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오딜리타 Part 2 - 불균형의 보석

살라나르 못, 생각이 잠든 묘
불균형의 보석, 그 두번째 재료 - 무념의 잔

"라피가... 라피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납치 당해버렸어!"

다가오는 오로엔과 모험가를 발견한 야즈가 울먹거렸다. 갑자기 한 아히브가 나타나서 라피를 보더니 '지명 수배자'를 찾았다며 데려가 버렸다는 것이다. 한편 그 아히브에게는 '카치누'라는 인간 노예 하나가 동행하고 있었는데, 라피를 '살라나르'에게 데려가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모험가는 야즈의 설명을 듣고 급히 말을 몰아 살라나르 못으로 향했다. 살라나르는 이전에 모험가가 아타락시아를 묻어주고 만났던 아히브였다. 그렇게 모험가가 먼저 길을 떠나고, 오로엔은 이후 에단이 돌아오면 합류하기로 했다.


▲ 라피 베드마운틴이 납치당했음을 알리는 야즈

살라나르 못에 도착한 모험가는 황급히 살라나르의 오두막으로 뛰어들어갔다. 다행히 라피 베드마운틴은 그곳에 있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아히브 병사와 '도박꾼 헬론'과 함께.

도박꾼 헬론은 이전에 깊은 밤의 항구에서 엘리온의 사제를 납치하려다 모험가와 마주친 아히브였다. 그때는 그 사제가 아타락시아와 아는 사이였기 때문인데... 이번엔 모험가와 아는 사이인 라피를 납치한 것이다. 이 정도면 도박꾼이 아니라 납치범이 아닐까.

그때 흑정령이 모험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흑정령은 이전에 생각이 잠든 묘 서고에서 한 드워프 노예가 했던 말을 상기시켰다. '세상에 풀리지 않았어야 할 보물의 지식이었거늘... 괘씸한... 라피 베드마운틴...' 그렇다면 라피도 이전에 오딜리타 노예였다가 탈출한 것이었나?


▲ 도박꾼 헬론에게 붙잡혀 살라나르에게 끌려온 라피 베드마운틴

모험가는 헬론에게 라피를 납치한 이유를 물었다. 헬론은 여왕이 '타락자를 의도적으로 늘리는 세력은 다크나이트가 아니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이러한 성명이 발표된 계기가 아타락시아였음을 알게 된 후 올룬의 계곡 근처 다크나이트의 은신처로 가다가 라피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라피 베드마운틴은 공개 수배된 야만인들 중에서도 가장 몸값이 비싸기에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라피 베드마운틴은 숨겨진 보물 지식을 세상에 퍼뜨린 죄도 있지만 그 어떤 난쟁이보다도 고대 왕국 오르제카의 고대 언어에 대해서 빠삭한 인물이었다. 아히브는 이런 드워프를 다시 잡아다가 어머니의 지식을 해석하고, 타락자에 대한 연구를 더욱 진행시킬 심산이었다.

"라피, 불균형의 보석을 만들 수 있는 두번째 재료, 무념의 잔을 얻을 수 있는 지식에 대해 실토하세요."

살라나르가 라피를 보며 차갑게 물었다. 겁에 질린 라피는 무념의 잔, 곧 환생의 잔이라고 불리는 그것은 이 땅을 최초로 스쳐 간 하둠의 뱀, 이베도르와 관련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라피 베드마운틴이 실토한 무념의 잔 이야기

"이 땅은 이미 절망으로 가득 차 더 메울 곳이 없도다."
그림자 뱀 이베도르는 절망의 신께 바칠 제물로 아무도 데려가지 못했다.

소망의 신 크자카 탄생 이전 오르제카에서는 가시나무 검은 여신을 섬겼다. 고대 왕국 오르제카의 황금기를 이끈 벨슈안과 그를 지지한 마녀 헥사 모아는 어느날 모두를 모아 공표했다.

