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더글러스와 동행했던 소환사는 발걸음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당연하게도, 정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에 올 녀석들은 누구지? 소환사가 이렇게 신출귀몰한 숨바꼭질을 할 리가 없는데. 그럼 고랭크 챔피언이 우리를 피하는건가?'

 그럼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소환사와 챔피언 사이의 우위를 따지자면 당연히 소환사가 갑인건 사실.

'그런데 왜 소환사인 나를 피해다니는걸까... 그냥... 자세를 잡고 경례만 취해도 될 텐데... 알아서는 안될 얼굴이라는 건가? 음... 이곳에 들어와서는 안될 사람이 들어왔군.'

 오랫동안...? 돌고 돈 추리였지만 정답을 찾아낸 소환사. 이제 남은 것은 이곳에 들어온 자가 일반인이냐, 챔피언이냐 정도의 구분밖에 남지 않았다. 이 구분은 다른 것이 필요없다.

 어찌되었든 잡히면 끝장이다.

 공간 자체는 넓지 않지만 책들이 많은 탓에 엘리스가 숨을 장소는 꽤 돼지만 이게 영원할 리는 없으니,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 필요한 것은 탈출루트다.

'가장 무난한 경로는 B 자료실, C 자료실로 빠져나가는 건데... 예측이 너무 뻔해서 소환사가 진을 칠 수도 있고, 빠져나간다해도 오늘 챔피언이 자료실에 온 경욱 나밖에 없다면...'

 엘리스의 생각에 의하면 낮은 클래스의 자료실로 가는 방향에는 소환사 한 명이 자리잡고 또 한 명은 자료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자기를 찾으려 할 것 같다.

'소환사가 얘상치 못한 방법으로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이래봬도 자료실을 통틀어서 도서관 건물의 내구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견고하기 때문에 거미폭탄에도 벽이 뚫리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창문 밖으로 나가기에는... 녹서스에서의 굴욕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한숨을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거기 있나?"
 소환사와 눈이 딱 마주쳤다. 엘리스는 바로 책꽂이 사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소환사도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다! 침입자가 이쪽에 있어!"
"알았다 에반스. 그쪽으로 간다!"
 설상가상 또 다른 소환사마저 엘리스를 쫓기 시작했다. 아직 그들이 엘리스라는 신원을 알지 못했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소환사가 직접 컨트롤하는 챔피언의 얼굴을 모를 가능성은 없다.

 서재 사이에서 질주하는동안 엘리스는 뒤가 아닌 측면에서 다가오는 발놀림소리를 감지했다.

'새끼거미.'

 엘리스의 손바닥에 새끼거미 한 마리가 소환되었다. 그녀는 책꽂이 맞은편이로 거미를 던졌다. 이어서 그녀는 도주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마주치겠어!'

 왼쪽 갈림길에서 엘리스를 잡으려는 소환사가 튀어나왔다. 엘리스는 달리는 그 순간에도 고민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아니 그 때 떠올릴 수만 있었다면 그녀는 이렇게 단순무식한 체력소모전으로 유도했을 리가 없을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잖아!'

 생각이 정리된 엘리스는 측면에서 달려오는 소환사를 보고 도주를 멈출 이유가 없었다. 그녀의 질주는 더욱 빨라졌다.

 

"크억?!"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엘리스의 전속전진에 의해 소환사의 몸은 옆으로 튕기다시피 날아가 책꽂이에 부딪혔다. 그러자 책꽂이는 불안한 소리를 뿜어내면서 쓰러지기 시작했다. 물론 충격을 받은 사람은 소환사만이 아니다. 엘리스 역시 앞으로 굴러떨어졌다.

"아윽... 제때 잘 터졌나?"

 책꽂이는 어느새 도미노처럼 연속해서 쓰러지고 있었다. 엘리스는 단 한자의 감탄사도 내뱉지 않은 채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달리는 방향의 끝에는 클래스 S 자료실의 문이 있었다.

'검사를 실시하겠습니다.'

무모함을 알고 있지만 엘리스는 홍채검사를 시작했다. 이미 이 자료실을 빠져나갈 일반적인 방법은 없는 상황.

'불일치. 불일치. 르블랑의 홍채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다시 대 주십시오... 불일치.'

 속이 타들어간다. 소환사들도 이쯤 되면 서재속에서 일어날 때. 시간이 지날수록 엘리스의 얼굴에는 다급함으로 가득찼다.

'제발... 제발 기적이라도 좀!'

 다급함을 이기지 못해 그녀는 주먹으로 검사기기를 때렸다.

'오류. 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 발생. 결함을 해결하기위해 재부팅을 시작하겠습니다. 예상시간 30초.'

"아..."
 쓸데없이 검사기기의 내구도는 빈약했다. 어쨌거나 방금 전의 엘리스의 행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적어도 30초동안 엘리스는 소환사의 눈길을 피하면서, 정체를 들키지 않고, 순수한 도주로만 숨어다녀야 한다. 절로 통탄할 노릇. 그래서 그녀는 쓰러진 서재로 달려가서 몸을 숨기기로 했다. 소혼사의 체력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까지 그들은 단 한번도 엘리스를 잡아보지도, 정체를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전투능력으로 주된 업을 하고 다니는 챔피언이라는걸 감안하더라도, 쫓겨다니는 엘리스가 약한 챔피언측에 속하는걸로 보아 소환사의 신체능력은 생각보다 많이 빈약하다.

