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릭이나 부부캐릭을 즐기는 분이라면 공감이 가실지 모르겠지만 유독 뭔가 안 따라주는 캐릭이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게 아주 먹고싶은 아이템이든, 전장을 뛰며 맘에 둔 계급이든, 레이드에서의 목표든지 간에요.

그게 저는 전사 부캐인거 같아요. 처음에는 그냥 딜전할 생각 반, 탱커할 생각 반으로 키우기 시작했고 탱템은 쇼핑으로 구매하는데 한계가 있어 일단은 딜전을 하며 탱템도 기본가인 것들 줍줍해서 천천히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는 오닉버프를 살린 채 네파 딱 세번만 보기. 그리고 미련없이 탱커로 가자고 생각했었어요. 당시만 해도 검둥에 탱커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때이기도 했고.

그렇게 갓 만렙을 찍고 서둘러 경매장과 혈장을 쇼핑하고 오닉팟을 가 쿠엘을 만든 직후 간신히 합류한 수요일 막차팟.



용기대장님의 죽격에 말 그대로 일격에 주님 곁으로..첫 검둥인데 외부버프 같은걸 받지도 않았고,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웃기기만 해서 유머삼아 길드디코에 올렸던 짤입니다. 



그리고 검둥 2주차도 외부버프 없이 갔었고 그때도 1~4넴 안에서 한번정도는 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영상이 남아있진 않네요. 이때도 평온했습니다. 어디까지나 배워가는 단계라 생각했죠.





이때가 검둥 3주차였나 했습니다. 마침 다크문이 왔길래 처음으로 오닉+다크문을 받아서 갔던 걸로 기억해요. 이 주차부터 오닉 정도는 계속 받아가기 시작했죠. 이 상황도 스스로를 탓했습니다. 생각없이 뒤를 잡는다고 벽으로 가면 안됐지. 당연히 탱커는 cc가 풀리면 벽을 등지려 할건데. 





4주차. 조금씩..빡이 치기 시작하더군요.





5주차. 이때도 스스로 배웠다고 생각했어요. 머리 돌리는 반응이 느렸구나. 뭐가 됐든 어글이 넘어가면 좀더 빠르게 벽을 등지자. 나 하나보다는 공대 전체가 중요하니까. 그리고 이제 그냥 1넴은 딜을 할 생각을 하지말고 어떻게든 살아서 다음 넴드를 보는데 집중하자.



6주차. 이때 영상은 남아있지 않네요. 5주차를 교훈삼아 1넴은 그냥 생존하기만 목표해서 오닉버프를 살려 만난 첫 벨라.본진 반대편에 넘어가서 딜하는데 회베 맞을까봐 칼끝딜 거리 유지 중, 힐사거리 안닿는다고 벨라에 더 붙으라는 오더 나와서 붙자마자 회베맞고 컷.





7주차. 처음으로 제가 '벨라를 잡고 살아있었던' 주차. 이때도 순탄하게 잡은 게 아니고 공대힐이 밀려 초반에 일치를 쓴 탓에 정작 마격탐엔 무적물약이 쿨이라 안절부절하며 딜했었고, 잡자마자 주변 둘러볼 생각도 안하고 길드채팅으로 '저 벨라잡고 오닉버프 살아있는거 첨이에요! 중간에 죽을뻔해서 일치먹었더니 무적물약이 쿨이라 얼마나 걱정했는데!'라며 엔터를 친 순간.

이날 저 욕하는거 처음봤다고 놀라시는 길원분들이 있었습니다.





8주차. 거 용기대장님 무적물약 반응할 시간 정도는 주시죠.





9주차. 용기대장님 무적물약 반응할 시간 주신건 감사한데 끝나자마자 저를 다시 보시는건 좀..



10주차. 오닉달고 네파 처음으로 구경한 주차입니다. 1넴, 3넴은 그저 생존에 최우선순위를 둔 쫄보딜을 했구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날은 맨탱분이 준비를 무척 단단하게 한 날이라, 저 말고 다른 딜전분들은 1넴 3넴도 다 신나게 영격치고도 멀쩡하게 살아계셧던. 더군다나 이날 최근 한달여중에 제일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라 평소에 한번도 안 하던 실수를 다 한 날이었어요. 벨라에선 플레임고르용 매크로 쓰고, 플레임고르에선 벨라전용 매크로 쓰고 하는 식.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주차.





그리고 다시 다크문이 찾아온 11주차. 어떻게든 아귀까지는 영격 봉인하고 그저 살아남기만 해서 에본로크를 보고, 플레임고르를 보고, 네파를 보자는 생각을 하며 1넴 쫄딜을 하고 있는데, 정배담당자의 보주 더블클릭이 있었고, 정배가 풀린 서슬송곳니는 마침 제 옆에 있었고. 그리고..

이때는 좀 많이 허무하더군요. 특히 딜전은 마나나 기력을 자원으로 사용하는 클래스와는 다른게(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외부버프가 있을때랑 없을때 딜사이클 돌리는 템포 자체가 달라지는데 - 분노 수급되는 속도가 차이나니 영격캔슬하는 빈도수도 달라지고, 분노덤핑용 스킬 누르는 빈도수도 달라지고 - 석 달이 다 되가도록 그 템포를 학습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상위권의 소위 '잘 치는' 딜전에 조금이라도 근접하려면 외부버프가 없는 상태의 '분노 찔끔찔끔 모드' 딜사이클에 익숙해지는건 별 이득이 없고, 외부버프를 달고 있는, 즉 '영격 업타임이 상당하면서도 분노가 크게 모자라지 않는 모드'상태로 넴드를 딜해보는 경험을 많이 쌓아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경험 자체가 쌓이질 않은 채 시간만 가고 있으니 이건 뭐..

모르겠어요. 저는 비교적 언어를 곱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어떤 상황이든 왠만하면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하는데, 클래식의 딜전은 재미있을땐 기막히게 재미있으면서, 안 풀릴땐 나도 모르게 비속어가 튀어나오게 만드는 야누스적 측면이 공존하는 클래스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