"어젯밤 여신의 신성한 심연에 뿌리내린 신목 크투란에 바칠 순수한 제물들이 그림자의 뱀에게 현혹되어 모두 죽었다. 그 뱀은 우리가 한번도 보지 못한 존재이며 나아가 바깥세상에 오르제카를 넘보는 악신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가시나무 검은 여신의 결계는 그림자의 뱀을 막지 못했고 여신의 지식으로 황금기를 맞이한 이 땅에 뱀의 표식이 남았다. 머지않아 이 땅은 이 세계 너머의 그림자에 잡아먹힐 것이다. 그림자의 뱀이 남긴 표식을 따라 어둠이 밀려올 것이다. 그러나 뱀은 희망의 노랫소리를 듣고 이 땅을 찾아왔으니 이 땅을 절망으로 가득 채우면 다시는 뱀이 우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벨슈아와 헥사 모아는 여신의 권능과 다름없는 무념의 잔을 꺼내들었다.

"이것은 모든 영혼의 생각과 기억 그리고 감정을 정화하고 다시 태어나게 하는 환생의 잔. 아직 이 땅을 떠나지 않았을 그림자의 뱀, 이베도르를 잡아오면 이 여신의 잔을 선물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그 뱀은 한 꺼풀의 허물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 허물을 발견한 이는 '바히트 라 르코나'. 훗날 크자카 신전을 불태우고 오르제카의 끝없는 자멸을 종결시킨 후회하는 그림자다. 그는 뱀의 허물을 어딘가에 묻은 뒤 올룬족의 힘을 빌려 비밀 지도를 만들었다. 올룬의 심장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면 알아볼 수 없는 비밀지도를.

"그랬군. 지도를 밝히는 것이 올룬의 심장이었다니. 퍼즐 조각은 이미 찾았다. 너희 같이 도망친 자들 때문에 연결이 어려웠을 뿐."

살라나르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라피 베드마운틴도 찾지 못한 지도의 행방. 알고보니 아히브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구해놓은 상태였다. 단지 그 지도를 밝힐 방법을 알지 못했을 뿐.

"모험가는 연못의 델라델나를 만나세요. 이 드워프는 생각이 잠든 묘로 보내고."

모험가는 살라나르의 말을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라피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불균형의 보석을 만들기 위해 여왕과 약조를 한 데다가, 그곳을 삼엄히 지키는 아히브 병사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모험가는 고개 숙인 라피를 안쓰럽게 쳐다본 후 연못으로 내려갔다.


▲ 지도를 밝히는 열쇠는 모험가가 가져온 올룬의 심장이었다. 라피는 다시 노예가 되어 끌려간다.

연못가에 앉아있던 델라델나는 자신이 이 지도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에 대해 신나게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이 지도가 있던 곳이 용들과 인간들의 마지막 대전투 이후 아무도 찾지 않는 다는 끝없는 겨울의 산이었다는 둥, 바히트 라 르코나가 크자카 신전을 불태운 후 신도 태워죽일 수 있다는 신성한 불꽃, 이닉스의 근원지를 찾아 끝없는 겨울의 산으로 향했었다는 둥.

특히 그녀는 그 산의 옥진시니들이 피워낸 비취빛 불꽃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불꽃들이 떠나간 용을 '돌아오라, 돌아오라' 부르는 것 같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모험가는 그녀의 말에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바히트의 비밀 지도에 모험가가 찾은 올룬의 심장을 비추어보는 것이었다. 막 하품이 나오려는 찰나 델라델나가 자기 자랑을 끝내고 지도를 꺼내들자, 모험가는 재빨리 그 지도에 올룬의 심장을 비췄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었던 양피지에서 꼬불꼬불 그림이 나타나더니, 무념의 잔이 있는 곳을 안내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은 '생각이 잠든 묘'였다.

"어? 여기는...?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숨겨뒀을 줄 알았는데..."

생각이 잠든 묘는 하둠의 뱀이 처음 나타난 곳이기도 했다. 바히트 라 르코나가 하필 이런 곳에 이베도르의 허물을 숨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편 이베도르의 허물은 하둠의 기운을 품고 있는 물건인지라, 태초부터 이 땅을 하둠과 같은 외부의 재앙으로부터 지켜준 쪽빛 불꽃으로 정체를 가려내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했다.


