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연재한거 몽땅 들고 왔어영.







" 모두 전진! 상단베기! 하단베기! 막기! " 

" 거기 너! 어디 가는거야! " 

훈련하고 있던 부하 하나가 검을 내려놓고는 내 앞으로 오길래 나에게 
무슨 용건이 있는가 싶어 하던일을 멈추고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내 모습에 있었다. 

" 가렌님 오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으십니다..." 

" 아니, 난 멀쩡하다. 그러니 하던 훈련 마무리 짓도록 "
남이 내 표정을 보고 읽을 정도로 고심하고 있었단 건가.


나는 가렌,  '데마시아의 힘' 이라고 불리우는 전사다.

그런 칭호를 얻게 된 것은 역시나 수많은 전투에서 얻은 경험들일 것이다. 
그중 얻게 된 결론이 있다면 '적을 처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그 옆의 적과 함께 한칼에 베어버리는 것이라는 것' 이었다. 

물론 내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 문제도 검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남자는 검을 대면 했을때 그 진실을 마주하게 되니까......

하지만 우리는 오래전 부터 틀어져 있었던것 같다.

하아... 이 문제는 17년전, 내가 12살의 철부지 꼬마였을때 부터 시작한다.

나는 어릴때 부터 데마시아의 군인이던 부모님을 존경해왔다. 
나도 꼭 커서 데마시아의 기사가 되리라 다짐하며 검술 훈련을 
빠지지 않고 했다. 

" 오늘도 훈련! 훈련! " 

여느 때처럼 검술 훈련을 하러 걸어가던중 손도끼를 쥔 
소년을 지나나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 그리고 얼굴.. 

'어디서 봤더라... 그리고 도끼는 왜 쥐고 있는걸까' 

궁금하던 차에 물어보았다.

" 가던길 스톱! 너 내 또래 같은데 나무꾼이야? 어린 나이에 대단하잖아? "

그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답했다.

" 난 다리우스, 나무꾼이 아니야. 장차 도끼로 전장을 누비는 
장군이 될거거든. "

무척 확신에 찬듯한 표정과 상기된 얼굴이 진심임을 말하고 있었다.

" 남자라면 검 아니겠어? 그런 도끼로는 적을 공격하긴 커녕 방어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  라는 말로 빈정거렸다.

'아차......'

그 말을 들은 다리우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며 도끼를 견고히 잡고 공격 자세를 취하자 나는 무언가 말실수를 했단걸 깨닫고는 
검을 뽑아 방어자세를 취했다.

" 내 도끼를 무시한걸 후회하게 해주마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도끼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혔다.

깡! 

검으로 막았지만 손으로 흘러들어오는 진동이 느껴지며 꽤나 
충격이 전해져왔다. 

'크으, 이거 꽤 아프잖아...' 

쉬이이이익

대기를 찢는소리와 함께 여러번 도끼가 휘둘러져왔다. 막는것이 
고작이었던 나는 아무 생각없이 계속 뒤로 물러서다 돌을  밟고는 
넘어졌다.


도끼를 빙글 빙글 돌리면서 오는 다리우스의 모습은 흡사 사신과 같았고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 부모님, 아들은 꿈도 못이루고 갑니다. '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모든걸 
포기한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가 박히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자 눈을 슬쩍 떠서 살펴보았는데 웃으며 서있는 다리우스가 
보였다.

" 뭐.. 뭐야, 날 조롱하는거야? 죽일거면 곱게 죽여 안그럼 내가 널 
죽일테니까! " 

난 군인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기사의 격과 다짐을 배우며 자랐다.
당연히 적을 앞에두고 저렇게 실실 쪼개는 짓은 적에 대한 모욕!
난 참을수가 없었다.

" 큭큭큭, 내가 널 정말 죽일거라고 생각한거야 가렌? 이거 섭섭한데~ "

잠시 멍해졌다.

"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거지? 분명 나는 이름을 말한 기억이 없는데  "

" 기억 못하는거야? 가렌~ 우리 친구잖아 친구 " 

" 이익.. 너 아직 날 놀리는거냐? " 

" 아냐 진정해봐 가렌, 7년전일 정말 기억안나? "

'7년전? 내가 그렇게 오래된 일을 어떻게 기억.. 아! 생각해보니 
어릴때 같이 어울렸던 애가 한명 있었던것 같기는 한데.'

떠오르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내 표정을 읽었는지 

" 이제야 기억난거야 친구? "  하며 물었다.

" 그래 이제야 기억났어 다리우스" 

밝게 웃으며 말하는 내 목소리엔 기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잊고 있었던 내 친구와의 재회는 잃어버린 형제를 
찾은것 마냥 정말 기뻤고 같이 놀고 훈련하는 시간이 좋았다.

" 오늘도 가야지 가렌? "

" 아무렴 " 

오늘도 훈련하러 가는길에 다리우스를 만나서 같이 가는중이다. 
곧 연무장이 보이겠지. 아 저 연무장은 기사들이 예전에 쓰다가 버려진
곳이라고 하던데 지금은 어린애들의 놀이터로 쓰이고 있다.
지금 시간대는 이른 아침이라 내가 훈련하는 거지만...

" 그럼 연무장까지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팔굽혀펴기 50개 추가다! " 

하며 달려가는 다리우스.. 이 자식은 역시 장난기가 많다. 

" 방심한 사이에 그러는게 어딨어!! 기다려! " 

우린 보통 이렇게 훈련하고 있다. 

팔굽혀펴기 200개 달리기 20분 검술훈련 (다리우스는 도끼 훈련)
대련 1시간 그리고 마무리 스트레칭. 
물론 대련은 10분하고 10분쉬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 후욱. 후욱.. "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연무장에 도착하니 이미 도착한 다리우스가
실실 쪼개며 바라보고 있다. 

" 가렌 넌 역시 달리기가 느리단 말야~ " 

" 시끄러워, 말하면서 달리는게 어딨어! " 

" 아 안들려~ 안들려~ 니가 느린걸 탓하라구 하하하 "

'저 녀석은 실력은 좋은데 너무 능청스럽단 말이지.' 

아무튼 다리우스의 실력에는 나도 놀랐다. 처음 만났을땐 무슨 도끼로 
장군이 된다기에 비웃었지만 그와 처음 대련했을때와 이후 몇번씩의 
대련으로 그 말이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다.
녀석의 실력은 진짜였고 4년 넘게 검을 잡아온 나만큼 아니,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실력자라는 것이다. 

' 나중에 커서 정말 도끼로 장군이 되는건 아니겠지? ' 

도끼를 들고 전장을 누비고 있는 장군의 모습을 떠올리곤 웃었지만 
들려오는 다리우스의 말에 웃음기를 지우고 검을 잡았다. 

