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보정에 대한 긴 고찰" 이라는 글을 쓴 사람입니다.
이슈/토론 게시판으로 이동되었다는 쪽지가 왔길래 글이 어디로 갔나 찾아보면서, 댓글도 하나하나 읽어보았습니다.
사실 생각보다 날카로운 댓글이 여러개라 놀랐습니다.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고 애둘러 넘어갔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신분도 있고, 제 논리의 헛점에 대해 지적하신분도 있었습니다.

사실 보정/체감/모멘텀 문제에 대한건 게임시스템에 대한 약간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이야기이고, 잘 받아들이기 힘든 비직관적인 설명이기 때문에 일부러 하지 않은부분이 많습니다. 나름대로 일반 유저분들도 쉽게 이해하실수 있게, 나름대로 풀어쓰려고 끄적여 본 글 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짧은 설명실력으로는 뇌피셜로 들리고 모든 분들이 납득하실 수 없었던것 같네요 ㅠ.ㅜ 

그래서 이번엔 축구게임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관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전에 이야기했던 "보정이 없는데 보정으로 보이는 이유"에 대한 보충설명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지셨던 인게임 체감에 관한 이야기/ 모멘텀에 대한 이야기/ 골키퍼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자 합니다.

무언가에 대해 설명하거나, 그에 관한 글을 써야 할 때면 항상 떠올리게 되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전문용어 없이 일상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 물리학자 어니스트 리더퍼드

이 글을 쓰기전에 다시한번 이말을 가슴속에 세겨보겠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이해하시고 따라오실수 있도록,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써보겠습니다.
역시 긴글이 되겠지만 조금만 참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 글을 읽고 그동안 가지셨던 의문들이 모두 해결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원할한 이해를 위해서 제 예전 글인 "보정에 대한 긴 고찰"을 한번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호베르트 카를로스

많은 분들이 브라질선수 호베르트 카를로스의 UFO프리킥을 기억하실겁니다. 정말 놀라운 궤적을 그리며 휘어집니다.(사실 제 마음속 2위일 정도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슛입니다. 물론 제 마음속 영원한 1위는 마라도나의 전설의 6인돌파입니다.)

사실 공이 휘는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호베르트 카를로스는 공을 찬 찰나의 순간에만 공에 힘을 전달했습니다. 한번 호카의 발을 떠난 공에는 그가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어떠한 새로운힘도 전달 할 수 없습니다. 언 뜻 생각하면 이 후 축구공의 운명은 아래방향으로 중력만 작용하기 때문에,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일 밖에 남지 않은것 같습니다.
하지만 UFO슛은 휘어집니다. 그 비밀은 마그누스효과에 있습니다. 공에 강한 회전을 주게 되면 회전의 반대방향은 공기와 마찰을 빚어 압력이 높아지고, 반대로 회전방향은 공기의 흐름과 일치하여 압력이 낮아지게 됩니다. 공은 압력이 낮아지는 쪽으로 힘을 받아서 휘게 됩니다. 이것이 마그누스 효과이고, 감아차기의 원리는 야구의 변화구를 던지는 원리와 동일합니다.

호베르투 카를로스는 왼발 아웃사이드로 공의 오른쪽을 강하게 차서 마그누스효과를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호카의 목표는 공을 휘게하는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빠르고 정확히 골대를 겨냥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강한회전만 주어서는 UFO슛을 성공시킬수 없습니다. 선수레벨이라면 누구나 감아차기로 공을 휘게 할수는 있지만, 아무나 UFO슛을 실전에서 성공시킬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임팩트지점에 매우 정확하고 강한 힘으로 차야합니다. 
호베르트 카를로스의 멋진 UFO슛의 비밀에는 이러한 물리법칙이 숨어있었습니다.




2. 스티븐 제라드

제라드가 피파온라인4에서 중거리슛을 찹니다. 공은 드라이브가 걸리며 골대 우측상단 구석에 강하고 빠르게 꽂힙니다. 키퍼가 손쓸수 없는 멋진 슛입니다. 이 슛이 현실속의 슛이었다면, 제라드의 발을 떠난 강력한 중거리슛은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골대로 날아갑니다. UFO슛처럼 제라드의 슛에 작용하는 물리법칙도 충분히 설명할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의문을 떠올릴수 있습니다.
과연 게임에서 제라드가 찬 공은 어떠한 원리로 골대까지 날라갔을까요?

피파시리즈는 현실축구를 따라가려 한다는건 전의 글에서 설명했습니다. 역시 가장 이상적인 것은 현실과 동일한 물리법칙으로 날아가는 슛입니다. 게임에서도 현실과 동일한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제라드의 슛을 게임속에서 재현하기 위해서는 실제슛을 찬 동일한 위치에 같은방향으로 같은 세기의 힘을 축구공 가하면 됩니다. (이 최초의 임펙트의 위치와 파워, 방향은 원하는 슛의 궤적을 그려놓고 축구공의 물리량을 입력한후 몇가지 물리엔진과 최신컴퓨터의 연산능력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면 계산이 가능합니다.) 