 소환사들은 아직 이곳에 숨어있는 침입자를 찾기위해 쓰러지고 부서진 서재를 무시하면서까지 돌아다니고 있었다. 엘리스의 무모하지만 신속한 행동이 그들에게 장애물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디있는거야?"
"누군지 몰라도 이 도서관의 상급자료실을 이따위로 만든 놈에게 용서따윈 없어... 제길. 여기가 무슨 쓰레기처리장이야?"
 대부분의 책꽂이들이 부서지거나 쓰러진 채 바닥에 책을 토해낸 상태. 맨바닥을 밟지도 못해, 소환사들은 책들을 밟으면서 걸어다녔다.

 

'2명... 거리는 끽해봤자 10발자국 내외.'

 엎어진 책더미속에서 어떤 생물의 움직임이 관측된다. 그 생물이 누군지는 이미 짐작이 갔으리라.

'기를 써봐도 내 몸 하나만으로는 저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어.'

 포복한 상태로 고민하다가 조용히 새끼거미를 소환한 엘리스. 방법을 찾은듯한 모양이다. 그녀가 소리를 죽이면서 고개를 까닥하자 새끼거미들은 아직 쓰러지지 않은 책꽂이를 향해 일제히 이동했다.

'얼른 재부팅이 되어야 하는데, 안내음이... 10,9,8,7,6....'

 자료실 가운데에는 두 명의 소환사, 그들의 오른쪽에 숨어있는 엘리스가 있었다. 엘리스가 보낸 새끼거미들은 소환사의 정후방에 위치한 책꽂이로 이동했다. 관건은 홍채 검사기가 언제 재부팅이 되냐는 것.

'클래스 S 자료실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수밖에 없지!'

 소환사인 에반스와 더글라스가 기기의 재부팅소리에 당황하는 순간 후방에 있는 책꽂이가 굉을을 내면서 쓰러졌다.

"뒤쪽이다!"
'지금이다!'

 책더미를 박차고 엘리스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하는 그녀의 몸이 천천히, 그러나 정교하게 거미의 몸통으로 변화했다.

'줄타기.'

 높이상 저공비행에나 해당할법한 엘리스의 몸통이 자료실 천장에 밀착한만큼 고도로 튀어올랐다. 그리고 다시 지상을 향해 착지를 시도한다, 목표는 클래스 S 자료실의 입구. 지상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거미형태의 엘리스는 공중에서 한바퀴 몸을 돌려 인간형태로 되돌아왔다.

'거미의 눈으로 홍채검사를 할 수 없지.'

 그녀 자신이 생각해봐도 이건 무모한 짓이라는걸 알고 있다. 정확도, 보안성으로 따지면 홍채 검사기는 지문인식기보다 엄청난 기기인데... 엘리스는 지금 자기가 결함을 내서 재부팅시킨 기기에 오류가 생겨서 이 문을 통과하길 바라고 있다!

"큭..."
 나름 고도의 높이에서부터 착지를 했기 때문에 굴러가는 몸뚱이를 잠시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일어났다.

'검사를 실시합니다.'

 그런 사소한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의 엘리스에게는. 그녀는 자신의 눈을 기기에 들이댔다.

'제발...'

기기는 엘리스의 예상보다 훨씬 오랜 침묵을 유지했다. 좌절하려는 찰나, 기적이 일어났다.

'검사 완료. 문이 열립니다.'

 

 클래스 A 자료실.

 원형으로 제작된 이 자료실은 가운데에 쭉 이어져있는 길을 걸으면 다음 래으의 자료실에 들어가는 문이 있다. 그 길의 양방향에는 곡선 형태를 가진 책꽂이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어떻게 된거지? 여길 빠져나갔어."

 엘리스와 두 명의 소환사들의 숨바꼭질의 무대가 된 이후 거대한 난장판으로 새롭게 변모...되었다.

"그럼 이 자료실 입구에 있는 등록증으로 확인해볼까?"
어휴...

"르블랑?"
"그 챔피언이었어? 하지만 왜?"
"이유야 모르겠지만 설령 A 랭크 챔피언이라... 잠깐, 그러고보니 어디로 간거지? 르블랑은 A 랭크 챔피언이라 S랭크로..."
"아마도 S 랭크 챔피언으로 모습을 바꿔서 들어간거..."
"더글라스, 그걸 먼저 알고있어야지. 르블랑같은 케이스를 막기 위해서 A 자료실부터는 등록증을 꽂아놓고 들어가게 만들었잖아. 등록증을 꽂지 않으면 설령 S 랭크 챔피언이라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어이없다는 말투로 얘기하는 에반스의 말에 더글라스는 그와 같은 말투로 맞받아쳤다.

"그럼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건데?"
말문이 막힌 에반스. 더글라스는 깔끔히 화제를 정리했다.

"나중에 천천히 알아보자. 지금 침입자가 누군지도 정확히 모르지만 급한 일도 아니니까. 생각날 때 감시카메라로 확인해보자고. 지금은 그냥 가자. 여기에서 무언가를 찾으러 온게 아니잖아."
에반스는 그 말에 수긍했고 A 자료실을 빠져나갔다. 그 뒤를 따라 같이 걸어나가는 더글라스.

"나참, 누구야 대체? 숨바꼭질을 하는데 무슨 자료실을 폭파시키냐..."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리는 더글라스의 입이 멈출 계기가 생겼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다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 자세히 다가간 더글라스.

그리고,

"에반스."

이어지는 계획변경.

"지금 당장 감시카메라로 확인해보자. 계획을 바꾼다."
 더글라스의 손에는 납작하게 깔려죽은 새끼거미가 있었다.

<계속>

 

P.S : 써보니까 소환사가 되게 바보같이 묘사되었군요. 챔피언에게 낚였고 자료실이 망가졌는데도 '나중에 천천히 알아보자.'라는 말이 나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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