▲ 자기자랑을 하는 델라델나. 끝없는 겨울의 산은 가디언과 관련된 지역이기도 하다.

모험가는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생각이 잠든 묘 위쪽으로 올라갔다. 모험가는 그 주변의 버려진 묘들을 파헤쳐 정체불명의 상자들을 얻었는데, 대부분은 죽은 쥐나, 부서진 족쇄, 뼈 조각 등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파헤친 끝에 기다란 뱀의 허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흥분한 모험가는 그 허물들을 들고 쪽빛 불꽃을 지키는 율라시스에게로 향했다. 여러 뱀의 허물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쪽빛 불꽃이 세차게 반응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이베도르의 허물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허물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하나도 썩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모험가는 오르제카가 자멸하게 된 원인이라는 이베도르의 허물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보기엔 그냥 허물인 것 같은데, 이것이 찬란한 왕국 오르제카를 그렇게 두렵게 만들고, 하둠에 맞설 새로운 신 크자카를 탄생시켜 결국 멸망하게끔 만든 원흉이라는 것이 차마 믿기지 않았다.


▲ 쪽빛불꽃이 반응하는 이베도르의 허물을 찾았다.

이베도르의 허물을 찾은 모험가는 율라시스의 안내를 따라 가시나무 서재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검은 눈뿌리의 설명을 듣고, 감옥에 갇힌 라피 베드마운틴도 다시 만났다.

검은 눈뿌리는 모험가에게 무념의 잔을 얻기 위해선 서재 아래쪽 무념의 늪으로 들어가 최초의 타락자 라즈날을 불러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즈날은 그동안 아무도 가지지 못한 무념의 잔을 지키는 심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판단한 모험가는 라피 베드마운틴에게 이베도르의 출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다.

무념의 늪과 이베도르의 허물

무념의 잔이라는 가시나무 여신의 권력까지 내걸면서, 그림자로부터 오르제카 왕국을 지키고 싶었던 벨슈안과 마녀 헥사 모아는 결국 그림자의 뱀을 찾지 못하였고, 마녀는 왕에게 속삭였다고 한다. 가시나무 여신의 힘이 쇠락하여 더 이 땅을 지킬 수 없으니, 여신의 신목으로부터 이 땅을 지킬 새로운 신을 탄생시켜야 한다고.

이후 가시나무 여신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크자카를 섬기게 된 마녀는 크자카가 씹고 뜯는 제물에서 떨어지는 핏방울들을 아래서 받아먹으며 살았고, 그 어떤 오르제카인보다 가장 짙은 고대 어둠의 마력을 간직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마녀는 훗날 바히트 라 르코나와 그의 세력에 진압되어 그녀가 크자카를 탄생시키기 위해 밀어 넣었던 제물의 무덤, 저 아래 무념의 늪 한쪽 감옥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오르제카의 기록에 따르면 바히트 라 르코나가 이베도르의 허물만 발견했을 뿐, 이베도르는 찾지 못했기에 아무도 무념의 잔을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무념의 잔은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왕의 심복, 마녀 헥사 모아가 가져갔고, 이후 세월이 흘러서도 잔의 주인은 언제나 지배자의 제일가는 심복이 품었다고 한다.

현재 아히브의 오딜리타는 타락한 신, 크자카로 저주받았고 타락한 신의 사념을 따르는 아히브 타락자들의 땅이다. 그중 제일은 최초의 타락자 라즈날이다. 아히브들은 최초로 오염된 투라실의 힘을 흡수하여 타락자가 된 라즈날이 오르제카 왕국을 다른 어둠으로부터 지켜야 했던 타락한 신의 사념에 따라 다른 어둠을 대표하는 이베도르의 허물에 반응하여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해석하였다.