정확한 힘과 방향을 계산하였고 그 힘을 축구공의 어느위치에 가했는지 계산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힘을 공의 이동에 관한 물리엔진에 적용시켰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게임에서도 현실과 동일한 궤적을 그리며 공이 골대구석으로 날아가는것은 아닙니다. 공에는 당연히 중력이 작용하고 공기저항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기와의 저항을 구현하는 물리엔진과 중력에 관한 물리엔진이 필요합니다. 점점 더 복잡해 집니다. 또 공의 궤적은 습도에도 일부 영향도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물리엔진이 또 필요합니다. 효과는 미약하지만 정확한 계산을 위해서는 바람의 영향도 고려해야죠. 앞서 말했듯이 현재의 시뮬레이션 기술과 최신컴퓨터의 성능이라면 이것들을 모두 계산하는게 가능합니다만, 이것을 성공적으로 게임에 적용시키는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게다가 유저가 실제로 공을 찬게 아니라 유저는 D를 눌렀을 뿐이므로 유저의 조작과 일치시키는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이런식으로는 절대로 축구게임을 완성할수 없습니다. 
가정은 틀렸습니다. 

피파온라인4에서 제라드는 현실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을 찬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3. 다시 피파시리즈의 발전사

보정/모멘텀/체감에 대해 분석하려면 피파시리즈의 기본시스템을 이해해야 합니다.

피파온라인4에는 위치선정 이라는 능력치가 있습니다. 위치선정에 대한 공식홈페이지의 세부 능력치 설명을 읽어보겠습니다. 

1. 위치선정 능력치는 선수가 필드 위에서 적절한 위치를 선정하는데 영향을 줍니다.
2. 헤딩 경합시 적절한 위치를 잡는데 영향을 주며, 공격이나 지원을 위해 달려가는 것을 효과적으로 판단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마디로 위치선정이 좋을수록 헤더 자리도 잘잡고 루즈볼도 잘 처리하고 침투도 잘하고, 패스도 잘 받을수 있습니다.
그럼 피파시리즈에서는 이 위치선정을 어떻게 구현할까요?
Ai가 22명분의 판단을 실시간으로 해서 서로간의 스탯과 현재 위치를 비교하고 계산하여서 자기 스탯에 맞는 위치를 찾아가게 만들까요?

아닙니다. 이런식으로 만들경우, 코드는 너무 복잡해지고 엄청난 개발비와 개발시간이 걸립니다. 어찌어찌 만드는게 가능했다고 해도 하나의 Ai만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어도 남은 21명분의 Ai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선수들은 이치에 맞지않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정답은 이보다는 훨씬 간단합니다. 애초에 위치선정 능력치가 높은 선수 쪽으로 축구공이 날아가게 만들면 됩니다. 22명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것 보다는 훨씬 쉬우면서 겉보기에는 그럴싸해보이는 편리한 시스템이 아닐수 없습니다.

피파시리즈와 위닝시리즈를 비롯한 대부분의 스포츠게임은 이러한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개발사와 엔진의 버전이 다르면 당연히 코드와 세부 적용방식이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습니다. 이는 간단한 크로스 실험으로 증명할수 있습니다. 해외유저들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위치선정이 99인 A선수와 1인 B선수를 세워놓고 가운데로 크로스를 올리면 대부분의 크로스는 A선수에게로만 날아가게 됩니다. A와 B의 위치를 바꾸어 놓고 동일한 방향과 세기로 크로스를 올려도 반대위치에 있는 A선수에게로만 공이 날아가게 됩니다.

위치선정 뿐 아니라 축구게임에서 보여지는 모든 플레이는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사실 편법입니다. 확실히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크로스한 공은 저절로 선수를 찾아가지 않습니다. 다만 크로스한 선수가 공을 찰때 공에 가한 힘의 방향과 강도가 공에 전달되어, 반발력에 의해 날아갈 뿐이고, 이후에는 중력과 공기저항 같은 물리법칙에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현실에서 크로스가 정확히 목표한 지점으로 가게 만드는건 온전히 크로스를 올린 사람의 능력이지, 크로스를 받는 사람의 능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크로스는 크로스를 올린 사람의 패스스탯과 크로스를 받는사람의 위치선정 스탯 2가지의 다 영향을 받습니다. 
이것이 축구게임의 기본시스템입니다. 

초기 피파시리즈에서는 좀 더 단순한 프로그래밍로도 괜찮았습니다. 공의 낙하지점에 반드시 선수가 있는 비현실적인 상황도 유저들은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스탯간의 상호작용도 크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상호작용 없이 같은 조작을 하면 언제나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게 만드는것이 흔히 말하는 "아케이드 조작성"입니다. 그래서 수비수가 붙어도 공격수는 동일한 속도로 달릴수 있었고, 언제나 골을 넣을수 있는 무적패턴이 있었습니다. 선수간의 차이도 도드라지지 않았지만, 이보다 더 현실적으로 만들수 있는 기술도 없었고 유저들의 니즈도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내 선수들이 좀 더 영리하게 움직이기를 원하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길 원합니다. 그리고 좀 더 현실적인 축구게임을 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많은 고려가 필요해졌고 세부스탯이 필요해졌습니다. 게임이 고도화 될수록 인게임에 영향을 주는 세부스탯은 많아질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스탯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게임을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고 선수간의 개성을 드러내는데 사용됩니다.

공이 선수를 저절로 찾아가는건 명백히 비현실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사는 되도록이면 이러한 사실을 숨기려고 합니다. 잘 만들어진 축구게임은 이것을 잘 숨기고 버무려서 사실은 현실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하지만, 유저들은 현실과 비슷하다 고 느끼게끔 만듭니다.