" 뭘 실실 웃고 그래. 자 이제 훈련 시작해야지? "

" 물론이야 다리우스 오늘 대련에선 봐주지 않을테니 각오하라구 " 

" 내가 할말이지롱 " 

" 이익! "

달리기 까지 끝낸뒤 우린 각자 무기를 집어들고 훈련에 들어갔다. 
매일 보는거지만 다리우스의 도끼 훈련법은 내가 하는 훈련법과는 
다르게 특이하다. 검과 도끼라는 무기의 차이가 있어서 그렇겠지만은.. 
아무튼 저녀석은 특이하다. 

시작은 도끼를 쥐고 빙글빙글 돌리더니 멀리 있는 나무에 던지더니 
달려가서 도끼를 뽑으며 반대쪽에 있는 나무에 빠르게 던진다. 
그런 과정을 수회에서 수십회 가량 반복하면 숨을 내쉬고는 
휘두르는 연습을 한다. 

상단을 비스듬이 가르는 것을 양쪽으로 수십회, 
머리 위를 직선으로 찍어 내리는 훈련을 수십회 가량 하고 난뒤에
도끼를 양손으로 잡고 회전하는 훈련을 하는데 이 것에서 나는 
특이하다고 느꼈다. 처음 봤을땐 정말이지 황당해서 

" 너... 도끼 잡고 회전하는건 뭐야? " 

" 아 이건 내가 개발한 공격 기술이야 일명 '학살' 이라고 붙였단 말씀! "

" 그렇게 잡고 돌면 빈틈이 생기지 않을까? " 

" 전혀 그렇지 않아. 니가 봐서 알겠지만 엄청 빠르게 돌잖아? 하지만 
빠르게 도는게 다가아니야. 도끼를 잡고 돌게되면 적에게 미치는 거리가 
꽤 짧은데 이 도끼에 장치를 하나 해놨거든. " 

' 장치? ' 

" 어디 봐, 무슨 장치를 말하는거야? " 

녀석이 보여준 도끼에는 작은 버튼이 하나 달려있었는데 그걸 누르니 
도끼날이 30cm 가량 솟아 오르는 것이었다.
놀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다리우스에게 어떻게 한거냐고 물었다.

" 으엑? 이게 뭐야 무슨 장치를 쓴거야, 도끼 날이 갑자기 길어지다니 " 

" 이건 음.. 뭐라고 하더라. 그래! 필트오버의 천재 과학자라는 사람이 
만든 도끼야. 마법공학을 이용해 만든 발명품이라고 하던데 
버튼을 누르면 도끼날이 길어지는 기능뿐이라 실패작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아버지에게 혹시 쓸일이 있으면 쓰라고 건네줬다고 하더라구"

" 너희 아버지 나무꾼이셔? "

그 말에 다리우스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 아니야! 너 나무꾼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거야. 우리 아버지는 도끼를 
이용해 전장을 누비는 전사라구! " 

'그래서 도끼로 장군이 되겠단 집착을 받은거군? 하긴 나도 부모님 
영향으로 군인이 되겠다고 생각한거지만.. ' 

" 근데 니가 그걸 왜 들고 있는거야? " 

" 아버지가 이 도끼는 너무 작아서 쓸일이 없을거 같다고 나한테 주셨어 "

" 그래? 아무튼 이 도끼로 회전하면 도끼 길이만 보고 접근하던 녀석들은
죄다 베여 버리겠는데? "

" 그렇지? 그래서 '학살'이라고 기술명을 지은거라구 "

" 그렇구나. 그럼 도끼로 내려찍는 것도 기술명이 있겠네? " 

"물론이지" 

예상하고 물어본건 아닌데 기술명이 있다니 당황스러웠다.

" 뭔데? " 

" ......의 단두대 " 

" 무슨 단두대? " 

" 응? 아니야, 기술명은 그냥 단두대야 " 

분명 어쩌고의 단두대라고 들은것 같은데 다리우스가 말을 흐리며 
얼버무려서 무슨 사연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 자자 기술명도 다 말해줬으니 대련해야지? 오늘은 안봐줄테니 각오해 "

" 내가 할말이야 다리우스 " 

며칠동안은 몰아치는 도끼들에 반응하며 막는것에만 치중했지만 
이제는 그 움직임이 보였기 때문에 내가 공격하기도 했다.

" 하아 대련 끝! 오늘도 참 보람찼다 그치 가렌? "

" 힘들긴한데 나름 할만했어. " 

" 에이~ 아닌거 같아 보였는데? " 

" 맞거든! " 

티격태격하며 싸웠지만 다리우스를 만나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련하며 오르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예전에는 혼자 훈련만 하며 
친구 만들 시간을 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나와 비슷한 
아이를 만나 즐겁고 재밌는 시간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원할거라고 생각했던 즐거운 시간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오늘도 훈련하러 가는날! 

매일 훈련하는게 힘들지 않냐구? 물론 힘들어. 하지만 힘든만큼
내가 성장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리우스랑 같이 논다는 느낌이 강하거든.
물론 진짜로 논다는건 아니지만, 대련할땐 우리 영혼이 만난다는 
느낌이랄까? 설명해도 모를거야.

먼 발치에서 도끼를 들고있는 다리우스의 모습이 보였다. 

" 다리우스으으으~!! " 

나는 손을 흔들며 달려갔지만 내 앞에 보이는건 다리우스가 아니라 
도끼를 들고있는 나무 인형이었다. 

" 얼라리요 이건 뭐지..? "

" 이거 봤어 가렌? 내가 만든거야 " 
그렇게 말하며 다리우스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 이건 뭐야? " 

" 뭐긴 뭐야. 나를 본따 만든 나무 인형이지. " 

" 왠지 널 쏙 빼닮은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니가 만든거야? " 

" 물론이지! 난 원래 못하는게 없잖냐. 니 인형도 만들어줄까? " 

" 그래주면 좋지 " 

다리우스는 은근 손재주가 좋은것 같았다. 120cm 정도 되는 크기의 
인형을 하루사이에 만들어 내다니.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만든것 치곤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여겼다. 

"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 우리 인형 다만들어지면 칼이랑 도끼도 조각해서
손에 끼워넣는건 어때? 연무장에 우리 나무 동상을 세우는거야! " 

" 그거 괜찮겠는데 가렌? 그럼 칼이랑 도끼는 니가 조각해 " 

" 맡겨만 둬 " 

사실 나도 7살때 부터 무언갈 조각하는게 좋아서 몇년동안 나무조각을 
구해와 조각칼로 다듬으며 물건들의 형체를 본따 만든 조각상을 
걸어놓는게 취미였다. 그렇게 지내온 내가 검 도끼 정도야 식은죽 먹기지. 

" 그럼 오늘 대련은 빨리 끝내고 조각하러 가자. " 

" 좋아 다리우스, 늘 말하던 거지만 난 봐주거나 하지 않아? " 

" 훗, 어련하시겠어~  그럼 간다! "

깡! 

