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에 한국섭이 열린지 이제 슬슬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물론 한국섭이 열린것은 북미/유럽보다 2년이나 늦었고, 하다못해 인접국인 중국보다도 훨씬 늦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드컵, MLG, 롤챔스 등 각종 해외팀들과의 대결마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당당히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우선 경기외적으로는 경쟁력있는 1/2팀의 시너지 시스템 성립, 게임에 깊이 관여하는 코치의 역할 등의 제반 환경을 선도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내적으로도 새로운 메타와 조합과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또 그 파해법을 강구하면서 "이제 모든것이 나올만큼 다 나온거 아니냐"는 일부 롤계의 - 얇고 - 부정적인 전망에 지속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2012년 올 한해 한국섭이 열린 이후, 한국팀이 국내외 공식대회에서 세계 롤계에 제시한 전술/전략/조합 들중에 유의미하고, 지속적인 가능성과 전망이 보이는 뉴메타를 20 여개 정도 선정해 정리해볼까 합니다.  



1. 푸쉬 메타 [시비르+룰루+트페]  (Azubu Blaze - OGN섬머16강, MLG섬머아래나)
- 한국팀의 첫 해외원정 출전대회였던 MLG섬머아레나를 뒤흔들었던 메타, 그 첫번째입니다.
핵심컨셉은 원딜+서폿 봇듀오의 우월한 라인푸쉬력을 바탕으로 라인 체인지를 통해 빠르게 상대를 압박하고 타워를 정리해나가는 것입니다.
"깨작깨작 막타먹다가, 찔끔찔끔 딜교환하다가, 정글이 지나갈때 우루루 한번 싸우고 집..."하는 종래의 지루한 EU스타일의 라인전페이즈를 극도로 축소시키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자 공로입니다. 그후 타워골드의 이득, 맵시야의 이득을 바탕으로 버프, 드래곤, 바론확보에서의 유리함을 통해 맵을 지배해 나가게되죠.
다만 타워를 깨나갈수록 상대진형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됨에 따라 끊길 위험부담이 증가하므로, 맵을 관리하는 정글러의 상대위치 예측, 일사분란하고 빠른 지원, 팀전원이 와드를 수시로 사는것이 중요합니다.
시비르나 그레이브스처럼 스킬들이 미니언을 빠르게 정리 할 수 있어야하며, 서폿역시 룰루처럼 푸쉬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야합니다.

OGN섬머16강 VS WE전에서는 룰루가 밴되었지만, 대신 소라카가 3렙부터 별부름을 찍고 라인을 강하게 푸쉬해 김동준해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Azubu Blaze는 이 전술과 밑에 설명할 또 하나의 전술인 돌진에어본을 사용해 MLG섬머아레나에서 북미를 초토화해버립니다.


2. 벽당 조합 [애니비아+블리츠+스카너+그레이브스]  (Azubu Frost - OGN섬머16강)
- 벽당, 즉 벽치고 당기기, 당기고 벽치기로 유명한 메타입니다. 유리할때의 공성전과 국지전승리, 불리할때의 수성전과 끊어먹기 양쪽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훌륭한 밸런스를 갖춘 조합입니다.
수비 최강의 애니비아에 타워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블리츠와 스카너가 있으니 수비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한데, 왜 공격시에도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흔히 타워대치전이 되는 공성전에서 길 한쪽은 애니비아의 벽과 궁으로 차단하고, 반대쪽은 그브의 연막이 깔리면 상대는 타워를 치는 아군을 견제하러 나올 수가 없게됩니다.
시야도 공간도 없을뿐더러, 비어있는 좁은 길을 통해 무리하게 나오다가는 블리츠와 스카너가 서로 2단으로 끌어가려고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순간이라도 끌려오면 무고한 희생자가 작렬하는것은 물론입니다.
Azubu Frost는 이 메타를 OGN섬머16강 VS Najin Sword 전에서 선보인 이래, 주력메타로 완성하고 변주해나가면서, 롤드컵에서까지도 꾸준히 선보이며, 실적을 만들어냅니다.  