현실과 동일한 이상적인 게임을 만들수 있다면 선수들의 디테일한 세부스탯이 필요없습니다. 키 몸무게 주력 킥력 기술등등 선수들 각각의 개성에만 스탯을 부여하는 대신, 선수들은 현실과 똑같이 자연스게 움직일수 있게 만들고, 현실과 같은 물리법칙을 구현하면 됩니다. 일종의 "가상현실"이라고 생각할수 있겠죠. 축구경기의 룰을 프로그래밍 해놓고 선수들의 현재상태와 현재 공의 상태만 추적하면 다른 세부스탯 없이 그것만으로 실제 축구경기를 할수 있습니다. 피파시리즈의 최종진화 방향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그런 기술이 없습니다. 분명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방법이지만, 현실감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현실의 피파게임은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한 코딩이 더해지고 스크립트는 날이갈수록 길어지고 지저분해집니다.

피파시리즈가 더 발전하면 할수록 세부스탯과 상호작용에 관한 고려는 점점 더 많아집니다. 그러다 어떠한 기술적 특이점을 지나게 되어 이상적인 게임에 도달하게된다면 앞에서 말했듯 스탯은 다시 단순화될수 있겠죠. 피파시리즈의 시작점과 예상되는 끝지점이 같다는건 참 흥미로운 일입니다.



3-1. 대한민국

사실 우리는 체감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지만, 그 뜻에 대해 생각해보면 약간 모호합니다.
체감은 1차적으로는 공격수를 평가할때 쓰며, "드리블이 간결하고 방향전환이 재빠르다." 정도의 뜻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보다는 훨씬 범용성있게 체감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체감이 매판 다르다. 서버상태 때문에 체감이 구리다. 키보드렉 때문에 체감이 안좋다. 이번판은 모멘텀 때문에 체감이 매우 안좋다 와 같이 쓰입니다. 체감은 확실히 드리블에서의 의미보다 더 포괄적이고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체감의 정확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게 내리겠지만, 움직임이 빠릿빠릿하지 못하다. 정도로 유추해볼수 있습니다. 체감이 좋지 못하다는 말은 마치 선수들이 잔디밭이 아닌 늪에서 경기하는것과 비슷한 상태입니다.

공교롭게도 현실축구에도 늪축구가 있습니다. 한국축구 주특기로 "나도 좋은 축구를 안할테니만 너도 좋은 축구를 하지 마" 라고 말하는 진흙탕 싸움이 마치 늪에 빠진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늪축구의 기본전술은 이렇습니다. 일단 점유율을 포기하고 수비에 치중하는 수비적인 전술입니다. 이때 점유율은 포기하더라도 중원을 통채로 내주면 위험하니 압박을 가해 상대국가의 공격템포를 늦춥니다. 하지만 공격적인 압박은 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템포를 늦추는데만 치중합니다. 공격적인 압박으로 라인을 올리면 역습에 취약해지기 때문이죠. 늪축구는 절대 위험을 감수하지 않습니다. 만일 상대국가에게 한방에 라인을 무너트릴수 있는 위협적인 크랙이 있다면 전담마크를 붙이고, 수시로 반칙을 해서라도 흐름을 끊습니다. 

템포를 죽이고 끈끈한 수비조직력으로 버티게 되면 상대국가의 경기력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사이좋게 막장상태에 빠집니다. 라인을 올리고 닥공을 하여도 늪축구의 기본은 수비에 치중하는 축구이기때문에 좋은 기회가 잘 오지 않습니다. 라인이 올라갔기 때문에 우리가 역습으로 빈 뒷라인을 공략하기도 수월해집니다. 이렇게 한방을 노리고 기회가 날아가면 다시 잠급니다. 상대팀이 초조해져서 거친플레이를 해주면 더 좋습니다. 휘슬이 불리면 경기 템포는 더더욱 늦어지고 카드도 유도할수 있기 때문이죠.

늪축구가 벌어지는 이유는 한 팀의 전력이 일방적으로 낮기때문입니다. 정상적인 경기를 하면 공격에서든 수비에서든 이길수가 없지만, 늪에 빠트린다면 서로의 경기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하향평준화되어서 비비는게 가능합니다. 우리팀의 공격빈도는 줄어들지만 공은 둥글기 때문에 90분동안 몇번의 찬스가 오고 한 두번 정도는 결정적인 역습찬스나 세트피스 상황이 오기 마련입니다. 이 찬스에서 골을 넣는데 집중해서 1:0으로 이기던가, 골을 못 넣어도 한골도 주지 않는다면 어찌됐건 지지는 않는다는게 이 전술의 의의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은 상대국가를 늪에 빠트리는걸 잘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늪에 잘 빠지기도 합니다.
분명 아시아권의 국가를 상대로는 우리가 객관적인 전력이 훨씬 더 높고 해외파가 총출동 하여도, 늪에 빠져서 좋은승부를 하지 못하고 졸전끝에 비기거나 겨우 이기던가 하는 경우가 왕왕 벌어집니다.

