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기가 그곳입니까?"
추종자의 질문에 여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의 표정은 귀찮다는 의사가 담겨져있지만, 남몰래 올라가 있는 입꼬리와 주변 명암속에 교묘히 숨겨져 있는 눈빛은 딱봐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추종자들은 오랜 항해에 이어서 깊은 동굴까지 쉴틈없이 행진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여자가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행진은 계속되었고, 비슷비슷한 풍경들 역시 계속해서 지나갔다. 나뭇잎이 떨어져있거나, 풀들이 말라버린 풍경들을 추종자들은 의아해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지식을 총동원해도 지구상의 이런 풍경이 자연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떨어져 있으니 아마도 가을, 겨울의 중간 시기인 것 같은데, 막상 풀들은 계속 자라나고 있어. 더군다나 노란색이 아닌 푸른색으로 말라버리고 있다니... 이런 곳은 정말로 거미의 신만을 위한 성소일지도 모르겠군."

 아, 이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이 사람들의 머리가 조금이라도 이성적으로 활용되었으면 호랑이 굴에서도 빠져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추종자들에게 그 이상의 이성은 사치로 여기는 듯하다. 거미의 신이 존재하는 성소에서 사소한 의문은 곧 반항을 의미하니까.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신이 살고 있는 성소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그렇군요. 곳곳에서 보이는 새끼 거미들도 우리들을 반기는 것 같습니다."
"네. 여러분의 신앙심은 보고계시는 거미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는군요."

이어서 동굴 오른쪽에서 나오는 거대한 거미가 나왔다. 여자는 이 거미의 신이라 불리는 생명체에게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잠시 후 그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 당신들의 신성심을 우리의 심에게 보여줄 때가 왔습니다. 모두들 엎드려서 신을 향해 엎드려 경배를 해주십시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이제 그대들은 축복을 받을 것입니다."
 여자의 말투가 의미심장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진정 신성심이 깊은 자는 거미의 포옹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순진한 추종자들은 우두머리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라 거미의 신 앞에서 엎드리기 시작했다. 진짜로 그 자세를 취하라는 의미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여자는 행복함을 감출 수 없어서 추종자에게 등을 보인 채 소리없이 웃기 시작했다.

"끄아..."
지르다 만 비명소리가 추종자의 앞줄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미의 신이 마구잡이로 추종자를 포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두려워 마십시오... 호호... 이것도 한 과정일 뿐입니다!"

우두머리 여자가 추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동안에도 거미의 신이라 불리는 생명체는 포식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이제서야 추종자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의 그릇된 신앙과 현실을. 그러나 너무 늦었다.

"어? 이게 뭐야?"
"새끼거미들이... 몸을 타고 올라온다!"
"빨리 떼어내! 여기서 벗어나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너무 늦었다. 그들이 살아남기에는. 새끼거미들은 추종자들을 떼거지로 덮쳐서 신체 구석구석을 물어뜯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와 비명, 쓰러져가는 사람들. 이것들이 많아질수록 한 여자의 웃음소리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엘리스님, 정신차리세요! 이러다가는 엘리스 사제님마저..."
"멍청아, 아직도 꿈을 꾸고 있냐? 저 사람은 단지 우리를 저 괴물의 반찬거리로 만드려고 하는거야!"
"반찬거리라면...?"
"그야 당연히 잡아먹는 거겠..."
도암치는 추종자들의 말문이, 아니 입이 막혔다. 대화의 말문이 아닌, 입이, 그리고 온몸이 막혀졌다. 거미줄에. 엘리스의 거미줄에 몸이 묶였다.

"그 말대로."
"우우우, 우웁..."
엘리스는 계속해서 거미줄을 내뿜었고, 추종자들의 본모습을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몸을 감았다. 결과는, 그들의 믿었던 거미의 신에게 잡아먹히는 아주 간단한, 그리고 엘리스에게는 전과 다름없는 결과지만.

 

"살... 살려주십시오 엘리스님!"
평소에 엘리스가 아꼈던 추종자도 이 행렬에 참가했다. 그 역시 다른 이들처럼 도망을 치다가 엘리스에게 달라붙어 애원하기 시작했다. 엘리스 역시 이 추종자를 평소에 총애했기 때문에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한 모션을 취해보였다. 가장 맹목적인 신앙심을 보여줬으니 결과적으로 먹잇감이라 해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뭐지?'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 잠시 되살아나는듯한 느낌을 엘리스는 잠시 받았다. 이것은 모션이 아닌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게 이 추종자의 생사까지 가르는데 미치지는 못했다.

"알았다."
살려준다는 말은 아니었다. 추종자는 좀 다르게 인지했을지도 모른다. 엘리스는 그 추종자에게 마지막 선물을 해주기 위해 새끼 거미들을 물러나게 했다. 이어지는 추종자와의 갑작스러운 포옹.

"에... 엘리스님?"

당황해하는 신도를 무시하고 입술을 들이대는 엘리스! 얼떨결에 엘리스와 추종자 사이에서 입맞춤이 이어졌다. 놀라긴 했지만 추종자는 피하지 않는 듯 했다. 팔을 들려서 거센 포옹을 이어가려는 신도는 자신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내가 그대에게 주는 마지막 안식이다."
그 추종자는 할말을 잃었다는 듯이 멍하니 엘리스가 사라지는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이 종교에 바친 행위에 대한 후회감이 그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뒤에서 거미의 신이 달려들었다.

"으아아악!"
이어서 끊임없이, 남자여자 구분없이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악!"
"살려주세요! 여기... 누구 없나요오오오오!!!!"
숨이 멎기 직전까지 한계치의 음량을 출력해내는 인간의 절박함을... 엘리스는 가만히 즐기고 있었다. 이게 그녀의 삶이었으니까.

"끄흐으으윽!"
동굴 밖에서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밖에도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나보군."
그녀는 하염없이 죽어가는 추종자들을 뒤로하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살아 돌아갈 수 있는 자는, 거미 여왕을 빼고는 단 한명도 없으니까.

 

 엘리스는 자신의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변은 어떤 생물체가 있는지만 알려줄 수 있을 만큼의 빛만 존재한다. 자신의 몸도 윤곽으로만 인식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엘리스에게는 상관없는 일.

"...기분좋은 꿈이었어."
 그녀는 언제나 꿈을 꾸었다. 저번 의식때 추종자들을 고통스럽게 죽이는 장면을 꿈으로 꿨다. 만족스러웠다. 그 사람들이 있어서 엘리스는 현재 자기의 외모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손이 간지럽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새끼거미였다. 아무런 명령도 없이 아침에 일어나는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이리라. 고의적으로 거미줄을 이용해서 장식해놓은 조잡한 무늬의 시계가 시야에 들어온다. 짧은 바늘이 7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침식사시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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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