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공허

스펙 되는 사람끼리 모여서 합도 맞는 사람끼리 하면 어려운 곳 아님.

그런데 스펙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는 무작위 사람들과 합 맞춰가면서 매 번 새로 하려면 어려운 곳임.


이게 이번 발생한 사태의 본질임.

그런데 연대기믹이 뭐 다른 데라고 없었냐? 하면 사실 기존 인던에도 비슷한 건 다 있었음.

살육만 봐도 2단 걸쇠 실패하면 전멸인데 뭐.


그래도 차이가 있다면 이건 딱 1명만 제대로 할 줄 알면 나머지 5명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거임.

공허가 특히 문제가 된 건 저 2단 걸쇠를 랜덤 지정자가 매번 해야 하는 살육이나 다름 없어서임.

클리어 내내 단 1명도 쓰러져선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 모든 패턴이 다 2단 걸쇠나 다름없어진 거.


아무튼 이처럼 반드시 전원이 다 할 줄 알아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실패했을 때 다른 누군가가 혹은 이전에 했던 어떤 잘 한 행동이 이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됨.

그게 아니라 한두명만 잘 하면 된다거나 6명 중 4명 정도가 투자돼서 2명 정도 스페어가 생기고 그 스페어가 약간의 사고를 커버칠 수 있다면 좀 빡세도 됨. (도살자 양 넘기기가 이런 예)

왜냐면 어차피 그걸 담당할 한두명은 자연스럽게 반복숙달이 빠르게 되기 때문에 더 빠르게 익히고 어떤 사람들은 남의 실수를 커버치는 자신의 모습에 뽕맛을 느끼기도 하거든.


되돌아보면 공허는 고정팟으로 도는 던전이 맞음.

매번 합 맞추는 거나 스펙/실력이 불분명한 유저와 도는 건 너무 리스크가 큰 구조임.

게임 컨텐츠적으로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건 없고 그저 거기에 참여하는 참가자를 거르는 방법밖에 없음.

하지만 이번 2성 업데이트는 고정팟으로 도는 던전을 업데이트 한 게 아님.

혹 의도가 그거였어도 업데이트 시점 상 첫 대규모 PvE 업데이트기 때문에 그래선 안 됐음.


지금 아쉽다는 애들이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는 게 여럿이 말했던 '주간 레이드' 같은 게 나중에 나온다면 그건 공허보다도 더 어려워도 됨.

고정팟 당연시되고, 최상위 파밍처이고, PvE 업데이트는 다른 쪽으로도 좀 풍부해져 있다면 말야.

이번 던전은 대중성을 놓치면 아예 미래에 '주간 레이드' 가 나올 가능성까지 버려버리는 거임.


PD 편지에도 나와있잖아 지표가 지금 매우 안 좋다고.

유저들이 이 던전에 대해 가졌던 돌고 싶다는 기대감과 관심도를 간과한 거 같다고.

뭐 이번에 너프됐으니까 다신 이것보다 어려운 던전이 안 나온다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저 그럴 게 아닌 순서의 던전이었을 뿐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