사실 한국축구의 이러한 면은 한국이 세계축구계에서 가지는 애매한 위치 때문인데요.
한국축구가 망했니 어쩌니해도 아시아권에서 한국과 대등하게 싸울수 있는 나라는 일본, 이란, 사우디정도 밖에 없습니다. 그 외 아시아 낮은라운드 지역예선 레벨의 국가들은 한국을 상대하게 되면 공격과 수비 모두 한국에 밀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나옵니다. 물론 이들의 실력으로는 한국같은 정교한 늪축구는 구사할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닥공을 하게 되면 무너트릴수 없는 상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약점인 골결정력 부족으로 몇번의 찬스에서 점수가 나지 않고, 경기가 지지부진 하게 되고 선수들이 흥분하면 손잡고 다 같이 늪에 빠지게 됩니다.
반대로 월드컵 본선진출국 레벨의 국가들과 경기하게 되면 입장이 반대가 됩니다. 한국이 대등하게 싸울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이 상대국가를 늪에 빠트릴 차례입니다. 

일본같은 아시아의 강호들과 경기하게 되면 서로 전력이 비등비등하고, 어차피 서로에게는 절대 질수 없기 때문에 화끈한 공격축구로 전환하게 됩니다. 상대국가도 당연히 맞불을 놓게 됩니다. 갑자기 경기가 재미있어지고 경기력이 급상승 하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 국가대표팀이 아시아예선 저라운드에선 낮은 경기력으로 실망감만 안겨주다가, 최종예선에서 좋은경기로 국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리고, 다시 월드컵 본선에선 실망하게 만드는 패턴을 반복하는건 이러한 재미있는 영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4. 버질 반데이크

현실에서 늪축구가 벌어지는 이유는 두팀의 전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피파에서도 늪에 빠진것 같은 체감이 있습니다. 피파에서는 왜 이런일이 벌어진 걸까요?
사실 현실에서나 피파에서나 늪축구는 원인이 같습니다. 두팀의 전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피파시리즈의 기본시스템과 스탯의 상관관계를 잘 연관지어 생각해본다면 그 이유를 아실수 있습니다. 

반데이크가 공격수의 공을 잘 빼앗을수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공을 뺏는 행동에는 속도, 위치선정, 태클관련스탯, 몸싸움등등 수비관련 스탯이 관여하게 프로그래밍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직관적으로도 수비스탯이 높으니 공을 잘 빼앗어야 할것 같습니다.) 반데이크의 수비관련 스탯이 매우 높고 이 스탯이 높으면 공을 빼앗아올 확률이 높아지게 프로그래밍 되어있기 때문에 반데이크는 다른 선수들 보다 공격수의 공을 잘 빼앗아 옵니다.

이번에 나는 100억을 들여서 메시를 영입했습니다. 메시의 첫 공식경기출전입니다. 내가 영입한 메시의 속도는 120이고  체감이 좋기로 소문난 선수입니다. 첫 출전이니만큼 컨디션도 만땅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만랩도 찍었습니다. 메시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메시가 공을 잡았습니다. 호나우도가 메시를 가로막습니다. 가볍게 페인트 후 턴을 하고 가속을 붙여서 호나우두를 따돌렸습니다. 아시다시피 호나우도는 공격에서는 황제이지만 수비스탯은 40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의 메시를 막을수는 없습니다. 그대로 공을 몰고 중앙으로 돌파해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반데이크가 메시의 앞을 가로 막습니다.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턴을 하고 가속을 붙여서 따돌리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반데이크의 수비스탯은 110입니다. 110의 반데이크가 40의 호나우도보다는 공을 더 잘 뺏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실겁니다. 
그래서 피파의 기본시스템은 반데이크가 메시의 공을 더 잘 빼앗을수 있게 하기 위해서, 
메시는 호나우도 앞에서와 비교하면 반데이크 앞에서는 턴이 느려지게 되고 가속이 덜 붙게 만듭니다. 

대부분의 유저는 여기까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직관적으로 우리는 내가 같은선수로 같은조작을 하면 아케이드게임처럼 내 선수의 움직임은 항상 동일해야한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매우 불합리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나는 반데이크가 호나우도 보다 공을 더 잘 뺏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지, 내 선수가 느려져도 된다는 것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나는 100억을 들여서 영입한 메시가 언제나 같은 성능을 내기를 원합니다. 왜 반데이크 앞에서는 90억의 성능밖에 안나오는건지 이해할수가 없는 처사입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하향보정 같습니다.

하지만 넥슨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메시의 스탯을 재조정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메시의 속도 스탯은 120 그대로 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인게임에서 메시의 속도는 느려집니다. 메시가 느려지게 된 이유는 메시가 보정을 받고 스탯이 하향 되어서가 아니고, 그저 반데이크의 수비스탯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스탯간의 상호작용 때문입니다. 크로스실험의 경우처럼 양쪽의 스탯의 영향을 다 받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메시가 아닌 반데이크때문에 그런현상이 생겼다면 메시는 그대로 냅두고 반데이크가 빨라지는게 맞다고 생각하시는분도 있을겁니다. 물론 속도가 느린 수비수라면 움직임이 비현실적이지 않은 수준까지는 빨라지게 만들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명백히 한계점이 존재하고, 반데이크같이 능력치도 좋고 속도도 빠른 수비수 앞에서는 메시가 어느정도는 느려져야 합니다. 테크모98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초인적인 움직임을 내게 만들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현실에서 메시의 턴이 어떤 요인에 의해 살짝 느려지는것은 자주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은 메시에게 양보를 강요합니다. 