헥사 모아의 꾀와 어린꽃들을 흔든 뱀

크자카에게 바쳐진 제물은 척박한 땅의 힘없는 올룬족으로 알려져있지만, 그 이전 신목 크투란, 곧 검은 여신에게 바쳐진 제물은 사실 이름조차 없는 아이들이었다. 오르제카인들은 아이들의 울부짖는 순수한 피가 여신의 풍요를 자극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저 아래 무념의 늪에서 지냈고, 그 사실은 제사장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다.

벨슈안의 마녀, 헥사 모아는 이 비밀을 숨기기 위해 아이들의 울음을 달랠 한 가지 꾀를 내었다. 그녀는 오르제카를 지은 천재 건축가, 칸티르니아를 불러 그가 평소 취미로 만들던 황동과 청동의 병정 인형들을 아이들에게 쥐어줬다. 인형을 받은 아이들은 울음을 곧 멈췄고, 마녀는 아이들에게 인형들을 주제로 노래를 부르게 했다.

하지만 그 노랫소리에 한 존재가 귀를 쫑긋 세웠다. 이베도르였다. 그 뱀은 카마실브를 연상시키는 말라비틀어진 하얀 나무껍질 비늘을 가졌고, 마음만 먹으면 자유자재로 몸을 바꿀 수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에 스며든 희망을 맛보고 접근한 것이었다.

"작고 어여쁜 요정들아, 병정 인형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렴. 그럼 이들은 친구가 되어 함께 노래를 부를 것이다. 함께 우거진 숲속과 하얀 모래가 일렁이는 바닷가를 거닐고 꽃밭에서 춤추는 상상을 하며 노래해보렴."

아이들이 인형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노래를 부르자, 이베도르는 아이들의 노랫가락에 생명의 힘을 불어넣었다. 다시 태어난 인형들은 병기가 되어 무념의 늪을 모조리 부수기 시작했고, 벨슈안과 헥사 모아는 겨우 병기들을 물리쳤지만 그렇게 하둠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 그들은 두려움에 빠져 신목 크투란에 천일동안 기도를 올렸고, 크자카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오르제카에는 또 다른 지식이 탄생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림자의 눈을 피할 수 있는 법. 그 지식은 마지막까지 무념의 늪에 숨어있던 한 고대병기가 가져가 버렸지만 아주 먼 훗날, 고블린 데눌라가 그 지식을 가져와 생각이 잠든 묘에 돌려주었다.

▲ 생각이 잠든 묘에 수감된 라피 베드마운틴

모험가는 무념의 늪에 들어가기 전에 묘지기 데눌라에게 '오드라 신성 조각'을 받았다. 그것은 무념의 늪에 있는 강력한 심연의 타락자들의 눈을 가려 몰래 지나갈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었다. 이는 묘지기 데눌라가 과거 아히브에게 찾아주었던 잃어버린 지식이기도 했다.

오드라 신성 조각을 받은 모험가는 따스한 빛이 자신의 몸을 감싸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 힘은 잠시 동안만 효력이 있었기에 서둘러 무념의 늪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모험가는 무념의 늪을 헤쳐나가며 자신 바로 옆에 심연의 타락자들이 시뻘건 눈으로 돌아다니는 것에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다행히 그들은 모험가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안심한 모험가는 가시나무 감옥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베도르의 허물을 꺼냈다. 그러자 감옥 한쪽에 검은 균열이 발생하며 최초의 타락자, 라즈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둠의 기운을 느끼고, 타락한 신의 사념을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라즈날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아히브였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이전에 모험가가 느꼈던 악신 크자카와 동일한 것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살의를 느낀 모험가는 무기 손잡이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라즈날이 거대한 힘으로 파장을 일으켜 모험가를 넘어뜨렸다. 그녀는 모험가가 가져온 이베도르의 허물에 치를 떨며 모험가를 무자비하게 공격했고, 모험가 역시 자신이 가진 흑정령의 모든 힘을 끌어서 맞섰다. 그렇게 치열한 접전 끝에 모험가의 무기가 라즈날을 관통했고, 모험가는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 오드라 신성 조각의 힘으로 무사히 무념의 늪을 통과하는 모험가

