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벨가르딘 레이드 초기화를 앞두고 몇 자 적어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생각보다는? , 선을 확실히 그어준게 맞긴 한가?

이런 말들이 곧잘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 입장에선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느낌이었음.

익숙해지기 전까진 도무지 적응할 각이 안보였고 머릿속이 뒤죽박죽 섞이다 못해 백지상태가 되버림.

그래도 계속 박으니까 보였음. 

뭐, 계속 박다보면 보이는게 당연하긴 한데...

그 보이는 시점이 이제 옛날보다 늦게 찾아온 것 같음. 


벨가르딘가려고 스펙적인 준비를 나름 열심히 했음. 

근데 스펙이 문제가 아니었음. 

오픈 첫날부터 아크라시아에 살다시피 하면서 밥똥로아로 다져진 나에게 

이번 레이드만큼 씁쓸함을 남긴 레이드가 있었나 싶음.


그냥 어느순간... 늙어버린 나를 마주하게 됐음.


자꾸 죽는 공대원들. 이걸 못해? 이러면서 조용히 추방. 전구갈이에 적극 옹호하면서.

못깨는 사람을 보면서 난 깼다는 그 우월감.

어차피 익숙해질 레이드, 내가 아니꼽게 봤던 그 사람들도 숙련이 되서 밥먹듯이 깨는데

용서할 기회, 남들도 그만큼 한다고 인정할 기회를 주지 않고 

끝까지 인게임 내 차단목록에 있는 사람들도 계속 로아 붙들고 하고 있었던 것인데. 



이제 내가 타인으로부터 그런 취급을 받고 있다는게 확 느껴진 것이

이번 나의 벨가 나메 트라이었음. 


어차피 남들이 내는 비난은 소음에 불과하다, 계속 증명을 하면 된다.

하지만 누구에게 증명할 것인가?

이미 접어버린 사람은 아크라시아에서 죽은 사람과도 같다. 

차단목록에 있는 사람은 어차피 기억에서 나를 지워버린지 오래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남들도 나한테 그렇게 대하고, 기억하지 못하고, 인정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냥

이제 내 차례가 온거다.

pc방 접속시간보상 받으러 pc방을 가서 애새끼들이 내는 갖가지 소음을 참으면서 같은 공간에서 겜하는 것도.

트라이의 낭만. 고생해서 같이 깨고 스샷한번 찍는 그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상을 버리고

효율찾아 스펙업. 공팟보다 더 높게 더 높게. 

숙제도 혼자빼는게 더 빨라. 길드원도 버려. 

이제 혼자가 되버린 채 계속 달리기만 하면서. 

섭종까지 누가 말리지도 않는 무한 궤도의 기차에 올라탄 나. 


뒤돌아보니 내 20대. 30대초반.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데 증명한다고 남들 다 접을때 버티고. 

못한다고 무시받을 때마다 캐릭늘려서 연습량 늘리고 익숙해질 때 쯤이면 새로운 레이드가 나오는.


나의 로스트아크는 소리가 안나는 아우성이었다. 

의미를 부여해줄 사람도, 의미를 퇴색시켜줄 사람도, 

전부 내쳐낸 나의 지난 날들. 




벨가르딘 레이드에서 마침내 그 진실을 마주하게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