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세상 끝에 홀로 떠 있는 그림자 군도,
탐욕 때문이든 그저 운이 없었든
이곳에 발을 딛는 자에겐
오직 죽음 뿐이다.
하지만 이 신비의 땅에 깃든
음산한 냉기를 받아들이는 극소수에게만은
엄청난 힘을 부여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림자 군도. 어느 캄캄한 동굴 속.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주변 곳곳에 맴도는 사악한 기운들이 그 쪽으로 향했지만 잠시 후에 들리는 총성에 의해 사라져갔다. 이런 과정이 있을 때마다 동굴 속은 찰나의 시간동안 빛으로 가득차고 다시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그렇다. 빛은 총성이 들릴 때마다 나오는 것이다. 그 때마다 얼핏 보이는 거너의 모습은 엄청난 포스를 뿜어낼법한 외모를 지녔다. 분명 얼굴에 아무런 힘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검은 피부색과 묘한 조화를 이루어서 위압감을 풍기고 있다.

이 남자가 바로 한 챔피언에게 파트너의 영혼을 뺏긴 이후 그림자 군도에서 거주한다는 남자이다.

그 남자는 루시안, 챔피언이다.

 

 루시안은 자기의 파트너가 영혼을 뺏긴 뒤 전쟁 학회에서 며칠동안 밤낮을 세우면서 상대 챔피언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했고, 그 이후에 챔피언으로 선택받은 뒤 그림자 군도에서 녀석을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지 벌써 2년하고도 반년이 더 지났다. 찰나의 빛으로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단 하나.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고 마음으로 화를 낼 수 있는 대단한 사람.'

 언데드 몬스터들을 모조리 처치했는데도 불구하고 녀석은, 그 챔피언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챔피언의 이름은...

"쓰레쉬... 어디 있는 것이냐!!!"
그는 분명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지른 것처럼 보였으나, 이 외침에 답이라도 해주는 듯이 동굴 전체에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루시안은 아무런 반응 없이 웃음소리가 멈추는 걸 기다렸다. 웃음소리가 무안함이라도 느껴서 저절로 멈추기를 바라는 듯했다. 끔찍한 웃음소리를 어딘가 모르게 절도있게 끊어서 들려주는 생물체가 천천히 만행을 중단했다. 다시 말을 잇는 루시안.

"어딨냐 네녀석..."

"날 불렀나."
아까와는 달리 꽤나 가까운 거리에서 적은 울림소리가 들려온다. 루시안은 자신의 귀를 잠시 의심했지만 곧 그러기를 멈췄다. 느낌은 의심할 수 있지만 감각은 의심할 수 없다. 재빨리 그는 자신의 총을 뒤로 돌려서 겨눴다.

 오른손에는 낫을, 그리고 왼손에는 등잔을 지녔고, 이 세상사람이 아니라는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망령. 간혹 경망스러운 사람들이 쓰레쉬의 외모를 연두빛 해골머리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사실 수박 겉핥기 식의 묘사에 불과하다. 생전에 악명높은 간수로 활동하다 죄수들에 의해 죽었다 되살아난 쓰레쉬의 모습은, 알수없는 위압감마저 풍겨내서 실제 모습보다 더 사악해보인다. 루시안과도 대체로 비슷한 위압감을 풍겨내서 그런지, 이 두 챔피언의 상징색깔만 제외하고 비교한다면 루시안은, 쓰레쉬는 마치 거울속의 자신을을 보고있는듯했다.

"드디어 나와주셨군.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는 의미로, 지금 당장 용건을 해결하는건 어떤가?"
"크크크... 나야 감사하지 루시안. 그나저나, 이곳에서 겨루기에는 결투장이 너무 비좁고 어두워서 너에게 불리할텐데... 밖에서 겨루는 건 어떤가?"

기분이 나쁠정도의 호의를 베풀어준 쓰레쉬. 그리고 루시안은 생각보다 더 격하게 반응했다.