맑고 청명한 쇠소리가 연무장에 울려퍼졌고 우린 대련을 시작했다. 

" 그럼 내일 조각한거 들고 연무장으로 와 다리우스~! "

" 알겠어, 그럼 내일 보자 ~ " 

집으로 가는길 나는 답지않게 흥분했다. 조각하는건 꽤나 오랜만이라
이것저것 칼들로 예쁘게 만들어볼 계획이었기 때문. 
촐싹대며 집으로 뛰어가는데 가는길에 데마시아 군인들이 행차하는걸 
보았다. 분위기가 엄숙하거나 하지않고 제법 밝아보여 나도 시민들 사이에
끼어들어가 같이 구경했다. 그런데 맨앞에 말을 타고 있는 갑옷입은 
앳된 청년이 있었다. 군대를 지휘하는 모습이었는데 되게 멋져 보였고 
나도 커서는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려는데 

" 꼬마야 저 앞에 있는 분이 누군지 아시니? " 

" 음... 모르겠는데요. 데마시아의 사령관 인가요? "

" 아니야 틀렸어, 바로 저분은 현왕 자르반3세의 아들 자르반4세 왕자님
이시란다. " 

" 우와아아... " 

" 왕자님은 처음보는가 보구나. 원래는 이길로 행차하지 않으시던데 
요즘들어 이 길로도 다니신다고 하더라구. " 

" 그런데 무슨 일로 행차하시는 거에요? " 

" 아, 그건 바로 마을의 방범을 위해 순찰중이시라는 구나. 다른 
왕자님들은 황실에서 놀거나 여자들 뒤꽁무니나 쳐다본다고 하던데 
그 와는 다르게 자르반4세 왕자님은 마을의 방범도 책임지시고 
훈련도 꼬박꼬박 하시는데다가 인품까지 훌륭하신 분이니 
장차 자르반3세 님만큼의 현왕이 되어 전 영토를 호령하실게다 " 

" 아! 다른 왕자님들 험담한 말은 비밀이다. 약속? " 

" 약속... " 

새끼 손가락을 걸고 다짐까지 받고서야 안심하는 태도를 보이는 아저씨..

' 아저씨가 뭐가 이리 유치해... ' 

" 아 비밀을 지켜주는것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음... 
너 검차고 있는걸 보니 검사가 되는게 꿈이게로구나? " 

" 네! 커서 자르반4세 왕자님의 호위무사가 될까봐요. "

내 머리에 꿀밤을 놓으며 

" 욘석! 방금 생각해낸거지? " 

" 우.. 아니에요. 사실 자르반3세 전하의 호위무사가 되고 싶었는데 
오늘 왕자님을 본뒤에 저 분의 호위무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 

" 호위무사가 꿈인건 매한가지로구나 좋다, 니 눈빛을 보니 오랜 기간 
꿈꿔왔던 일인건 확실하고. 선물은 지금 주고 싶지만 나중에 주도록 
하마. 분명 검의 길을 걷는 너에게 큰 도움이 될것이야. 
언제 찾아오든 받아주마. 단 1년전까진 와야한다. 
마을에서 '레디언' 이라는 사람을 찾으면 되고, 쉽지? " 

'쉽긴 개뿔이.. 이 넓은 마을에서 이름 하나 가지고 어떻게 찾으라는거야?'

그 날이 레디언, 아니 스승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 아저씨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내 
그만두고는 내일 다리우스에게 줄 나무 도끼와 나무 검 만드는것에
집중했다. 

" 아차! 다리우스 도끼가 어떻게 생겼더라? 으음... 도무지 생각이 
안나는데.. 대충 도끼 모양으로 하면 되려나? 에잇 이렇게 된거 
내가 멋진 도끼를 만들어 주겠어! " 

곰곰히 생각해도 도끼 모양이 생각나질 않아 내 임의로 예쁜 도끼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 어디보자 조각칼은 여기있고, 나무 조각은 밖에서 구해와야 하나... " 

" 오빠, 찾는거라도 있어? " 

화들짝. 

" 놀랬잖아 럭스! 뒤에서 인기척도 없이 나타나서 말하면 어떻게 해 " 

" 나는 아까부터 불렀는데 아무말 없길래 뒤에서 말한건데? 헤~ " 

혀를 내밀며 귀엽게 말하는 여자아이는 내 2살 어린동생 '럭스' 
본명은 '럭산나' 이지만 편하게 부르기 위해 럭스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 가족이 끔찍하게 아끼는 소중한 아이. 

" 흠흠, 아무튼 나무조각이 필요한데 본적있어? " 

" 나무조각이라면 시종 방에 있을걸? "

" 그래? 고마워 럭스 " 

" 뭘~ 헤헤 " 

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는다. 아무튼 시종방이라고 했지? 어디 가볼까. 
우리집은 근위대 가문의 집안이라 꽤나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부도 있기에 집이 넓고 정원과 아버지의 
직속 경비들, 그리고 시종 시녀까지 있으니 마치 귀족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높은 신분이라고 남을 깔보거나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원래 태생이 그렇기도 하지만 신분으로 남을 내리 까는건 
마음에 들지 않는달까. 그래서 귀족들 자제들이 받는 기사 수업에 
참가하지 않는다.

" 마르셀~ 어디있어? " 

"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

마르셀은 내 시종중 한명인데 나이는 10살정도로 어리지만 매사 하는 일이
꼼꼼하고 성실하며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갈색 머리카락에 선해보이는 인상은 또래 소녀라면 얼굴을 붉힐정도. 
그런 아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전쟁때문에 부모님을 잃었는데 마침 
그 전쟁에서 싸우던 아버지가 나무에 깔린 마르셀을 발견했고 우리 집의
시종으로 일하게 되었다.

" 응, 혹시 나무조각 있어? 길이는 한 1m 정도? " 

" 아 마침 남는 조각이 있네요, 몇개나 필요하신지요? " 

" 2개면 될거야, 고마워 마르셀. " 

" 뭘요, 도련님 " 

마르셀도 최근들어 나무조각을 만드는것에 푹빠져 살고 있다.
나보다 손재주가 많은것 같아서 은근 시샘이 나긴 하지만 뭐 어때. 

" 자 이제 나무조각도 얻었으니 조각을 해볼까? " 

일단 나는 검과 도끼를 70cm 정도로 만들 생각이다. 다리우스 에게는 
미안하지만 도끼가 꽤 멋지게 생겼었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아 
양손도끼를 만들어 줄생각이다. 일단 생각해둔 모양은 길다란 손잡이와 
도끼 부분의 앞날은 크고 예리하며 곡선을 줄 생각이고 뒷 날은 휘어진 
칼날을 표현해줄 생각이다. 