▲ 불태우는 자, 라즈날과 혈투를 벌이는 모험가

겨우 위기를 넘긴 모험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라즈날 뒤로 모습을 드러낸 조각상을 발견했다. 커다란 잔의 모양을 한 그 조각상은 과거 오르제카의 왕, 벨슈안을 보좌했던 마녀 헥사 모아의 무덤이기도 했다. 또한 그 잔 위에는 돌로 만든 책이 있었고 '숨겨진 진실의 계율'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숨겨진 진실의 계율

이 세계의 그림자에 의해 생명을 품게 된 황동과 청동의 고대 병기들을 오딜리타 땅에서 몰아낸 그 날 이후 벨슈안의 마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 여신이여, 그림자의 뱀에 속아 신성한 늪에 재앙을 가져온 아이들의 이를 이 무념의 잔에 담아왔으니 그 노여움을 푸소서.

마녀가 잔을 흔들자 잘그락거리는 소리만 무념의 늪을 조용히 울렸다.

아이들에게 환생의 축복을 내리지 말아 주소서. 전생의 기억은 잃되, 감정은 기억하고, 다시 태어나게 하여 영원히 이 시린 동굴에서 지냈던 두려움을 기억하며 고통받게 해주소서.

숨겨진 진실의 계율 뒷면

노란 꽃, 하늘 꽃, 빨간 꽃이 바다를 이루고 새들의 노래 속에 춤을 추는 꿈을 꾸네.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지만 그런 꿈을 꾸면 온몸이 간지러워져. 이 노래가 끝나면 네 날개를 펴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요정으로 태어나 새벽이슬에 목욕하고 동물 친구들과 열매를 나눠 먹으리.

가이핀라시아, 이 노래를 함께 불러보자. 두 눈 꼭 감고 함께 부르면 이곳은 무섭지 않아. 우리가 작고 어여쁜 요정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가이핀라시아, 이 노래를 함께 불러보자. 온 땅에 축복을 내릴 수 있는 요정이 되는 그날을 기다리자. 하지만 이 메마른 땅에는 축복을 내리지 않을 거야.

무념의 잔을 얻은 모험가는 다시 가시나무 서재로 돌아왔다. 검은 눈뿌리는 돌아온 모험가를 보고 '마치 절대자의 선택을 받은 자' 같다며, 라피 베드마운틴의 처분을 모험가에게 맡겼다. 한 선택지는 라피에게 족쇄를 채운 뒤 이곳 생각이 잠든 묘에서 오르제카의 비밀을 밝혀내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도 오드락시아로 보내 여왕을 보좌하게 하는 것이었다.

비록 그 어느 선택지도 라피를 자유롭게 할 수는 없었지만, 모험가는 그나마 나아보이는 후자를 택했다. 다시 족쇄를 채우고 서재의 노예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모험가는 비밀 수호단과의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


▲ 모험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라피 베드마운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하지만 라피는 역정을 내며 그냥 에단에게 돌려보내달라고 소리쳤다. 아히브들에게 속지말라며, 그들이 오르제카의 신화를 바탕으로 어떻게 역사를 왜곡하고있는지 알아야한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검은 눈뿌리는 단호했다.

"조슈아 오도어님의 고서에는 이빨 요정과 가이핀의 군대가 맺은 계약을 의심하는 내용이 있었죠. 어머니(실비아)는 카마실브에 힘을 불어넣어 저희를 지켜주고자 하였으나 여신의 힘을 두려워한 요정들이 카마실브에 많은 힘을 주도록 부추겼습니다. 그렇게 요정에 속아 힘을 빼앗긴 어머니는 시력을 잃고 가시나무 덩굴에 버려졌지요."

