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10-12 11:09
조회: 336
추천: 0
헤어스타일 바꿨다.외모를 꾸미는데에 관심을 끊은지 오래라, 헤어스타일은 항상 '깔끔하게 잘라주세요' 한마디로 미용사와 나 둘다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깎고
기계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덕분에 더욱더 아재스러운 헤어스타일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아 나 이렇게살아도 되는건가?'하는 등의 생각이 끊임 없이 떠오르기 시작해서. 큰 변화를 줘보자는 생각으로 미용실에 갔다. 일단 서두는 "내일 (있지도 않은)소개팅이 있어서, 스타일을 좀 바꿔보고 싶어요."였다. 이 말이 평소처럼 기계적으로 머리를 자를 준비를 하고 있던 미용사에 심중에 어떤 스위치가 켠듯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때부터 바빠진 미용사는 평소 나에게 권하지 않던 스타일 북을 내밀며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다. 내가 헤어스타일을 딱 짚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조인성의 사진을 가르키며 손님 이런 투블럭 컷은 어떠신가요? 라고 했다. 남자가 봐도 멋진 조인성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있노라니, 나는 새삼 헤완얼(헤어의 완성은 얼굴)을 굳게 신봉하게 되었다. "헤어스타일은 멋진데, 제 얼굴은 조인성이 아니라서요..." "손님, 이런 소프트한 투블럭 컷에 윗머리에 컬을 넣어서....." 어쩌구 저쩌구하는 미용사의 다급한 설명과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순간이나마 머뭇 거렸던건 지적하지 않는 정도의 배려로 더이상 어색해지진 않았다. 아무튼 이런저런 고심 끝에 요즘 유행한다는 투블럭컷에 윗 머리에 파마를 감행하기로 했다. 밑머리를 스포츠처럼 짧게 처 올리고, 윗 머리를 조금 다듬고는 본격 파마를 실행했다. 그때 미용실에 손님이 나말고는 없었던듯 미용 보조가 두명이나 더 붙어서 내 머리를 변화시키고자,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머리를 말기 시작했다. 나는 줄곧 그녀들의 열띤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맹자의 부동심을 떠올리며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머리를 말기 위해 언뜻언뜻 밀착하는 그녀들로 인해 살짝 기분이 야릇해졌지만, 왠지 들키면 창피스러운 상황이 올까 싶어 몸도, 마음도 한껏 더 굳혔다. 그렇게 여러시간이 흐른 뒤, 나의 머리는 완성됐고, 비록 조인성은 아니지만 제법 사람다워진 느낌이었다. '격변'이 떠오를 만큼 급작스러운 변화에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다. 마무리 전 미용사가 왁스 발라드릴까요라는 제안을 해왔다. 나는 머리를 한 후 외출 없이 바로 집으로 귀가할 예정이었으므로, 딱히 보여줄 사람도 없었지만 일단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명목상으론 왁스를 발라 손질 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미용사는 이런저런 설명을 곁들이며 왁스를 발라 머리를 치장해 주어, 내가 다시 이 머리를 만들어 낼 수 없으리란 점을, 매우 잘 배울 수 있었다. 제법 거금을 들여 머리를 하고 나오는 길에 괜히 뿌듯한 마음에 계단에 서서 셀카를 찍어 보았다. 얼짱 각도를 위해 카메라를 한껏 치켜올렸다가, 쑥스러운 마음에 살짝 낮추어 찍었다. 그리고 결과물을 보고는 아차하는 마음에 바로 지웠다. 집에 돌아와서 내 머리를 보시고는 부모님이 '우리 아들 인물이 훤해졌네'라는 말을 해주어서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