3. 돌진에어본 [쉬바나+룰루+오리아나]  (Azubu Blaze - MLG섬머아레나)
- 앞서 소개했던 1번의 푸쉬메타와 함께 한국팀의 첫 해외 원정시험무대였던 MLG섬머아레나를 뒤흔들엇던 메타, 그 두번째입니다.
이 당시 한타 최강의 이니시에이터인 말파이트가 롤 전체밴을 당할 기세로 픽이 어려워지자, Blaze는 쉬바나의 돌진에 룰루의 궁을 사용하는 돌진에어본 전술을 만들어 운용합니다. ("말파이트따위 없어도 괜찮아. 만들어쓰면되지."라는 이름으로  동영상까지 만들어지게 되죠.)
더구나 바로 다음 경기에서는 한술 더떠 거기에 오리아나의 충격파를 더해서 쉬바나+룰루+오리아나라는 돌진2단에어본 메타로까지 업그레이드 되게 됩니다. 더 나중에는 그 돌진하는 쉬바나에 쉔궁을 얹어서 에어본당한 적을 단체도발하는 데까지 발전합니다.
이후 전세계에 걸쳐 많은 팀들이 돌진챔프에 오리아나의 공을 머리에 달고 들어가면서, 돌진에어본이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퍼지게 되는것은 아시는 바대로입니다.


4. 완성형 포킹조합 [제이스+럭스+미포+마오카이]  (Azubu Frost - 롤드컵8강)
- 케이틀린, AP코그모 등을 활용한 포킹조합의 역사는 2011년 겨울까지도 거슬러 올라갑니다만, 진정으로 포킹메타가 대세가 된 시점은 바로 제이스의 등장과 재발견 이후입니다.
그리고 Frost 는 롤드컵8강 VS TSM 전에서 기존의 제이스+이즈리얼, 제이스+트페 등으로 꾸려지던 포킹시대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을 선보입니다.
포킹의 제왕 제이스에 더해, 미드는 아테나 쿨감의 럭스, 원딜은 원샷투킬과 광역난사의 미스포츈이라는 3라인 명실공히 최강의 "포킹 3인방"을 조합해 상대와 끝끝내 한타를 해주지 않고서도 게임을 승리로 가져온 것이죠.
특히 이 메타의 화룡점정은 의외로 마오카이인데, 제이스+럭스+미포의 포킹스킬거리가 모두 자신의 시야보다 압도적으로 길기때문에, 마오카이가 산삼을 통해 지속적으로 원거리 시야를 확보해주는 것이 긴요하기 때문입니다.
제이스, 럭스, 미포가 시즈탱크라면 마오카이가 컴샛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상대가 포킹을 견디다못해 점멸로 돌진해올때는 마오카이가 궁을 깔고 데미지를 최소화하며 거리를 벌리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포킹조합의 꿈이 "한타를 가능한 하지않고 타워를 밀어 이긴다"는 것이라면 이에 완벽히 부응하는 조합인 것이죠.


5. 대쉬 메타 [다이아나+말파이트+녹턴+알리]  (Azubu Frost - OGN섬머4강)
- 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중의 하나인 돌진조합 - 대쉬메타입니다. 특히 지난 몇달간 전세계적 대세로 여겨졌던 포킹메타를 부수는 최적의 조합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습니다.
탑에는 말파대신 이렐,잭스 등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포킹조합의 핵이 제이스인것처럼, 대쉬메타의 핵심은 바로 다이아나입니다. 다이아나는 기존의 진입형 미드인 아리, 카타리나, 아칼리, 탈론 등과는 차원이 다른 돌진력과 순간탱킹력, 광역 CC기를 보유하여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극대화시킨 미드이기 때문입니다.
OGN섬머4강 최종5차전 블라인드픽에서 Azubu Frost 가 "어? 샤이가 말파도 함? 응?? 클템 녹턴한적있음??" 이라는 팬들의 염려와 "근데 이 조합이면 딜이 안나올텐데요..."라며 말을 흐리던 김동준 해설의 걱정을 가볍게 일축하며 최초로 선보였던 메타입니다.
이때 이 다중돌진에 못견디고 잭선장의 시비르가 어쩔수없이 밴쉬의 장막을 가는등, 피눈물을 흘렸던 Azubu Blaze 가 추후 이 메타를 더욱 다듬어 MLG가을대회와 IPL국대선발전에서 주력조합으로 완성해내게 됩니다.


