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나라 강호 무림에
수백 년간 구전하는 비화가 있으니
천하제일 절기 두전성이(斗轉星移)를 둘러싼 복수극이라오

때는 바야흐로 모용가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오만한 모용가는 협을 저버리고 도장깨기를 유행시켰으니
이름 있는 문파를 찾아가 문중 제자들이 다 보는 앞에서
장문인의 목을 베고 문파를 흡수하는 만행을 저질렀소
그렇게 절기 두전성이의 악명이 강호에 퍼졌지

그러다 이름 없는 어느 문중에서 사단이 벌어지는데
모용가의 고수가 도장 깨기를 하러 쳐들어왔을 때
스승은 단 삼합 만에 목이 달아나 최후를 맞이했소

제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졌으나
한 제자만이 스승의 시신을 떠나지 않았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며
날 때부터 부모 없이 버려진 그를 거둬
협의 길을 알려준 스승이기에
날벼락 같은 절망적인 상황이었으리

장님 제자는
수년간 정상인 행세에 몰두했고
그런 노력 끝에 무공의 기초를 다졌소
스승을 수습하며 모용가의 초식을 분석한 그는
복수를 위해 눈이 보이지 않아도 약점이 없는 창의적인 무공을 완성했지

마침내 모용가 본거지에 당도한 그
이미 모용가는 세력 절정기라 사방에 고수들이 즐비했는데
압도적 수의 적들 앞에서 제자는 심신을 가다듬고 시각을 제외한 온몸의 감각에 집중했소

그 순간
기회를 감지하는데
으르렁 거리던 맹수들이 자신을 향해서가 아니라
금발 백안의 모용가 절정 고수를 향해 짖는 것을 느꼈소

단 삼합 만에
스승이 당했던 것처럼 제자는 모용가 고수를 해치우는데
홀연히 나타나 복수를 완성시킨 후 강호에서 자취를 감추었지

후세 강호인들은 모용가의 패배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지
상대를 현혹하는 모용가의 심법 두전성이는 애초에 눈먼 자에게는 통하지 않았으며
오직 육감으로 적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로운 상대에게는 불리했다는 비화가
수많은 각색된 이야기 중 가장 오래 전해지는 전설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