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같이 와우를 했던 부부예요

 

와우 오리지널 클래식이 나오고 제가 먼저 시작했고

제가 하는걸 보고 남편이 같이 하게 됐어요

 

제가 원래 게임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 남편이 그게 좋다고 했었어요

콘솔게임만 많이 한다고 했던 사람이고

결혼하면서도 플스 새로 사서 같이 게임하는거에 관심을 갖고 공통의 관심사가 될 수 있으니 저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었구요

 

같이 온라인게임을 한 건 8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고

와우 이전에는 남편이 2년 정도 핸드폰 게임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도 결국 문제가 됐던게..

그 게임이 인생 유일한 낙이자 흥미라고 말하며

항상 핸드폰 게임을 돌리고

무과금으로 과금혜택을 얻기 위해 의무적으로 끝없이 돌려야하는 루틴들을 40~1시간 마다 매일매일 그렇게 2년 정도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같이 관심을 가져주고 그 게임에 대해 같이 얘기할 수 있게 저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어요

운전하다가도 루틴 돌려야 해서 저보고 대신 해달라고 하면 대신 해주고..

뭐하다가도 저거 돌려야 하는 시간만 되면 하고

저희 부모님 만나서도 돌리고..

그게 자기 유일한 취미이자 흥미라고 하니까..

 

1년하고 몇 달을 저렇게 하니 맨날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고 그게 다툼의 원인이 되어 종종 싸우고..

저보고 너도 핸드폰 많이 보고 할거 다 하고 그러지 않냐고 말하던데

그럼 같이 있는 남편이 저럴 때 저도 당연히 뭔가를 볼 수 밖에 없지 않나요

그렇게 저 핸드폰 게임 때문에 몇 번 싸우고

그러던 와중에 저 게임은 점점 시들해지고 그러면서 본인이 안하더라구요


게임으로 싸우니까..그럼 내가 안하면 될거아냐! 라며 안했는데

그때는 몰랐어요

게임만 바뀌고 계속 반복될거라는걸..

 

그 시기가 와우 오리지널 클래식이랑 거의 맞물렸어요

 

와우 오리지널 클래식이 나오고 조금 하다가 현생이 바쁘다보니 치열하게는 못해서 몇 달 하다 안하고

 

그러다 몇 달 뒤에 다시 하다 안하다를 반복

 

이제 불타는 성전이 나오면서 다시 문제가 생겼어요

 

남편은 별다른 취미 생활이 없는 사람인데 지금 현재 불타는성전 클래식이 자기 유일의 취미이자 인생의 낙이라고 하며

잠자는 시간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맨날 와우만 해요

 

일은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하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날은 집에서 계속 와우를 하고

일을 하러가서도 하루종일 와우를 할 때도 있어요

아침에 눈 떠보면 항상 옆에 없고 새벽부터 혼자 게임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밥 먹을 때쯤까지 와우를 하고 밥을 먹고 또 와우를 하고

끼니를 때우고 또 와우를 하고 그러고 잠에 들어요

 

남편이 일을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하는건

몇 년전에 너무 지치고 힘이 든다하여 쉬고 싶으면 쉬라고 했어요

그래서 2018년부터 19년 즈음까지 완전히 쉬다가 그 뒤로는 일주일에 며칠만 일을 해요

 

저는 어느 정도의 타협이 가능한 선을 찾고 싶었는데

남편은 와우 게임의 특성상 그게 되겠냐는 식이에요

 

매몰시간을 많이 투입하고 그래야 그만큼의 성취를 얻고

다른 유저에 비해 매몰시간이 뒤처지는 순간 밀려난다는 생각..