'화내지 않을려나 몰라.. ' 

이정도로 화낼리 있겠냐만은 다리우스는 은근 자기 도끼에 대한 자부심이
크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 뭐 예쁘게 만들어 주면 좋아하겠지? 그럼 만들어볼까? "

2시간이 흐른뒤 나는 멋들어진 나무 도끼와 원래 검보다 좀 작은 사이즈의 
나무 검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내일이 기다려졌다.

' 이정도라면 다리우스도 만족하겠지? '

그렇게 생각하고 잠을 청한 다음날 아침 나는 다리우스를 만나기 위해 
연무장으로 갈 채비를 했다. 

" 오빠, 나도 데려가 주면 안돼? " 

" 너도? 넌 가봐야 별로 재미없을텐데. " 

" 아니야, 오늘은 엄청 재밌을것 같은 기분이 들어! " 

" 그래 그럼, 같이 가자. " 

" 야호! " 

'어린애처럼 좋아하다니. 아직 멀었구나 럭산나! 이 오빠는 그 정도의 일로
들뜨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나도 무척 들떠있었나 보다.
연무장으로 가니 나와 비슷한 나무 인형이 다리우스 인형 옆에 있었다.

" 오호, 아주 잘만들었는걸? 이 녀석 조각 기술이 대단하단 말이지.. " 

생각하는걸 그대로 조각한다는건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보고 하는건 
모를까. 나는 몇번 본 도끼의 모양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아 고심한끝에 
내가 창작해서 만든건데 다리우스는 관찰력이 뛰어난지 내 갑옷의 세심한
모습이나 내 얼굴 생김새들을 잘 표현하였다. 

" 근데 다리우스는 어디있지? " 

" 오빠, 다리우스가 누구야? " 

" 아 너한테 아직 말 안해줬구나. 다리우스는 내 친구야, 숨어있는거 
같은데? 곧 나올테니 기다려봐 " 

그렇게 말했지만 몇분이 지나도 다리우스는 커녕 사람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건 내 기우일까.

바스락! 

나뭇잎을 밟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괜한 기우겠지 하는 내
마음은 처참히 짓밟혔다. 

" 크흐흐, 어이 꼬맹이들! 여긴 니들이 소꿉놀이 하는 장소냐? " 

검붉은 복면을 하고 있는 자들의 가슴에 하나 같이 달려있는 마크는
붉은 도끼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명칭을 붉은 도적단이라나
뭐라나. 귀족 자제들을 상대로 금품이나 갈취하는 쓰레기 집단이다.
그리고 그 녀석들에게 잡혀있는 어린 소년이 보였다. 

'다리우스......' 

" 럭산나.... 니가 말한 엄청 재미있을것 같다는게 이건 아니겠지? " 

" 아.. 하하하 아닐..걸? " 

" 꼬맹이들아! 뭘 그렇게 속닥거리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는 잘 알고 
있겠지? 그 이름도 유명한 붉은 도적단이다.
우릴 봤으니 뭘 해야 되는지 잘 알겠지? 가진걸 다 내놓으면
니 친구는 곱게 풀어주도록 하마. " 

검에 손을 가져가려는 찰나 

" 아, 저항하면 니 친구는 아마 머리와 몸통이 분리될거다. 
큭큭. 어때 재밌지 않아? " 

'악취미로군...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쓰레기같은 협박질이라니.'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나는 어쩔수 없이 럭스가 가지고 있던 
팔찌와 목걸이 등을 빼서 도적에게 가져갔다.

퍼억! 

"크윽......." 

보석을 건네려는데 갑자기 도적이 내 복부에 발차기를 가해 뒤로 내동댕이
쳐졌다. 분노한듯한 다리우스가 저항하려 하자 똑같이 맞고는 
내 옆으로 날아왔다. 

" 괜찮아 다리우스? 이게 대체 무슨짓이야! 원하는 보석을 줬으니 
된거 아니야? "

" 아아, 그랬지 참. 근데 말이야 보석 한두개 받는걸로는 우리가 이곳에
친히 행.차.하.신데에 대한 보상으론 좀 작지 않나 싶어서 말이야.
너희들을 인질삼아 돈을 좀 뜯어내야 할것 같거든? 너희 집으로 
안내하는게 좋을거다. 숨만 붙여 놓은채로 협상할 생각도 하고 있거든.
곱게 안내하는게 너나 우리나 서로 윈윈하는 좋은 전략이지 않겠어? "

라고 말하는 녀석의 비릿한 미소를 보니 나는 더더욱 곱게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총 여섯명인가... 할만 할 것 같은데? '

다리우스의 몸에 생채기가 군데군데 나있는것을 보면 분명 저항하다  
잡혔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고는 다리우스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 다리우스, 저 녀석들 실력은 어떤거 같아? " 

" 아까부터 지껄이던 놈 있지? 저녀석이 대장이야. 실력은 별 볼일
없는 수준이지만 숫자가 많다 보니 잡힌거지 뭐. "

" 그럼 우리 셋으로 돌파 할 수 있다는 말이군. " 

" 니 옆에 있는 여자애는 누구야? " 

" 아, 럭스라고 하는데 내 여동생이야, 마법을 다루니 도움이 될거야 " 

" 그렇군, 그럼 본때를 보여줘볼까? " 

" 꼬맹이들이 지금 작전회의 하냐? 저항하면 팔 다리 하나쯤 없는 채로 
너희 집으로 갈수도 있을거다. 우린 자비라고는 없는 사람이거든. "

" 하아? 어떨까. 그 오만방자한 말투가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어디 볼까? " 

도발을 시작한건 다리우스였다. 그 말을 들은 도적들은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 크크큭, 꼬맹이들이 피를 보고 싶어 안달이 난게로구나. 
얘들아 숨만 붙여놔라 두당 최소 500골드는 받을수 있을테니. "

챙! 채앵 챙!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나오는 도적 두명과 검을 맞부딪친 순간 다리우스의
말대로 실력이 형편없다는걸 깨달았고 점점 내 페이스대로 몰고 갔다. 

" 크윽.. 무슨 꼬맹이 실력이 이렇게나. " 

"방심하지 마라! 이 녀석들 보통내기가 아닌것 같다. " 

그렇게 말하는 대장의 얼굴도 심각하긴 마찬가지 였다. 
대장과 도적한명이 다리우스의 도끼 하나에 밀리고 있었기 때문. 

" 아저씨, 말한거에 비해 실력은 영 형편없는걸? 그래가지고서 
날 잡을수나 있겠어? " 

" 이 꼬맹이 자식이!!! " 

도적단 대장은 흥분해서 다리우스에게 달려갔고 그 선택은 도적단 대장의 
마지막 선택이 되었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대장의 왼쪽 팔 하나가 깨끗하게 도끼날에 베였고
뒤이어 따라들어온 부하의 단도를 매끄럽게 피한 다리우스는 차고 있던 
단도를 뽑아 빠른속도로 녀석의 복부에 박아넣어 마무리 지었다. 