검은 눈뿌리는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머니의 피를 머금은 가시나무 덩굴이 곧 새 신단수가 되어 오랜 세월 저희를 기다리는 동안, 그대의 선조들인 야만인들이 어머니의 지식을 앗아 거대한 도서관을 세웠음에도 탐욕으로 인해 멸망하였지요. 하지만 마침내 저희 아히브가 온전한 왕관, 카마실브의 가지를 신단수에 돌려드림으로써 어머니는 영광을 되찾았습니다.

이 하둠과의 전쟁을 끝내는 날, 여신을 배신한 요정과 그 요정에 속아 앞잡이가 된 가넬들에게 어머니의 진노로 온당한 심판을 내릴 것입니다. 천마를 타고 올라가셨다는 카마실비아에 기록된 역사와 달리 어머니는 신의 힘을 두려워한 요정들에 의해 이곳으로 쫓겨난거죠. 그리고 그런 요정들을 탄생시킨 건 옛 오르제카의 야만인, 바로 당신들입니다."

"말도 안돼! 이런 해석이 앞으로 얼마나 혼란을 가져올지 아는가!"

라피의 역정에도 검은 눈뿌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모험가에게 감시자의 친서를 건네며 이를 라오델 근처에 있는 시리 첼루아에게 가져가라고 말했다. 불균형의 보석을 만드는 세번째 재료, 툰타의 씨앗은 그 지식을 해석하고 인정받아 시리 첼루아를 지원하게 된 야만인, '오르갈리시'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모험가는 검은 눈뿌리의 친서를 받아 시리 첼루아에게 가져간다.


라 오델
아이넬을 둘러싼 비밀

라 오델 거점은 명목상으로 낙시온을 관리하는 진지였지만, 한편으로 최근 가시나무 숲을 탈환한 세페르 세력을 견제하고 툰크타에 불어오는 수상한 기운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그곳의 정예 단장 시리 첼루아는 모험가가 가져온 감시자의 친서를 쭉 훑어보더니 대장장이 오르갈리시에게로 안내했다.

"두 번째 재료까지 구했다는 뜻은 라피를 생각이 잠든 묘에 쳐박았다는 뜻이겠군."

오르갈리시는 혀를 끌끌 차며 모험가에게 대뜸 화승총 하나를 던져주었다. 이 총이라면 투로족에게 인정을 받을 '야생의 숨결'을 구할 수 있을 거라며 말이다. 불균형의 보석을 만들 세번째 재료인 툰타의 씨앗은 현재 세페르 편에 서 있는 투로족 족장이 가지고 있기에, 모험가는 이 족장에 대항하는 대항자들이 필요로하는 야생의 숨결을 가지고 그들을 구슬려야만 했다. 오직 야생의 숨결만이 대항자들이 겪는 '툰타의 형벌'을 줄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툰타와 툰크타

툰타는 오딜리타의 토착 종족인 투로족이 섬기는 대지의 신이다. 툰크타라는 지명은 툰타의 씨앗에서 자라난 숲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둠에게서 보호해주는 힘을 가진 '쪽빛 불꽃' 역시 바로 그들이 섬기는 대지신 툰타가 만든 것이다. 이 덕분에 생명의 바다와 같은 이 숲은 과거 하둠의 뱀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툰타의 씨앗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드워프 오르갈리시

모험가는 오르갈리시가 건넨 화승총을 가지고 낙시온에서 신록의 수사슴과 암사슴, 풀 코뿔소를 잡아 야생의 숨결을 채취했다. 그리고 이를 베르티의 협상가 시르카에게 가져가 조언을 구했다. 그녀는 이전부터 투로족을 여왕의 편으로 만들고 싶어했지만, 투로족 족장이 '툰타의 계시'를 따라야한다며 꿋꿋이 자신의 거처를 세페르의 거점인 가시나무 성으로 옮기려했기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시르카는 모험가가 가져온 야생의 숨결을 가지고 고통받는 투로족을 치료할 '낙시온의 묘약'을 만들었다. 이제 모험가는 이를 부족장 카르틸탄크타에게 전달하면 되었다. 카르틸탄크타는 족장이 받았다는 계시와 달리 그 어떤 순간이 와도 툰크타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툰타의 사명'을 따르는 대항자였다.