6. 다중속박조합 (안티대쉬메타) [럭스+자이라]  (Azubu Frost - OGN윈터12강)
- Blaze 로부터 - 안티포킹메타인 - 대쉬메타가 완성된 지금, 그럼 포킹조합은 사장되는 것일까요? 안티대쉬메타는 정녕 없을까요? 그에 대한 대답은 역시 형제팀인 Frost 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돌진조합의 유일한 약점은 필연적으로 한타에서 일점으로 모이기 쉬워진다는 겁니다. 이를 역이용해 럭스와 자이라의 다중속박으로 돌진하는 적들의 돌진력을 약화시키는것이 핵심컨셉입니다.
럭스와 자이라는 단일속박인 라이즈, 모르가나와 달리 대상 여럿의 발을 동시에 묶을 수 있습니다. 여럿이 동시에 돌진해 거리를 좁히는 대쉬메타를 상대로 달랑 하나 정도 묶어서는 그 위력이 크게 반감되지 않겠지만, 동시에 여럿을 묶어낼 수 있다면 거리를 벌리면서 충분히 반격을 가할 수 있게 되죠.
대쉬메타 무적논리가 대두되던 OGN윈터시즌에 Frost 가 제이스+럭스라는 포킹조합을 선택한후, 상대의 이렐+녹턴이라는 돌진조합을 이 럭스+자이라의 다중속박메타로 무난히 대처해내고, 안티돌진조합의 단초를 제시하며 승리를 가져온 바 있습니다.


7. 한타진형파괴조합 [올라프+초가스]  (Azubu Blaze - MLG폴)
- 대쉬메타와 함께 Azubu Blaze의 MLG 2연속우승을 가능하게 했던 메타입니다. Blaze 래퍼드 선수의 빈자리를 메우러 참전했던 Frost 샤이선수의 올라프가 대회 MVP급 활약을 보이면서 명성을 드높였던 계기이기도 하지요.  
이 충격으로 그당시 Blaze와 연전을 펼치던 Najin Sword, Najin Shield 의 형제팀으로부터 "8게임 연속 올라프 초가스밴"을 이끌어내기도 했던 기념비적인 조합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모두가 한 점에 모이기 쉬운 대쉬메타의 양상과는 정반대로 이 조합으로 한타를 하게되면 한타의 영역이 길어지고 커집니다.
그래서 상대는 한타에서 효과적인 딜포커싱을 할 수가 없고, 한눈에 한타의 견적을 내기가 힘들게되며, 급기야 "눈앞의 상대를 그저 치는것"외에는 별다른 연계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됩니다.
한타에서 되도록이면 상대가 모이길 기다리는 말파이트와 오리아나, 상대의 CC기 갯수를 세며 광역궁진입을 기다리는 카타리나, 여러명의 적위에서 부패로 비비면서 죽을 자리를 잡는 카서스, 크레센도가 반드시 3-4명 이상을 맞추길 바라는 소나 등 광역한타에 폭발적인 위력을 보이는 픽들을 상대로 특히 더 효과적인 메타라고 하겠습니다.


8. 전원 백도어 [니달리+녹턴+트페+이즈리얼]  (Najin Shield - OGN섬머16강)
- 탑니달리, 미드트페, 원딜이즈리얼, 정글녹턴은 각자 자기포지션에서 최상급의 라인푸쉬력 + 타워철거력을 가진 챔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더구나 벽으로 막힌 곳을 넘어다닐 수도 있고, 이동력을 늘릴 수 있는 스킬들을 가지고 있어서 백도어시에 끊길 위험도 크게 상쇄시킬 수 있습니다.
Najin Shield가 OGN섬머16강 VS Blaze전에서 사용했던 이 메타는 "한타는 절대 해주지 않고 라인전이후에 철저하게 백도어만 한다" 라는걸 목적으로 삼아 중반까지는 꽤 유력한 흐름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경기에서 결국 졌던 것은 쉔, 그브, 아리, 쉬바나, 룰루라는 Blaze의 베스트픽이자 당시의 OP픽을 모조리 내준것이 전략상의 실패였던 것이죠. (물론 그 정신없는 장기전에서도 얼심 오라까지 읽어내며 역함정의 시나리오를 짜는 전략가가 세상에 있다는걸 간과한것도 크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술은 이후 형제팀인 Najin Sword 가 이어받아서 사용하기도 했으며, 여전히 쏠쏠하게 유효한 메타중의 하나입니다.


