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게임 캐스터의 수는 적은 편이다.
아니 세계적으로도 전문적인 게임 캐스터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 나이대 사람들이 게임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울 뿐더러
시장 자체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철민 캐스터는, 캐스터란 직업 내에서 보면 그냥 그런 캐스터일지 모르겠지만
게임계에서 보면 이보다도 귀할 수 없는 그런 존재다.


SPOTV게임즈가 케스파컵 중계를 맡으면서
김철민 캐스터는 처음으로 롤 중계를 하게된다.

그간 계속해서 스타2나 다른 게임들의 중계를 해오셨겠지만
롤은 정말 처음이었다.
김철민 캐스터가 캐스터 맡기를 꺼려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새로운 게임에 갑작스레 투입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도 잘 안다.


어제는 부산에서 kespa컵의 4강전이 열렸다.
오랜만의 국내 off 무대였고
많은 관객들이 찾아 주었다.


경기는 치열하게 진행되었고
시간이 많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철민 캐스터는 몇번이고
'감사'라는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뜬금없이 왠 감사를 하냐고
'김철민 우승'등의 개드립을 치고 그를 조롱했지만
나는 김철민캐스터가 왜 그 얘기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김철민 캐스터는 온게임넷 초창기 진행을 비롯하여 정말 오랫동안 게임 캐스터를 해왔다.
그는 엠비씨게임이 문을 닫고 얼마간 게임계를 떠나있었으며
최근에 spotv게임즈에서 캐스터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엠비씨 게임에서 일할 때만 해도
꽤 큰 메이저 무대 캐스터를 몇번이고 맡았었다.
열정적인, 많은 관중들, 정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 무대를 가득 메우는 함성들...

하지만 spotv로 넘어온 이후로는 그런 무대를 맡을 수 없었다.
아니 맡을 수 있었다 하더라도 spotv에서 다루는 종목들은
국내에서는 2류 취급 당하는 그런 이스포츠 종목이었다.
(물론 이건 개인차겠지만, 어쨌든 1류가 롤이라고 할 때 롤만큼 흥행하는 이스포츠는 없으니까.)


그는 얼마나 어제와 같은 무대가 그리웠던 걸까?
밤 11시, 12시가 다 되어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열광하고 박수쳐주는
그 관객들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나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감사'를 연발한건 바로 그런 이유였으리라.
얼마나 '감사'했을까?
그의 말대로 관객들에게 감사하고
케스파 관계자에게 감사하고
선수들에게 그는 감사했다.


사람들은 그의 그런 말을
'사회생활 할줄 아네 ㅋㅋㅋ'
'똥꼬빠냐?ㅋㅋㅋ'라며 비난했지만


나는 그 감사가 진심이란걸 느낄 수 있었다.


김철민 캐스터는 어떻게 보면 전용준 캐스터만큼 전설은 아니다.
하지만 2등이라고 전설이 아닌거 또한 아니다.


이번 케스파컵의 해설이나 캐스터가 많이 부족했던건 나도 안다.
특히 cj와 kt의 몇몇 해설은 의아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처음이지 않은가?
다른 두 해설을 떠나서
김철민 캐스터 그분에게만은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또한 그의 감사를 또 다른 감사로 보답하고 싶다.
어제 그의 감사가 절대 가식이 아니었음을 사람들이 알아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