한편 시르카는 모험가에게 투로족 족장이 받았다는 '툰타의 계시' 자체가 의심된다는 말을 꺼냈다. 무려 천년 동안 툰크타를 둘러싸고 지켜주었던 쪽빛 불꽃이 꺼진 것을 보았을 때, 세페르가 무슨 얄팍한 수를 쓴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낙시온의 야생동물을 잡아 야생의 숨결을 채취하는 모험가

그 외에도 시르카는 오딜리타에서 타락자를 늘리고 있는 범인이 세페르 아니면 라 오델일 것이라 추측했다. 특히 라 오델이라는 지명은 '라 오델 아이넬', 곧 아케르 포로의 이름과 이상하리만큼 일치했다. 참고로 아이넬은 과거 베디르(아히브)가 오딜리타로 도주했을 때 카마실비아의 전대 여왕 아멜리아가 보냈던 정예부대다.

하지만 과거 오딜리타로 침투한 아이넬 무리는 결국 단죄하는 제단에서 모두 처형당했고, 오직 라 오델만이 살아남았다. 아히브가 그녀를 살려둔 이유는 특별히 없었다. 그녀가 오딜리타의 한 지명과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단순히 가지고 놀 장난감이 필요하기도 했다. 아히브에게 붙잡힌 라 오델은 여왕 아멜리아가 내렸던 지령을 자백했는데, 그것은 브롤리나 오네트를 암살하고, 캐터린 오네트 공주의 시체를 찾아 갈기갈기 찢어 들개의 먹이로 던져주라는 내용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모험가는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적국에 볼모로 잡혀간 공주(브롤리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암살하라고 했다고? 그리고 카마실브를 불태운 베디르를 누구보다 증오했던 아멜리아 여왕이 오히려 카마실브의 빛을 되찾으려 했던 캐더린 공주의 시체를 찾아 훼손하라고 했다니?

'캐더린 공주님이 돌아가시고 국장을 치렀는데 공주님의 시신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괴소문이 있지요...'

모험가는 이전에 카마실비아에서 만났던 말하는 부엉이, 오비 벨렌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설마 캐더린이 죽은 것이 가짜였나? 그렇다면 폭군 여왕 아멜리아는 거짓말로 모두를 속인 것인가? 대체 왜 굳이? 누가 관객이었길래 그런 연극을 한 것일까?


▲ 천년 동안 툰크타를 지켜주었던 쪽빛 불꽃이 꺼졌다. 누군가 손을 쓴 것이다.

▲ 카마실비아의 숨겨진 역사가 다시 밝혀지려 하고 있다.

혼란스러워진 모험가는 낙시온의 묘약을 투로족 부족장에게 전달하기 전에 먼저 과거 아멜리아 여왕의 정예 부대였던 라 오델 아이넬을 만나보기로 했다.

"당신이... 라 오델 아이넬?"
"태양과 달이 공존해야한다뇨? 진실한 달의 짝이 없다면 카마실브와 이 땅을 지키는 적법한 승계자가 될 수 없다고요? 어찌 감히 폐하께 그런 말씀을!"

모험가가 만난 라 오델 아이넬의 모습은 생각보다 초라했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옷은 열 번은 더 기운듯 꾀죄죄한 차림이었고 손에는 더러운 오물을 잔뜩 묻히고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녀의 표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평온한 수도자같았다. 모험가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곳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요?"
"여명의 빛을 꺼뜨려라! 다시는 왕좌를 넘보지 못하게 두 발목을 자르고 혀를 꼬아 말하지도, 신음하지도 못하게 하라! 이아나로스의 심판을 목격한 유일한 자를 처단하는 이에게 영원한 영광이 있으리!"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어머니의 신단수, 카마실브에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태양과 달의 균형을 무너뜨려야 그 틈으로 다시 돌아오실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쪽만 무너뜨리면...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무너질 것이니... 아이넬이 먼저 태양을 무너뜨리고 어머니의 심판과 함께 달을 무너뜨리면... 그 틈으로 돌아오신 어머니께서 이 세상에 검은 태양을 다시 떠오르게 하실 것입니다..."


