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필트오버.

 자운 다음으로 버금가는 과학기술을 가진 국가. 동시에 그로 인해 자운과 끊임없이 대조되는 국가이다. 대조되는 기준은 무엇인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공기 참 맑군."
 과학의 무분별한 발전이 낳은 환경오염으로 위상이 낮은 자운과는 정반대로 여러 규제와 다소 절제된듯한 기술로 위상을 드높인 필트오버. 엘리스가 본 이래로 녹서스의 활발함, 자운의 기술력이 적절하게 겹쳐진 나라같다.

"그나저나 이렇게 다녀도 괜찮으려나..."
 엘리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가 입고 있는 복장을 응시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는 줄곧 이 챔피언 복장(전장 내에서 입는 옷)을 입고 밖을 돌아다녔다. 노출도가 적지 않은 복장이었지만 엘리스는 그것을 자신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입고 다녔는데, 문제는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녹서스에서 벌어진 사건을 생각하면 여기에 있는 이곳도 엘리스에게는 그다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엘리스에게는 밖에서 입는 외출복이 이것밖에 없어서 신원파악이 너무 빨리되는것도 큰 단점. 결국 변장(?)을 위해 엘리스는 주변에 있는 옷가게로 들어갔다.

 

"어서오십시오."
 종업원은 이 건물에 들어오고있는 손님이 마녀라는걸 의식하지 않는듯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고개를 들어서 사람의 얼굴을 보기전까지는 적어도 그렇게 행동했다. 정작 인사를 한 종업원은 얼굴이 살짝 굳는 선에서 멈췄지만 옆에 우연히 고개를 돌리다가 눈이 마주친 상대를 보고 고개를 휙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무엇때문에 여기오신건가요?"
 말투가 손님을 정성스레 대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엘리스는 자기가 입고 있는 차림새를 둘러보며 말했다.

"저기, 옷 있나요?"
"무슨 옷 말하는건가요?"
"어... 그냥 아무 티셔츠나..."
 솔직히 그녀가 입는 옷은 두 타입밖에 없었다. 하나는 외출복으로 늘상 입고다니는 챔피언 복장, 또다른 하나는 잘때만 입는 잠옷복장. 되게 안차려입는 경우지만 엘리스같은 경우는 이 두 종류의 옷만 입어도 괜찮은 외관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썩은 아귀의 무의식적인 강요도 있었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엘리스는 자기의 옷입기에 매우 무심하게 지내왔다. 그래서 그녀가 꺼낸 첫 단어는 '티셔츠'였다.

"그럼 하의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하의... 바지나 드레스가 전부는 아니겠죠?"
종업원은 매우 곤란하다는듯 입꼬리만 올린채 웃음소리를 내었다.

"아니겠죠... 요즘 사람들이 자주 입는 하의를 입어보실래요?"
 챔피언의 신분을 감출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입는 것이기 때문에 엘리스는 망설임 없이 긍정의 답변을 냈다.

"음 그럼 이쪽으로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엘리스는 그렇게 신세계를 경험했다.

'...'

 요즘 남녀구분없이 사춘기만 들어서면 외모에 신경을 쓴다지만 엘리스는 그런 사람들하고 거리가 멀었다. 왜냐하면 그래도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티셔츠하고 나시가 다르다는걸 처음 들었다고 말하는 20대는 보기 드물 것이다.

 어쨌거나 엘리스는 몇 십분 가까이 패션에 대한 신세계를 경험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서 입어보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 터졌다.

"저기요, 옷이 좀 당기는데요?"
"아 그래요? 사이즈가... 맞는데? 혹시 둘레가 얼마나 되시나요?"
 갖가지 사이즈와 길이를 말하고 맞춰입었는데도 막상 입어보면 엘리스의 몸에 당기는 옷이 되었다. 그렇게 종업원과 '이거 왜이럴까'하면서 생각하는 도중 뒤에서 지나가는 종업원이 무심하게 말했다.

"챔피언님은 등에 다리가 있어서 등쪽에 많은 공간을 차지하거든요? 그래서 한 사이즈 더 크게 입어야 할 것 같아요."
'아...'

 정작 옷을 늘 입고다니는 본인도 생각못했던 변수였다. 어쨌든 3세트의 상의와 하의를 구입하고 옷가게를 나선 뒤에 그녀가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또 4일이 걸렸구나.'