(이상적인 게임은 메시가 양보할 필요가 없을것 입니다. 현실축구에서 이러한 양보할 필요가 없듯이 말입니다. 이상적인 게임 에서는 반데이크는 공에 정확히 발을 가져다 대는 조작을 하여서 공을 뺏는것이지, 미리 정해져있는 수비스탯으로 빼앗지 않습니다. 다만 신체스탯이 그 조작을 더 잘 실행할수있게 도움을 줄것입니다. 이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현실축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에겐 아직 이런 기술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포지션을 스탯에 맞게 배치합니다. 보통 팀에서 공격능력치가 좋은선수를 ST에 수비능력치가 가장 높은 선수를 CB에 배치하죠. 수비스탯은 선수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일정치 이상의 수치는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우 반데이크와 호나우도의 수비스탯 만큼의 극단적인 차이 보다는 적은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수비수들도 개인의 특성이 있습니다. A는 스탠딩태클에 능하고 B는 컷팅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C는 느리지만 키가 크고 피지컬이 깡패입니다. 그래서 내가 동일한 D라는 공격수를 쓰더라도 D는 A앞에서는 턴만 느려지기도 하고, B앞에서는 패스속도만 느려지기도 하고, C앞에서는 몸싸움만 약해지기도 합니다. 스탯과 인게임내의 퍼포먼스의 정확한 상관관계는 개발자가 아닌이상 알수 없지만, 분명한건 상대하는 수비수가 달라지면 매 판마다 내 조작감에 미세한 차이를 가져옵니다. 

유저들은 이 미세한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무엇이 다른지 딱 꼬집어 정의하기는 애매하고 어떨때는 그냥 기분탓인거 같지만 분명 뭔가 있는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애매한 상황에 포괄적으로 쓸수있는 단어를 알고 있습니다. 바로 매판 체감이 다르다 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결론을 도출해 낼수 있습니다. 매번 체감이 다른 이유는 당연하게도 "매번 상대하는 선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5. 레프 야신

제라드의 중거리슛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골대 상단으로 빨려들어가는 강력한 중거리슛은 골키퍼가 손을 쓸수 없습니다. 게임내에서 제라드의 슛에는 현실과 같은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건 앞서 설명했습니다. 게임에서의 제라드의 중거리슛 은 현실에서 처럼 제라드가 공을차는 반발력, 축구공에 작용하는 중력, 공기저항의 영향을 받지않고, 제라드의 스탯에 영향을 받습니다. 중거리슛에 영향을 주는 능력치는 중거리슛과 슛파워입니다. 

축구게임의 기본시스템은 중거리슛과 슛파워가 높은 제라드 유형의 선수는 강력하고 절묘한 위치로 중거리슛을 날릴수 있게 프로그래밍 되어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생각할수 있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중거리슛 스탯과 슛파워 스탯 외에 슛에 영향을 주는 스탯은 사실 하나가 더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항상 한가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골키퍼도 스탯의 차이가 있고 좋은 골키퍼는 라이브키퍼에 비하면 스탯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골키퍼는 스탯의 차이가 유의미한 선방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키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럼 축구게임의 시스템은 스탯이 높은 골키퍼와 낮은 스탯의 골키퍼를 어떤식으로 구분할까요? 가장 쉽게 생각할수 있는건, 빠른 반응속도로 몸을 날려서 공을 막게할수 있습니다. 이방법이 기본적인 첫번째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구석에 강하게 꽂히는 빠른 슛을 막기위해 골키퍼를 순간이동을 하게 만들수도 없고, 점프를 5m씩 하게 만들수도 없습니다. 골키퍼를 초인으로 만들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축구게임이 선택한 두번째 방법은, 능력치가 좋은 골키퍼에게는 애초에 슛이 골키퍼가 막기 좋게 날아간다 입니다. 위치선정과 크로스의 경우와 같은 이치입니다. 축구공은 스탯이 높은 골키퍼의 손을 저절로 찾아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축구게임에서 슛의 파워와 궤적은 공을 차는 선수의 스탯과 골키퍼의 스탯이 서로 상호작용해서 결정됩니다.
직관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라드의 슛은 온전히 제라드의 능력이기 때문에, 제라드가 야신이 지키는 골대에 공을 차든, 조기축구회 아저씨가 지키는 골대에 공을 차든, 아무도 없는 빈 골대에 공을 차든 관계없이, 제라드만 동일하게 공을 찬다면 슛은 항상 똑같이 구석에 꽂혀야 합니다. 하지만 축구게임의 시스템은 제라드의 슛이 야신이 지키는 골대에는 더 느리고 막기 좋은 위치로 날아가게 만듭니다.

하지만 항상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할수는 없습니다. 슛이 약해지거나 궤적이 뻔해진다면 공격하는 재미가 반감됩니다. 또 유저들에게 슛의 질이 슛을 쏘는 선수의 능력치나 나의 게이지 조작이 아닌, 골대를 지키는 골키퍼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납득시키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축구게임의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세번째 방법도 같이 사용합니다. 시스템은 야신이 지키는 골대에 슛을 차면 골대를 맞거나 골대를 살짝 빗겨나가게 만듭니다. 너무 자주 반복되면 유저들이 의구심은 느끼겠지만, 최소한 유저들에게 골키퍼의 스탯에 따라 나의 슛의 질이 달라지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슛이 느려지고 골키퍼 정면으로만 가는것 보다는, 강력하고 코스도 좋은 슛이 아깝게 살짝 빗겨나가는게 만드는 방법이 재미도 크게 반감시키지 않고 유저들을 좀 더 쉽게 납득시킬수 있습니다. 

