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전설아이템의 유래 - 무법편]의 댓글중 '스마이트씨'의 행방에 관한 코멘트가 있어, 관련된 내용을 한번 찾아봤습니다. 확장팩 대격변이 열리고 스마이트씨의 인게임 데이터가 삭제되어, 아마 사망한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직접 찾아보니 판다리아의 안개에 등장한 희귀 네임드 '요릭 샤프아이'가 스마이트씨와 동일인인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요릭 샤프아이>



판다리아에 있는 흔한 야운골중 하나인줄 알았습니다만.. 자세히보니 야운골로 보기엔 뭔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타우렌과 야운골의 차이가 확연이 나타나는 부분은, 야크와 흡사하게 생긴 야운골의 머리와 얼굴부분인데 이 요릭이란 녀석은 두건으로 얼굴을 푹 눌러써서 가리고 있습니다. 수상합니다




<짠~ 스마이트씨였습니다>



외모만 봐도 확실하지만 앉아있던 자리를 보면 빼도박도 못하는 동일인입니다.
요릭이 등 뒤에 매고있는 망치데피아즈단 시절 사용하던 무기와 룩이 완벽하게 동일하며, 






플레이어와 전투에 돌입했을때 외치는 음성 역시 같습니다. 요릭의 주위엔 해적을 연상시키는 보물상자와 조그마한 선박 미니어처도 있습니다. 결정적인건 그가 드랍하는 장난감. [스마이트씨의 놋쇠 나침반] 입니다.







아마 스마이트씨는 애드윈이 패한 뒤, 데피아즈단을 나와 머나먼 판다리아에서 요릭 샤프아이로서의 삶을 살았던 걸로 보입니다. '요릭 샤프아이'가 가명인지, 아님 요릭이 본명이고 '스마이트'가 그의 pirate name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건 연못에 잔잔히 떠있는 배 모형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놋쇠 나침반은, 그가 해적을 접었어도 바다에 아직 미련이 남아 있다는걸 의미합니다. 




<잔잔한 연못 위 돛단배 한척>



전편에서 간단히 설명했지만 스마이트씨는 과거 데피아즈단의 일원으로 대운하를 통해 스톰윈드에 침입하기 위한 선박의 일등항해사 직책을 맡았습니다. 일등항해사(first-mate)는 선박 내의 선원들을 지휘, 질서와 규율의 유지하며 안전관리 직무를 수행하는 직책입니다. 배의 운행은 선장인 그린스킨이 했지만, 실질적은 총괄은 스마이트씨가 했던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오리지널 '죽음의 폐광'에선 모험가들이 동굴을 뚫고 선박으로 다가가자, 대포로 위협사격을 하고, 선박 호위를 위해 선원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는 스마이트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상 그는 포탄세례를 뚫고온 모험가들을 칼로 응수. 힘에 밀리자 그의 종족스킬 '발구르기'로 전황을 늦추고 무기를 바꿔 최대한 배를 지키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는 모험가들에게 쓰러지기 직전까지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였습니다.





<바네사의 과거 회상 중>



오리지널 폐광의 던전 도감이 없는 지금 시점에선 스마이트씨가 데피아즈단에 입단하게 된 연유를 알 수 없습니다. 데피아즈단 대다수는 스톰윈드의 귀족층에게 권리를 빼앗긴 과거 석공조합원들이지만 단순히 비지니스 관계로 벤 클리프와 계약한 용병들도 많았습니다. 돈으로 엮인 고블린이나, 자신의 기술력을 시험하기 위해 손을 잡은 '길니드' 같은 단원이 그 예입니다.


물론 게임상 데피아즈단이 명백한 악(樂)으로 묘사되었고, 당초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위한 초심을 잃고 서부 몰락지대 주민들에게 몹쓸짓을 한것도 맞습니다. 고로 명백히 데피아즈단에 속해있었던 스마이트씨도 책임을 면피할 수 없겠습니다만...


찜찜한건, 해적질을 접은 그는 "요릭 샤프아이"로서 한적한 영원골 골짜기의 구석진 곳에서 덩치에 걸맞지 않은 다소곳한 모습으로 우두커니 앉아있었을 뿐이였습니다. 과거를 잊고 은거한 '비선공 npc'인 그가 모험가들에게 두번씩이나 죽어야 하는 이유는, 역시 과거의 굴레이자 업보 때문인 걸까요? 조금 싱숭맹숭한 기분이 듭니다.





<판다리아의 금빛 경관을 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담으로 '요릭 샤프아이' 라는 이름은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에서 따왔을 거란 의견이 있습니다. 작중 해적에게 포로로 잡힌 햄릿이 친구이자 궁정 광대였던 요릭의 해골을 손에 쥐고 과거를 추억하며 슬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불성 검은사원의 정상에서 일리단이 굴단의 해골을 손에 쥐는 연출도 이를 모티브하였습니다)

과거 전성기 '스마이트씨'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전리품과, 한 손에 쥐어지는 놋쇠 나침반을 보면 그럴듯 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