푸아루에게서 창고 열쇠를 훔쳐, 아레하자 마을에 가져가면 그 동안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작전은 완벽했다. 이미 모험가는 훔치기의 달인이니까.

아푸아루는 자신 근처로 다가오는 모험가를 보고도 별다른 경계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같이 일했던 사이이니까. 모험가는 평소처럼 인사를 했고, 근처에서 다른 작업을 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아푸아루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솜씨좋게 창고 열쇠를 꺼냈다.


▲ 아푸아루의 창고 열쇠까지 훔쳤다. 겨우 복수의 시작일 뿐이다.

발렌시아 동쪽, 야자숲이 일품인 아레하자 마을은 대륙 구석에 있어 사람의 발길이 뜸한 데다가 해안가에 위치해 보물을 나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그곳의 창고지기 부로마는 아푸아루의 열쇠를 가져온 모험가를 보고 아무 의심 없이 아푸아루의 보따리를 주었다. 그 안엔 그 동안 모험가와 아푸아루가 훔쳤던 모든 보물이 들어있었다.

흑정령은 이 물건을 조바디가 아닌 사하자드 국왕에게 가져다주자고 했다. 그러면 모험가에 대한 왕의 신임이 더 두터워질 것이고, 훨씬 좋은 보상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사하자드 국왕은 모험가에게 보따리를 받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곳엔 왕가가 잃어버린 온갖 진귀한 물건이 모두 있었으니 말이다. 이로써 발렌시아는 모험가에게 두번이나 빚을 진 셈이 되었다.

발렌시아 왕가의 큰 상을 받은 모험가는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돌아가 아푸아루와 조바디에게 고대 철 주화를 한 닢씩 주었다. 아푸아루는 자신이 열쇠를 잃어버린 것도 모르고 그 선물을 마냥 좋아했다. 조바디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생긴 공짜 철 주화에 잔뜩 신이났다. 그냥 바보들이었다.

이로써 발렌시아 왕가의 보물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푸아루도 조바디도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오직 모험가의 명성만 높아졌다. 의도치 않았지만, 이 정도면 모험가를 발렌시아의 대도, 도굴왕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 아레하자 창고지기는 의심 없이 아푸아루의 보따리를 넘겼다.

▲ 왕은 모험가의 활약을 인정하면서 큰 상을 내렸다.

▲ 바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