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님의 승리다!"
 우상의 기상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거미교쪽으로 기울었다. 신도들은 소리높여 환호성을 내질렀다. 엘리스는 자신의 양분들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어주고 쓰러져있는 챔피언에게 다가갔다. 팔과 다리, 배에 크고작은 파편이 박혀있는 꼴이라 힘도 잘 들어가지 않았기도 했지만, 온 몸을 강제로 떨게 만든 전율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그녀는 웃을 수 있었다.

'내 승리다. 마무리를...'

"엘리스 챔피언."
자신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런 마당에 차분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보통사람은 아니었다. 높은 직책의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엘리스는 이 목소리의 출처를 알고있다. 거미교 세력과 공허교 세력의 가운데에서 열댓명이 조금 넘는 경호원을 거닌채 등장하는 자의 고귀함. 그녀는 남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아쉬워했다.

'이런이런. 의장이라도 나서신건가. 일이 더 커지게 할 순 없지. 일어나라는 말이나 하고 먼저 가 있으마.'

"일어나."
"그 말을 해주길 기다렸다. 고맙군, 더 늦지 않아서."
 엘리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교주는 일어났다. 마치 이 길바닥에서 편하게 누워있다 일어난 사람처럼. 싸우다가 쓰러진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상태로 일어섰다. 상대 챔피언이 통증호소도 내보이지 않는 이 와중에 엘리스는 자신의 중상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소진되어있음을 느꼈다.

 그녀의 맨살에서, 그리고 챔피언 복장이라는 갑옷을 뚫고 들어간 파편의 자리에서 나오는 붉은 피. 그에 비해서 상대의 상태는 엘리스에 비해 가벼웠다. 근육을 덮지 못한 어깨는 피가 흘렀고, 두건을 포함한 상의 대부분이 파편에 찣겨나가 너덜너덜해졌지만 여전히 얼굴을 가릴 정도의 온전함은 남아있었다. 하체는 차마 공략을 못했다는듯 흙먼지만 묻은 상태. 그 상황에서 있는 힘껏 날린 거미폭탄의 충격을 시전자인 엘리스가 더 많은 피해를 입은것 같다.

 물론 엘리스가 단 하나의 스킬만 맞은것도 아니고 공허충의 공격으로 받은 어느정도의 부상도 있겠지만  그녀의 머리속에서 맴도는 말은 자신의 신도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일이 끝맺음되어있다는 암울한 메세지였다.

'내 패배다.'

 엘리스의 신도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와중에도 공허교의 신도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패배의 좌절감을 느낄 수 없었다.

 

 자운 의회에서 엘리스와 상대 챔피언은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을 들었다. 이 사건을 자운이 먼저 알았다면 단순한 분쟁처리로 끝낼 수 있었지만, 불행히도 전쟁 학회가 더 빨리 알아챈 관계로 일이 커졌다는게 서두, 결국 각 종교의 우두머리인 두 챔피언이 모두 전쟁 학회에 재판을 받으러 가야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말자하 챔피언, 그쪽은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이제서야 알게 된 상대의 정체. 말자하라 불리는 이 챔피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선지 이 챔피언과는 계속 꼬일 것 같은 예감이 증폭되고 있었다. 의장은 엘리스에게도 각오의 여부를 물었다. 아무런 문제없이, 그리고 상대에게 지기 싫다는 경쟁감이 긍정의 의사를 더 강하게 표현했다.

"물론입니다."
 말자하처럼 단순한 고개짓이나 '네'라는 답변 대신 평소보다 더욱 큰 소리로 답했다. 의장은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뜬 뒤 두명을 바라보며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 시의 피해보상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두분 모두에게 경제적인 보상을 요구하려합니다."

 자운의 샐러리맨이나 어중간한 회사원이었다면 여기서부터 고난길을 걷겠지만 이 둘에게는 단순한 금전적인 요구일 뿐이었다. 엘리스나 말자하 모두 사비로 종교를 운영할 정도의 경제적 부유함을 지니고있기 때문에 우물쭈물 답할 이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얼마면 되겠습니까?"
"얼마나 배상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러나 동시에 같은 대답을 한것은 서로에게 좀 기분이 나빴나본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의회에서 들을 이야기의 끝을 보았고 두 챔피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때 의장이 엘리스를 향해 물었다.

