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정보
개 키우는 30대 딩크부부.
남편이 게임하고 싶다고 인상쓰다가 어제 싸우고 아내에게 쓰는 편지.(를 가장한 넋두리)
결혼을 고민하는 미혼남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ㅎ


아내 ㅎㅇ
며칠 게임 안 시켜준다고 인상쓰다가 어제 와장창 깨진 남편이다.
실은 나는 아직도 내가 맞다고 생각해.
지난 5일 중에 하루라도 (체감상) 마음껏 게임을 했다면 나는 어제 성질 안 났을거야^^
평소 설거지, 개산책, 청소, 너랑 놀아주기, 마트가주기 다 끝나면 슬슬 눈치보다가 게임 허락받고 했잖아?
요 며칠간은 뭐가 문제였지?
왜 게임 구걸하는 것이 비굴하게 느껴지도록 해?

심심하다 그래서 게임 안 하고 놀아주기도 했잖아?
너가 뭐하고 싶은지 너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러면서 뭐하자하면 왜 귀찮아 해? 도랏어?
나는 명백히 게임이 존나 하고 싶은 사람인데, 너를 위해 기꺼이 같이 심심해졌잖아.
오케이. 여기까진 그럴 수 있어. 사랑하는 아내가 이유없이 토라질 수 있지.

그런데 게임 허락받는 것이 좆같이 느껴지도록 만들어버리는 건 문제가 있어.
걍 몇시간 편하게 겜 시켜주면, 왠만한 투정 너끈히 받아내줄 수 있는데 왜 그걸 안 지켜주는거야.
할 일 다 하고 왔잖아. 근데 왜 시간 '질질끌어서' 밤 10시 되서야 게임 시켜주는데.
쐐기 1판이라도 돌아야지하고 컴 키는데 갑자기 왜 개산책부터 하라는데?
개산책해야되는거 알고 있고 겜다하고 밤중에라도 개산책 다 나갔잖아. 게임이 존나 하고 싶으니까 개산책은 게임 뒤로 미루겠다는데 왜 내 스케쥴에 참견이야.
오케이. 개산책 끝내고 게임하려는데 왜 샤워를 먼저 하라는데? 게임하고 씻어도 되잖아. 너도 내키지 않으면 안 씻고 담날출근하잖아.
샤워하고 앉으니 11시. 쐐기 한판 돌고 나니 늦었으니까 자자네. 도랏어?

최근에 이런일이 반복됐지.
뭐하고 싶은지는 왜 자꾸 물어. 당연히 게임이지.
최대한 너랑 놀아주려고 너랑 놀고싶다하는거 알잖아?
레이드 3~4시간 걸리고 파티 구하는것도 시간걸리는거 알잖아.
왜 하는 것도 없이 시간 질질 끌다가 빠듯하게 게임 시켜주는데?
담날 출근 영향주면서까지 레이드하고 싶지는 않아서 주말 레이드는 포기했다.

월요일에는 진짜 이해가 안되네.
저녁먹고 딩굴대면서 혼자 유튜브 보길래 8시쯤 파티구하려고 하니까 왜 굳이 오라는데?
내 표정 안 좋아보이는 거 알면 게임하게 냅두면 되지 왜 굳이 오라해서 시간 보내게 하냐고.
그러면서 9시 되니까 레이드가고 얼굴 풀라고? 님장난?
아 님 장난?
어제는 내가 개빡돌아서 레이드 안갔지. 그리고 이씨발롬의 게임 더러워서 안한다고 결심했음 ^^
너가 저놈의 컴퓨터 부셔버린다고 위협했으면 즉시 내가 망치로 메인보드글카 눈앞에서 개박살낼거라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말은 안하데?

내가 왜 표정이 안 좋은지 알고 있었잖아 왜 자꾸 쳐 묻는거야.
하, 하루 2시간 정도만 게임해도 왠만한 지랄맞은 일도 웃어넘길 수 있다고.

이쒸발 이렇게 할말이 많은데 니가 성질내니까 미안해하고 말았지?
취미 때문에 결혼생활을 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미안해라고 꼬리내린거야. 알아줬으면 해.
내가 게임을 눈치보고 허락받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야.

그깟 게임이 가정생활보다 중요하냐고?
쒸발 이게 말이야 방구야.
개씨발.
가정 생활이 중요하니까 내가 싸움 길게 안가고 항복하는거야.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게임에 '그깟'이라는 수식어는 붙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게 있으니까 참는거고, 그게 가정이야 ㅇㅋ?
나락도 톨가도 쐐기도 레이드도 투기장도 너무 재밌어. 그렇게 애착붙이고 재미있어 하는걸 봤으면서 잘도 '그깟'이라 표현하네.
집에서 좀 더 자유롭게 게임하려고 나락톨가도 직장에서(자영업 함) 미리 돌아놓잖아.
이 반복이 그렇게 재밌을 정도로 게임이 재밌는거야.

아니나 다를까 생리 중.
싸움이 났다하면 항상 니 생리랑 겹치는데, 이거 우연이야?
나는 눈치채고 조심하는데 너도 조심하고 있는거겠지?
내가 와우 클래식도 재미가 없어져서 접은게 아니야.
화심갈때마다 너가 지랄하기 시작해서 빡접한거야^^
체했으면 따뜻하게 잠깐 누워있으면 되지, 내가 손따줄 떄까지 불꺼진 거실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서 2시간 기다리는게 그게 무슨 짓이야;
ㅎ 이때도 생리였지.

난 우리 생활에 만족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해.
게임을 무척 좋아하지만 게임 때문에 가정을 날려먹을 건 아니라고 생각해.
동시에 내 유일한 취미도 존중받아야하지 않을까?
항상 나보고 가장이라면서 흔한 가장의 책무를 당연하다는 듯이 표현하는데, 취미를 눈치보면서 허락받는 게 가장이야?

맞아, 내가 요며칠 개한테도 퉁명하게 대했어 ㅇㅇ
이럴려고 개를 데려 왔냐고?
확실히하자. 개는 니가 데려오고 싶어했고, 나는 개를 키우는게 부담스러웠지만 너가 원해서 키우는데 동참한거야.
마지막까지 이게 맞나 하면서.
개똥오줌청소와 개산책이 내 할일이 된 것은 문제삼지 않을게.

결혼전에 솔로로 직장생활할 때 나는 내가 황금기라고 느꼈어.
정서적 불안정이 때때로 엄습했지만 대체로 나는 행복했어.
지금도 행복하긴 한데, 그 황금기보다 존나 좋다?는 모르겠어.
객관적, 주관적으로 우리 부부 정도면 ㅍㅅㅌㅊ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내가 '미안해'라 하지 않고 싸움에 물러서지 않을 때가 올 수도 있거든?
그때는 너가 좀 물러서줬으면 해. 이혼 각오하고 따지는 것일 거거든.

누누히 말하지만, 하루 0~3시간 정도 게임시간 보장해주면 아~~~~무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