피파시리즈도 물론 3가지 방법을 다 사용합니다. 첫번째 방법은 눈에 가장 직접적으로 보이는 선방이지만, 골키퍼의 반사신경을 초인으로 만들수는 없기 때문에 일정수치 이상으로는 발휘하게 만들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적인 신체조건이 좋을수록, 즉 키가 크고 팔이 길수록 첫번째 방법에 의한 선방이 자주 발생합니다. 두번째 방법은 막기 쉬운 슛을 당연하게 막은것 이기에 유저들의 눈에는 전혀 선방으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세번째 방법은 애초에 눈으로 보기에는 골키퍼와 아무관계가 없어보입니다. 골키퍼의 능력치에 따라 슛의 궤적이 달라진다는 개념을 알지 못한다면, 스탯이 높은 골키퍼가 좋은 골키퍼 라는것을 유저들은 결코 체감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유저들은 키를 제외하고는 골키퍼의 스탯과 실점의 차이가 없는것으로 느끼게 됩니다. 골키퍼의 스탯은 실제로는 슛의 질을 변화시켜 실점률에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소녀슛이 나가거나 골대에 맞는건 그냥 조작실수이거나 운 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대부분의 팀에서는 골키퍼가 급여가 가장 낮습니다.



6. 차비 에르난데스

제 전의 글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니 속도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일정확률로 몸싸움에서 밀려나는건 그렇다 치지만 속도가 느려진다는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분이 많았다는 얘기겠죠. 
전에 쓴 글에서는 굳이 풀어서 설명하지 않고 "항상 100%주력으로 달릴수 없다." 라고 두리뭉술하게 얘기하고 넘어갔지만, 사실은 좀 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분들이 의문을 가졌던 현상, 왜 느린 수비수가 빠른 공격수를 따라잡을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차비 에르난데스가 예술적인 대지를 가르는 패스를 날립니다. 리오넬 메시의 공간침투로 차비의 패스를 받았고 멋진 골로 마무리 됩니다. 08~12시즌까지 FC바로셀로나의 주된 공격옵션이었습니다.
차비의 시야가 빈공간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수준급 패스기술로 원하는 곳에 정확히 찹니다. 메시는 엄청난 주력으로 오프사이드트랩을 깨고 달려나갑니다. 패스는 정확히 메시의 발앞에 배달되고, 느린 수비수는 따라올수 없습니다. 

게임에서 이와 비슷한 플레이를 할시, 현실과 동일한 법칙으로 게임이 작동되었다면, 차비의 역할은 패스를 날린 순간 끝난것입니다. 차비는 공을 목표한 곳에 정확히 보냈고, 이후에 공의 향방은 메시와 수비수의 주력으로만 결정될 것입니다. 당연히 더 빠른 선수가 공을 잡을 확률이 월등히 높습니다. 축구게임에서도 이와 같다면 전혀 문제될게 없습니다. 하지만 축구게임의 시스템은 공의 향방에 좀 더 다양한 스탯들이 관여하게 만듭니다.

수비수에게는 가로채기라는 능력치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가로채기 능력치가 높을수록 패스를 중간에 커팅할 확률이 올라갑니다. 느린 수비수가 메시를 따라잡는 원리는 차비의 "대가패"가 "공간패스" 라는데 있습니다.
축구게임의 시스템상 차비의 대가패가 공간패스이고, 그렇기 때문에 주력뿐이 아닌 가로채기 능력치의 영향도 받게 만듭니다. 수비수는 일정확률로 패스를 커팅할수 있고, 이 확률은 패스를 준 선수의 패스스탯이 낮을수록, 수비수의 가로채기 스탯이 높을수록 그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시스템은 수비수가 공을 가로챌 확률을 만들기 위해 수비수가 공격수를 따라잡고 경합하게 만듭니다.  

많은 유저들은 직관적으로 공을 쫓아가는 상황에서는 속도/가속도 스탯의 영향만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이 불합리해보입니다. 왜 느린선수가 따라잡을수 있었는지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수비수의 속도가 올라갔다/공격수의 속도가 느려졌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당연히 이것이 보정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하지만 실제로는 선수들의 속도스탯은 변한것이 없습니다. 그저 속도/가속도 뿐만 아니라 다른 스탯의 영향도 함께 받았기 때문입니다.

루즈볼을 잡거나 드리블의 경우에는 우리의 직관적인 관점을 그대로 적용시켜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인게임 내에서 일정이상 빠르고 드리블능력치가 높은선수가 치달을 하거나 E드리블을 하면 느린선수로는 따라 잡기가 힘든건 이 상황에서는 속도와 드리블스탯만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간패스의 경우 단순한 속도스탯만 영향을 끼치지 않고, 패스를 날린 선수의 패스스탯, 수비수의 가로채기 등 여러가지 다른스탯의 영향도 받았기 때문에 느린선수가 빠른 선수를 따라잡는 비직관적인 현상이 가끔 발생힙니다.