9. 3텔포 초반철거 조합 [리신+케이틀린+트페]  (Startale - OGN섬머16강)
- "아아. 유통기한챔프가 팀에 가득해..." 라는 조합으로 초반의 빠른 승리를 노리는 메타는 이전에도 종종 등장한 적이 있었지만, OGN섬머에서 Startale이 보여줬던 이 전술은, 가히 그러한 메타의 정점에 서 있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챔프의 조합보다도 더욱 중요했던 것은, 원딜인 케이틀린조차도 텔레포트를 드는등 '3텔포+1트페궁'이라는 신출귀몰한 라인이동으로, 국지전에서 계속 우월한 인원수를 유지하고, 상대의 수비가 허술한 타워를 빨리빨리 밀어내는 기반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넥서스를 부수는 그 순간까지도 절대 긴장을 놓을 수 없을만큼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경기이기도 했습니다만, 전력상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특화된 전술전략을 만들고 사용해, 상대에게 성장할 시간을 주지않고 전황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팬들의 성원을 크게 받은바 있습니다.


10. 초패스트 드래곤 [문도+쉬바나+잔나]  (Azubu Frost - OGN스프링8강)
- 소환사의 협곡에 드래곤은 2분 30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럼 그 용을 2분 30초에 딱 기다리고 있다가 잡아버리면 좋을것 같지 말입니다?
Frost 가 OGN스프링8강 VS Najin Shield 전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롤클라시코라고 불렸던 경기지요.)
또한 아마도 이것이 국내팀이 처음으로 세계롤계에 당당히 선보였던 "국산 뉴메타 1호"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정글문도, 탑쉬바나라는 튼튼한 몸을 가진 두 챔프와 함께 첫블루를 잔나에게 주고 쿨타임을 줄여서, 용을 잡는동안 잔나가 두번 쉴드를 칠 수 있게 하는 이 1렙용 공략전술은, 처음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상못한 충격을 줬을겁니다.
이 메타는 윈터시즌까지 이어져, 최근의 OGN윈터12강 Frost의 경기에서는 첫블루를 텔포잭스에게 주고 두번의 회피탱킹를 통해 2분에 용을 공략하려는 시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11. 초패스트 바론 [잭스+카서스]  (Azubu Frost - OGN섬머8강)
- 앞서 소개했듯이 패스트 드래곤을 연구하는 팀이, 패스트 바론 역시 연구하지 않을리가 없잖아요?
그러자면 준비물이 필요하죠. 바론같은 피많은 단일대상에게 만렙이전에도 가장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챔프...그 해답은 바로 단일대상 딱콩파워의 카서스와 광속의 철거왕 잭스였습니다.
Frost는 OGN섬머8강 VS CLG NA전에서 이 두 챔피언을 골라 초중반 1차타워 라인전이 채 끝날까 말까, 두번째 드래곤을 잡을까 말까하는 단계인, 미처 20분도 채 되지않은 시점에 잭스, 카서스 2인만으로 기습바론을 성공시킵니다. (정글러 마오카이가 마지막에 합류해 강타로 막타)
몰래바론이 은근히 장기라는 상대 CLG NA로서도 차마 상상하지 못했을 시간에 말이죠.
Frost 는 이외에도 3인/4인 몰래바론전술의 다양함으로 유명한 팀이지만, 특히 이 패스트 바론이 가장 주목할만한 몰래바론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 안될것 같은 시간대의 허를 노려 잡아냈으니까요.