" 끄아아아아악!!! "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왼쪽 팔을 잡고 울부짖고 있는 대장녀석은 
무척이나 아파보였고 다리우스에게 증오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 그렇게 쳐다 보면 어쩔건데 애.송.이 도적단 대장님? " 

다리우스는 개의치 않는다는듯 했지만.

" 그럼 슬슬 나도 끝내볼까? 도적 아저씨들? " 

" 얕보지 마라 꼬맹이. "

" 그말은 아저씨의 마지막 말이 될거야. " 

말이 끝나자 마자 빠른속도로 앞에 있는 녀석의 목을 사선으로 베어 넘기며 
회전한뒤에 들어오는 검을 쳐내고 가슴팍을 벤뒤 복부에 칼을 쑤셔 박았다.

푸욱! 


" 컥, 커어어억 "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도적은 절명했다. 

'럭스는 잘하고 있나 볼까' 

내가 럭스를 걱정하지 않은 이유는 내 여동생이지만 나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마법에 대해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럭스는 예전에 한번 붙어보았는데 검을 들고 달려가자마자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그대로 빛의 구체를 맞아 기절했다.  예상대로 럭스는 도적 두명을
빛의 줄로 묶어놓고는 빛 줄기를 쏴대며 가지고 놀고 있었다.

" 잘했어 럭스, 역시 내 동생이라니까 " 

" 헤헤, 그쪽도 정리가 얼추 된거 같은데? " 

피로 얼룩진 형상들을 보고도 흠칫하는 기색이 없다니.. 타고난 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저런 모습들에 놀라지 않는다. 그저 신기했을뿐...
근위대 집안이라서 그런걸까.

" 아무튼 다 처리했으니 경비대를 불러오도록 할까? "  

붉은 도적단 대장은 마르키스라고 했다. 옛날 데마시아의 군인 장교였다고 
하던데 어쩌다 저렇게 변해버렸는지 모르겠다. 군인을 그만두고 도적질을
하다보니 실력이 떨어졌을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군인 
장교출신이던 자의 왼팔을 깔끔하게 날려버린 다리우스의 실력도 
여간내기는 아니란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난 훌륭한 친구를 두었다는것이 자랑스러웠고 
미소가 입에 머금어졌다. 

도적단 6명중 3명은 죽고 3명만이 잡혀 지금까지 저지른 죄들에
대한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갈 예정이다.

특별히 상해를 입히거나 사람을 죽이진 않은 녀석들이라 죄값이 
크거나 하진 않을거 같아 아쉬웠지만 도적단을 우리 손으로 박살내버렸던
것은 꽤나 멋진 일이었고 자르반4세 왕자님의 호위기사가 되기 위한 
걸음을 막 걸었다고 생각한다.

그 일이 있은뒤 집에 돌아온 우리는 부모님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어떻게 아시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인상착의를 듣고는 우리라는걸 
알게 되셨나 보다. 

꼬맹이들이 겁도 없이 도적이랑 싸우냐는 둥 
다치면 어쩔꺼냐는 둥,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부모님의 표정은 화나보이지
않았고 대견스럽게 여기시는것 같았다.

" 하아.. 귀에 딱지 앉겠네. "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침대에 누워 고민했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는것에 대한 놀라움이나 자괴감은 들지 않고 
그냥 무덤덤한 내 자신에 대한 괴리감이 들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 고민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 오빠? 밥먹으래. " 

" 알았어, 조금있다 내려간다고 전해줄래? " 

" 웅 알았어. " 

미소를 짓고 내려가는 럭스는 오늘 있었던 도적단 소탕에 대해 딱히 
고민하지 않은것 같다. 그러니 저런 밝은 얼굴을 유지 할 수 있는 거겠지만.

" 가렌? 왔구나 여기 니몫이다. 앉아서 먹거라. " 

저녁을 먹으러 내려가니 어머니가 밝은 표정으로 말하셨다. 

" 네, 엄마. "

저녁은 따뜻한 스튜에 빵과 샐러드 그리고 양고기였다. 

" 잘먹겠습니다. "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온 나는 산책할겸 밖으로 나갔다. 
계속 걸어가던 도중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변을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 이상하다... 안좋은 느낌이 들었는데. "

이상한 느낌의 원인을 찾기 위해 걸어가던 도중 타고 있는 냄새가 나서 
그쪽으로 달려갔는데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집 한채가 타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하나같이 칼을 들고있는 검은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사람들의 짓인것 같았다. 

" 뭐지...... 도적단인가? " 

마을에 소수의 도적들이 있지만 검은 갑옷을 입은 집단은 들어본적이 없다. 
그럼 대체 저 사람들은 도적이 아니라면 누구라는 걸까. 

" 아직 멀리가지 못했을거다. 흔적을 보고 쫒아가라! " 

두목으로 보이는 자의 말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내 내 시야에서 멀어졌다. 

나무뒤에 숨어 숨죽이고 보고 있던 나는 아무말없이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말했고 아버지는 내일 경비병들과 함께 조사하러
갈테니 안심하고 자라고 하셨다.

다음날 아침 다리우스를 만나러 연무장으로 갔다. 항상 일찍오던 
다리우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오늘은 늦나보네. " 

30분정도일까. 기다리던 나는 혼자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을 끝내고 무슨일이 있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계속 다리우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수가 없었다.

" 대체.. 왜 안오는거야 다리우스. " 

원래 혼자 하던 훈련이었지만 다리우스를 만나고 그와 함께하던 훈련에
익숙하던 나는 혼자하는 훈련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다리우스에게 분명 무슨 문제가 생긴거라 생각한 나는 마을로 가서 다리우스의 
인상착의를 말하며 찾아다녔다.

검은색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손도끼를 지니고 다니던 소년은 
흔치 않다고 생각해서 금방 찾을거라 여겼지만 하루종일 물어봐도 
그런 소년을 봤다는 사람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다리우스...... 너는 항상 나만 만나러 왔던거니."

허탈하게 집에 돌아간 나는 아버지에게 며칠전 밤에 있었던 불타던 집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버지는 경비대와 함께 조사하러 갔지만 그곳에는 흔적이 전혀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하나 알아낸 사실은 검은 갑옷의 착의를 하는 것은 녹서스의 병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다.

그리고 시체를 부검한 결과 깔끔하게 내장을 관통해 절명시킨 흔적이 
있는것으로 보아 잘 훈련된 암살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신 말을 듣고 

나는 두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는 왜 데마시아의 영토에 녹서스 암살자가 들어와 부부를 암살했을까.

둘째는 그 부부가 암살된 이유가 무엇인가였다. 

