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매우 깁니다.

퐁퐁이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밑의 3번만 읽으시면 충분합니다


테스트 서버 공지사항의 클래스 밸런스 패치 머리말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카멘에서 드러난 클래스의 불합리한 부분이나 유틸적인 성능 격차를 완화하는 조정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1.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필자는 로스트아크의 밸런스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보고 있으며, 각 요소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1) 딜

2) 기믹 수행력

3) 유틸리티


1) 딜은 말 그래도 전투 시 상대방의 체력을 얼마나 깎는지의 성능을 의미한다.

딜러와 서포터로 양분되는 로스트아크의 클래스 특성상 딜이 높다는 것은 딜러로서 뛰어난 성능임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딜러라 하더라도 기믹 수행력이 뛰어나면 깡 딜링 성능이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유틸 성능이 뛰어나다면 다른 클래스들보다 실전에서 뽑아낼 수 있는 DPS가 높아질 수 있어 이론상 DPS는 낮아질 수 있다.


2) 기믹 수행력은 전투 중 보스 몬스터가 시전하는 기믹을 파훼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무력화와 부위 파괴가 기믹 수행력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클래스별로 기믹 수행 능력에 있어 편차가 있으며, 예시로 워로드와 디스트로이어는 타 클래스들보다 무력화 성능이 높다.

기믹을 실패할 경우 플레이어 입장에서 전투 양상이 불리하게 흘러가거나 경우에 따라 전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믹 수행도 밸런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기믹 수행력이 높아 다른 클래스들보다 유리하게 기믹을 해결할 수 있다면 딜링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한편 기믹 수행력도 유틸 성능에 따라 실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성능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가장 높은 무력화 수치를 가진 디스트로이어는 스킬 시전 속도라는 유틸 성능이 떨어져서 경우에 따라 짧은 시간동안 준수한 무력 스킬을 여러개 시전하는 클래스들보다 순간 무력화 수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믹 수행 능력은 배틀 아이템을 통해 파훼 가능한 우회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요소들보다 평준화에 대한 필요성이 적으며

기믹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딜러 클래스의 본질적인 딜링 능력이 떨어질 경우 불합리함을 느낄 여지가 존재한다.


3) 유틸리티는 플레이어의 생존과 회피에 영향을 미치는 ㄱ.기동성, 전투 실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ㄴ.스킬 시전 속도 및 스킬 선후딜레이, 그리고 ㄷ.경직면역, 피격면역(경면, 피면으로 후술) 등으로 스킬 시전의 퀘적함을 의미한다.

클래스별로 스페이스 이동기의 쿨타임 및 자체 스킬 중 이동기 유무에 차이를 둠으로써 유틸리티 성능에서 차이가 발생하며

스킬 시전 속도와 선후딜레이가 실전 전투에서 이론상 DPS를 뽑아낼 수 있는 여지가 달라진다.

또한 전투 구조 상 경면과 피면을 얼마나 가지는지에 따라 전투 중 스킬 사이클이 끊길 가능성 및 실전 DPS에 영향을 미친다.

관점에 따라 2) 기믹수행능력과 3) 유틸리티를 하나로 묶어 유틸리티로 볼 수는 있지만, 결국 큰 카테고리에 포함된 내부 요소들끼리 영향을 미치는 것은 똑같다.  



2. 카멘이 쏘아올린 유틸리티 편차

카멘 이전의 전투는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딜러가 피격되었을 때 들어오는 대미지가 줄어듦으로써 스킬의 피면 기능과 레벨을 이용해 맞으면서 딜을 하는 소위 '쳐맞딜'이 가능했고,

전투 구조가 기믹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기동성이 약하거나 스킬 시전속도가 느리더라도 어떻게든 한 번에 큰 딜을 넣어서 다음 기믹으로 넘길 수 있는 클래스들의 딜링 능력이 우위를 점했다.