12. 트페AP원딜  (Team OP - OGN섬머8강)
-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미드 AP챔으로 쓰이면서도, 기본적으로 평타모션이 좋고, 스킬을 찍음에따라 평타공속이 올라가며, 평타에 추뎀이나 스턴을 섞어 강화할 수 있는 등 타포지션으로의 전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렇기에 NLB에서는 트페정글 등이 등장한 적도 있었고, 잭선장의 스크림 등을 보다보면 유령무희 AD트페원딜 등도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니까요.
Team OP (당시 제닉스 스톰) 이 OGN섬머8강 VS Blaze전에서 보여준 트페AP원딜은 그런 의미에서 AP원딜조합의 가능성을 연 시도 였다고 하겠습니다.
비록 정글이 말리면서 경기를 지긴 했지만, 중반까지는 미드 르블랑과 함께 제법 까칠함을 보이기도 했고, 정형화된 EU스타일을 타파하는 시도로서 팬들도 즐거워 했지요.


13. 케넨AP원딜  (Azubu Frost - IPL국대선발전)
- Azubu Frost는 케넨과 인연이 깊은 팀입니다. '2도란검 -> AP템으로 변신' 이라는 탑케넨의 완성형 템트리를 만들어 세계에 보급하기도 했었을 정도니까요.
탑코르키, 탑이즈리얼 등의 공식전사례를 생각해보면 탑과 봇원딜은 의외로 꽤 호환이 가능한 자리입니다.
코르키, 이즈리얼이 탑으로 갈 수 있다면, 케넨이 봇원딜로 가는것도 한번 생각해봄직 하지요. 특히 원딜유저가 케넨활용에 대한 이해력이 아주 높다면 더욱 더요.
Frost의 케넨AP원딜 조합의 공식전은 이제 막 2회이고 전적은 1승 1패를 기록중입니다. 이제 막 시작이라는 느낌이지만, 향후 룬세팅이나 템트리가 더 완비된다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4. 봇듀오 더블AP [애니+브랜드 봇듀오]  (Azubu Frost - OGN윈터12강)  
- OGN윈터시즌에서 '픽밴의 거장' 김동준 해설을 누구보다도 당황시킨 픽이었습니다.
지금 찬찬히 다시 듣고 있으려니 그 황망함이 한층 더 깊게 느껴지는군요. ("이게 뭡니까? 제이스는 어디로 가죠? 브랜드는 또 어디로 갑니까? 어? 애니! 여기에 애니라구요?! 애니요?")
이 메타가 특히 위에서 소개한 다른 AP원딜메타들과도 한층 더 구분되는 점은 서폿인 브랜드가 애시당초 서폿의 역할은 1그램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CS막타를 같이먹고, 맞딜템을 가면서, 라인체인지를 거듭하며 순간폭딜을 뿜어냈으니까요.
결국 경기가 초후반이 되면서 AD원딜의 파괴력이 없다는 약점에 밀리긴 했지만 애니+브랜드의 더블라인은 롤 전체 공식전을 따져봐도 가장 EU스타일을 파괴하는 픽중에 하나였습니다. (더구나 그와중에 미드까지 제이스였던 점...)
롤이 아직도 무궁무진한 메타가 나올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준 시도였습니다.


15. 제이스 탑/서폿 이지선다  (Azubu Blaze - 배틀로얄)
- 선수의 챔피언폭이 넓다는 것을 가장 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는 바로 '카운터픽밴전술'입니다. 선픽으로 상대의 카운터픽을 유도한후, 나중에 다시 또다른 맞대응픽으로 스왑해 버리는 것이죠. 특히 쉽게 상상하기 힘든 라인으로 챔피언을 보내버리면 상대는 그 전술에 당황만 하다가 게임이 끝나버리곤 합니다.
배틀로얄 VS IG전에서 Blaze 가 선보인 제이스 서폿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 이 게임에서 제이스는 첫템으로 골템이나 서폿템이 아닌 딜템 '야만의 몽둥이'를 선택할 정도였으니 엄밀한 의미에서는 봇파괴조합으로 봐야할겁니다. (그리고 이 '서폿제이스'는 후반에 IG의 '원딜이즈리얼'을 1 VS 1로 잡아내버립니다.)
그 결과 Blaze가 IG를 상대로 3:0의 승리를 거두는 동안, 이 메타가 쓰였던 세트가 가장 완벽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의 압승을 거두게 되죠.


