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렙 전후반이었던 시절로 기억함..
지금은 서버 통폐합으로 없어진 카라잔 시절 이야기임. 

기억조차 흐릿해진 분쟁지역 어느 동굴 안.
퀘스트를 위해 동굴로 슬며시 들어가는데, 
지나가기 무섭게 리젠되는 몹덕에,
(리젠속도가 빨랐다기보다 그 당시 랩도 낮고 사냥속도도 더디니 그랬던 듯)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두 세번은 헤딩했던 듯. 
슬슬 짜증이 밀려오고 심장이 뒤비질듯 요동치기 시작.
이 잡것들이 또 어디서 튀어나오려나 조심조심 전진하는데.

어익후. 
전방, 몹에 둘러쌓여 다굴당하는 얼라 발견. 
나도 초보지만 맥없이 서서 줘터지는 얼라놈도 초보같았츰..
모른척 지나가자니, 평상시 내모습마녕 짠하고 안타깝고.......

오지랍 발동. 
슬며시 다가가, 흑마 간지 광역 불비 시전 짜라란~~ 

헐.......얼라놈 피통이 광속으로 깍여져가고 있었....쿨럭...
그렇지..광을 치면 얼라놈도 같이 맞는것이었지......

정신 차려 빛의 속도로 타이핑을 쳤츰... 
/미안     /미안

반격이 오지 않을까 2~3초의 정적이 흘렀으나, 
다행히 상대방도 비폭력 평화주의의 얼라놈인듯 했음.

나의 실수였음을 어필함과 동시에 난 너를 도우고 싶단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그 놈 주변의 몹 하나를 잡아줬음. 
그리고 한 발 앞으로 전진.

이 센스넘치는 얼라놈이 나의 행동을 살펴보고 
지 역시 부근의 몹 하나를 때려잡음. 

그렇게 우린 주거니 받거니 몹을 하나하나 재껴가며 
동굴 깊은 곳 퀘스트를 완료하고. (돌아 나가는 길 몹 리젠 속도........토 나올뻔.....)

나갈때 역시 사이좋게 한 놈씩 서로 재껴가며 길을 터주고.........
서로 말은 불가했으나, 무언의 협정과 배려로 광역공격은 쓰지않고 단일공격으로만..
동굴 탈출해선 서로 한동안 /인사  /인사 하며 
훈훈하게 헤어졌다는.
그냥 그런 추억이 있었다는 이야기.ㅋ

그 때 그 얼라 지금은 어디서 뭐하고 잇으려나....ㅎ 
남자 성기사였던 것 같았는뎁....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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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고 혼자 입문해서..맨땅에 헤딩하듯 해오던 게임. 

엔피씨는 어디 있느냐...뭘 찾아오라는거냐.....
게임접속의 절반 이상을 맵 돌아다니는일에 올인하기도 했었고.......

광활한 벌판에 홀로 버려진 듯한 느낌도 받아봤고..
사냥에 지쳐 에라이 모르것다...
넋놓고 약초캐기에 심취하기도 했고..
말타고 돌아다니는 유저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고. 
진흙습지대의 답답한 시야에 고개를 모니터 아래로 내려서 보는 븅딱같은 버릇도 생겼었고.. 
지옥불 반도에 처음 들어가던 날. 
이곳은 정녕 헬게이트인가....손이 떨려 게임 나가고만 싶었고. 
나만의 와이번이 생기던 날 눈이 촉촉해 지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었고. 

없는 살림 푼돈이라도 아껴보리라..
도가니 나가도록 줍고 또 주워 내다 팔고 또 내다 팔던.....

겨우 구한 파티에서 제외되지 않으려 
산 넘고 물 건너 던전을 찾아가고 .... 
거의 다 왔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던 시절. 

어느 누가 봐도 삽질 투성이였던 
초보 흑마에게 무수한 많은 도움의 손길을 내주었던 수많은 유저님들. 
너무 고맙고 그립다는.ㅎ
당신들 덕에 아직도 게임 즐겁게 잘하고 있으며 ...
나 또한 버벅대는 유저 만날때마다 도움되려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그냥..그랬다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