▲ 미쳐버린 라 오델 아이넬

그녀는 완전히 미쳐버린게 분명했다. 평범한 나무에 기도를 올리며 카마실브라고 하다니.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 내뱉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검은 태양. 그것은 하둠의 상징이 아닌가. 만약 라 오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알고 있었던 카마실브의 역사는 상당수가 뒤집힐 것이었다.

하지만 이 미친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일단 모험가는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낙시온의 묘약을 가지고 '오드라의 무녀, 안후나'에게로 향했다. 투로족 대항자들을 보살피고 있었던 안후나는 모험가가 가져온 묘약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투로족들은 유전적으로 족장의 명을 거역하면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 묘약은 그런 고통을 덜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로족 대항자들은 낙시온의 묘약을 가져온 모험가를 그들의 편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현재 족장이 세페르를 투로족의 희망으로 여기고 있다며, 오염된 계시에 중독된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제 모험가가 할 일은 투로족 대항자들을 도와 툰타의 씨앗을 입수하고, 아이넬과 아멜리아, 아니 카마실비아와 오딜리타 전체를 둘러싼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 고통받는 투로족 대항자들을 치료해주는 안후나


▣ 검은사막 스토리 시리즈
▶검은사막 스토리 #1 - 연대기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2 - 연대기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3 - 발레노스 지역 여정
▶검은사막 스토리 #4 - 세렌디아 지역 여정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5 - 세렌디아 지역 여정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6 - 칼페온 지역 여정 상편 (분기1)
▶검은사막 스토리 #7 - 오제 아가씨의 안타까운 사랑 (칼페온 분기2)
▶검은사막 스토리 #8 -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권력의 도시 (칼페온 분기3)
▶검은사막 스토리 #9 - 드러난 고대신과 엘리언교의 비밀 (칼페온 마무리)
▶검은사막 스토리 #10 - 시라레의 불길한 예언과 의심 (메디아 프롤로그)
▶검은사막 스토리 #11 - 일레즈라의 어두운 흔적을 쫓아서 (메디아 분기1)
▶검은사막 스토리 #12 - 말할 수 없던 네루다 셴의 속사정(메디아 분기2)
▶검은사막 스토리 #13 - 모험가의 정체는 어둠의 힘이 담기는 그릇? (메디아 마무리)
▶검은사막 스토리 #14 - 나방은 결국 불빛으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이끌림 (발렌시아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15 - 발렌시아 건국의 비밀, 그 안엔 모험가가 있었다 (발렌시아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16 - 피와 복수의 카마실비아, 아름다운 얼굴의 이면 (카마실비아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17 - 캐더린 오네트, 그녀는 정말 아름다운 공주였습니다 (카마실비아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18 - 드벤크룬에 드리운 붉은 그림자, 가모스의 등장 (드리간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19 - 사그라든 불씨, 그러나 위협은 존재한다 (드리간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20 - 사실, 인간이야말로 가장 지독한 생물이다 (별무덤)
▶검은사막 스토리 #21 - 빛나는 카마실브, 다가오는 어둠 (오딜리타 1편)
▶검은사막 스토리 #22 - 그란디하 신탁의 결정 (오딜리타 2편)
▶검은사막 스토리 #23 - 모든 것은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오딜리타 3편)
▶검은사막 스토리 #24 - 마지막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오딜리타 4편)
▶검은사막 스토리 #25 - 베디르의 과거와 브롤리나의 행적 (오딜리타 5편)
▶검은사막 스토리 #26 - 하둠에 대항하는 첫번째 준비, 올룬의 심장 (오딜리타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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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1 - 훔쳐야 산다, 도굴왕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2 - 매화가 지던 날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3 - 워리어, 고옌 용병단의 형제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4 - 레인저, 정령검의 계승자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5 - 위대한 소서러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6 - 이 세상에 피로 물들지 않은 왕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