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공소청이 출범하게 되고 그 조직도가 9월 4일에 나왔습니다.
차분히 읽어보고 김용민 의원 등의 비판을 정리한 후 제게 든 생각은
단 하나입니다.

이재명과 김민석, 그리고 현재 그 쉴더들(지지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지지자는 옳고 그름을 반드시 가립니다.)은 국민에게 그리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거대한 사기를 쳤습니다.

첫째. 사법통제부
통제의 주체와 통제를 당하는 쪽은 누굽니까?
지방공소청에 사법통제부가 신설됩니다.
하는 일은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전담 검토하는 것입니다.
개정 형소법의 사실관계확인 제도를 써서 불송치 사건을 송치 사건과 같은 수준으로 들여다보고, 부실하거나 위법하다 싶으면 재수사를 요구합니다. 경찰이 보완수사요구나 시정조치요구를 안 따르면 직무배제와 징계요구까지 검토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주체는 공소청이고, 통제의 대상은 경찰입니다.
우리가 지난 수십년간 무엇과 싸웠습니까?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쥔 기관이 아무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그 손에서 수사를 떼어냈습니다.
그런데 수사권을 뺏긴 그 기관이 이제 경찰을 통제하는 부서를 갖습니다.
그 이름까지 통제부입니다.
김용민 의원이 적반하장이라고 한 게 과한 표현입니까?
저는 매우 절제된 표현이라고 봅니다.
쌍욕을 퍼붓지 않은건 공인으로서 동료였던 자들에 대한 예의였을겁니다.
통제받아야 할 쪽이 통제하는 자리에 앉는 걸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물론 명분은 있습니다.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졌으니 사건이 암장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그 명분으로 만드는 게 하필 상설 조직이고, 하필 이름이 통제부입니다.
경찰이 부실수사를 하면 통제할 부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공소청이 부실기소를 하면 통제할 부서는 어디 있습니까?
인혁당도, 강기훈도, 논두렁도 전부 기소하는 쪽에서 나왔습니다.
검찰(공소청은 더 이상 공소청이 아니라 검찰 그대로입니다)에 대한 통제는 어디로 사라졌습니까?

둘째. 이름표 갈이
직접수사를 하던 인지/합동수사 관련 43개 부서가 폐지됩니다.
수사관들이 일하던 수사/조사과 67개 과도 사라집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훌륭합니다.
그런데 그다음 문장이 있습니다.
그것을 중대범죄전담부 29개 부로 탈바꿈시켜 수사기관 협력/지원 역할을 부여한다.
탈바꿈.
좋은 말입니다.
속된말로 옮기면 택갈이입니다.
없앤 게 아닙니다.
그냥 바구니만 옮겨 담은 겁니다.
수사를 하던 조직이 이제 수사를 지원합니다.
무엇이 지원이고 무엇이 개입인지는 누가 정합니까?
지원하겠다며 자료를 요구하고, 협력하겠다며 방향을 제시하고, 그것이 반복되면 그게 지휘입니다.
이름만 바뀔뿐입니다.
수사지휘권은 법으로 폐지했습니다.
그런데 지휘하던 사람들과 지휘하던 조직은 그대로 남아 협력이라는 이름을 달았습니다.
통제권을 가진 무리들의 동료가 단지 협력이라는 양의 탈을 썼습니다.
법전에서 지운 것을 조직도에서 되살렸습니다.
그리고 그 조직도가 나오도록 둔 것이 이 정부입니다.

셋째. 사람이 그대로면 조직도는 종이일 뿐입니다
공소청 정원 8412명입니다. 검사만 2292명입니다.
21.4퍼센트를 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수청으로 넘어가는 1761명을 빼면 실제 감축은 238명입니다.
김용민 의원이 불을 뿜으며 눈속임이라고 한 게 이 대목입니다.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7000명 규모의 기존 수사 인력을 그대로 데리고 갑니다.
기소만 하는 기관에 왜 이만한 인력이 필요합니까.
필요 없다면 왜 남깁니까.
필요하다면 그건 기소만 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검사 출신이 지명됐습니다.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22년 대검 형사부장 시절 직접수사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인물입니다.
검찰에서 수사를 떼어내 새 기관을 만들었는데, 그 기관의 첫 수장이 그 분리에 반대했던 사람입니다.
김용민 의원은 이걸 두 지붕 한 가족이라고 비유했습니다.
두 지붕은 만들었는데 사는 사람이 같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건물 이름이 검찰청에서 공소청으로 바뀝니다.
부서 이름이 수사과에서 중대범죄전담부로 바뀝니다.
수사지휘가 협력/지원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통제받아야 할 기관이 통제부를 갖게 됩니다.
이성윤 의원 말이 정확합니다.
간판만 바꾸는 건 검찰개혁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하는 사람이 누굽니까?
정청래. 추미애. 김용민. 이성윤. 박주민. 그리고 참여연대.
전당대회에서 갈렸던 사람들이 이 사안에서는 한 줄에 서 있습니다.
이들이 지금 하는 말은 검찰개혁의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 하나입니다.

그런나! 단 한 새끼의 목소리가 안 들립니다.
지난 7월, 반명과 분열주의와 신천지의 3자 연합을 깨는 것이 전당대회의 본질이라고 하셨던 분입니다.
그 3자 연합은 8월 31일 합수본 수사 결과 어디에도 없었고, 그에 대한 설명도 아직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조직도에 대해서도 아무 말씀이 없습니다.

입법예고는 9월 9일까지였습니다
오늘입니다.
출범은 10월 2일입니다. 단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이 짧은 기간에 무슨 의견 수렴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 조직도가 그대로 굳으면 우리는 앞으로 몇 십년을 다시 여기서 시작해야 합니다.
아니, 이제 시작조차 불가능할 겁니다.
수십 년을 염원해왔던 일입니다.
그 문턱을 넘어 법을 고치는 데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한 걸음, 조직도를 그리는 자리에서 되돌려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표를 받은 사람들의 정부에서 말입니다.
법은 국회가 만들고 조직도는 부처가 그립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법이 통과됐을 때 축배를 들고, 조직도가 나올 때는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아직도 주장하십니까?
개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더 심한 욕을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양심이 있으면 본인들 주둥이에 본드라도 칠하고 있는 게 최소한의 도리이자 인간성이라고 봅니다.

전 지난 대선에 이재명에게 자신 있게 표를 던졌고,
계엄의 밤에 참여는 못 했지만 주말이면 와이프와 같이 탄핵집회에 참석하곤 했습니다.
이제 그 모든 행위를 후회합니다.
전 철저히 사람을 잘못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