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웃음-벨 "티탄+"로 띄워주던 간수 따위보다 티탄 손톱 때보다 약하지만 죽을 각오로 대의를 위해 싸우는 라자게스님이 훨씬 낫습니다. 곧 라자게스님이 세로계신다는 외침이 온 아제로스에 울려퍼질 겁니다. 무궁이들이 티탄보다 격이 높다는 건 사실 철학적으로 보면 말이 되는데, 그걸 연출하는 게 개똥망이었습니다. 간단히 봐서 티탄은 외계인이라 물리법칙의 하위 존재지만, 무궁이는 영계의 존재 법칙을 규정하는 상위 존재였다 이 말입니다. 티탄이 죽는다고 우주가 죽지는 않지만 무궁이가 죽으면 세계가 사멸하니 그 격으로 따지면 무궁이가 더 높죠. 물론 약하지만. 약하지만.

2. 무한의 용군단 떡밥이 드디어 풀리려는 것 같은데, 시간을 아예 과거로 돌려 검은 제국 시절까지 가져가는 게임 내 스토리 보고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티탄 따위가 시간을 조종할 능력이 있는 외계인이라면, 그들이 두려워하는 공허도 마땅히 초시간적 계획을 세우는 괴물들이 아니겠습니까? 즉 공허가 죽어서 이기는 것을 내다 보고 대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었다 이 말씀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스토리로 그럴싸하게 풀어낼 수 있는지 여부는 작가진 역량에 달렸지만, 이번 블리자드 폼은 생각보다 좋은게 보여 기대할 만 해 보입니다. 제 생각에는 MS의 자금 수혈이 중요하게 들어갔고, 본래 가장 자금이 부족하면 잘려나가는 것이 스토리팀인 만큼, 자금이 스토리팀에게 들어가기까지 한다면 충분히 좋은 스토리텔링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노즈도르무는 티탄 때문에 실망해서 도르노즈무가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야 누구나 상상할 수 있지만 그걸 진짜 그럴만하네 하고 설득하는 건 작가 역량에 달린 거니까 말입니다. 

3. 그런 점에서 인게임 시네마틱에서 개헛소리 뻘소리나 하던 어둠땅 느낌 하나도 안 난다는 게 대단하지 않습니까? 사벨리안과 레시온의 선의의(?) 경쟁도 그렇고, 라자게스의 대의(?)도 일단 최소한 말은 되는 것 같단 말입니다. 하물며 노즈도르무와 우리 꼬맹이의 위상직을 계승하겠다는 예고도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다 떠나서 일단 인트로 일러스트부터 블리자드가 변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4. 사후세계를 다루려던 어둠땅은 그 철학적 빈곤함과 연출력의 결여 때문에 썩어 버렸고, 평행 세계를 다뤘던 강철호드는 에메랄드의 악몽보다도 끔찍한 헛소리로 전락했습니다. 이번에 MS에게 인수가 되면서 새로운 개발팀도 수혈되고 무엇보다 인게임 시네마틱 연출이나 서사 전개에서 드디어 작가에게 돈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정도 퀄리티로 평행세계가 아니라 시간을 앞뒤로 이어 붙여 검은 제국과의 대전쟁이 시작된다라면 '광선빔'으로 죽어버린 느조스같은 옛 비극들도 우리의 아낌없이 주시는 나루 제라님의 큰 그림처럼 새롭게 인정 받을지도 모를 일 아니겠습니까? 죽어서 땔깜이 되신 제라님처럼 느조스님도 검은 제국을 위해 마른 안주가 되셨을지 누가 압니까?

5. 날탈것 이렇게 잘 만들 수 있었는데 왜 그간 개고생시킨거냐 진짜? 그리고 제작기술 이렇게 변경되니까 굉장히 좋습니다.

