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는 충격적인 통보를 받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리신도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더이상 엘리스가 그에게 부탁한 목적을 수련으로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방을 당했다는 소식을 감추기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야한다는게 무척이나 찝찝한것도 사실이다.

 

 그 사이 수도원의 어느 쪽에서 또 다른 대화가 이어졌다.

"이걸로 너와 나의 약속은 끝났다. 카사딘. 넌 더이상 이곳에 머물러서 저 여자를 욕할 필요가 없어. 나는 엘리스의 의사에 따라서 차후의 활동을 계획하려한다."
"이제야 끝났군. 속이 시원하다, 마오카이. 오늘은 혼자서 술이나 마셔야겠군."
 그렇게 남모르는 약속을 맺었던 둘 사이의 관계가 풀어졌다. 등을 돌려 수도원을 벗어나려는 카사딘의 어깨에 마오카이의 가느다란 왼손이 얹었다.

"카사딘. 네가 엘리스 앞에서 얼마나 정의로운 선역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너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 애초에 난 하고싶지 않았던 일이다. 애원하다시디피 조른 너를 봐서, 그동안의 우호적인 관계를 봐서 조건을 걸었지만... 이걸로 우리 사이도 요원해지겠군."

 카사딘은 마오카이의 손을 뿌리치고 대나무 숲을 빠져나갔다. 마오카이 또한 엘리스를 만나러 수도원 안으로 들어갔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두 챔피언간의 우호적인 관계는 지금 둘 사이의 거리처럼 멀어졌다.


 엘리스는 더이상 있을 이유가 없는 카사딘의 행방을 묻지않고 마오카이와 같이 수도원을 떠나 역으로 향했다. 혹시나해서 그녀는 자신을 보고있을지도 모르는 리신을 생각하며 뒤를 바라봤지만 그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이제 어떻게 할건가 엘리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감정을 되찾는덴 성공한거같고, 썩은 아귀에 의해 이중으로 봉인되었던 과거도 되찾았는데 성공했잖나."
"일단 그림자 군도로 곧장 돌아가진 않을거야. 쿠몽쿠 정글같은 곳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남은 한해를 보내려고. 하지만 뭐든간에, 나는 역으로 가야할수밖에 없어."

"... 혼자갈건가."
"..."
 그녀는 잠시 말을 아꼈다. 처음 필트오버에서 여겼던것처럼 마오카이가 엄청 친숙하게 다가오진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편에 서주긴하지만 사실 그의 가치관은 카사딘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이후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둬왔기에, 무조건 긍정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제 남은 과제는 친구나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도 하고...

'이 미모와 힘은 썩은 아귀가 내게 준 것, 그림자 군도의 소속을 완전히 끊는다는것은 동시에 신에게서 받은 모든 이득을 포기해야한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러면 나는 단지 나이든 할머니에 불과해.'

 희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앞으로의 삶에 절망하는 상황이기에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다.


"오랫만이군 거미 마녀여."
 누군가가 엘리스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이 목소리의 정체를 알고있었다. 그녀 또한 이 목소리가 오랫만이다. 여기서 들을만한 인물의 목소리가 아니었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뒤에있지도않고 옆에있는것도아닌 바로 앞에 있었기에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본명보다 거미 여왕이라 부르거나 마녀라고 부를만한 상대는 최근들어서 말자하밖에 없었다. 그 말자하가 아이오니아의 역앞에 서있었다.

"말자하...?!"
"이런 곳에서 널 마주치다니 의외긴 하군... 이라 말하고 싶지만, 나는 너를 노리러 이곳까지 왔으니까 '드디어 찾았다'라고 말해야되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수가있지? 말자하의 주변에서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느껴지다니!'

ㄴ엘리스... 느껴지는가? 네 고향에서 다가오는 동포들의 소리가...ㄱ

 마오카이와 엘리스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채 말자하와 마주쳤다.

"호오, 정말로 마오카이가 너의 조력관계였군. 이거 잘됐어. 찾을 수고를 덜었으니까. 너와 같은 소속의 동료들이 나에게 부탁하더군. 너희 둘을 잡으라고말이야!"

 말자하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뒤에있던 역쪽에서 검은 안개가 퍼져왔다.

"물러서라 엘리스! 너도 알고있잖아, 이 현상을! '해로윙'이 일어났다고!"

'아아... 느껴져. 의외네... 오늘은 정확히 해로윙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인데말야.'

 눈에 생기가 사라진지 오래된 엘리스는 검은 안개가 아이오니아 전방으로 퍼져나오는걸 방관하고만 있었다.


 분명 엘리스를 영구추방할 때 24일이라는 시간을 준 것은, 해로윙의 날짜가 10월 31일이라는 요소도 한 몫했을 것이다. 매해 해로윙에 피해를 보는 국가인 아이오니아지만, 정해진 날짜에 일어나는 사건이기에 몇 주 전부터 준비를 해올 수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다.


 하지만 올해의 해로윙은 아이오니아의 준비를 무색하게 짓밟기 충분했다.