"아니, 그런 대답을 들으려고 여기에 온게 아니다 쓰레쉬! 당장 결착을 짓잔 말이다!"
"싫다면 억지로 하게 만드는 수밖에."
쓰레쉬는 자신의 등잔과 사슬로 이어진 낫을 공중에 휘두르다가 동굴의 출구쪽으로 날렸다. 루시안은 이를 공격을 감행하는 걸로 이해하고 총을 쏘기 시작했지만, 쓰레쉬는 탄환을 피하면서 사슬을 타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네녀석!"
마지막까지 쓰레쉬에게 우롱당한 루시안. 하지만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생각할 시간은 없지만 목적은 있겠지.'

루시안은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쓰레쉬가 날아간 곳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림자 군도. 동굴 밖.

끈질긴 추격 끝에 다시 조우한 루시안과 쓰레쉬. 쓰레쉬도 지금은 전과 달리 여유를 부리지 않고 루시안을 응시하고 있다. 주변은 그림자 군도의 분위기 그대로 푸르고 생명력이 넘치는 나무대신 시들고 먼지로 뒤덮인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 있었다. 바람이 일자 낙엽과 먼지들이 힘없이 휘날린다.

"이건 그녀를 위한 복수다."
"좋으실대로."
루시안과 쓰레쉬는 서로 낮은 음성으로 한마디를 건네며 싸울 준비를 했다. 그 때 쓰레쉬가 피식 웃으면서 루시안의 옆을 바라보았다. 그러거나말거나 루시안은 총구를 쓰레쉬에게 꼿꼿이 겨누고 있었지만.

"지금이다!"
쓰레쉬가 소리치자 루시안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이 둘 이외에 아무도 없는데...

그 때 쓰레쉬의 사슬이 루시안에게 날아갔다. '철컥'소리가 들린다.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행복함을 소름끼치는 웃음으로 표출하고 있는 쓰레쉬. 그러나 쓰레쉬는 평소와는 다른 미묘한 차이를 느꼈다.

"내 '사형 선고'에 잡히면 무조건 끌려오게 되어있는데..."
"그 말대로."
루시안이 답했다. 그는 자신의 총 한자루를 희생해서 자기가 걸리지 않게 사슬을 묶어놓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쓰레쉬의 사슬에는 그가 모아논 영혼들이 쓰레쉬의 조종에 의해 상대방의 힘을 일정량으로 감소시키는데 루시안 본인이 걸리지 않았으니 온전한 힘으로 오히려 사슬을 묶어놓고 있는 셈.

"간다!"
 루시안은 사슬로 묶여진 총을 보란듯이 떨어뜨리고 쓰레쉬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가 총을 쏘자마자 좀전에 보여준 여유로운 행동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보여주는 쓰레쉬! 그는 자신의 사슬을 포기한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루시안은 가만히 서서 슬라이드와 자신의 초점을 쓰레쉬에게 맞춰가며 쏘고 있었다.

"반드시 맞춰주마."
반드시 쏴 맞춰버리겠다는 루시안의 결의!

"윽!..."
쓰레쉬의 좌측 상단의 어깨에 탄환이 적중했다. 잠시 꿇어앉은 쓰레쉬.

"공정하게 싸우자는 의미로 밖에서 건 싸움치고 참 약았군. 뭐, 그 수단도 유치한 시선끌기라니, 어이..."
루시안은 순간 자기가 지나친 방심을 하고 있다는걸 알아차렸다. 안타깝게도 이런 진실은 자기의 등 뒤에서 가해진 충격으로 알아차렸다. 그런데 생각외로 절제된 말투로 웃는 루시안.
"훗, 이런 것도 있다니. 사슬을 날린 뒤에 다시 당겨오는 패턴인가?"
루시안의 겨드랑이에는 쓰레쉬가 던진 사슬이 걸려있었고 등 뒤에는 낫이 꽂혀져 있었다. 쓰레쉬는 남몰래 웃음소리를 내뿜었다. 사실 말투와는 달리 루시안은 자신의 몸통이 움직이지 않는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쓰레쉬가 던진 사슬에서 망령들이 나와서 루시안의 몸에 침투해있어서 움직임이 제약받기 시작한 것이다. 쓰레쉬는 이를 알고 있어서 일부러 보이는 용도로 웃음소리를 내뱉은 것일지도 모른다. 쓰레쉬는 사슬이 연결되어 있는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사슬의 끝에는 당연히 루시안이 서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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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