따라서 딜링 능력의 실전성보다는 이론상 뽑아낼 수 있는 딜링 능력의 고점이 높은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고 인식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카멘 레이드는 보스의 피통이 늘어남에 따라 전투 시간이 길어졌고 기믹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공격패턴 하나하나가 막대한 피해를, 심지어 즉사에 가까운 피해량을 입혀서 쳐맞딜을 하는 클래스들에게  불리하게 다가오게 되었다.

한 두명 죽는 것만으로 클리어에 필요한 총 딜량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기동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카멘의 공격 패턴 사이마다 딜을 더 하기 위해 스킬의 시전속도와 선후딜레이가 짧을수록 유리한 전투 구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유틸리티 성능이 크게 강조되었고, 그만큼 중요한 밸런스 요인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문제는 게임사가 공식적으로 퍼스트 클리어 이벤트를 열어 선착순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불리한 직업들에게 큰 박탈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전까지는 딜링 능력이 밸런스에서 가장 큰 요인이었던만큼 DPS를 평준화화는 방향으로 밸런스패치가 이뤄졌다. 

이는 게임사가 10.10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언급한 내용이므로 반박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한 새로운 레이드 콘텐츠가 출시되고 특정 직업이 불리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스의 공격 패턴이 완화되면서 그러한 불리한 요소들을 덮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생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불리하더라도 누구든지 살아서 딜을 넣어 클리어 하는 것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불리한 요소가 퍼스트 클리어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퍼스트 클리어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보상 차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멘을 시작으로 퍼스트 클리어 이벤트가 열리면서 특정 클래스가 갖고 있는 불리한 요소가 퍼스트 클리어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전 서버에서 한정적인 사람만 보유 가능한 보상을 얻느냐 마느냐가 갈림으로써 불리함이 더 크게 와닿게 되었다.

특히 카멘 하드(현 더 퍼스트 난이도) 난이도는 기존 헬 콘텐츠와 유사한 수준의 전투 구조를 보이며, 카멘 이후의 퍼스트 클리어 이벤트 시의 헬 난이도 또한 기존의 헬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였다.

그렇다면 카멘 이전의 헬 난이도에서 유틸 성능이 뛰어난 클래스들이 카멘 헬(구 하드, 현 퍼스트) 난이도에서도 유리했고, 앞으로의 헬 난이도에서도 유리한 구조를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헬 난이도에서 선호되는 클래스들은 유틸 성능이 뛰어난 클래스들이다. 즉, 앞으로도 신규 헬 난이도가 오픈되더라도 다른 클래스들의 유틸성능이 올라가거나, 기존 유틸 성능이 뛰어난 직업들의 유틸 능력이 하향당하지 않는 이상 선호되는 클래스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틸리티 성능이 떨어지는 직업들은 어떠했는가? 나락을 가버리게 되었다.

현재 유틸성능이 떨어지는 캐릭터는 생존 자체가 힘든 경우들도 허다하고, 그 생존을 하기 위해서 딜링을 포기해야만 한다.

기동성이 떨어져서 알비온에서 시간 정지 물약을 강요당한다.

공격 패턴 사이마다 딜을 하자니 스킬 시전속도가 느리거나 선후딜이 길어 다음 공격 패턴까지 딜을 넣고 빠지기가 너무 어려워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일한 생존기를 사용하고 다음 공격을 회피하는데에 지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경우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유틸리티 성능이 떨어지는 클래스들은 소극적인 전투를 할 수 밖에 없고, 이미 DPS 평준화가 된 상황이다 보니 실전에서 뽑아내는 DPS가 압도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반대로 유틸리티 성능이 뛰어나는 클래스들은 불리한 클래스들이 업혀가는 만큼 더 1인분을 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틸리티 성능이 떨어지는 클래스들은 지인들끼리 이어지는 고정팟에서는 몰라도 공팟에서는 데리고 갈 이유가 없어져버렸다.


3. 10.13 테스트서버 유틸 완화 패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틸 성능이 부족한 클래스들의 유틸리티를 상향하는 방향의 밸런스 패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최소한 서머너를 담당한 인원은 해당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이 패치를 진행한 무능의 극치를 보였다.