잘 만든 축구게임은 이러한 비직관적인 상황은 최대한 배재하고, 스탯간의 영향의 밸런스를 잘 조절하여서 유저들에게 현실과 동일한 법칙으로 게임이 진행된다고 믿게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추가로 선수간의 개성도 다양하게 발휘할수 있어야 하죠. 이 미묘한 밸런스를 잘 조절하는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차비의 대가패 경합에서, 직관적으로 속도만 크게 작용하게 만든다면 선수간의 개성은 살아나지 못하고, 다른 스탯보다 속도/가속도만 최우선으로 중요하게 됩니다. 반대로 다른스탯의 영향을 너무 크게 만든다면 속도가 느린선수가 속도를 따라잡는 유저들이 받아들이기 힘든현상이 너무 자주 발생합니다. 사실 이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온3가 속가온라인이었고 피온4가 보정온라인이 된 것 입니다. 피온3와 피온4 중 어느쪽의 방법이 더 옳은지는 굳이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실제 게임내에서의 공의 경합은 선수간의 다양한 스탯에 영향을 받고, 단순히 속도/가속도만이 작용하지 않는다.라는 것 이지요.




7-1. 결과가 미리 정해진 게임

여기까지 잘 읽으셨다면, 스탯간의 상호관계의 개념을 대략적으로 이해하실수 있을겁니다. 이를 적용시켜서 유저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몇가지 현상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게임에서 루즈볼이 공교롭게 선수근처로 날아가는건 좀 이상합니다. 경기장이 넓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곳으로 튕겨나가고 선수들이 열심히 공을 따라 달려가는 경우가 훨씬 많아야 합니다. 하지만 인게임 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앞선 위치선정에 대한 설명을 떠올려 보십시오. 공은 항상 위치선정이 높은 선수에게 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야 위치선정스탯에 대한 유의미한 차이를 선수들에게 부여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패스하는 선수의 패스스탯의 영향을 안받기 때문에 루즈볼이 위치선정의 스탯이 높은선수에게 가깝게 날아가는 현상은, 단순 공간패스때보다 훨씬 두드러집니다. 

이 역시 현실에서는 공에 눈이 달리지 않았으니 공이 좋은선수를 찾아간다는건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축구게임의 시스템은 원래 그렇습니다. 게임에서 루즈볼의 움직임은, 물리법칙이 아닌 선수들의 스탯이 관여합니다.
패스를 주고 받을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패스에는 내 선수들의 패스스탯에만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비수의 위치선정이나 차단능력치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좋은 선수들과 경기를 할때면 시스템은 패스를 더 느리고 뻔한 궤적으로 날아가게 만들고, 위에서 말한대로 더 빠른선수가 느린선수와의 경합에서 종종 지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탯이 좋은 선수들이 운이 더 좋아 보입니다. 사실 루즈볼을 차지하는건 분명 단순 운의 영향도 일부 있지만 그 보다는 위치선정 능력치와 속도능력치 등 스탯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나보다 월등히 좋은 능력치의 구단과 게임을 하면 나만 일방적으로 운이 없어보입니다. 아무리 공을 걷어내고, 수비수가 공을 컷팅해서 루즈볼을 만들어도, 튀어나간 볼공은 능력치가 더 좋은 상대선수에게 갈 확률이 높습니다. 패스를 주고 받을때도 상대방의 스탯이 더 좋으면, 수비수의 차단스탯등의 영향을 받아서 그 전판보다 더 느리고 뻔한 궤적으로 날아가게 됩니다. 불공정하게 느껴지게 되고, 이게 모멘텀이거나 승부가 미리 정해진 게임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겠지만, 사실은 단순히 상대방 선수들의 스탯이 내 선수들보다 높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에 쓴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경기력은 구단가치+조작실력이고 나와 매칭되는 MMR 이라면 나와 경기력이 비슷합니다. 일방적으로 나만 운이 없게 느껴지려면 상대방구단의 스탯이 나보다 월등히 좋아야 하고, 거꾸로 생각하면 나는 구단이 나쁘지만 실력이 상대방보다 월등했기 때문에 나와 매칭이 된것입니다. 

그래서 경기내용이 더 불합리하게 느껴지게 되고 유저들이 분노하게 됩니다. 움직임 등을 보면 내가 실력이 훨씬 좋은것 은 확실한데, 단순히 운이 없어서, 더 나아가서는 시스템이 나를 불리하게 만들어서 지는것 같이 느끼기 때문입니다. 내 선수가 평소의 체감으로 움직였다면, 혹은 운이 조금만 더 공정하게 작용했다면 이길수 있었는데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 억울하시겠지요. 하지만 사실 팩트는 선수간 스탯에서 차이가 나니 체감도 나빠지고 운도 없었던 것 입니다. 
억울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선수차이가 이만큼이나 나지만 나랑 매칭 될 만큼 내 실력이 월등히 좋다" 라고 생각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십시오.



7-2. 기존시즌은 너프된다

새롭게 출시되는 새로운 카드들은 능력치가 점점 더 좋아집니다. 스탯은 갈수록 하늘을 뚫고, 내가 쓰는 선수들의 성능은 점점 더 좋아지지만 유저들이 체감하는 인게임내 퍼포먼스는 스탯이 인플레이션 된만큼 나오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사실 간단합니다. 인게임내 퍼포먼스는 내 선수의 스탯에만 관여하지 않고 상대방의 선수의 스탯과 상호작용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카드 출시에는 사실 복잡한 밸런싱 재조정이 필요없습니다. 더 좋은 카드를 공격/수비에 분배하여 출시하는 것 만으로도 대부분의 밸런싱은 저절로 맞춰집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스탯이 절대적이라고 믿기때문에, 이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스탯이 100에서 120으로 향상된 새 시즌을 쓰게 된다면 20만큼 능력치가 그대로 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탯이 인게임내에서 작용하는건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능력치가 보이는 수치대로 그대로 가감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피파온라인4는 멀티플레이 중심의 게임이고, 내가 좋은 신규카드를 써도 상대방도 그만큼 좋은카드를 쓰기 때문에 능력치가 하늘을 뚫어도 그대로 체감할수 없게 됩니다.