 7월 2일에 녹서스를 떠났고 7월 5일에 전쟁 학회에 도착한 다음 또다시 4일을 투자해 이곳으로 왔다. 물론 챔피언이라는 직업상 누릴 수 있는 특혜로 여러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텔레포트라던가, 아니면 대륙횡단을 목적으로 만든 기차라든가. 그런데 텔레포트는 네비게이션같이 특정 장소의 이름으로 전송 위치를 정하는게 아니라 좌표값을 정해서 이동하기 때문에 정확함이 요구되고 기차같은 경우는 무엇보다 그녀에게 쏘여지는 시선을 피할 방법이 없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걸 들키지만 않았으면 이렇게 무식하게 걸어다니지도 않았을 텐데."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게 엘리스의 발에 통증이 다가왔다. 하루는 또 이렇게 지나가고 그녀는 또다시 쉴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오후 6시가 넘고 7시가 다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오후와 다름없이 비추는 햇빛은 필트오버에게 다가온 계절이 어떤 계절인지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게 숙소를 찾으려는 거미 여왕에게서 나온 이 한마디는 다시 몇 분전에 나왔던 옷가게에 다시 들어가게 만들었다.

"나 여기 지리 모르지..."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내일이 되면 그 축제나 갔다와야지.'

 엘리스는 내일 필트오버에서 개최하는 마법공학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푹 자놓는게 좋을 것이다.

'내일은 반드시... 그걸....'

 그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하면서 이불로 몸을 덮고 눈을 감았다. 이렇게 좁은 방에서 혼자 있는건 챔피언이 된 이후로 처음일 것이다. 주변에서 선명하게, 멀리서 아득하게 들려오는 잡음을 무시할만한 수단이나 요인이 하나도 없었으며, 아무리 좁은 방이라 해도 엘리스 외의 사람들이 눕지 못하는 공간은 아니었다. 가끔 새벽에 선잠을 자서 눈을 뜰 때마다 시야에 들어오는 옆의 공간.

'외롭다. 잠자리마저 고독해... 동료라는건 이럴때의 외로움도 없애줄 수 있는건가?'

 동료. 엘리스에게 동료는 이제껏 단 한번도 없었다. 그 불편함은 동시에 의문을 만들어냈다. 만약 동료가 생긴다면 자기 옆자리에서 같이 누워있어줄 수 있는지와 동료가 될 수 있는 챔피언이 누가누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림자 군도 소속을 제외하면 필트오버부터... 케이틀린, 하이머딩거, 직스,... 바이, 빅토르, 블리츠크랭크, 제이스...'

 그다지 마음에 드는 챔피언이 없었다.

 

'아, 피곤해서 밥맛도 못느끼겠다.'

 다음날 아침 엘리스는 졸음에 절여진 상태로 아침을 먹고 있었다. 눈이 부어서그런지 아니면 아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눈으로 빵을 먹어야만 편한 상황. 빵에 오오라가 담겨진것처럼 보이게 만든 좁은 시야가 참 얄미웠다. 그래도 거미 여왕은 삼시세끼를 굶으려고 하지 않기에 식사를 함으로써 졸음을 깰려고 했으나... 그것은 큰 실수였다.

 

 식곤증.

 

 밥을 먹은 직후에 몸속의 모든 에너지가 소화에 힘을 쏟아부어서 식후에 피로해지는 증상. 졸음을 이겨내기위해 먹은 아침이 오히려 그녀에게 독이 된 꼴이다.

'좀 자야겠다. 지금이 9시니까... 어림잡아서 점심 먹기전까지 자자.'

 피곤함이 엘리스를 집어삼켰다. 계획이 다소 틀어졌지만 정작 본인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중요 일정은 오후에 있고,

'미인은 잠꾸러기잖아...'

이래봬도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여왕님이기 때문이다.

 

ㄴ네. 저는 지금 필트오버의 마법공학 페스티벌에 와 있습니다. 필트오버의 상징이기도 한 기술이기 때문에 해마다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이 출제는...ㄱ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 아침의 다짐이 지켜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정오를 알리는 뉴스가 시작하고 있는데도 눈섭하나 까딱하지 않는걸로 보아 충분히 그럴만하다.

