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를 시작한지 벌써 24개월..

만 2년이다..

MMORPG라는게 그렇다..

아무것도 모르는 벌거숭이로 세상에 나서 온갖 더러운 물에 찌들어 가는게 우리 삶과 같다..

그래서 짜증나고 힘들고 괴로워도 같이 겜하는 주위 사람땜에 겜을 한다..

2004년 5월경..

유통업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같이 일하던 형이 물었다..

"너 혹시 WOW라고 아냐?"

"당연히 알죠..WOW 나오면 저 그거만 하려구요.."

화근의 시작이었다..

제길..

이건 악마를 없애는 겜이 아니라 악마를 만드는 겜이었다..

1차 클로즈 베타때 기사지존이라는 이름으로 프라우드무어 섭에 첫발을 내딛었다..

니미..

대기표 뜬다..

133.. 89.. 53.. 22..10..

언제나 10이하가 되면 줄어들지 않는다..

ㅆㅂ..

1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접속한다..

스톰윈드로부터 노스샤이어까지 굽이쳐 가는 그림..

오우..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안내음..

오우..

들뜬 마음..

느낌표 쫓아다닌다..

니미..

퀘스트가 죄다 영문이다..

뭐여..

느낌표는 죄다 받아두고 몹만 열심히 잡는다..

근데..

몹보다 사람이 더 많다..

노란 늑대 한마리를 겨우 잡아서 쳤다..

갑자기 회색으로 변한다..

니미..

멀리서 법사가 마법사용했다..

영문퀘스트에 좌절하며 몹만 잡아서 렙10을 찍었다..

도움말이 뜨더니 특성 안내가 나온다..

오우..

렙10되면 이런 것도 있네..

이래저래..

게임의 재미를 느낄때쯔음..

6월경..

패치 소식이 들려왔다..

XX마트에서 일하던 나는 패치되던 날..

12시까지 야근을 뛰고 집에 오자마자 WOW를 실행했다..

니미..

캐릭만 남기고 아템 다 날라갔다..

WOW홈피 가니깐 사람들이 난리다..

아..뭐야..왜 벗기고 질R이야..

다시 키우라는거야..뭐야..

에이..안한다..안해..

다음날 아침 캐릭 지우고 새로 키우고 있는 나..ㅠ.ㅠ

저주스러웠다..ㅠ.ㅠ

그렇게 시간은 흘러 11월 오픈 소식이 들려왔다..

오우..

드디어 오픈이..

사람들 넘쳐나겠는걸..

기대만빵..

오픈첫날 접속..

오우..기대기대..

그러나 대기표 수가..

593.. 587.. 573..

뭐야..이게..ㅠ.ㅠ

니미..새벽에만 키워야지..

아마 그 시절 WOW를 하기 위해 새벽4시에 일어난 사람들은 알꺼다..

그 시절부터 나는 모닝채광을 익히며 열심히 키웠다..

2-3일후..

나는 드디어 서부몰락지대를 졸업하고 붉은 마루 산맥으로 떠났다..

클베때랑 똑같네라는 생각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 얼굴옆으로 얼라이언스 마크가 뜨고 삼거리에 수두룩한 뼈가 보인다..

뭐지??

찰나..어디서 나타난 해골표 언데드 도적 ㅆㅂㄹㅁ가 날 후린다..

아..니미..클베나 오베나..

순식간에 회색이 되어버린 화면을 뒤로 하고 시체를 찾기위해 열심히 뛴다..

언데드 도적..

길드이름이 <얼라이언스에게 죽음을..>이었다..

조낸 무서운 녀석들..

최대한 멀리서 시체를 부활하고 경비병 있는 쪽으로 냅다 달렸다..

언데드 도적 전력질주로 쫓아오더니 날 기절시킨다..

또다시 회색화면..

아..승질난다..

새벽부터 WOW를 하기 위해 일어났는데 언데드 도적 뒷치기 땜에 시간만 허비했다..

니미..

일반섭 간다..

7개월간 정들었던 프라우드무어를 뒤로 하고 새로 생긴 일반섭 마그테리돈에 들어섰다..

대기표가 없다!!

엄청난 기대감!!

젝일..

여긴 사람이 없다..

솔로잉하기 좋겠군..

이때부터 모닝WOW는 끝나고 폐인모드로 전환했다..

한달도 안되는 기간에 만렙을 찍고..

일반섭에도 전쟁이 있기 마련..

호드가 나타났다하면 눈에 불을 키고 달려갔다..

아라시고원과 사우스쇼어, 가시덤불 그 어디든 달려갔다..

시간은 어느듯 흘러 2005년 1월초 즈음하여 유료화 소식이 들렸다..

그 즈음하여 나는 게임에 질려가고 있었다..

타우릿산도 1시간 이내로 잡고..

스칼, 솔름, 하층 모두 1파티로 퀘를 하고..

상층 열쇠는 완성하고..

점점 똑같은 인던 플레이 사냥에 지쳐가고 있을 무렵..

화산심장부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러나 1월말에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고..

나는 간병을 위해서 한달여간 겜을 접어야만 했다..