대장카드가 출시 초기에 엄청나게 좋아보이는건 이 때문입니다. 비싸고 아주 좋은 선수를 나만, 그것도 팀내에서 한두명만 쓰게되면, 다른선수와는 확실히 비교되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시 후 시일이 지나 가격이 안정되고, 양팀 다 전체적으로 스탯이 상향평준화 되면 그때의 그 움직임을 다시 보여줄수 없습니다.

반대로 나는 새로운 시즌을 쓰지 않고 기존의 선수를 그대로 쓰게 될 경우, 상대는 더 좋은 선수를 쓰게되면 전에 보여준 퍼포먼스를 보여줄수 없게 됩니다. 내 카드 능력치는 동일하지만 상대하는 선수가 더 좋아졌기 때문에 움직임이 더 굼떠지고 슛도 더 잘 안들어가게 됩니다. 신규시즌 출시시에 기존시즌을 너프하는것 아니냐는 의문은 여기서 나옵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는 너프가 맞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능력치를 실제로 변경시키는 방법이 아닌, 더 좋은카드를 출시되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현실에서 조기축구회에 은퇴 한 선수출신 선수가 뛴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연히 은퇴한 선수이지만 조기축구회 레벨에서는 아무도 막을수 없고 단연 에이스로 돋보일겁니다. 하지만 그 은퇴한 선수가 다시한번 K리그나 EPL에서 뛰게 된다면?
당연히 조기축구회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수가 없죠. 
분명 선수의 능력은 변한게 없지만, 함께 뛰는 선수들의 상대적인 수준이 올라가는것 만으로 능력이 줄어든것(너프된것) 으로 보여집니다.)





7-3. 모멘텀

전의 글에서 본가시리즈는 모멘텀에 의해 게임 중에서도 경기상황에 따라 능력치가 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때는 스탯의 영향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스탯능력치가 상승/하강하면 체감도 달라지고 루즈볼차지등이 변합니다.

크게 이기고 있을때 골대를 잘 맞고, 루즈볼이 상대방에게만 가는건, 모멘텀에 의해 스탯이 실제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체감이나 운 등은 스탯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데서 요인을 찾게 됩니다. EA의 불공정한 개입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멘텀이 피온에도 실제 있는지 없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체감이 전반전 다르고 후반전 다르더라. 이기고 있으니 갑자기 운이 존나게 없더라. 라는걸 유저들이 체감하는것으로 봐서는 이러한 현상은 모멘텀에 의해 스탯이 변해서 발생했다고 추측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멘텀이 있다고 해도 경기스코어 등 인게임내 상황에 따라 작용한다면 이득도 볼수있고 손해도 볼수있는 공정한 시스템입니다. 
저도 솔직히 말하면 모멘텀 시스템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현실축구에서 멘탈, 기세등을 표현하고자 한거라면 이해할수 있습니다. 실제로 크게 이기고 있어서 선수들이 방심할수도 있고, 흐름을 타고 몇골을 몰아쳐서 역전시키는건 실제경기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력대로 가는것도 좋지만 "이스탄불의 기적"이 게임에서도 발생할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꽤 흥미로운 일입니다.





8. 마치며.., 비난과 싸움은 이제 그만!!

사실 이런 시스템을 EA가 명확히 오피셜로 밝힐수 없는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EA입장에서는 유저들이 "현실축구와 비슷한 축구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공에는 사실 눈이 달려서 좋은선수를 찾아가고, 직관적인 스탯외에 다른 스탯들이 상호 작용한다 라는걸 그대로 밝히면, 

첫째로 이러한 점을 잘 숨기지 못했다는건, "우리가 게임을 잘 못 만들었다" 라고 시인하는 꼴이고 
둘째로 "공은 둥글다. 나는 현실과 비슷한 축구게임을 하고있다." 라고 생각하는 유저들의 몰입감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EA나 넥슨은 언제나 두리뭉술한 일반론이나 적용되는 상황마다 다르다고 살짝 돌려서 설명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유저들의 몰입감을 해치는 이러한 부분까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에 쓴 글에서는 "선수들의 능력을 언제나 100%발휘할수 없다" 라고 현실축구와 관계지어 일반론으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유저간의 다툼이나 일방적인 비난을 보고 차라리 자세한 설명이 났겠다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사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한가지 분명한 대전제가 있습니다. 
보정이라고 느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공에 눈이 달린 비현실적인일이 발생하고, 운빨좆망겜처럼 느껴지는 불합리해 보이는 게임이 있더라도 언제나 변하지 않는 한가지 분명한 팩트는 
"좋은선수와 좋은실력은 높은 승률을 가져온다." 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 상식과는 다른 비직관적인 현상이 생겨도 일희이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게임을 누구보다 즐기는 한 유저의 입장에서 
부분적인 현상 하나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말고 
"스트레스 받지말고 모두가 즐겼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고 싶네요 

유저들의 의문이 모두 해소됐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