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초월자와 세계

메이플스토리의 세계는 순환하는 거대 수족관과도 같다. 수족관 안의 생명체들은 '에르다'라는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있고 에르다는 시작과 끝이 없이 영원토록 순환한다. 그리고 이 순환은 세계를 빚은, 혹은 관리를 맡은 오버시어의 대리인 초월자가 보조한다. 정확히는 보조하도록 부려진다.

빛의 초월자 중 하나는 순환하는 에르다가 부족해지면 에르다를 창조하고, 또다른 하나는 에르다가 과도해지면 이를 제거한다.

생명의 초월자는 수족관 안의 생명체들을 보호한다. 다른 하나의 초월자는 에르다가 순환하면서 생기는 돌연변이를 담당한다. 에르다의 순환은 부모가 자신의 유전자와 닮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다시 자식을 낳으며 이어지는 것이 아닌 어떠한 형태로 존재했다가 또다른 형태가 되는 것이기에.

다만 에르다는 순환의 과정속에서 생명체의 원초적인 감정을 가지기도 하고 (소멸의 여로) 이전의 형체로서의 기억을 가지기도 하고 (츄츄 아일랜드) 에르다 자신만의 기억을 가지기도 하는 (레헬른) 생명체의 구성 요소기도 하지만 각기 다른 에르다마다 그 자체로도 존재성은 있다고 할 것이다 (검은 마법사 사가 피날레 파트)

시간의 초월자는 수족관에서 어떤 관리를 할까? 아마도 수족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인과에 관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시간의 초월자인 륀느는 작중에서 시간을 멈추기도, 느리게 흐르게 만들기도하고 미래를 대비해 시간을 특정 시간대 이상은 거슬러올라가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권능들은 어디까지나 현재, 그리고 시간의 초월자 본인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시간"과 관련된 권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권능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원인과 결과, 인과관계와 관련된 권능이라 추측된다. 그리고 이 권능은 륀느와 다른 힘이면서 상위의 힘이기도 하고 하위의 힘이기도 할 것이다. 흔히 능력배틀물, 혹은 판타지에서 나오는 시간과 관련된 힘은 주로 륀느의 권능의 형태이고 전지전능한 능력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원인과 결과를 건드릴 수 있는 권능이라면 굳이 과거로 이동해서 개입하지 않더라도 원인을 없앰으로서 새로운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르니움 도서관의 화재, 세피로트의 정원사). 하지만 자신이 임의로 고르는 것이 아닌 무한히 이어지는 원인과 결과의 연속인 인과관계에서 어느 한 부분을 제거하거나 더하는 권능이라면 그것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에 륀느의 권능보다는 자신의 뜻대로 시간선을 유도하는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를 만든 오버시어는 초월자를 각성시키고, 초월자 본인의 의지가 어떠하든간에 세계가 법칙대로 순환하도록 초월자들을 구속한다. 이에 대해 어떤 자는 반발을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반발함으로서 초월자로서 각성한 그는 다른 초월자들의 힘을 흡수하거나 제거함으로서 세계를 재창조하여 생명체들을 신의 도시로 이끌고자 한다. 그곳, 그 장소는 유토피아일까


3. 신의 도시

유토피아 -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

유토피아는 그리스어로 유토포스,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유래한 단어다. 오버시어도 존재하지 않고, 전쟁도 존재하지 않는 신의 도시. 상관격인 오버시어가 이를 거부했지만 만약에 건설이 되었다면 그곳은 유토피아일까?

일단은 전쟁이 없는 도시, 나라일 것이다. 제작자인 하얀 마법사가 환멸하는 것이 전쟁이기도 했으니까. 전쟁이 없다면 그것으로 해결된 것일까?

신의 도시가 영원히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일지, 아니면 세계의 법칙이 존재하지만 않는 곳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떠한 형태이든 그곳이 퍽 아름답기만 한 곳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얀 마법사가 활동하던 시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한한 자원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개개인마다의 성향, 노력, 성격에 따라 각자가 갖게 될 신의 도시의 찬란한 빛은 저마다 다르기에 생명체마다, 혹은 생김새마다 다를 것이고 이는 질투, 차별, 계급 등을 낳을 것이고

이러한 다툼을 없애기 위해 생명체들의 감정이나 욕구를 거세한다면 그것은 다른 형태의 디스토피아라고 할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 그 존재에서 벗어나 유토피아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지만 신의 도시를 만드는것에 우선했을뿐 어떠한 형태로 그것이 유지될지에 대해서 하얀 마법사는 딱히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영웅, 혹은 구도자라도 믿었던 자신의 머리 위에 실이 달려있었고 그를 조종하는 자와 자신 앞에 펼쳐진 불완전한 세계가 가져다주는 분노가 계획을 완성시키는데는 훌륭한 연료였을 뿐.

유토피아이면서도 디스토피아적인 양면의 신세계, 그곳에 다다를 생명체는 어떠한 기준으로 정할것인가? 새장에 갖혀있는 불쌍한 존재니 모든 존재를 신세계로 이끌것인가? 아니면 태어났을때부터 지닌 계급 혹은 살아오면서 움켜쥔 힘의 크기에 따라?

선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