잘 훈련된 암살자가 강도짓을 하다 부부에게 들켜 충동적으로 살해 했다는 
싱거운 생각도 해봤지만 그럴 가능성은 0% 절대로 없다. 그 날밤 분명 
아직 멀리가지 못했을거라며 쫒아가는 모습을 똑똑히 봤기 때문. 

그렇다는건 살해된 부부 이외에 한명이 더 있다는 건데. 

아버지가 마지막에 하신 말씀중에 한가지가 걸렸지만 설마 그렇기야 하겠냐며
이내 머리속에서 지워버렸다.

" 아참, 그러고보니 그 집에서 아이의 흔적도 보이더구나. 핏자국이 멀리 까지 
이어지다 절벽에서 끊어진걸 보면 도망치다 그곳에서 죽었을게다. "





그날밤 다리우스. 

" 가렌은 괜찮으려나, 그 녀석 강한척 다하지만 속은 영락없는 어린앤데." 

가렌이 걱정되었지만 이내 아까 도적들에게 맞은 상처들이 조금씩 
욱신욱신 거려 그 생각을 그만두고 집으로 갈 생각부터 하였다.

가렌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도적들에게 저항하며 꽤 많이 맞았기 
때문이다. 

" 내 친구 앞에서 약한 모습은 보여줄수 없지, 암 그렇고 말고. " 

집으로 돌아간 나는 집안 공기가 매우 저조한것을 느껴 아버지에게 
영문을 물어보았다. 

" 아버지, 무슨일 있으세요? " 

" 왔구나... 아무래도 오늘 밤 여길 떠나야 할 것 같다. " 

" 네? "

나는 무척 당황했다. 헤어진 친구와 다시 만난것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떠나야 되다니. 절대 그럴수는 없는 노릇이다.

" 왜 떠나야 된다는거죠? " 

" 녹서스 놈들이 우리 흔적을 따라온것 같다. " 

그 말을 듣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리 아버지 제니어스는 녹서스 장군의
수하였다. 하지만 녹서스 군대의 냉정하고 잔인한 모습과 상반된 감정에 
치우쳐 행동하는 아버지는 더 이상 녹서스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 배반하고 도망치게 되었다.

도망쳐 눈에 띄지 않는 데마시아 영지 숲속의 빈 집을 찾아 정착한게 한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찾아낸 것이다.

또 다시 쫒기는 생활의 연속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 나갈 채비를 하거라. 곧 들이 닥칠지 모른다. "

아버지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부숴졌다. 

" 여기 있었군? 제니어스. " 

" 으득. 크리언, 니놈이.... " 

크리언이라고 불리는 저자는 분명 장군의 수하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뒤에 보이는 검은 갑옷을 입고있는 자들은 그의 부하들이리라.

" 녹서스 군대의 수칙 첫번째, 배신은 죽음으로 직결된다. 잘 알고 있겠지? " 


스르릉.


아버지는 검을 뽑아 들었고 이내 소리치며 말하셨다. 

" 다리우스! 어서 드레이븐을 데리고 도망치거라 어서! " 

" 하... 하지만. " 

" 내 말이 들리지 않는게냐? 도망치래도! " 

완고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나는 드레이븐을 데리고 뒷문으로 도망치려 했다.


피이잉! 

파공음과 함께 날아온 단검은 내 팔을 스쳤다. 

" 윽... " 

" 곱게 보내줄수는 없지 꼬맹이. " 


" 크리언!!!!! " 

챙! 

아버지는 그 녀석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 다리우스 어서 도망치거라 어서! "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뒷문을 열고 드레이븐과 함께 뛰고 또 뛰었다.

" 하아.. 하아. " 

" 형.. 괜찮아? " 

울먹이며 물어보는 내 동생. 

" 물론 괜찮지, 드레이븐. " 

그렇게 말했지만 찢어진 상처가 많이 아려왔다.



" 제니어스.. 숲속에 틀어박혀 지내더니 실력도 죽었나본데? " 

" 니놈이 감히... "

" 이만 끝내지. " 

크리언은 제니어스가 휘두르는 칼을 피하며 위로 쳐올렸고 복부 깊이
검을 쑤셔 박았다.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제니어스는 신음을 내뱉었고 이내 절명했다.

" 여보!!!!! " 

" 아 그쪽도 있었지? 너무 걱정하지마 곧 남편 곁으로 보내줄테니까. 
그리고 아이들도 같이 보내주지. 저승길에서 단란하게 사시라구. 하하하하 " 

" 으아아아아! " 

에일린은 단도를 뽑아 들고 크리언에게 달려갔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크리언의 검은 에일린의 내장을 관통했다.

" 허억, 크으윽 허억 허억. "

" 큭큭, 아픈가 본데? " 

" ......다리우스, 드레이븐. 살아야 한.... "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에일린은 쓰러졌다.




" 쯧. 태워버려 " 




화르륵 화륵. 

다리우스의 집은 이내 불타기 시작했다. 

"  아직 멀리가지 못했을거다. 흔적을 보고 쫒아가라! " 





' 어쩌지 핏자국을 보고 곧 날 찾아낼텐데...... ' 

어린아이가 도망치는 것은 잘 훈련된 병사라면 흔적을 보고 금방 따라잡으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 드레이븐, 너만은 꼭 살아야 된다. " 

" 형....? " 

" 여기서 부터는 너 혼자 가는거야. 난 핏자국 때문에 금방 잡히게 될거야. 

이 길로 쭉 따라가면 작은 마을 하나가 보일꺼야. 그곳으로 가 " 

" 하지만..... " 

" 착한 내 동생, 형말 들을수 있지? " 

".................." 


드레이븐을 다른 길로 보낸뒤에 나는 뛰고 걷고를 반복했다. 

녹서스 녀석들을 유인하기 위해 그리고 드레이븐을 지키기 위해... 


" 저기다!! " 

" 젠장, 벌써 따라왔잖아.... " 

다시 나는 쉴새없이 뛰기 시작했다. 

" 거기서라 꼬맹아! 아프지 않게 죽여줄테니. " 


'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마음속으로 수없이 외쳤다. 그리고 곧 다가올 죽음의 공포가 무서웠다. 


" 허억 허억.. 절벽.. 이잖아. "

" 도망은 다친거냐? 아니, 도망칠곳이 없겠군. 큭큭 " 

"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되셨지? " 

" 아아, 제니어스 말이냐? 그 부부라면.. 깔끔하게 내 손으로 죽여버렸지. "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는 크리언의 면상을 보니 죽여버리고 싶었다.


" 으득, 이 개자식이.. " 

" 아프지 않게 죽여주마. "


스르릉. 하는 소리로 검을 뽑아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 ........ " 

" 어어! " 

나는 짧은 생각을 한후 절벽에 몸을 던졌다. 

' 아버지, 어머니, 드레이븐. 그리고 가렌 안녕...... ' 



풍덩! 



