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있어본 사람들은 다 안다. 
펄어비스는 기획자의 무덤이라는 것을. 

펄어비스는 조직 특성상 모두가 '기획'하고 모두가 '구현' 할 수 있는것이 사내 시스템이자 정체성이다. 
그래서 기획도,사업도,QA도,클라도,서버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구현하며 출시한다. 
언뜻 들어보면 상당히 괜찮아 보이지만 오랜 시간 지나다보니 명확한 단점이 드러난다. 

일단, 기획이 힘이 너무 없다.

수많은 기획자들이 펄어비스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획이 힘이 없어서 기획자로서 '성장'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다른 회사에서는 기획자들이 수많은 회의 끝에 컨텐츠에 깊으를 더하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갈것이다 라는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는게 일반적이지만 펄어비스에서 이것은 불가능하다. 
그럴 시간이 상대적으로 없을 뿐더러, 그들은 기획 말고도 여러가지를 하고 있어야 하니까. 
이건 앞에서 얘기했듯 기획자도 게임을 '만들 줄 알아야한다.' 라는 특이한 펄어비스 문화때문이다. 
웃기게도 기획자로 입사했는데 게임을 기획하고 발전시키는것보다 어떻게 자기가 만든것을 직접 구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의도는 좋았으나 시간이 지남에따라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자리잡은 문화인데 펄어비스는 아직도 이런 시스템을 고집한다. 
애초에 '기획서'라는 것 없이 개발하는것이 그들의 시스템이다보니 다른 회사에서 기획을 하다 펄어비스에 입사한 기획자들이 가장 당황스러워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물론 검은사막 게임 출시당시부터 화려한 그래픽과 기술력을 내세웠고 실제 시장에서도 어느정도 통한것은 사실이다.
펄어비스의 기술력에는 아무도 의심 하지 않으니까. 
특히 자체 엔진이라는 자부심이 매우 뛰어나며 그러다보니 펄어비스에 입사한 개발자들은 그들이 만든 엔진만을 계속 만지고 연구하게 된다.
문제는 이게 지속되다 보니, 개발진의 고인물화가 심각해진 점이다. 

특히 클라이언트 개발자들은 현재 대략 유니티와 언리얼로 양분해서 인력으로 구성되는 시점에서, 펄어비스에 입사하고 오래 일한다는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다.
보통 유니티나, 언리얼을 오래 만지면 만질수록 고대로 경력으로 누적되고 베테랑 개발자들은 너도나도 데리고 가려하는 인재가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펄어비스는 다르다.
펄어비스 사내에서만 사용하는 엔진을 계속 다뤄온 개발자들이기에 펄어비스에서 오래 일하면 일할수록 다른 엔진을 다루는데 있어 필연적으로 실력의 격차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펄어비스의 개발자들은 이직이 힘들어지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직이 활발한 기획,사업,QA,운영 같은 부서를 제외하고 개발자들은 고인물화가 엄청나게 가속화되었고 이는 힘의 균형을 완전히 박살내어놓았다.

분명 초기에는 너도 나도 좋은 아이디어로 좋은 컨텐츠를 뽑아내었지만 이제는 그게 되지 않는 시스템이 되어버린것이다. 
모든것이 파워있는 개발자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다보니 기획의 깊이는 있을수가 없고 즉흥적으로 좋아보이거나, 다른곳에서 흥하는 것들을 가져와서 배껴된다.
그리고 그 완성도도 처참하다.

왜냐? 기획자들이 뒤를 보고 만들어낸 기획이 아니니까. 
그냥 즉흥적으로 재밌어보이니까, 멋져보이니까, 있어보이니까 만든것들이니까. 
그러니 넘쳐나는 컨텐츠에 비해 막상 깊이는 없고 닥사만 남게 되어 사람들이 지쳐 떨어져나가게 된것이다. 
검은사막이 수많은 구조선의 기회가 있었지만 단 한번도 주류가 될 수 없었던것도 이런 이유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교통 정리를 할 수 있느냐?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검은사막 개발자들은 검은사막이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높은 복지와 높은 급여.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일하는 사내 분위기. 
절대권력의 김대일 사단과 그 휘하 개발자들.
이미 윗대가리가 이러니 아랫사람들이 뭐라 시부리든 바뀌질 않는다.
아니 애초에 시부릴수가 없다. 
펄어비스의 분위기는 엔씨의 사내 분위기보다 훨씬 군대스러우니까. 

금강선이 이번에 윗물을 전부 갈았다는 얘기에 나는 그가 얼마나 게임업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그리고 로스트아크라는 브랜드를 얼마나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지 감탄하게 되었다. 
펄어비스에도 더이상 김대일 사단의 싸바충들 걸러내고 기획자들에게도 힘을 주고 그런 인물에게 권한을 주고 일을 주었으면 한다. 

솔직히 현 기획력으로는 붉은사막? 
진짜 기대가 1도 안된다. 
현재 펄어비스 게임은 기술력 좋은 기술자들의 자기 과시용 게임일뿐, 게임을 좋아하는 '진짜'들의 게임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