 아이오니아의 중심으로부터, 그리고 경제 특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리신의 수도원에서 사소한 변화를 가장 빨리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하면 역시 리신이었다.

"이 기운이 왜 벌써부터...?!"
 제자들을 모아서 수련을 시키는 와중이었지만 그는 급히 수업을 중단하고 제자들에게 당부했다.

"지금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아이오니아에 퍼지고있소. 서둘러 귀가해 몸을 추스리시오!"
 수련생들은 갑작스런 통보에 당황했지만 저런 소식을 농담거리로 절대 쓰지않는 리신임을 잘 알기에 서둘러 수도원을 떠났다. 멀어져가는 수련생들을 지켜보던 리신은 횡급히 디바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알고있다. 미모와 권력과 돈의 힘을... 과거의 비참했던 나 자신을... 그렇기에, 썩은 아귀가 준 힘이라도, 나는... 포기하고싶지않아.'

ㄴ바로 그거다 엘리스. 너는 나에게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좋으나 싫으나 너는 나에게 귀속될수밖에 없는 환경을 가졌으니까...ㄱ

 어두운 과거. 그 때문에 더욱 갈망했던 다른 삶. 하지만 그 다른 삶은 정당하지 않은 삶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택할 수 있는 삶은 그 정당하지 않은 삶밖에 없다... 라는 사실을 깨달은 엘리스의 심리를 교묘하게 꾀내는 썩은 아귀의 노력은 결국...


"앞을 보란말이다 엘리스!!!"

 ... 성공했다. 엘리스는 스스로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다시 받아들이고 검은 안개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안개속으로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진 직후에, 그녀의 몸을 잡고있는 헤카림의 실루엣이 스쳐지나갔다.

"말자하, 네녀석...! 어째서 네가 이런일을 하는거지?"
"이유야 앞서 말했잖은가 마오카이. 그리고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닐텐데? 난 분명 너희들을 잡아야한다고 말했다고?"
"무슨...?!"
 마오카이가 말자하의 속뜻을 알아차리자마자 검은 안개속에서 굵은 검녹색 창이 마오카이를 향해 날아왔다.


ㄴ카사딘, 지금 어디있소?ㄱ
'하... 리신이군...'

ㄴ무슨 일인가?ㄱ
ㄴ지금 어디있소?ㄱ
ㄴ전장이다. 아이오니아에서 바로 소환사의 협곡으로 텔레포트했는데.ㄱ
ㄴ아이오니아에서... 해로윙이 일어났소.ㄱ
 디바이스의 메세지를 통해 리신에게서 소식을 전해들카사딘은 디바이스를 통해서 날짜를 확인했다. 10월 19일. 31일은 커녕 24일도 다가오지 않았다.

ㄴ예상치 못한 일이군 리신. 하지만 뭐하러 굳이 나에게 알리는거지?ㄱ

ㄴ엘리스와 마오카이가... 그림자 군도로 끌려갔소.ㄱ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해로윙

원작 : 그림자 군도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안개는 가끔 발로란 본토를 향해 세력을 확장하는 일이 있는데, 이를 해로윙이라 부릅니다. 해로윙이란 단어는 이 사건을 자주 겪는 지역 중 하나인 빌지워터에서 이름지었다고 하네요.

해로윙의 주된 내용은 검은 안개와 함께 나타나는 망령들이 희생자의 영혼을 그림자 군도로 끌고가는 일입니다. 붙잡힌 영혼은 기억을 잃고 갈수록 커져가는 그림자 군도의 힘의 일부가 되는데, 문제는 정해진 주기없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절기가 없기에 1년에 여러번 일어나는 경우도 있는데, 점점 더 먼곳까지 일어나고 자주 나타나며, 계속 강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빌지워터에서는 검은 안개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부유한 사람일수록 고지대에 집을 짓는다고 하네요.

 

팬픽(현 작품) : 2015년에 그림자 군도의 설정이 변경되기 이전의 설정을 토대로 차용했습니다. 구 설정에 의하면 해로윙의 내용은 같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의 할로윈으로 설정을 했기 때문에 10월 31일이라는 정확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에서 점차 없어져가는 '소환사'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있었음에도 존재했던 사건이란걸 감안하면, 작중 내에서 일어나는 해로윙은 세계의 창조주인 소환사들조차도 이 힘을 억누르지 못하는 날로 해석할 수도 있네요.

하지만 리그력 25년(= 2015년)의 해로윙은 10월 19일에 일어났습니다.2015년에 공식으로 만든 해로윙특집 단편소설을 생각하면 이 작품과 원작의 괴리감은 이제 평행우주급이네요

 

<글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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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00화를 연재했습니다 와~!자축

 

99화의 줄거리를 살짝 바꿨습니다. 연재가 4주차로 밀린상태에서 쓰다보니까 짜놓았던 스토리대로 쓰지못했네요.

 

처음 수정판을 연재할 때 100화 분량으로 정하고 쓰기시작했는데 막상 써보니까 이정도 전개밖에 못끌고왔습니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