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로도 총독은 세라를 종종 찾아갔다. 하지만 총독은 총독이라는 직책으론 그녀를 만날 수 없었기에 업무 시간이 끝난 밤중에 마차를 혼자 끌며 그녀를 몰래 만나러 갔다. 빌지워터 여인들의 눈에 띄면 수많은 소문이 입방아치게 되기 때문에 만남은 돛 깁는것 처럼 치밀하고 세밀했다. 





 세라에게 빠진 총독이지만 더 큰 변화는 세라에게 있었다. 혹시나 그가 해적임에 의심했지만 이젠 세라도 더는 경계를 하지 않고 총독을 만나면 그 넓은 어깨가 으스러지도록 꽉 껴안았다. 둘은 서로를 원했고, 서로를 갈망했다. 뜨거운 입맞춤과 함께 세라의 꽉 조인 튜닉 끈이 슬며시 헐거워지더니 세라의 풍만한 가슴이 드러났다. 뱃사람의 피부처럼 꺼끌거리지 않고 조개구슬처럼 매끈거렸다. 그곳은 항상 옷으로 가리고 있던 부분이라 다른 곳보다 희고 부드러웠다. 




 - 갖고 싶으면......... 가져도 좋아요


그러나 총독은 손 끝으로 간지럼을 태우듯 살짝 살짝 어루만졌다. 보다못한 세라가 푸념하듯이 애원한다. 


 - 자 봐요.. 남자답게 해달란 말야...




그 순간 총독은 세라의 허벅지를 들춰 멧돼지처럼 돌진한다. 깜짝 놀란 세라는 총독의 머리를 밀어냈지만 이 검은 짐승은 도저히 멈출줄 몰랐다. 총독의 까맣고 커다란 손이 등을 쓰다듬으며 들짐승의 콧바람이 세라의 몸 한가운데에 불어넣는다. 세라의 몸이 녹아드는 교성이 빈 술집안에 울려퍼졌다.



 일을 끝내고 곧바로 잠들 수 있었지만 그가 오전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안기지 못하고 마차를 타고 가버렸다. 세라는 그 단락에서 매우 실망한듯 보였지만 다음에도 만날 거라는 총독에 말에 미소를 짓는다. 떠나가기 전 그녀에게 진하게 입맞춤을 하고 총독은 술집을 그렇게 빠져나왔다.










 모든것이 잘 되가고 있었다.


 항해에 필요한 선원들을 모았고 항해사, 조타수, 전투원, 갑판 닦이를 시킬 나부랭이까지 모았다. 선원의 대부분 세라를 따르는 세력들이였고 그들은 군말 없이 세라를 위해 일해주었다. 레이날드는 선원들에게 알맞게 임무 분담을 했고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람ㄴ큼 필요한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겼고 자금은 세라가 전적으로 대주어서 부족한것이 없었다. 식량과 금화, 능력있는 항해사와 일 잘하는 크루, 당장에라도 닻을 이고 출항하기만 하면 되는데 세라에게 딱 한가지 맘에 걸리는것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총독이였다. 세라는 그를 만날때마다 서스럼없이 입을 맞추고 몸을 섞었지만 그를 만나는건 비밀스러워야하고 또 조심스러워야했다. 






빌지워터 총독.

언젠간 빌지워터가 국가가 되면 왕이 될 사나이.....



 그는 너무 높은곳에 있었다. 반면 세라는 야단스런 해적 사냥꾼에 불과했다. 함부로 가까이 했다가는 세라는 물론 총독의 입장이 난처해질것이 분명했다. 


 - 아가씨, 카드게임? 아님 타로카드?


 어둠이 내린 골목에서 누군가가 서있었다. 총독처럼 흑색 장발의 사내였지만 호리호리한 몸과 뾰족한 수염을 기른 사내였다. 


 - 누구야?


 - 장미의 붉은색....... 머리카락이 아름답군.



 그의 손에서 마치 마술처럼 장미꽃 한송이가 나타났다. 모자의 챙이 두꺼워 그의 눈을 직접 볼 순 없었지만 느끼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 나 또한 이곳 출신이야 아가씨, 지금은 떠돌이 신세지만 말야........... 보아하니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듯한 얼굴인데



 세라가 남자를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 난 아가씨가 누굴 생각하는지 다 알고있어.... 바로 이 마법의 힘 때문이지. 으음. 어디보자....... 아가씨가 생각하는 자는 으음.......다부진 체격에........검은 머리카락의 턱수염을 가진 사내..... 말콤? 말콤을 닮았군!


 - 말콤? 


 세라가 물었다. 


 - .........당신도 말콤을 알아?


 - 아아 알지~ 하하. 말콤을 알고 있었구만.......? 요전에 한바탕 크게 했었거든.... 지금은 감옥에 있지만....


 - 감옥에?


 - 이크! 여기까지도 군인들이 오는군. 아가씨도 해적인것 같은데 여길 빨리 뜨는게 좋겠어. 난 역시 운이 좋아.


 어디선가 발걸음을 재촉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의 말대로 군인들인듯 했다.


 - 아! 그리고 그 귀티나는 사내 말이야! / 사내가 등을 보이며 말했다. 군인들이 모자쓴 남자를 발견하곤 게 섯거라! 소리치며 달려든다. 이 때남자는 모자에 손가락을 얹으며 말했다.


 - 그건 운명이야, 아가씨




 말을 마친 남자의 주위에 카드들이 촤라락 하고 펼쳐지더니 그 속으로 뿅 하고 사라져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였다. 세라는 사내가 없어진 것보다 사내의 마지막 말에 집중했다. 두 눈이 휘둥그레 해져선 그대로 서 있다가 군인들이 세라를 잡으려는 찰나에 발을 떼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해가 뜨지 않아도 저 바다는 밝아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