그게 그렇게 중요해서 일상도 다 내팽개칠 만큼 와우가 중요한거냐고 하니까

일페이즈 이페이즈 언급하면서 경쟁에서 밀린다..이런 소리를 하더라구요

페이즈 언급하는데 정말.....너무 소름이 끼쳤어요

 

이러려고 같이 와우를 시작한게 아니었어요

저한테 와우는 남편이랑 같이 공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매개체의 의미가 강했어요

그냥...같이 게임을 하면 현실에서건 게임상의 캐릭터건 같이 붙어 있을 수 있는거니까요

남편이 생각한 온라인게임에서의 성취 정도가 저와 많이 달랐던거겠죠

그래도 저는 그렇게 몇 년 몇 달을 해서 캐릭터를 5개 정도 키웠고

저도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긴 힘들었겠져..

 

그리고 저한테 너는 이런 취미도 있고 저런 취미도 있고 하겠지만..자긴 취미생활이 이거 하나라고..

근데 그렇다고 남편은 제가 관심을 가지는 다른 것들에 흥미가 없고 관심을 가질 생각이 없대요

..예를 들면..

저희 친정부모님이랑 제가 주식을 해서 그 얘기를 공유하고 싶어도

남편은 관심이 없대요

저는 가끔 나가서 이런 저런 활동 하는 것도 좋은데 남편은 좋아하지 않아요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하고 밖에 나가서 가볍게 걷는 것도 좋아하고 산에 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남편은 자전거를 못타고 싫어하고..제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 좋아하는게 없어요

ott 컨텐츠를 같이 보고 싶어도 자긴 보기 싫고 제가 보는 컨텐츠에 관심이 없대요

본인이 스트레스 안 받고 정말 재미있게 신나서 할 수 있는건 와우가 유일하다고해요

이런게 계속 반복되다보니 같이 살고 있어도 사는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남편이 카라잔 첫 주 가던 날

공초 받고 뭐 기다리고 하고 하는데 5시간 정도가 걸렸어요

그날은 제가 쉬는 날이었고

와우하는 남편 근처에 앉아 5시간 내내 계속 보고 있었어요

남편의 입장은 자긴 자기 취미생활을 했고

5시간동안 너도 앉아있으면서 핸드폰으로 보고 싶은거 보고 넷플릭스 보고 드라마 보고 너만의 취미생활을 하지 않았느냐 쌤쌤이다

남편이 카라잔에 5시간이나 쓰지 않았다면..제 입장은 둘이서 같이 할 수 있는 다른걸 5분이 됐든 50분이 됐든 같이 했을거란거져

근데..어차피 남편은 지금 와우 말고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대요 

 

남편은 금요일에도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제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와우를 하고 있어요

저는 내일 일을 하러 가는 날인데..남편은 그럼 하루종일 또 와우를 하겠죠...

 

가장 최근에 같이 시간을 보낸건 71일이었어요

그것도 제가 같이 뭐라도 하자고..뭐라도 먹자고 그래서..

그이후로 오늘까지 남편은 와우만 했어요

저는 이제 와우를 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졌어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가만히 있다가도 집을 뛰쳐나가고 싶어요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인가 싶고.....

시간이 지나 게임을 안 하게 될 때까지 제가 기다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된다고 한들 그것조차 의미가 없는거 같구요

꼭 와우가 아니어도 또 이다음은 어떤 게임이 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져

어차피 게임의 종류만 바뀔 뿐..그때 그때 또다른 게임에 몰두하면 이게 계속 반복되는거잖아요

남편은 주기적으로 몰두할 게임이 필요하대요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 중의 하나이기도 해요...게임에 이렇게까지 몰두를 해야하는가..라는 의구심

취미생활이 이거 단 하나라서 그래도 된다는 남편 스스로의 당위성

 

어디에 털어놓고 싶은데 인벤에 올리면

똑같이 와우를 많이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곳이니

무슨 말이라도 보면 제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어요

 

인벤 맨날 눈팅만하고 정보 찾아보고 그랬던 곳인데..이런 글을 쓰게 될줄은 몰랐네요

 

그렇지만 저는 이제 정말..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잠시 시간을 갖고 각자 떨어져 살아보면 도움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