" 대장님 어떻게 할까요, 쫓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 

" 아니 쫓을 필요없다. 수심이 깊으니 죽었을거다.  "




다시 현재 가렌. 


나는 아침 훈련후에 또 다시 다리우스의 행방을 찾아 다녔지만 역시나 

아무도 알지 못했다. 

' 대체 어디있어 다리우스.. 다리우스. ' 

수없이 속으로 다리우스를 불러보았지만 그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 대체 왜...... " 


나는 작은단서라도 찾기위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이내 한가지 를 알게 되었다.
 그날밤 녹서스 녀석들이 집 한채를 태우고 부부를 죽인날과 다리우스의
행방이 묘연해진 시기가 일치한다는것. 

설마 그럴리야 있겠나 싶었지만 작은 단서라도 있을지 모르기에 
그때 봤던 불타던 집으로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던 나는 무너져 있는 집을 보았고 그 곳에서 한참을 뒤져보았고

이내 하나의 물건을 찾았다.

" ................... " 

다리우스의 손도끼가 있던 것이다. 

" 하아.. 으으윽.  " 

가슴이 저려왔다. 다리우스의 도끼가 집안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다는것. 

" 흐윽 흐어어엉. 다리우스.... 흐으윽 " 

그 도끼를 잡고 한참을 울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리고 얼마나 슬펐을까.....




다음날, 연무장에서는 매일 들리던 연장들의 마찰음 대신

허공을 가르는 검의 소리. 그리고 그 검을 잡고 있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소년이 있었다.

다리우스가 없던 시절로 돌아온 나는 평범하게 혼자 연무장에 가서 
훈련을 하는 식의 반복 뿐이었다. 요즘들어 얼굴빛이 왜 그렇냐며 
부모님과 럭스가 물었지만 나는 대답 할 수 없었다.

여느 때처럼 훈련을 마친뒤 나는 집으로 가고 있었다.  사실 나는 지금 
집으로 가는게 아닌 다른곳을 향하고 있다. 요즘 들어 생긴 취미, 
취미라고 하긴 뭐하지만..... 내가 향하는 곳은 불타버린 다리우스의 집. 
그곳에서 나는 다리우스의 묘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그날 난 손도끼를 발견하고 한참 울다가 다리우스가 혹시나 살아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녹서스 암살자들이 추적하느라 신경써서 처리하지 못한 흔적들을 
따라가 보았지만 절벽 하나가 나왔고 그곳에는 핏자국이 흥건했다.
나는 그 흔적을 보고는 또 다시 울었었다.
그걸 보곤 다리우스가 행여나 살아있을거라는 희망을 포기하게 되었다. 

저 머나먼 곳으로 떠난 친구의 시신은 찾을수 없었지만 그 친구가 
가끔 돌아올 곳을 만드는 중이다. 


" 이제 다 됐네. " 


나는 타버린 집 안에서 다 타지 못한 다리우스가 쓰던 물건들로 추정되는
것들을 가지고 와 무덤으로 만든 곳에 넣고 흙으로 덮었다. 
덮고 난뒤에  옆에는 다리우스가 만든 자신의 모습을 본딴 나무동상을 세우고
다리우스에게 선물하려 했던 커다란 도끼를 끼워두었다.


" 이것만 하면 끝인가..... " 

왠지 아쉬웠다. 며칠동안 하던 작업들이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다리우스를 
생각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젠 그 일도 끝인 셈이다. 

나는 비석대신 나무 판자에 글을 새겨놓고 무덤 앞에 꽂아둔뒤 
발걸음을 돌렸다.


[최고의 친구이자 형제였던 다리우스를 기리며]




다리우스가 쓰던 손도끼는 옆에 꽂아둘까 하다가 들고와서 내 방에 놔두기로
했다. 그와 있었던 즐거웠던 기억과 추억을 영원히 잊고 싶지 않아서... 


" ....... 다리우스. " 


침대에 누워 나지막이 다리우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금방이라도 생기있는 목소리로 ' 불렀어 가렌? ' 할 것 같은데.....
들리지 않는다. 듣고 싶은데 그 목소리를 들을수가 없다. 


" 널 보고 싶은데....... 난 널 볼수가 없구나 다리우스 내 친구...... "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는 평소 목소리 같지 않고 거치고 쉰 목소리였다.

한참을 누워 소리없이 울다 잠들었다. 




오늘은 꽤나 마음이 후련했다. 며칠동안 하던 다리우스의 묘지 만들기도
끝났고 어제 후련하게 울었더니 왠지 모르게 가뿐해진 느낌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무장으로 가던중 머리속에서 목소리가 맴돌았다.


[레디언 이라는 자를 찾으면 되고, 쉽지?] 


" 레디언... 레디언이 누구더라? "

분명 갑자기 떠올라 맴도는 목소리는 중년 남자의 것이었다. 

" 으음 누구더라. 기억이 안나네 " 

벌써 늙었는지 요즘 들어 기억력이 낮아진듯 하다. 

" 으아아 짜증나! " 

기억이 나지 않자 툴툴대며 연무장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별일 아니였으니 기억나지 않는거겠지' 하면서 말이다. 

" 잡다한 생각을 하면 자르반님의 호위기사가 되는 길에 방해가 될뿐이야.
호위기사? 그렇지, 생각났다 레디언! " 

드디어 기억이 났다. 머리속에서 맴돌던 중년 아저씨 목소리의 정체는 
예전에 자르반4세 님의 행차에서 만난 아저씨였다. 

" 분명 그 아저씨가 선물을 주신다고 하셨지? 검의 길을 걷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선물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뭘까. " 

나는 연무장으로 가던 도중 발길을 돌려 마을로 향했다.
하지만 금방 막막해졌다. 이 넓은 곳에서 '레디언' 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하지만 그 생각은 내 기우였는지 몇몇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았더니 마구간으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 선물이라더니 말인가? "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은 기사에게 꽤나 도움이 많이 된다. 전투에서도 
말을 타고 싸우는 기사를 말 없이 싸우는 보병이 상대하기도 힘들고 
말을 타면 먼 거리를 쉽게 이동하거나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비싼걸 어린아이에게 준단 말인가. 
나는 기대하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는 마구간에 찾아갔다. 

찾아가보니 말에게 여물을 주고있는 한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 아저씨가 레디언 이신가요? " 

" 오오, 니가 그 아이로구나. " 

" 저번에 만난 아저씨가 레디언 이라는 사람을 찾아가면 선물을 
주신다고 하셨거든요. " 

" 아 그랬었다고 했지, 하지만 선물을 주는건 내가 아니야. 그리고 
내 이름은 '맥스' 라고 한다. " 

잘못찾아온걸까.

" 하하하. 잘못 찾아왔다는 표정이구나. 하지만 레디언을 찾으려면 먼저 나에게 
와야 하거든. 그래서 여기로 보낸거같은데. " 

" 그럼 레디언이라는 사람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하죠? " 

" 직접 데려다주마. " 

말을 끝낸 맥스 아저씨는 말에 나를 태우고 곧 자신도 올라탔다. 