6. 글에서 술냄새 나는 이유는 10시간 쐐기 돌고 왔기 때문입니다. 근데 복귀유저도 이제 안 들어오는데, 차라리 MS가 꿈꾸는 '게임 스트리밍' 기술의 시범타자로 와우를 써먹으면 좋겠다 이 말입니다. 즉 최고급 언리얼 엔진을 이용, 누가 보더라도 저건 온라인 게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양으로 만들어다가, 누가 보면 어? 크레토스 또 나오나? 위쳐 4인가? GTA6인가? 할 것 같은 수준의 그래픽의 와우2를 만들고 그걸 유저들이 노컴퓨터로다가 스트리밍으로 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다면 게임 역사의 분기점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마 마소의 게임사 사들이기도 이런 대전략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개인이 컴퓨터를 더 이상 가질 필요가 없는 세상을 구현하려면 컴퓨터를 보급하는 데 일조하는 게임을 장악하는 것이 시작이겠죠. 얼마 전에 데스티니 가디언즈도 핸드폰으로 스트리밍해서 해보니까 할 만 하더라 이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말로 개발이 된다면 아마 10년 안으로 가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언리얼 그래픽의 스트리밍 와우2. 

7. 별개로 게임 자체로 우려 되는 것이 있는데, 숙제는 줄었고 대신 자유롭게 스토리를 찾아 다니면서 일반 퀘스트를 하게끔 구성이 바뀌어 게임 자체는 편해졌습니다만, 솔직히 서브퀘스트를 할 거면 뭔가 울림을 주는 게임을 하지 와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와우는 여전히 게임 내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기가 어렵잖아요? 하긴 순대국집 가서 스테이크 찾는 소리긴 한데 아쉽다 이거죠. 

8. 다 떠나서 역사게에서 자주 보이는 언급인데 아제로스가 탄생할 때 정말 이터널스처럼 행성 생명체의 모든 것을 다 먹어버리는 존재라고 쳐 봅시다. 그걸 아는 건 정기술사들 뿐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그 NPC 들이 지겹도록 너희는 티탄에게 속고 있다고 징징대는게 진짜 억울해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노즈도르무는 모든 생명을 '티탄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역으로 무르도즈노가 되어 사건의 진행을 막아세우려고 발버둥치는 건지도 모르죠. 근데 여기서 생각해볼 건 시간의 용군단이 고대신이 아니라 전혀 다른 판테온 소속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9. 물리세계에 티탄이 질서를 부여함으로서 '생명의 과증식'을 막거나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커다란 식물 괴물들 기억나시죠? 거의 저그의 식물화에 버금가는 느낌이었는데 말입니다. 근데 이건 티탄 입장에서나 '과증식'이지 생명 차원계에서 보면 정당한 권리의 행사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정기가 행성의 힘이라면 정기는 기생충 티탄혼 아제로스에게 쪽쪽 빨아먹히는 처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아마 정기를 이용해 그 뒤에서 다른 세력이 이제 슬슬 영향력을 행사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만약 티탄이 태어나면서 모든 생명을 다 먹어버리는 거라면 공허와 싸우기 위해 아제로스는 다른 우주의 모든 생명을 직접 집어 삼켜 자기화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살게라스랑은 전혀 다른 수준의 권능을 행사할지도 모르죠. 아마 생명의 판테온이라던가. 나이알로사처럼 고대신의 꿈을 현실에 덮어 씌우는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해야만 아제로스를 억제할 수 있기에 다른 판테온이 옛 원시용들을 이용해 티탄 장치를 '또' 점거하려 든다는 건 정말 해묵은 이야기지만 이걸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그럴싸하고 재밌을지도 모르죠. 무즈도르노는 어쩌면 생명의 판테온과 손을 잡고 티탄 탄생을 억제하는 것일지도?

10. 근데 쐐기 이제 열린지 며칠 됐다고 12~13단 모으고 있고 20단도 클리어 했다고 하면 시즌 1끝나기 전에 어디까지 올라갈지 감도 안 잡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