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기를 보고 리뷰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놓치기 쉬운부분이 많다. 하지만 다시한번 경기를 돌아보고 자세히 살펴보면, 경기에서의 준비와 경기 내에서의 눈부신 플레이들이 빛을보게 된다.

리뷰를 준비하면서, 경기를 두번 세번 복기하면서, MVP의 준비와 플레이에 수없이 감탄했다.

KT의 아쉬운부분, 기대와 조금 다른 결과에 실망하기 이전에 MVP의 놀라운 플레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1. 밴픽에서의 노림수

KT는 블루, MVP는 레드진영에서 경기가 펼쳐졌다. 첫 밴페이즈에서 KT는 사이온/말자하/질리언 을 통해서 맥스와 ADD의 비밀병기를 밴하는 판단을 보여준다. 즉, 상대의 변칙적인 플레이가 아니고 변수만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난하게 이길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다소 내포된 밴이였다.

반면 MVP는 르블랑/바루스/자이라 밴을 통해서 현재 메타에서 가장 껄끄럽고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픽들을 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첫번째 픽에서 KT는 렝가, MVP는 카밀을 가져가면서 렝가와 카밀을 나눠갖는 구도를 가져간다. 이어서 MVP는 제이스를 가져가고 KT는 진과 탐켄치의 바텀을 먼저 나눠갖는다. 여기까지 KT의 판단은 이상할부분이 없었다. 첫번째 밴페이즈에서 바텀라인에 많은 밴이 분포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은픽중 좋은픽을 가져가고 탐켄치와 진 렝가등 먼거리에서 싸움을 열기 좋은픽을 가져옴으로써 주도권을 가져가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다. MVP는 카밀, 제이스에 이어서 정글에 렝가를 상대할만한 카직스를 가져간다. 여기까지는 두번째 밴페이즈 이전에 각자 진영에서 필요한 밴픽을 나눠갖는 구도를 보여줬다. 하지만 여기서 MVP의 첫번째 노림수가 시작된다.

MVP는 첫번째 픽 페이즈에서 3명의 챔피언을 모두 AD챔피언으로 가져간다. 즉, 기본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탑/미드/정글에 모두 AD딜러 챔피언을 가져감으로써 데미지 밸런스에 대한 의문을 갖게한다. 또한 변칙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MVP의 팀컬러상, 카밀이 LCS에서 나왔듯 서폿으로 가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밴픽구도에서 상대방의 생각에 혼란을 심어주는 일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

이러한 MVP의 노림수는 이어지는 밴페이즈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두번째 밴페이즈에서 KT는 직스밴을 먼저 보여준다. 이는 MVP의 데미지 밸런스측면과 KT의 진픽등을 고려했을때 자연스럽게 이어질 직스원딜을 밴한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밴카드로 신드라를 밴하는데, 여기서 MVP의 조합에 대한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했음이 드러난다. MVP가 카밀을 서폿으로 보내고 탑에 제이스를 배치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줄것을 염두에 두고 신드라를 밴한것이다. 반면 MVP는 무난하게 카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쉔과 마오카이를 밴한다.

두번째 픽 페이즈에서 MVP는 원딜로 코그모를 가져간다. 데미지 밸런스와 멀리서 쏘는 포킹구도에 힘을 실어주고, 후반캐리에 힘을 더하면서 지속싸움에서 밀리지 않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픽이였다. 이에 KT는 럼블을 통해서 코그모의 힘을 빼놓고 동시에 멀리서 싸움을 거는 조합의 특성을 살리게 된다. 또한 라이즈를 통해서 픽을 마무리짓는다. 즉, KT의 조합은 멀리서 싸움을 걸고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최근 메타와 잘 맞는 아주 좋은 밴픽이였다.