"엘리스 챔피언에게서 만든 종교에 대해 익히 들어는 봤지만, 말자하 챔피언의 '공허교'와 대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을 가지고 있거든요... 저 챔피언을 상대로 괜찮겠습니까?"

"뭔가 매그너스 던더스. 설마 이 여자의 승리를 원하는건가?"

 말자하는 의장의 편파적인 염려에 신경이 섞인 불만을 드러냈다.
'상관없다.'

 엘리스의 머리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눈을 찌푸린 엘리스. 그러나 지금은 의장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어떻게 말해야 답을 하는 동시에 말자하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줄지 생각을 해봐야...

"그런 건 제게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흐흣. 재판의 결과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지만, 예정된 결말을 직접 체험하고 싶군요."

'어?'

 말을 끝내자마자 엘리스는 손으로 자신의 입주변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직 자신은 무얼 말할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누군가가 자신의 입을 멋대로 움직인 것 같은 불쾌함이 엄습했다. 그러나 발언 자체는 굉장히 패기가 넘쳐났기에, 엘리스는 자기의 발언으로 얻으려는 이득을 모두 얻은듯 했다. 의장은 발언 직후의 엘리스의 행동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말자하는 큰 반응은 없었지만 두건 속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잠시 나왔다.

 

 공허교, 그리고 싸움 전에 언급된 '낮아져만 가는 자신의 가치', '변하지 않는 미래', 그리고 과거. 엘리스에게 있어서 이 단어들의 개념은 정의되지았다. 그러나 무시했다. 왜냐하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생각하지 않은 것이지만 자신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살아왔으니 별다른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운에서의 자유활동, 그리고 그림자 군도에서 일어나는 즐거운 일... 소환사들도 그녀의 특징으로 여겼고 엘리스도 부끄럽게 생각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별탈 없을거야. 그러겠지.'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의장과 얼굴을 마주할 때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한 것 같은 불쾌감은 지울 수 없었다.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말자하

 

 

원작 : 공허를 받들기전 탁월한 예언가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타고난 예지력은 다른 세계에서도 관심을 가졌고 잠이 들때마다 이세계의 존재들로부터 끊임없는 목소리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항할수 없게 되고, 말자하는 빈손으로 사막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목적지는 고대 문헌에 존재했다는 동쪽 도시, 이케시아. 그곳에서 말자하는 공허의 정수를 목격하고 이 세계에 닥칠 파멸의 약속을 알게됩니다.

 공허에게 삼켜진 그는 이후 공허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이것과 관련된 일화가 있습니다. 말자하가 카사딘을 대화로 회유하려 했으나, 카사딘은 말자하가 균형을 깨트리고 있다는 이유로 대화를 계속 거부했고 카사딘을 회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운에서 자신의 공허 숭배자들을 모은 집회에서 카사딘의 딸로 추정되는 여성을 묶고 공허로 날려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카사딘과 말자하는 적대관계로 변합니다. 실제로 카사딘과 싸운 일화도 있고요

 같은 공허소속의 코그모를 전쟁 학회에 들여왔다고 합니다.

 

팬픽(현 작품) : 원작의 배경을 그대로 반영, '공허교'라는 이름의 종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엘리스의 거미교와 마찬가지로 사비로 운영되는 교회인데요. 차이점이 있다면 엘리스가 하는 말들이 모두 자신의 젊음이라고 생각하고있지만을 위해서 꾸민 거짓말이라면, 말자하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것. 한마디로 말자하가 말한 그날은 언젠가는 반드시 다가온다는 뜻이죠.

 또 엘리스의 거미교는 자운에만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종교지만 공허교에게 있어서 자운은 종교활동의 본거지입니다. 한마디로 설정상 종교활동이 금지된다고 설정된 데마시아나 녹서스에도, 심지어는 멀리 떨어져있는 아이오니아와 빌지워터에도 공허교 신도들이 존재한다는 거죠.

  그의 신도들 상당수는 그가 유명한 예언가였던 시절부터 동경하고 따른 사람들입니다.

<글쓴이의 말>

 

 초고의 <무력>편은 화수가 좀 적었으니 좀더 보충을 하고싶은 부분중 하나였습니다. 되게 서툴게 작성한 부분이라 아쉬움이 생겨서요.

문제는 재판장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