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한 적막이 좁은 길목을 배회할 뿐, 주변에는 이를 지켜보고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설령 지켜본다고 해도 어떻게든 숨을 죽이며 이 곳을 벋어나는 것이 매우 현명한 판단이자 마지막 남은 선택이며 동시에 일어나지 말아야 될 역사를 등진 삶을 살겟다는 승낙이나 다름 없었다.

허나 인간은 겁에 질리기 쉬운 생명체, 그 광경을 목격했던 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어리석은 행동임을 알면서도 계속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어쩌면 본능일까, 마차에 탄 남성과 여성, 그리고 어린아이 2 명이 피를 흘리며 길바닥에 드리누운 이 상황은 눈을 뗄 수 조차 없는 충격적인 장면이라는 걸까,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데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미친놈들 처럼 뭔가에 홀린 채 도망치기 시작했고 자신이 본 광경을 짧게 요약하며 외칠 뿐이었다.


"우리 군이 패배했다!!, 대장군님이 죽으셧다!!, 레시악이 배신했다!!!!"


이 간단하고 짧은 세마디는 자신이 본 광경과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요약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인간이었던것을 후회하게 되리라 자신이 조금만 더 냉정한 생각을 할 수 있던 존재였다면, 자신이 눈치가 좀 더 빨랐더라면 이라고 말이다. 쓰레기처럼 널브러진 시체 앞, 거구의 은 빛 갑옷을 입은 사내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소름 끼칠정도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갑옷속에 저주받은 빛이 나는,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서는 축복과도 같은 그 눈빛은 더이상 충직한 군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 눈빛은 수많은 영혼, 수많은 피, 수많은 빛들을 무덤 속 에서 쉴틈마저 주지않을 무자비한 눈빛이었다.


사내는 자신이 들고 있던 거대한 철퇴를 지팡이 삼아 한 쪽 손을 허공에 짧게 치켜세우고는 마치 한 손으로 무거운 물체를 들고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였다. 아마 자신이 짊어지기로 약속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겠다는 의지와도 같은 저주일 것이었다. 사내는 자신을 바라보고있던 멍청한 사람들의 위치를 전부 알 고 있었다. 하찮은 미물인 가축부터 어린아이, 심지어 갓난애기의 위치까지도 말이다. 사람들은 도망쳤지만 이미 늦은 후 였다. 자신의 발 밑에서 튀어나오는 거대한 철퇴는 어찌 피할 재간이 없었다. 그들에겐 방어구도, 무기고, 빠른 발조차 없었으며 남아있는 것이라곤 살고싶다는 실낱같은 의지였다.

하지만 철퇴는 감정에 동요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철퇴들이 위에있던 사람들의 몸을 뚫었고 사방에는 거대한 지렁이 같은 내장들과 검붉은 피들이 바닥을 칠 해주고는 사라졋다. 크기가 작은 아이들은 운좋으면 2등분이 되었고 대부분 몸이 충격을 못이기고는 아예 수십조각의 고깃덩이가 되어 사방으로 튈 뿐이었다. 그들의 비명은 정말이지 짧디 짧았지만 사내가 최고의 쾌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그야말로 짧은 명곡과도 같은 비명들이었다.


사내는 잠깐 들었던 그 외마디 비명들을 눈을 감으며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그 자신이 가진 시간이 부족하였다.

그는 아까와 같은 자세를 취하더니 그들의 육식을 빠져나갈려고 했던 비명을 지르는 영혼들을 끌어모았다. 깃발처럼 휘날리는 영혼들이 사내의 손아귀로 끌려가자 아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비명들이 사내의 귀를 찔러대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소리를 외쳐댔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이상 평범한 사내가 아니었다.


영혼들이 짖어대는 비명들은 그에겐 너무나도 즐거웠고 더욱 강하게 할 뿐이었다. 그는 비명들의 박자하나 음하나하나를 음표로 바꿔가며 머릿속에서 곡을 연주하며 천천히 감상했고 자신의 영혼에 먹히고있는 고통에 찬 이 영혼들에의해 점점 힘이 솓구치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사내가 입을 벌리고 작디작은 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투구에 얼굴이 가려저 보이진 않았지만 희열에 찬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잘 전달해 줄 뿐이었다.


"그래...이거다...!!이 고통, 희열...그리고 평화...그가 알려준데로...그래그래 이제야 알겠다. 고통에 찬 죽음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제 느껴지는구나!, 이 아름다운 선율...맛...혀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맛이자 가치로구나...어떤 요리보다도 향기롭고 어떤 음악보다도 아름다운 이 고통들을 이제야 깨달았구나...아깝구나 내 젋은날이여, 너는 왜 이해를 못하는게냐 칼리스타?"


레시악이 자신의 앞에 널브러져있던 칼리스타의 등을 육중한 발로 밟으며 하는 말이었다. 한때는 동료였지만 지금은 그저 한낱 시체에 불과한 이 훌륭한 전사를 보니 레시악은 꽤나 재밌어했고 자신이 깨달았던 지식을 더욱 각인 시켜주었다. 육체는 나약하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인간은 인간을 벋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꺠달았던 얼마전, 자신에게 주어진 이 강력한 강령술은 진정한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 진실을, 이 현실을 왜 그녀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레시악은 자신의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짓던 해골에게 그녀의 남편 켄트리아의 영혼을 담으라는 명령만을 내린 채 유유히 이 살육의 현장을 떠났다. 엎드린 채 분노와 절망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죽어버린 그녀를 등진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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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보면서 느낀건


그림자군도=정신나간 중2병 집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