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 나는 취업 연계 교육에 등록했다. 목적은 취업이 아니었다. 집에서 탈출하는 것. 밖으로 나가면 적어도 와우를 켤 때 부모님 눈치는 안 봐도 됐다.

 일정 이상 출석하면 30만 원을 준다고 했다. 나는 정말 출석만 했다. 교육 시간 내내 강의 대신 와우 인벤을 들여다봤다. 공략을 읽고, 직업 게시판을 보고, 저녁 레이드를 준비했다.


 그때 들어간 정공은 주 3일 공대였다. 나는 거의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공대장, 부공대장, 공대원들과 금방 친해졌다. 레이드가 없는 날엔 같이 롤을 하고, GTA를 하며 떠들었다. 게임 속 동료가 아니라 게임 친구였다.

 검은바위 용광로 마지막, 블랙핸드를 잡던 날엔 헤드셋을 쓴 채 소리를 질렀다.


 그 공대에 사냥꾼 아재가 한 명 있었다. 나도 실수가 많았지만, 옆에 그 아재가 있어서 든든했다. 그래도 블랙핸드 잡을 땐 사냥꾼답게 딜을 잘 넣었던 걸로 기억한다. 최근에도 그때 공대장이던 친구와 그 아재 이야기를 했다. 가끔 생각난다고. 이상하게 그 아이디는 1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그땐 몰랐다. 나도 언젠가 그 아재처럼 나이를 먹고, 실수가 늘고, 점점 게임을 못하게 될 거라는 걸.


와우가 가장 재미있던 그 시절, 현생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여자친구가 떠났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의 나는 레이드 시간이 모자라서 만나는 것조차 귀찮아하고 있었다. 떠난 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이, 곁에 있던 소중한 사람이 하늘나라로 갔다.

아버지가 회사를 나오시게 됐다. 그 소식을 듣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고, 바로 취업을 했다. 2015년 여름이었다.


와우에서 가장 즐겁던 순간에 현실은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와우를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