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그래서 어쨌다는거지? 너도 얼추 알고있었겠지만 내가 아이오니아에 있었던 것은 마오카이의 부탁이자 그와의 약속때문이었다. 녀석이 아이오니아에서 공식추방될 정도로 상황이 틀어져 그와의 약속은 끝났는데, 아이오니아에서 변을 당했다고 내가 도와줘야하나?ㄱ

 이렇게 리신에게 메세지를 보내자 한동안 디바에스에서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 후에 온 답장은 카사딘이 엘리스에게 했던말만큼 독설로 가득찼다.

ㄴ약속이라... 그럼 이렇게 끝났으니 소인도 한마디 하겠소. 아이오니아에서 지냈던 동안의 당신은 거미 여왕보다도 훨씬 최악이었소. 그대가 하는 말은 옳았소. 솔직히 말하자면 소인이 해야하는 말을 대신 전해주기도했기에 고맙기도했지만, 그뿐이오. 당신은 엘리스의 입장을 단 한번도 생각해주지 않았소. 같이 생활했던 3개월 동안 단 한번도. 이성에 근거한 언변과 보편적인 도덕관념으로 훈계를 둔 행동은 거미 여왕을 증오하는 마음을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 안그렇소? 그녀는 수련을 성공적으로 끝마치지는 못했지만, 소인을 포함한 셋과의 대련에서 단 한번의 승리도 얻어내지 못했지만, 그동안 그녀는 자기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기위해 매일 고군분투했고, 수련에서 다루지 않은 감정에 대해서 스스로 되찾으려 노력했소. 덕분에 일부의 감정을 느낄 정도로 되찾았다는 성과도 있었소. 의도치 않은 폭주도 일어났지만 카르마의 도움을 받아서 봉인된 기억도 풀어내어 과거의 자신을 알아내는데도 성공했소. 심지어 당신의 지적했던 그녀의 문제점조차 엘리스는 수용했고, 그만큼 성장했소. 사실, 그 여자는 아이오니아에서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을 모두 해냈소.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는 단계나 과거에 흔들리는 측면은 실망적이었으나 그것이 굳이 소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보긴 어렵소. 자, 이제 그대의 차례요. 그대는 지난 3개월 동안 뭘 하셨소?


덜컥-


'아저씨는 그래서 뭘 하셨어요?'


 카사딘의 내면에 있는 또다른 자아가 리신의 의견을 보충해주는듯이 블루머의 말을 상기시켰다.

'나는...'

 공허가 다가올 날을 대비해 자기계발에 힘써오긴했다. 덕분에 그는 리그에 입문한 이래로 S 클래스에서 한번도 놓쳐본적이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공허를 대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한 챔피언의 능력강화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챔피언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자신의 편으로 이끌어야만 했다. 적어도 그게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리그에 기록된 챔피언관계엔 그와 적대관계만 있을뿐더러 다른 챔피언과의 인맥형성은 최악에 가까웠다. 마오카이라는 특이한 관계가 있었지만, 그와 사적으로 친해졌다기보단 '악의 무리에 대해 싸우는 선역'이라는 동질감 혹은 자기투영에 가까운 공감으로 인해 형성된 지인에 가까웠다. 사실, 동료관계도 아니었다.


 그 때, 카사딘은 블루머의 물음에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조숙한 티를 냈지만 결국 어리애였는지 블루머는 곧장 다른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지만 그 물음 한마디는 그날 밤에 내렸던 비를 엘리스와 같이 맞았던 원인이 되었다. 그 때 엘리스는 낮에 자기가 했던 말때문에, 그리고 경제 특구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굉장히 우울해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카사딘 역시 우울했었고, 그렇기에 일순간이었지만 자기가 그토록 증오하는 여자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이런 사실을 카사딘은 끝없이 자책했고, 예전처럼 엘리스에게 차가운 태도를 유지했다.


 엘리스에게 누구보다도 이성과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설파시켰지만 정작 자신도 엘리스 못지않게 감정적으로 치우쳐 생활해왔었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는 자기자신에대한 분노를 삭히지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카... 카사딘? 왜그래? 무슨 안좋은 일 있어?"
"뭐야 쟤, 왜저러는거지?"
 덕분에 전장에 들어가기만을 손꼽아 바라던 여러 챔피언들의 관심을 확 받았다.