2월말쯤 겜을 다시 하게 되었을때..

화산심장부 공략을 위해 정예 레이드 공격대를 만든다며 나에게 참여를 부탁해왔다..

당시 내가 정말 신뢰하던 분의 부탁이었기에 공대에 들어서 화산심장부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미 그전에 아포 공대로 한번 가본적이 있었기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줄은 알고 있었다..

용암거인 2마리에 40명이 전멸했던 것이다..ㅡㅡ;;

니미..

이건 뭐여..

정예 레이드 공격대에 참여하여 공대장과 운영진이 정해지고 직업관리자가 정해졌다..

나는 카페지기가 되었다..

공대의 이름도 짓기로 했다..

나의 아이디어로 그 공대의 이름이 정해졌다..

아..너무 애착이 갔다..

성기사분들 하루하루 모였다..

드디어 3월중순쯤에는 공대가 안정되었다..

그러나..

신생공대에서 언제나 불거지는 문제..

아템문제였다!!

당시 마그테리돈 서버에는 화심공대가 2개였고 모두 직업관리자가 직업템 분배 방식을 정했다..

우리는 뭐든 최초를 목표로 하자고 했기에..

집행풀셋도 최초로 해보자고 목표를 내세웠다..

처음에는 세계최초..다음에는 국내최초..다음에는 일반섭최초..다음에는 우리섭최초..

니미..

죄다 실패였다..

그러나 집행풀셋도 최초로 맞추자는 의도에서 성기사들에게 순번제 밀어주기가 시행되었다..

1번시드를 받은 넘..

성기사 직업관리자..

그래 고생하는만큼 우리가 밀어주자..

시간은 흘러 4월말에는 청지기를 잡고 6월에는 라그를 잡았다..

곧이어 오닉시아까지 잡았다..

그동안 1번시드..

집행풀셋 모았다..

구원투구/지옥투구/용암장화/설퍼라스반지/말리스타/기력석 혼자 다 쳐먹었다..

6번시드였던 나는 5번시드도 두르던 손목/허리 하나 못차보고..

용암에 버려진 장화..

이름 그대로 처량하게 짝이 없는 신발 에픽 하나 달랑 있었다..

공대 비상 걸려서 잡은 카자크가 정말 어이없게도 지옥투구 2개 주는 바람에 1개 챙겨 먹었다..

2월부터 8월까지 몸이 부서져라 공대뛰었건만..

1번시드 직업관리자가 집행풀셋에 심판머리/다리 먹고 무기/방패/반지/장신구 에픽으로 도배할때..

나는 지옥투구/용암장화 만으로 만족하며..

사실 조낸 불만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니 5번 시드와 나는 같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

3-4번 시드 니미럴 놈들은 항상 공대소집시간인 7시 30분에 오지않고..

자기들이 필요한 아템을 주는 네임드 잡을때면 접했다..

가르를 잡기 직전에 접속해서는 기력석만 먹고 일주일간 잠수다..

5번시드와 나는 승질이 날대로 날 수 밖에 없었다..

어이가 없게도 나에게 특성을 바꾸란 이야기가 왔다..

"지존님..요즘은 왕축 없으면 화심 못가요..왕축 안찍으시면 다음주부터 오지마세요.."

아..니미..

구축 15분 찍은 보호기사 나 혼자라며 공대 불러들일때는 언제고..

전사 제외하고 30여명에게 혼자 15분 구축 돌리는 이 기분을 아시는 분이 있을까..

구축을 다 돌리고 나면 내 마나도 엥꼬나고..

시간도 2분이 지난다..

하지만 항상 날라오는 한두분의 귓말..

"님아..구축없네요.."

아..미쳐버릴까 같았다..

주5일 레이드를 하고 주말이면 쉴 수 있었다..

7월 찌는듯한 무더위..

레이드를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려고 겜도 키지않고 저녁에 선풍기 아래 누웠다..

갑자기 문자음이 들린다..

아..누구야..문자 보내고..

"지존띠아주떴어염"

니미..

아주어고스고 뭐고 아주 휴대폰을 부셔버리고 싶었다..

겜이란게 그렇다..

이미지가 한순간에 망가지면 다시는 겜을 할수가 없게된다..

인생사랑 똑같다..

자기 이미지 관리다..

ㅆㅂ..

이미지 관리위해서 아템 쥐뿔도 못먹을꺼 알면서 또 레이드에 참여한다..

아..

그런데 이제 특성까지 바꾸라고??

도저히 못하겠다..

안한다..

그지 같은 아템 2개 쳐먹고 7개월간 봉사했으면 됐다..

도저히 못하겠다..

이건 휴일도 없고 뭐여 이게..

내가 무슨 아오지탄광에 끌려온거여 뭐여..

5번시드에게 내 불만을 폭로했고..

울 2명은 나왔다..

3-4번 얌체 같은 놈들은 아템 다 쳐먹고 우리가 나가자 잽싸게 다른 공대로 옮겼다..

그때 결심했다..

밀어주기하는 공대는 다시는 안간다고..

다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