 12시가 지나가고 1시가 지나가고 2시가 조금 넘을 무렵에 엘리스는 낮잠을 마쳤다. 시계를 보면서 놀라는건 기본이요, 동시에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음을 알고 경악하는건 덤이다.

"3시에 시작인데... 어쩔 수 없다."
 혹시 몰라서 틀어놓은 TV가 알람 역할을 해주어서 다행이었다. 엘리스는 얼른 일어난 다음 거리로 뛰쳐나가다시디피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녀가 달려가면서 본 것들은 사람밖에 없다고 할 정도의 엄청난 인파였는데, 콩나물을 연상케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더이상 달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서 시계를 찾아봤을 때는 이미 30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하는 수 없어. 강연 장소가 가까이 있는 편이 아니라 이대로는 못 가.'

 엘리스는 골목길로 방향을 틀었다. 아무리 규모가 큰 페스티벌이라도 골목길에서까지 부스를 운영할 이유는 없었고 노점상이 있다해도 그건 어느 정도의 너비가 있는 골목얘기었다. 그녀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뻔하다. 이동 수단을 이족보행에서 8족보행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가위오르기'라는 기술을 아는가? 양팔과 양다리를 교차시키면서 간격이 넓은 벽을 올라가는 기술이다. 여기서 간격이 넓은 벽이란 좁은 골목 중에서도 양팔 양다리를 어느 정도 벌리고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아무리 재빠른 이동을 위해서라지만 거리 한복판에서 거미로 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골목길에서 변하려고 해도 지나가는 사람 몇 명만 봐도 매우 곤란해지기 때문에 인적이 아~예없는 곳으로 가야만 했다.

 그렇게 안쓰던 힘까지 쓴 덕에 건물 옥상까지 올라온 그녀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몸을 숙여 거미가 움직이기 좋은 태도로 태세를 변환했다.

 

 오후 3시, 필트오버의 한 강당. 정각이 되었다는 알림이 끝나기 무섭게 사회자가 옷을 차려입고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사회자 헬레나 드웨인입니다. 오늘의 강연자에 대해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그 사람은 바로..."
'드디어 만나는군.'

 제 시간에 맞춰서 강연을 들을 기회를 얻은 엘리스는 팔짱을 낀 채 여유로운 자세를 취했다. 그녀가 이곳에 온 목적, 그리고 생판 방문한적도 없는 필트오버에 온 이유는 단 하나.

"70번째 챔피언, 마이카이입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과학과 마법, 그리고 질서가 존재하는 이곳에 저를 불러주신 필트오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네, 강연을 하기 이전에... 간단한 소개를 해주실까요?"
 일반인의 몸집을 뛰어넘은 압도적인 체격이 사회자를 더 작게 보여주는듯 했다. 홍채가 없는 눈동자에 푸른 빛만 내비추는 챔피언은 잠시 말하기를 주저하다가 서둘러 진행을 하기로 했다.

"저는 그림자 군도에 소속되어있는 마오카이입니다."
 마오카이의 소속에 청중들은 할 말을 잃었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에서는 소곤소곤 얘기하며 그를 비난하는 듯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 와중에도 아무런 태도의 변화없이 앉아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당연히 엘리스였다.

"물론 얼마전에 같은 소속인 챔피언이 일으킨 사건때문에 저 역시 고운 시선으로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강연자는 관객들의 호응에 잠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관객들의 의심은 소리와 같이 커졌다.

"여러분도 그 챔피언을 만날 수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아서 자초지종을 들으려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저 역시 그 챔피언에게 여러 말을 하고 싶습니다만, 그렇기에 저는 그 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호오.'

 단 두마디였지만 마오카이는 술렁이는 인파를 제어해보였다. 엘리스는 그의 언변에 감탄하면서 잠시 자기가 거미교의 사제시절을 떠올렸다. 고개를 저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일 뿐이다.

 떡갈나무를 연상시키는 육체의 몸통과 잎, 아니 정말로 거대한 떡갈나무의 육체를 가진 챔피언은 청중들을 향해 골고루 시선을 던져주었다. 주변이 어둡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녀를 봤을지도 모른다.