"...아니다 이즈리얼. 아무것도..."

 카사딘은 소환사의 협곡에 존재하는 상점을 들어간뒤 이후에 텔레포트로 목적지를 정했다.



 죽은 자들의 노래와 속삼임이 가득했고 망령들이 넘쳐나는 땅임에도 카사딘은 멀쩡히 균열 이동을 써가면서 마오카이와 엘리스를 찾으러 동분서주할수 있었다. 동굴을 포함해 강가나 수풀, 숲을 샅샅이 뒤져야만했기에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러나 결국은 시간문제였을 뿐. 그는 커다란 고목에 양팔과 양다리, 가슴에 칼리스타의 창이 박혀있는 엘리스를 발견해냈다. 카사딘은 잠시 정신을 잃은채 나무에 박혀있는 그녀를 묵묵히 바라봤다.

"너때문에... 너때문에...! 하지만..."
 서술어 없는 문장을 반복거리던 그의 말이 점차 부드러워졌다. 이윽고 그는 엘리스의 몸에 박힌 여러 창들을 빼내었다. 모든 창들을 빼내자 지탱점이 없는 그녀의 몸뚱아리가 힘없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카사딘은 그런 그녀의 몸을 받아내어 가지런히 나무에 기대앉도록 자세를 잡아줬다.

"...너를 못본체하기엔 너무 늦었지만, 너 말고도 다른 친구가 있어서 말이지."

"정신이 드나."
"카사딘...? 네가 어떻게? 어떻게 네가 여길 올 생각을 할 수 있지?"
 기운을 되찾은 마오카이의 첫마디엔 이미 카사딘을 향한 미움털이 단단히 박혀있었다.

"이 일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그러니, 그동안의 나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할 수 있는거지."
"... 마음이 바뀐건가. 그나저나 혼수상태에 빠진 날 어떻게 깨울 수 있었지?"
"전장에서 운영하는 상점있잖나, 거기에서 전장용 아이템을 실제로도 살 수 있는거 알지? 거기에서 사왔다. 두개를 사왔지. 너에게 쓸거 하나, 그리고..."

 카사딘은 이미 대상이 누군지 다 알고있으면서도 말끝을 흐렸다.
"엘리스의 몫이군.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게 그렇게도 어려운가?"
"쉽지않다는걸 너도 알텐데."
"손에 쥐어져있는걸보니 나한테 쓴게 '미카엘의 도가니'인가?"
 전장 내에서 군중 제어기에 걸린 아군의 상태를 치료해주는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며, 실제 효능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지니고있어 마오카이와 엘리스의 상태를 감안하면 좋은 구매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다가 카사딘의 후방에 초점이 기울어진 마오카이는 뭔가를 확인하려는듯 카사딘에게 말을 걸었다.

"... 어이 카사딘, 엘리스가 어디있는지 찾아냈나?"
"그래. 너와는 달리 육체적인 고통은 덤으로 나무에 박힌채 축 쳐져있더군. 그래서 편하게 있도록 안정을 취해주고왔어. 너를 먼저찾겠다는 생각에 미처 미카엘의 도가니는 쓰지 못했지. 이제 그녀에게 사용해주러 갈거다."
"그럼 저 멀리서 다가오는게 설마 엘리스가 아니란 얘기겠군?"

 마오카이의 말을 듣자마자 카사딘은 뒤에서 다가오는 엘리스의 실루엣을 주시했다.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디바이스

뭐... 비중있게 다뤄지는 물품은 아니지만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에 전화기능만 없는 기기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즉 문자 송수신은 가능하단 얘긴데 앞을 못보는 리신이 어떻게 문자메세지를 보낼 수 있냐고 물으실텐데, 음성지원도 가능하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딱히 저거에 대해서 작중에서 추가로 서술시키기가 뭐하네요...

 

<글쓴이의 말>

3달동안 묵혀놓은 리신의 팩폭이 힘을 발휘한 편입니다~ 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