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서 별 소리는 다 들었다.


 네가 저지른짓이 있는데 아직도 네가 다른 여자들처럼 이성으로서 여겨지고 존중받고싶냐,

 감정을 되찾겠다는 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장 생각나는 이 두 마디만 떠올려도 그녀의 마음은 동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보다 더한 직구가 그녀를 강타했다.

 

 다시 그림자 군도로 돌아가라.

 모든 사람들이 너를 손가락질해도 너에게 무심했던 그림자 군도의 챔피언들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카사딘은 엘리스의 반대편에 서있었다. 그가 왜 이렇게 그녀를 깎아내리면서도 계속 이곳에 남아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런 그녀의 머리속에 이상한 감정이 어떤 가설을 만들었다.

'...논리적인 생각이 감정을 포용하는게 현실이지. 그런 면에서, 난 카사딘의 견해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군.'

 카사딘과의 첫 대결이후에 마오카이와 대화한 말의 마지막 마디. 정작 자신의 편을 들어줬으나 실상은 카사딘의 의견에 더 동의한다는 내용.

'뭔가 숨기고있구나 마오카이...'

ㄴ그리고 그것은 카사딘과 깊게 연관되어있겠지. 안그런가, 엘리스?ㄱ

 오랫만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엘리스는 질주를 멈췄다. 이미 그녀는 어느때와 같이, 다만 기분이 최악인것만 빼고 경제 특구에 와있었다. 평소라면 환청을 들었다는듯 흘려듣지만 이번만큼은 썩은 아귀의 목소리가 조금 더 친근했다. 마치 엘리스의 속마음을 읽은듯한 말이어서 그런걸까.

ㄴ너는 카사딘의 말이 틀렸다고 주장하고싶지만 하지만 넌 그를 이기지 못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가, 엘리스?ㄱ

'...'


 

"저기, 검은색 옷입은 누나!"
'제기랄... 너에게 놀아온 날이있지만...'

"거기 검은색 아줌마!"
 라는 소리에 엘리스는 자신의 등뒤에있는 한 소년을 째려봤다. 딱봐도 10대 중반의 청소년쯤 되는 형상이었다.

"헤에~ '아줌마'라고 말하니까 돌아보네? 사실 아줌마라 아줌마라 불리는게 싫은건가?"
"...처음보는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라고 누가 가르쳤니?"
"아줌마의 정체가 뭔지 알고도 '누나'라는 소리를 듣기를 원하는거야? 그럼 이렇게 불러줄게. '엘리스'누나."
"나를 알고있어? 네 나이정도의 사람이 어떻게...?"
"자운에서 아줌마의 명성은 엄청났잖아? 물론 최근에 자운에서 출판된 책때문에 명성은 떨어지고 오히려 안티가 많아졌지만."
 어린아이치고는 엘리스에 대해 아는게 너무 많았다. 그리고 자운에서 출판된 책에 대해서까지 아는걸보면 어쩌면 자운에서 온 아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었다.

 물론 그 책에 대해서 어떻게 알게되었는지에 대한 순간은 떠올리고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알고있는 아이라면 무언가를 얻어낼수도...'

"자운에서 여기까지 여행온거같은데, 뭣좀 물어봐도될까, 꼬마야?"
"이 나이에 꼬마라고 부르는거야!!! 난 그 시절에서 진작 벗어났단말이야!"

 딱봐도 아직 어리다고밖에 볼 수 없는 아이가 자신을 어린아이취급하지 말라고 소리치는게 은근 허세기가 있는 '아이'같다.

"... 어쨌거나, 그렇게 나올줄 알았어. 청문회 이후로 자운에 가볼 엄두도 못내는 처지이기에 분명히 그렇게 말할줄 알았지. 좋아, 조건이 있어."
"뭔데?"
 그 아이가 말하는 조건은  가뜩이나 기분이 안좋은 그녀에게 벅찼다.

"오늘하루동안 내가 바라는것들을 모두 행해줘. 안그럼 경제 특구조차도 못돌아다니게 만들테니까?"

 리신의 꾸짖음에, 마오카이와의 대화로인해 그녀를 찾으러 나간 카사딘도 경제 특구에서 의외의 사람을 만났다.

"어, 아저씨 그 챔피언이죠?"
"?"
"아 맞다! 나, 아저씨 이름도 알아요! 이름이... 웅... 카사딘 맞죠?"
 엘리스와 조우한 소년보다도 나이가 절반밖에 안되는 어린여자아이가 카사딘의 앞길을 막아섰다.

"그렇다. 내가급한 일이 있어서그런데, 좀 비켜줄수 없을까?"
 그러자 여자아이는 고개를 잠시 푹 떨궜다가 훌쩍이는 표정과 목소리로 카사딘에게 다시 말했다.

"아저씨... 저 오늘 오빠랑 싸워서 밖으로 무작정 뛰쳐나왔는데, 어디 갈데가없어요... 부탁인데, 오늘 하루 같이 다녀줄 수 없나요?"
 카사딘입장에서는 난생 처음보는 아이가 자신과 같이 있어달라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여자아이는 보통의 성인남성이라면 '하는수없지. 그럼 같이만 다녀줄까'라고 넘어갈 정도로 혼신의 연기와 귀여움을 연출했지만...

"그렇구나."
 감정따위는 사치라고 여기는 카사딘에게는 씨알도 통하지 않았다.

"에에...? 아저씨, 아니 카사딘 아저씨!"
 자신을 무안하게 만들고 지나가는 카사딘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아이는 카사딘을 부르며 계속 따라다녔다.

<계속>

 

<글쓴이의 말>

분량이 훌쩍...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