" 꽉 잡고 있거라, 말에서 떨어지면 꽤 크게 다칠게다. " 

" 네. " 


나는 말을 자주 타보았다. 아버지가 훌륭한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말 타는 법도 알아야 한다며 어릴때부터 말타는 훈련을 시키셨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잡고 가만히 앉아 있는것쯤은 식은죽 먹기
라고 생각했다. 

" 왜 이렇게 빨라!!! " 

" 하하하하, 이 말은 데마시아에서 가장 빠른말일거다. 얼마나 빠른지 
쏘아진 화살같다고 해서 '애로우'라고 이름 붙였단다. "

한참을 달려가다 목적지에 도달 했는지 달리던 말은 멈추었고 드디어
나는 말에서 내리게 되었다. 

" 우웨에에에엑. " 

" 하하하하하 " 

호탕하게 웃는 그는 애로우라는 말을 타는것에 익숙했는지 안색하나 
변해있지 않았다. 

'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은 말이야. '

말을 타고 멀미하기는 처음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작은 마을인것 같았다. 

" 여긴 어디죠? " 

" 여긴 데마시아 변방의 작은 마을이다. 여기서 부터 잘 따라오거라 "

숲 깊이 계속 가는데 따라가다 보니 나무로 된 집 하나가 보였다. 
그 집을 보니 또 다리우스 생각이 나게 되서 우울해졌다. 

"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고 저 집은 혼자서 가보거라, 분명 
좋은 일이 있을게야.  "

무심코 고개를 끄덕인걸 본 아저씨는 마을로 다시 내려가셨다.

" 아, 집은 어떻게 가지? " 

바보같이 아저씨가 내려가고나서 말을 타고 가버린 아저씨를 떠올렸다.

" 뭐 어떻게든 되겠지. "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레디언이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똑똑. 


반응이 없었다. 


똑똑똑. 


그래도 반응이없자 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하지만 이내 들려온 목소리에 

멈추게 되었다. 


" 너... 우리집을 부술셈이냐? "

' 이 목소리는. ' 

익숙한 목소리임을 알고는 뒤로 돌아보았더니 역시나 그 사람이었다.

" 아저씨는 그때 봤던 사람이네요. 근데 레디언이라는 사람은 여기 
계신가요? " 

" 응? 내가 레디언인데. "

" ........? "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아저씨와 황당하다는 기색의 어린 소년이 
마주보고 있었다. 

" 저는 레디언이라는 사람을 찾으라고 하시길래 아저씨인줄은 몰랐죠. " 

" 아아, 그랬었지. 그래도 그렇게 하는편이 재밌으니까. "

' 역시 유치해. '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는 아저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 응? 뭐냐 이 손은 " 

" 선물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주세요 선물. " 

" 당돌한 녀석보게, 하긴 자르반4세 님의 호위기사가 된다는 녀석이니...
하지만 내가 줄 선물은 물질적인게 아니야. " 

" 어.. 그러면 뭔데요? "

" 내가 너의 스승이 되어주마. " 

" 에엑? "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자 레디언은 내가 좋은줄 알았나 본지 

" 아 그 정도로 좋다고? "  

라고 이상한 말을 하였다. 

" 그게 아니라 당황스러워서 그렇죠. " 

" 아아, 아직 내가 누군지 말해준적이 없구나. 나는 한때 꽤나 유망한
기사였단다. 자르반 3세 직속 근위대 소속이었지. " 

" !!!! "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우리 아버지와 같은 자르반3세 전하의 직속 근위대 
기사였다니.... 하지만 놀람도 잠시 다른 의문점이 한가지 들었다. 

" 그런분이 왜 변방 지역에서 조용히 살고 계신거죠? " 

" 역시 마음에 든단 말이야, 저 초롱초롱한 눈 하며 당돌함까지. 
하지만 내 과거에 대한건 비밀이다. 나중에 알게 될테니 너무 궁금해
하지는 말도록. " 

그 말을 하는 레디언의 표정은 슬퍼보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그런 표정은
지우고는 화제를 돌렸다.

" 아무튼 내가 가르치게 되면 넌 훌륭한 기사로 성장하게 될거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나와 같이 지내며 딱 1년만 배우는 거야, 
어때 즐겁지? 행복하지? 좋아서 미치겠지? "

짧은 흑색 머리에 강렬한 갈색 눈동자를 하고 있는 그는 얼핏 보면 
매우 진지해 보이는 사람 같았으나 입만 열면 유치뽕짝한 중년 아저씨였다.

' 하아.. 어쩌다가. ' 

" 하지만 저희 부모님이 허락하실지 모르겠네요. " 

"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마. 내가 해결해주마. " 

레디언은 자신있게 나만 믿으라며 가슴을 툭 쳐보았고 나는 그것을 보며 
대체 어디에서 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인가 싶었다. 

" 그럼 너희 부모님이 사는 집으로 가야지? 말에 오르거라. "

레디언이 사는 집에는 말도 두마리 정도 있었는데 그중 갈색의 말을 
타고 데마시아 중심가로 다시 가게 되었다. 

" 여기서는 제가 안내할게요. " 

" 아니, 그럴 필요없다. 나도 알고 있으니 " 

우리집을 어떻게 알고 있는걸까. 작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별일 있겠나
싶어 무시하고 집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레디언과 함께 들어갔는데 
앞에 있던 아버지가 레디언을 알아보는 것이다. 

" 레디언...? " 

" 오오 자네, 역시 있었구만." 

" 오랜만이구나, 여긴 무슨일로 온거냐. " 

" 아 별일 아니야. 니 아들을 제자로 키워볼까 하거든. " 

" 제자? " 

" 그래 제자, 니 아들이라면 키우는 맛이 있을것 같은데. " 

이 아저씨는 나를 처음 봤을때부터 이미 우리 아버지의 아들이란것을 알고 
접근했던것 같다. 그러니 우리집이 어딘지도 알고 있는 거겠지. 

" 아버지, 이분 밑에서 1년동안 수련하다 오겠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 

별로 마음에 드는 아저씨는 아니였지만 나쁜 의도는 없는것 같았고 
혼자 수련하는것보다 누군가에게 배우는것이 큰 도움이 될거라 여겼다. 
허락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흔쾌히 

" 좋다 가렌 크라운가드, 레디언 저 녀석이 독특한놈이긴 하지만 실력으로 
치자면 나와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놈이니 검술에 도움이 될거다. 
엄마하고 럭스한테는 안부 전해 놓을테니 아무 생각말고 검술에 전념하렴 " 

부드러운 목소리로 허락을 구한 나에게 확답을 주셨다. 

그날 나는 레디언 스승님의 제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