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서는 누구도 막지 못하는 막강한 괴물들이 영웅에게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영웅이 힘이 그 괴물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이어서가 아니라 지혜와 재치, 그리고 운과 기회에 의한 것이 많습니다. 괴물은 말 그대로 괴물이고, 막강한 힘을 지닌 존재니까요. 아무리 강력한 존재라도 무적이 아닌 이상 약점이 존재하며 머리나 심장을 꿰뚫으면 죽기 때문에, 혹은 다른 약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롬이 만노로스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그롬이 만노로스 보다 강했기 때문이 아닌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실바나스도 매우 강력한 전투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뒤에서 날린 총알 한방에 죽어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듯이, 이는 모든 인간형 영웅들의 공통점입니다. 주술사로서 거의 정점에 이른 스랄이나, 필멸자 최강이라 불리는 말퓨리온도 마찬가지지요. 그러한 한계점이 있음에도 한방 한방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공격들을 피해가면서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괴물들을 사냥하는 것이지요.

플레이어들의 강인함은 어지간한 NPC들보다는 강하지만, 스랄이나 말퓨리온 급 보다는 아래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렉사르나 로칸, 첸 등의 영웅들과 비슷한 정도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닉시아를 잡았던 주인공이 바리안 파티로 바뀌었듯이 만약 워크래프트 이야기가 다른 시리즈로 이어진다면 다 다른 인물들로 교체될 것이고, 현재 플레이어들은 적어도 교체된 그 인물들 정도의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죠. 10인이니 25인이니 하는 것은 게임 시스템 상으로 꾸며진 것이기 때문에 그 숫자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냥 영웅 대여섯과 호드나 얼라이언스 혹은 다른 세력(평판 세력) 정예병들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고, 아니면 수백 혹은 수천 이상으로 이루어진 군대였다고도 할 수도 있으니까요. 게임으로서의 구성상 인원이 그렇게 정해진 것이죠.

플레이어들은 매우 중요한 임무를 많이 담당하고, 많은 신임을 얻고 있으며, 아제로스 최고의 용사들이라는 지칭을 듣는 것을 생각할 때 그 세력 내에서 수장급을 제외하면 플레이어만한 인재가 없다고 봐야합니다. 직업 상급자 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편의상의 시스템일 뿐, 플레이어만한 능력자는 없는거죠. 그렇다고 필멸자를 초월한 듯한 힘을 지닌 것은 아닌, 말하자면 일반적인 필멸자로서 가장 강력한 축에 드는 정도랄까요. 나즈그림 같은 같은 필멸자가 레이드보스로 나오기도 하지만 이 역시 게임 구성상 그렇게 된 것이지 실제로는 나즈그림이 지휘하는 코르크론 전체와의 싸움으로 봐야합니다.

반면 굳이 반신이나 그 이상급을 들먹이지 않아도, 그보다 훨씬 못한 괴물들도 힘에 관해서는 플레이어를 훨씬 상회하는 존재들일 것입니다. 단지 플레이어에 비해서 멍청하거나, 교만하거나, 약점이 있거나, 느리거나, 약해져 있거나, 다른데 정신이 팔려있거나 하는 등등의 이유로 엄청나게 노련하고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 플레이어에게 발리는 것이죠. 또한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는 장비들 역시 오랜 전쟁으로 강력한 존재들이 남긴 유해나 장비들을 그대로 쓰거나 혹은 재가공해서 만든 것인 만큼 필멸자로서의 능력을 훨씬 강력하게 증폭시켜주고 있을 것입닏. 그리고 이러한 정도로는 커버가 안될 만큼 강력한 존재들과 싸울때는 언제나 플레이어들은 지원을 받습니다. 아이템이던, 마법이던, 응원군이던간에 말이죠.

이전에 리치왕과 위상의 싸움으로 달아오른 적이 있었는데, 리치왕은 검술은 수준급이지만 검술만으로 필멸자를 능가하는 능력을 지닌 정도는 아니고 그 힘의 중요성은 무한에 가까운 정신력에 기반한 강령술입니다. 플레이어 직업군중에서 가장 비슷한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암흑 사제죠. (리치왕이 암사라는 얘긴 아닙니다) 위상들 역시 막강한 것은 그 역할에 따라 부여된 권능들이며 몸뚱아리는 그냥 크고 강력한 용입니다. 누가 더 힘의 크기가 강한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힘들을 어느정도로 전투력으로 돌릴 수 있는지에 따라서 리치왕 VS 위상 이라는 시나리오를 작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는 판단할만한 근거가 매우 부족하므로 싸워봐야 무의미한 주제입니다. 알 수 있는건 둘 다 플레이어를 포함한 필멸자들은 아무리 재주를 부려도 가볍게 씹어먹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 뿐이죠.

그리고 어느 분 말마따나, 위상이 리치왕의 방어력을 상회하는 브레스를 정통으로 먹이거나, 리치왕이 서리한으로 위상 머리나 가슴팍에 서리한 꽂아 넣으면 전투는 끝이 날 것입니다. 설사 리치왕이 더 약하다 하더라도 리치왕이 이길 수도 있죠. 힘의 크기는 둘 다 넘사벽이라 비교 판단할 자료가 부족하고, 전투는 그 때 그 때 다른 것이므로 정말 무의미한 논쟁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