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가 향하고 있는 곳은 시장 한복판이었다. 어떤면에서는 재래시장보다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이 몰려있는 번화가일 경우가 높은 것 같다. 전자의 배경은 여러 사람들이 모이기에는 불편한 장소였으니.

"거미교를 비하하는 저 사이비들을 물리쳐라!"
"진실을 가리고 거짓된 이야기를 퍼뜨리는 자들을 처리하자!"
'거미교'. 틀림없이 자신의 종교다. 엘리스는 그 함성이 들려오는 장소를 향해 빨려가듯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예상외의 일이다. 그녀는 다른 종교를 배척하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종교간의 대립이 있다는 것은 분명 누군가에 의해서 마찰이 일어났을테다.

'단 한번도 배타적인 태도를 요구한적이 없는데 어째서 이런일이 발생한걸까요 신이시여.'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는게 어떤가. 나는 이미 알고있지만, 해결을 내야할 상대는 다른 종교의 교주일테니.'

 신의 대답은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엘리스의 마음속에서 최근에는 없었던 긴장감이 생겨나고있었다.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전력질주를 해본적도 없을뿐더러 숨이 차올라서 팔과 다리를 원하는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 그래도 몸이 버텨주질 못한다는 신호를 거부하고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함성으로 들릴 정도의 거리로 좁혀졌으니까.

 

 역시나 소리에 이끌려 도착한 장소는 자운 중에서도 사람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번화가였다. 엘리스는 네 갈림길에서 자신의 신도들과 어떤 무리들이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소리를 지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여기까지 소모한 체력이 있기 때문에 생각을 바꿨다.

"가거라. 나의 양분들에게."
 엘리스의 다리 양 옆에서 새끼거미들이 포탈을 타고 등장했다. 2마리, 4마리, 8마리, 16마리... 끊임없이 불어나는 새끼거미들이 눈깜박한 사이에 백단위로 불어나 있었다. 엘리스는 손가락으로 신도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녀 휘하 밑의 새끼거미들이 일제히 거미교 신도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새끼거미들은 신도들이 자신들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게 그들의 시각 내에서 몸에 올라탔다. 그리고 4쌍의 다리로 신도들의 옷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을 알아차리는데에는 생각외의 시간이 걸렸다.

"이건, 거미?"
"거미를 보낼만한 조종력을 가진 사람은..."
"모두들! 사제님이 오셨다! 후퇴해서 기다려라!"
신도들은 그림같이 대열을 맞춰서 뒤로 물러섰고, 엘리스는 그렇게 생긴 길을 우아한 걸음으로 싸움의 한복판까지 나아갔다. 흡사 유명 배우가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수없이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면서 걸어가는듯했다. 신도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고, 때마침 나타난 사제의 등장에 감격한 일부는 울기까지 했다. 영락없는 구세주의 등장씬이었다. 그러나 엘리스는 그 시선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무리중에서 가장 앞에 서있는 신도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간단히 보고하세요."
"네 사제님. 술집에서 저희들이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저들이 우리의 종교를 비하했습니다."

 다행히도 자신의 신도들이 먼저 시비를 건 것 같지는 않았다. 여태껏 달려오면서 부풀려진 긴장감에 바람을 뺄 수 있어서 그녀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
"뭐라고 비하했나요."
"저들의 믿음은 헛된 행동이고, 곧 죽게될 거라는 말과, 우리들의 공허에 죽을 것이라는 말을... 풉."