하지만 여기서 MVP는 마지막 픽으로 숨겨뒀던 히든카드인 브랜드를 꺼낸다. MVP가 앞선 밴픽에서 노린바가 바로 여기있었다. 브랜드는 LCK에서 자주 기용되는 픽은 아니지만, 딜서폿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딜을 보여준다. 또한 조건에 따라 발동하는 CC기가 있고, 들어오는 적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퍼부을 수 있고, 대치구도에서 원거리 스킬사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주요 챔피언이 모두 AD에 치중되어있는 조합의 특성상 상대방이 마법방어력을 올리는 타이밍이 뒤로 밀리게 되고, 브랜드는 마법방어력이 낮은 상대에서 엄청난 화력을 뽐내기 좋은 챔프이다. 사실 쉔과 마오카이를 밴한 또다른 이유도 여기 숨어있는데, 쉔과 마오카이는 카밀을 위한 밴이라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브랜드가 활약하기에도 좋다. 예상불가능한 딜이 들어오고 패시브로 인한 추가딜이 존재하는 브랜드의 특성상 마오카이나 쉔처럼 아군을 보호하는 챔피언은 껄끄러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MVP는 이 둘을 모두 밴함으로써 브랜드를 쓰기 더욱 좋은 환경을 구축했다.

MVP의 노림수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출처 : NAVER  MVP vs KT2세트 - OGN 중계화면 캡쳐)

2. 경기 내에서의 플레이

사실 밴픽구도에서 아무리 좋은조합이나 노림수를 가지고 경기에 들어가더라도, 이를 실제로 플레이에 녹여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경기전에 아무리 그럴듯한 계획을 세워도 정신없이 싸우고 맞다보면 계획이 어그러지는경우가 많다. 하지만 MVP는 특유의 팀 호흡을 바탕으로 막힘없이 플레이를 펼쳤다.

경기 극 초반 바텀라인에서는 KT에 밀리는 모습이 보였다. 1렙싸움을 걸고자 노력한 KT에 비해서 MVP는 다소간 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브랜드와 코그모 모두 W스킬을 1레벨에 투자했는데, 둘 모두 한번 스킬이 빠지면 재사용대기시간이 길어 싸움을 지속하는데 좋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면 KT의 바텀조합은 멀리서 맞을순 있지만, 상대의 스킬이 한번 빠지고 나면 딜교환에서 무조건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조합이다. 따라서 1레벨 싸움에서 MVP가 사릴수밖에 없었고, 2레벨을 KT가 먼저 찍으면서 바텀 라인전 구도가 무너지게 된다. 이 이득을 바탕으로 9분경 KT의 첫번째 노림수가 시작된다. 라이즈, 렝가의 궁극기와 진의 커튼콜을 모두 사용하면서 MVP의 바텀조합을 노린것이다. 하지만 MVP의 바텀듀오는 적절한 스펠사용을 바탕으로 이 갱킹을 회피해낸다.

LOL에서 언제나 그렇지만, 노림수가 실패로 돌아가면 사용된 소모값에 따라서 카운터를 맞게된다. 이 상황에서도 MVP의 카운터가 제대로 적중한다. 한발 늦었지만 제이스가 합류하게 되고, 브랜드의 궁극기가 적중하면서 퍼블을 MVP가 가져간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KT의 노림수가 먼저 펼쳐지고, MVP가 이를 잘 받아내는 그림이 이어지는데, 조합의 특성상 KT의 플레이는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원거리에서 싸움을 열거나 합류하기 좋은 조합이기 때문에 항상 먼저 움직였으나, MVP가 이를 잘 받아내면서 좋은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주고받는 구도에서 KT가 조금씩 이득을 취해나가면서 앞서나가기 시작한다. 비록 MVP가 잘 받아쳤으나, '졌지만 잘 싸웠다' 의 모습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KT의 이니시는 철저한 근거에 따른 계산된 플레이였다. (출처 : NAVER  MVP vs KT2세트 - OGN 중계화면 캡쳐)

