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오브페이트
2018-01-0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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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정체성 수정판 111화 <분노 IV>엘리스를 재촉하던 마오카이도, 상처로 인한 부상을 거의 완치해 이곳을 미련없이 떠날 수 있는 카사딘도 얼어붙은채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그렇잖아. 마오카이는 그림자 군도소속의 선역이라 평가받고있는 상황에서 현 군도에 대한 악감정으로 내 여정에 도움을 줬지만, 나와는 전혀 연관이 없던 네가 어째서 이 여정에 참여한거지? 나를 그렇게 증오했으면서도 너는 어떻게든 아이오니아에 있었잖아." 마오카이는 엘리스의 입을 막으려하지도않았다. "설마 그 때의 이유가 지금 나를 도와주는 이유와 똑같은건 아니겠지?" 카사딘은 엘리스를 향해 몸을 돌리지않은 채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7월 18일의 밤이었다." 그날은 마오카이가 엘리스가 제시했던 도박의 결과에 따라 그녀를 떠났던 날이다. 현재와서보면 그것도 순간적인 결별이었지만, 다음날에 일어난 극적인 재회라는 반전에 묻혀 엘리스는 하루만에 일어난 마오카이의 변심에 어떠한 개요나 당위성을 묻거나 찾지 않았다. "당시 늦게까지 전장에서 활동했던 내게 마오카이가 다가왔다. 소환사들이 정리해놓은 관계도와는 달리, 우리 챔피언들도 나름의 면식이 있고 각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있다는 사실은 알고있겠지. 공허가 다가올 그날에 대비하기위해, 찬란한 군도의 영광을 되찾기위해 싸우고있다는 나름의 정의성과 정당성이 맞물린 나와 마오카이는 조금이긴하지만 친근했던 사이었다." "이시간에 만나는 것도 오랫만이군 마오카이. 최근에 마법공학 페스티벌에서 강연을 맡았다며? 그것때문에 한동안 전장활동이 뜸해졌던건가?" "반갑군 카사딘. 그걸 준비하는데의 시간도 필요했지만, 강연은 며칠전에 끝났다. 그럼에도 이후에 왜 활동을 안했는지 물으려면, 잠자코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하는데." 말 한마디 건넸던 한두번의 기억마저 까먹을 정도로 소원했던 챔피언에게 도움을 구하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대상은 리그에서 정의한대로, 또한 본인마저 인정하고있는 거미 마녀. 청문회 이후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강제적으로 뺏겼고, 이후의 삶에 지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금까지 박힌 안좋은 인식이 바뀔리 없었다. 카사딘은 마오카이에게 가졌던 신뢰를 모두 잃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에게 크게 실망하면서 부탁을 거절했다. "내 부탁이 너무 내 관점에서만 밀어붙여서 그런가. 좋다 카사딘, 이번엔 네 관점을 고련한다음 부탁하겠다. 이번 활동이 성공하면, 너와 나의 공동목적이 실현되는거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마오카이의 노골적인 설의법과 "수많은 선역들과 중립의 입장에 선 챔피언들이 있는데 굳이 그런 악녀에 신경써야할 필요가 있나?" "지금 나보고 동료면서 나의 짝이 될 사람을 내 도덕성에 어긋나는 사람으로 고르라는 행동을 하라는거냐!" 이 감춰진 대화를 이야기형식으로 카사딘이 털어놓고, 그 이야기의 끝을 마오카이가 장식했다. "카사딘은 내 부탁을 수락하는대신, 내게 조건을 걸었다. 나역시 무슨 일이있어도 네 여정에 끝까지 참여하고, 이후 둘 사이의 관계에 따라 앞으로의 관계를 결정짓기로. 그리고 다음 날인 7월 19일. 나와 카사딘은 네가 리신의 수도원에 다시 찾아간다고 가정을 내린 하에 적절한 개입을 기다렸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거다." 엘리스는 자신의 곁에 있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과 눈맞춤을 하려하지않는 두 챔피언을 번갈아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그들의 변함없는 외면을 통해 고약한 진실을 받아들인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웠다. "전에 내가 말했었지. 챔피언을 그만둔 이후의 삶에 또다른 방법이 있었다고. 하지만 넌 그게 무엇인지 듣기도 전에 수도원을 뛰쳐나갔다." "그게, 내가 반공허세력으로 들어가는걸 말하는거였어?" "챔피언을 유지하면서, 그림자 군도의 소속을 벗어나면서말이지." 카사딘의 진의를 모두 파악한 엘리스는 마오카이를 향해 원망을 쏟아부었다. "기억을 되찾은 이후에도 소환사들은 거미 여왕의 엘리스를 원할거라고? 다시 썩은 아귀에게 휘둘려 살거라고? 결국 너희들의 이익을 위해 내가 필요했다는거였잖아! 소속의 중요성? 그 결과에도 내 자의는 빠져있는데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서라도 군도의 소속에서 벗어나라고? 그런 개소리는 집어치워!" 하지만 그 원망을 곱게 받아줄만큼 마오카이의 속도 편안치는 않았다. 그동안 온건적으로 카사딘의 의견에 동조해왔던 것과는 달리, 그는 그녀가 받을 심리적인 충격을 고려하지않고 자신의 머리와 입속에서 맴돌았던 말들을 여과없이 뱉어냈다. 그 말에 숨겨져있는 절망적인 사실만큼 엘리스는 자신이 가졌던 원망의 불씨가 사라져가는걸 보고만있었다. "물론 너와 카사딘간의 갈등을 묵인했던 내 잘못도 있다. 하지만 엘리스, 결국 너는 나와 카사딘이 제시한 비전을 넘어서는 삶의 방향을 찾지 못했다." "..." 그 움직임을 만들게 한 사람은 자신없게 건넨 엘리스의 한마디였다. "카사딘. 오전에 그림자 군도에서 했던 말, 진심이야?" "썩은 아귀에게 했던 말 말인가. 진심이었다." 엘리스가 다음에 한 말은 무겁게 깔려진 세 생명체의 분위기를 바꿨다. "아니, 나를 책임질 수 있냐고." 카사딘과 마오카이의 의도에따라 행동한 자신의 뒷감당을 할 수 있냐는 의미일수도있지만, 화들짝 놀란 채 뒤를 돌아 엘리스를 바라보는 카사딘이나, 어딘가 모르게 기어들어가는 엘리스의 말투를 같이보면 위 뜻 이상의 해석이 가능한 중의적인 대사였다. 가장 조용하게 태도가 바뀐 마오카이는 이 둘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티나지않게 온몸의 긴장을 풀었다. '엘리스도 알아차린건가. 썩은 아귀마저 인정해버린 카사딘의 말 속에 담긴 또 하나의 마음을. 하지만 카사딘은 그렇다 쳐도 엘리스가 카사딘에게 느끼는 감정이 심상치않은데, 어째서?' "마오카이." "네 말이 맞아. 나는 결국 내 미래를 확실히 설계하지 못했지. 하지만 리신은 개인적인 수양을 통해서 바뀐 내가 어떤 결정을 해나갈지 스스로 판단하길 바랬어. 앞으로의 내 삶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있어야한다고 생각해." 마오카이는 말없이 긍정했다. 엘리스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리려는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계속> <글쓴이의 말> 독자님, 저는 처음에 글을 쓸 땐 열중했고 중간엔 진지했지만 마지막엔 손발이 오그라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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