1) 기동성

서머너는 스페이스 이동기의 쿨타임이 10초에서 8초로 완화가 되었지만, 여전히 카멘 3관문 알비온 패턴을 피할 수 없다.

중앙에서 양쪽으로 퍼지는 칼날은 기존에도 걸어서 피하는 것이 가능했다만, 서머너는 타이밍을 못 맞추는 순간 피격을 당해야만 했고, 한 쪽에서부터 날아오던 칼날은 여전히 스페이스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스페이스를 스택형으로 바꿔줘서 추가 이동의 여지를 남겨두거나, 다른 이동기를 부여받거나, 아니면 스페이스 쿨을 더 줄여주지 않는 이상 알비온 패턴은 서포터의 케어나 시간 정지 물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던 기존 상황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다.

기동성의 부재는 이후의 패턴들을 회피하는 데에도 불리하게 작용하여 생존에서의 불합리함을 증폭시킨다.


2) 스킬 시전 속도와 선후딜레이

기동성이 떨어지더라도 유난히 긴 스킬들의 시전 속도나 선후딜레이가 줄어들었다면 전투에서의 실전성을 어느정도 끌어올렸을텐데, 이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아키르를 시전하는데에는 약 1.8초의 시전 시간이 걸리며 이동이 불가능하다.

아키르를 시전한 후에는 즉각적으로 공증 버프 스킬을 써야하는데, 이 녀석들은 경직 면역도 붙어 있지 않아 있다.

이 공증 버프 스킬은 1초간 움직이지 못하는데, 여기서 스페이스 이동기로 모션을 캔슬할 경우 스킬 자체가 시전 취소된다.

즉, 주력 딜링 스킬 한번 쓰는데 3초가 걸리고,  플레이어는 이 동안 제자리 고정 상태가 이어진다.

이 주력 딜링 스킬을 전부 밪추는 데에는 약 3.8초의 시간이 걸려서 이 시간동안 보스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흔히 얘기하는 '극딜 콤보' 또한 주력 딜링기 아키르와 각성기를 섞어 쓰는 구조인데,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1. 아이덴티티 게이지가 꽉 차있는가?

2. 전기 폭풍 스킬이 사용 가능한가?

3. 공증 스킬 중 하나는 2초 이내에 사용 가능한가? (다른 하나는 7초 내여야 함) *참고: 공증스킬의 쿨타임은 각각 10홍 보석 기준 16초, 20초 


서머너의 극딜 구조는

1. 위의 세 가지의 조건이 맞춰진 환경에서 

2. 약 10초간 서머너는 경면으로부터 자유로워 공증스킬을 박으면서 움직이지 않아야 하고

3. 보스는 13초간 움직이지 않아야한다.

만약 극딜 시작 후 6초 내에 보스가 움직일 경우 각성기 타격을 통한 아이덴티티 수급이 끊겨서 극딜 사이클이 끊기게 된다.


이렇게 스킬마다 긴 시전 속도와 선후딜레이, 기동성의 부재가 합쳐진 것이 현재의 서머너이다.

그러나 여전히 알비온조차 회피 불가능한 스페이스 이동기의 쿨타임, 물의 정령 스킬 외의 스킬들의 시전 속도와 선후딜레이를 방치한 이번 밸런스 패치는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4. 향후 퍼스트 클리어 이벤트의 방향성

게임사는 카멘을 시작으로 굵직한 레이드 콘텐츠들은 퍼스트 클리어 이벤트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적었듯이 퍼스트 클리어 이벤트는 헬 난이도에서 이뤄질 것이고, 헬 난이도는 기존의 보정 시스템이나 비보정 시스템 모두에서 유틸리티 성능이 뛰어난 클래스들이 유리한 구조이다.

따라서 이번 밸런스 패치에서처럼 특정 직업들이 불합리하게 갖고 있는 유틸 성능이 완화되지 않고 방치된다면 축제라고 부를 이벤트에서 특정 직업들은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그들만의 축제가 될 것 같아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