16. 럭스 미드/서폿 이지선다  (Azubu Frost - OGN섬머, 롤드컵)
- 또다른 이지선다입니다. 빠른별 선수가 OGN섬머에서 처음으로 럭스를 꺼내 들었을때만해도 "대회에서 럭스레기? 미치셨나"로 반응하던 팬들은, 이제 빠른별이 세계에서 둘셋도 없는 럭스권위자라는데 별 이의를 달지 않게 되었습니다. 큰경기에서 럭스로 그만큼 캐리하는 미드...를 넘어서 애초에 아예 럭스를 꺼내는 미드조차 전세계에서도 아주 드문 실정이니까요.
하지만 Frost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럭스를 선픽한후 서폿이 럭스를 스왑해가며 다른 대응픽 미드로 카운터를 치는 깜짝스왑으로 한번더 팬들을 열광시키곤 해왔습니다.
서폿럭스가 상대 챔프를 묶은후 이즈리얼궁 + 럭스궁의 더블 크로스 레이저로 순식간에 묶인 적을 녹여내는 장면은 대회 최고의 명장면 중의 하나로 깊은 인상을 주기도 했지요.
"럭스미드조차 보기 귀한데, 저팀은 더구나 그게 서폿으로 갈지도 몰라..."라는건 상대하는 적에게는 깊은 한숨과 흰머리만 더해줄 일이겠지요.  


17. 자이라 미드/서폿 이지선다 (Azubu Frost - OGN섬머4강)
- OGN섬머4강 Frost VS Blaze간의 형제대결, 통칭 "얼음과 불의 노래"라고 일컬어지곤하는 그 매치업에서 신챔프 자이라가 롤챔스 최초로 픽되었을때 팬들은 과연 '신미드챔 자이라'가 어떤 위력을 보여줄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함성으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Frost의 매드라이프 선수는 그 기대를 한발 더 뛰어넘어 자이라의 공식 첫 데뷔전을 서폿으로 치러내는 메타를 보여줍니다.
스크림을 통해 자이라의 신세대 서폿으로서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실전에 즉시 적용한 사례지요.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자이라는 전세계적으로도 기존의 그 어느 서폿보다도 사랑받고 유행하는 서폿챔이 되었습니다. 알리/잔나의 시대가 가고, 소나/블리츠의 시대를 거쳐, 이제 바야흐로 자이라/룰루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을만큼요.  


18. 블라디 탑/미드 이지선다 (Azubu Frost - 롤드컵4강)
- 블라디는 롤의 두 곳의 솔로라인, 즉 탑과 미드 어디에서나 가장 안정적인 힘을 발휘할 여력이 있는 챔프입니다. 그래서 픽밴에서도 가장 유력한 함정카드로 쓰일 수 있죠.
물론 탑자르반도 미드에 설 수 있고, 탑리신도 미드에 설 수 있으며, 탑케넨도 미드에 설 수 있습니다만, 그중에도 블라디는 각별하다고 할 정도로 탑과 미드 양쪽에서 모두 픽률이 높고, 전체적인 조합을 짜기도 좋은 챔프니까요.
Frost는 롤드컵4강 VS CLG EU전에서 이러한 강점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블라디를 픽해 탑블라디인척 상대의 탑리븐을 유도하고, 마지막픽에 가서야 블라디를 미드로 전환한후, 탑신지드를 픽해 상대를 멘붕에 몰아넣는 완벽한 카운터픽밴전술로 찬사와 승리를 받아냈지요.
단지 일 개인의 챔피언폭 뿐만이 아니라, 팀전체의 챔피언폭이 넓고, 그것이 비로소 하나의 전술로 자리잡았을때, 그것이 전략적으로 얼만큼 유리한가를 극적으로 보여준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19. 1렙 탑레드+레드인베 [잭스/이렐]  (Azubu Frost - OGN윈터12강)
- 1렙에 탑솔로가 굳이 점화까지 써가면서, 굳이 포션도 다 써가면서, 굳이 라인에도 늦게 합류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아군레드를 솔로잉으로 먹어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이 메타에 대한 분석을 하려면 우선 소거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 이 전술의 시작은 "탑을 제외한 4인은 1렙 적레드 인베를 간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탑은 시작템으로 신발+3포션이 아니라 신발+1포+1와드를 사고 상대의 맞인베이드를 와드시야로 방지하며 혼자 아군레드를 먹습니다.
이러면 결국 맵에 있는 2개의 첫 레드가 모두 사라지게 되죠. 이게 바로 포인트입니다. "내가 먹는게 중요한것이 아니고, 상대에게 먹을 것을 남겨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레드도 없는 저렙정글러가 초반갱을 얼마나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더구나 레드 두개를 다 적에게 뺐겼으니 우리는 블루 두개를 다 가져가겠다는 식으로 함부로 나올 수 있을까요?
결국 기습에 확실히 대처하지 못한 적 정글러는 블루 하나정도 먹고 얌전히 방황하는 길밖에 남지 않습니다. 원래는 아군 레드를 인베로 뺏기면 바로 상대레드로 인베를 가서 뺏어올수 있어야 하지만 이미 맵에는 남은 레드가 없는거죠.
전지적시점으로 시야를 다 보는 관객입장에서는 빈곳, 빈곳으로 골라가면서 즉각적이고 현명한 대처가 가능할것 같지만 부쉬하나를 지날때마다 긴장타는 플레이어를 상대로는 아주 효과적인 초반 무력화 전술이 되는겁니다.  