 말을 하던 신도가 순간의 웃음을 참지못해 설명이 끊겨버렸다.
"...웃음이 나오십니까, 윌러?"
"후브브브. 죄송합니다. 저들은 자신에게 다가올 공허를 맞이하여 영광스럽게 죽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

 신도의 말을 다듣고나서야 엘리스는 그 웃음을 이해했다. 뭐랄까, 자신의 종교에서 말하는 축복과 저들의 축복이 완벽하게 대칭되지 않는가. 무엇보다 종교의 교리같은것은 '~~하면 우리는 ~한 것을 얻게 될것이다 or ~한 사람이 될것이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게 정석일텐데말이다. 하지만 그런 신념을 가진 종교와 마찰을 빚은것은 그다지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웃음까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잠시 할말을 잃었다.
"의미없는 종교로군. 결국 어떻게 죽느냐만 다를 뿐... 저 신도들은 단체적으로 허무주의에 빠진 군중들인가?"
똑똑히 들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은 엘리스의 독백을 들은 무리들은 그녀를 향한 욕설을 퍼부었다.

"저 창녀가 거미교의 우두머리다!"
"공허에 파묻힐 어리석은 인간들의 대장이 나타났다!"

"저기 있는 자의 옷을 봐라! 딱달라붙으면서 가슴계곡이 훤히 드러난 차림을! 어차피 저년도 공허에 휩싸일텐데 그냥 마음 비우시고 벗고다니는게 어떠신지?"

 상대쪽에서 내뱉은 말 한마디가 엘리스에게 제대로된 모욕감을 주었다. 이에 대해 더욱 독한 말로 맞받아치려했으나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봤자 좋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저들이 스스로 자신의 최후가 비참해지기를 자처하는건로 판단하자.'

 저 무리들을 살려서보내고싶은 마음도 고쳐먹었다. 저들의 신도를 박멸시켜야 더이상의 시비는 오가지 않을거고 그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엘리스가 뒤를 바라보자 신도들에게 붙어있던 새끼거미들이 일제히 그녀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검붉은 새끼거미에게서 풍기는 어둠의 기운은 상대 신도들의 기운을 이미 압도했다.

"공허에 죽는다? 내가 그런 시간을 너희들에게 줄거라 생각하시나?"
거미들은 한껏 독기를 내뿜으며 상대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누구냐, 그 모욕적인 말을 한 자는."
 상대 종교의 한낱 신도가 구현해낼 수 없을 정도의 차가운 느낌을 주는 대사가 들렸다. 그리고 상대 신도들에게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도들이 조용히 발걸음을 옆으로 돌려서 중앙에 길을 터주기기 시작했다! 엘리스가 자신의 신도가 터준 길을 걸으면서 등장을 한 것처럼, 저 멀리서부터 뚜렷한 윤곽을 내보이며 등장하는 한 사람. 그러나 그 사람은 사람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 없었다.

'걷지 않고 공중에 떠있어서 그런가? 아냐. 챔피언들중에서도 낮게 떠다니는 경우는 많아. 대체 무엇때문에...'

 

 거미교의 신도들이 터놓은 길을 걷는 엘리스. 거미교 신도들에게는 영웅의 등장일테고, 제 3자의 관점에서 보면 마녀의 등장일테지만, 적어도 사악한 '사람'이라고 여길 정도의 인기척이 있다.

 하지만 저기 반대편에서 나타나는 사람은 사람이 다가오는게 아니라, 흡사 안개나 가스,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퍼져오듯이 다가왔다. 사람의 외형에서 사람의 느낌이 없는 자의 등장이었다.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딱히 비교할것까지는 없고 작중 엘리스의 특징을 간단히 기술하려 합니다.

 

 일단 엘리스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만든 '거미교'의 사제로 활동하고있고, 신도들에게서 온갖 숭배와 사랑을 받고있는 유명인 대우를 받죠. 이런 배경속에서 살아가는 덕분에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쉽게말하면 자부심이 높다고할수 있죠.

 돈도 많고 명성도 상당한 편이며, 굉장히 섹시한 미인이기도 하고요. 물론 챔피언들 중에서 엘리스보다 더 아름답다고 평하는 여자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명성과 부에 취한(?)탓에 게으른 면도 있고, 사람을 내려보는 성향이 있습니다.

<글쓴이의 말>

 

  제가 쓴 글이지만 보면볼수록 첨삭이 필요한 글이라고 느낍니다. 더욱 재밌는 전개를 위해, 그리고 독자들을 위해 분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