 마오카이는 잠시 마이크를 입에서 떼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새어나오는 코웃음 소리는 숨기지 못했다. 사회자가 분위기를 살피면서 자신이 퇴장할 타아밍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 떡갈나무는 사회자에게 손을 들어올려보였다. 사회자는 다시 자신의 멘트를 유창하게 성사시키면서 사라졌다.

 엘리스는 마오카이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남들이 가지고 있는 에피소드에 신경을 쓸 여유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연시간을 흘려보낼걸 알면서도 일부러 시간에 맞춰서 강당에 들어온 이유는 실로 간단하다.

'강연 이후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말이지.'

 바깥에서 기다려봤자 재수가 없으면 엇갈릴 수 있다는 만에 하나 일어날 불상사를 업애기 위해서다. 나름의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취한 행동이 크나큰 실수라는걸 알게 되면 마오카이처럼 코웃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이상입니다."

 이 말이 끝나고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아무리 강연에 집중을 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더라도 빨리 끝난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엘리스는 옆좌석의 관객에게 물어봤다.

"저기요, 원래 강연이 이렇게 빨리 끝나는건가요?"
"모르셨어요? 사람의 순간집중력은 15분이 채 넘지 못한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짧은 시간안에 강연을 하는게 유행이랍니다. 이 강연도 그런 트렌드를 따라한거에요."
 짧은 질의응답이 끝나고 강당 내의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엘리스는 그 인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강당 밖으로 밀려나왔다. 뜸을 들이고 건물 내로 다시 들어갔을때 마오카이는 벌써 사라진 뒤였다.


 마오카이는 강연을 마치고 유유히 강당을 떠났다.

"과학과 마법의 조화라, 좋지. 이곳은 그럴 자격이 있는거 같군. 그 기술을 쓰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어."

 그는 마법공학 페스티벌 현장을 벗어나면서 중얼거렸다. 마법공학은 필트오버의 핵심이자 상징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사실 자운도 필트오버와 마찬가지로 마법공학 기술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운의 인식은 그 기술을 떠올릴 여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오카이는 필트오버에 더 애정을 가졌다.

 마오카이는 어느덧 필트오버에 있는 낮은 동산을 오르고 있었다. 필트오버의 변방에 있는 동산이었다. 산책로가 보기 좋게 계단으로 마련되어있었고 이정표도 박아놓았다.

"이쯤이면 연기는 슬슬 끝마쳐도 되겠지."
 산을 오르다말고 마오카이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에도 주변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떡갈나무는 잠시 숨을 들이쉰 다음 무언가를 집어던졌다. 그 무언가는 물체가 아닌 생물이어서, 바닥에 떨어져도 어딘가를 향해 기어다닐수 있었다.

"어이 거기, 아무리 그쪽 사정이 있다 쳐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 기어다니는 생물은 자폭을 해버렸다. 위력이 작지 않고 폭발반경 역시 넓은 편이어서 일대의 흙과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날아다녔지만 불꽃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산불을 바라고 던진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광경을 보았는데도 마오카이는 만족하지 않은 채로 폭발 지점을 향해 걸어갔다. 시꺼멓게 물들여진 나뭇가지와 흙속에 가느다란 오른손을 처박더니 무언가를 잡아서 들어올려보였다. 그것은 새끼거미였다.

"만나서 말할 것이 있으면 맞대면으로 하는게 가장 나을 것이다."
 제아무리 여왕의 새끼거미라고는 해도 폭발에 큰 충격을 받아서그런지 몸이 축 쳐져있었다.

"이곳에서 기다리겠다."

 마오카이는 새끼거미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햇빛은 찬란함을 유지했지만 슬슬 자기가 물러날 때를 알고 서서히 다른 존재에게 양보하고 있었다. 마오카이는 차가워져가는 공기를 느끼면서 자기 등 뒤의 나무에 기대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떡갈나무가 그렇게 기다리던 한 여자가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여자는 반팔티와 짧은 청바지를 입고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머리디자인만 아니라면 '지나가는 사람 1'로 여길 만한 사람이었다.

 엘리스는 계단 끝에서 나무에 기댄채 팔짱을 끼고 있는 또 하나의 나무를 발견했다. 눈빛에 힘이 들어가고 몸에 기운을 주입하면서 그녀는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계속>


P.S : 오늘밤 이불킥을 시전하고 싶습니다.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