20. 라인무한스위칭  [트리+트페+룰루] (Azubu Blaze - IEM국대선발전)
- 이제는 웬만한 라인스위칭 정도로는 더이상 팬들은 놀라지 않습니다. 워낙 흔해졌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Blaze 는 또 한번의 신선하고 유쾌한 라인스위칭 메타를 제시했습니다.
통상의 게임에서 라인스위칭이란 "라인을 꾸준히 밀며 타워에 흠집을 내다가 집으로 귀환후 라인을 교체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IEM 국대선발전에서 Blaze가 보여준 라인스위칭은 "10초마다 강을 따라 달려서 라인을 계속 교체하는 무한 라인스위칭"이었습니다.
즉, 롤에서 라인을 가장 빨리밀 수 있다는 트리스타나+룰루+트페가 10초만에 한 웨이브 6마리를 먹으며 라인을 밀어넣고, 강가를 달려서 지속적으로 서로 자리를 교체한 것입니다. 상대는 이 라인클리어속도를 따라가지도 못하면서 이 2:1 무한체인지에 어떻게든 대응하려다가 타워를 다 깨먹었죠.
강가를 따라 이동중인 적을 매복해서 중간에 끊어먹으면 안될까요? 이 메타에서 Blaze의 서폿은 기본신발이후에 단하나의 템도 사지않고 바로 예언자의 영약을 먹는 엽기적인 '초패스트오라클'을 선보이며, 적의 초반시야를 극적으로 차단하는 식으로 그 약점을 보완했습니다.
스킬특성상 쓸데없이 라인을 밀게되어 상대 정글러의 갱에 노출되기쉽다는 트리스타나와 트페의 약점을 거꾸로 장점으로 승화시킨 아주 역동적인 메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정도가 한국섭이 열린 이후 지난 1년간 한국팀들이 공식전에서 선보인 유의미한 뉴메타 20선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대략 20개 정도만 골라 정리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군요.
분명히 더 찾아보면, 반드시 더 있을테지만, 우선 이 정도만으로도 "롤은 이미 나올게 다 나왔어.", "한국롤은 맨날 하던것만 해."에 대한 반론으로 충분히 사용될 수 있을듯 합니다.
한국팀이 만들고, 다듬고, 공식전에서 이미 선보인 메타만해도 이렇게 많은데, 거기에 외국팀이 만들어낸것, 또 현재 국내외 각팀들이 스크림을 통해 만들고 다듬고 있는 비장의 카드들이 속속 더해지면 그 수는 더욱 엄청나지겠지요.
메타를 만든다는 것, 픽밴과 조합을 주도한다는 것, 새로운 전략전술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렇게도 하루가 새롭고, 이렇게도 한시간이 중요한 것입니다.  


게임이 출시된지 어언 3년,
하지만 바로 지금 이시간에도 리그오브레전드 메타의 세계는 살아 움직이는 중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