23분 30초, MVP의 레드정글쪽에서 배회하던 KT는 이니시를 연다. 진의 커튼콜을 시작으로, 렝가와 라이즈의 궁을 활용하면서 MVP의 카직스와 브랜드를 습격한다. 여기서 브랜드의 활약이 빛나게 된다. 사실상 브랜드의 경우 QWER만 모두 사용하고 죽어도 할일을 다했다 라고 볼 수있다. 맥스는 침착하게 들어오는 상대에게 스킬을 모두 사용하고, KT챔피언들은 이를 모두 맞으며 체력이 소진된다. 여기서 마하의 코그모를 잡기위해 한번 더 들어가는데, 잡지못하고 밀려나면서 전멸하고야 만다. 사실 KT의 플레이에는 확실한 판단근거가 있었다. 이니시를 여는 시점에 카밀은 바텀, 제이스는 탑이였으며, 카밀이 즉시 텔을 타지만 한타상황에 시야없는곳으로 텔을탔기 때문에 카밀의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진 않았다. 따라서 브랜드와 카직스가 잡힌 이후의 구도를 보면 KT의 모든 챔피언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하의 코그모를 죽이기 위해 들어갈때, 마하는 점멸을 먼저 쓰고 타워와 함께 딜링을 하다가 체력상황에 맞춰서 회복을 사용하면서 살아남는다. 이 시점에서 카밀의 모습이 보이게 되고, KT는 순간 '더 들어가면 전멸당할 수 있다' 라는 생각에서 뒤로 물러서게 된다. 앞서 말했지만 브랜드의 광역폭딜을 맞은 상태라 체력이 좋지 않았고, 코그모는 이 한타 직전에 루난의 허리케인을 사왔던 상황. 즉, 코그모 역시 광역딜링을 할 수 있는 상황이였다. 전체적으로 KT의 챔피언 체력상황이 모두 좋지 않았고, 뒤에서 오는 카밀과 제이스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전멸하게 된다.

KT를 전멸시키고 바론을 먹은 MVP는 바텀지역 억제기를 밀어내다가 반격을 맞으며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여기서도 브랜드의 위력이 빛을 발하게 되는데 밴픽에서 MVP가 노린구도 그대로였다.

 

서폿의 딜을 무시하면 안된다. (출처 : NAVER  MVP vs KT2세트 - OGN 중계화면 캡쳐)

 

이 시점에서 양 팀의 아이템창을 자세히 보면, KT측은 마법방어 관련 아이템이 진의 밤의끝자락 하나뿐이다. 어느 누구도 리안드리가 나온 브랜드의 딜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였다. 브랜드는 이 시점에서는 미드라이너급 화력을 보여준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여기서 도망가는 MVP의 체력은 모두 골고루 낮은 상황이고, KT는 부활한 럼블의 텔을 같이 활용하면 적을 소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추격을 시작한다. 여기서 시야가 없는곳에 숨어있던 브랜드의 화력이 빛을 발한다.

세상을 불태울 준비는 되었나? (출처 : NAVER  MVP vs KT2세트 - OGN 중계화면 캡쳐)

 

보이는 바와 같이, 브랜드는 궁극기를 사용하고 이는 KT의 렝가, 라이즈, 탐켄치에 모두 적중한다. 또한 럼블의 텔 위치도 아군과 가깝지 않아서 합류에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서 KT는 브랜드와 카밀의 슈퍼플레이에 의해서 다시한번 전멸을 당하게 된다.

33분경 미드지역 한타에서도 브랜드의 활약이 빛을 발한다. MVP는 바론지역에서 시야장악을하고 낚시플레이를 하다가 들어오는 KT를 향해 이니시를 연다. 좁은 지역에서 싸워서 MVP가 불리할것으로 예상된 싸움이였으나, 딜의 핵심인 코그모와 브랜드는 골목이 아닌 부쉬쪽에 자리잡고 있었고, 좁은지역에서는 브랜드와 코그모 역시 화력을 뽐내기 좋다. 여기서 맥스의 뛰어난 스킬활용이 빛났는데, W로 마타를 마무리하고 동시에 Q를 사용하여 럼블을 스턴으로 만든다. 럼블은 화력은 좋지만, 몸이약해서 존야로 한타이밍을 넘겨야 하는데 브랜드에 의해서 스턴을 당하고 소환사주문 및 존야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다.

 

맥스의 기량은 확실히 물이 올랐다. (출처 : NAVER  MVP vs KT2세트 - OGN 중계화면 캡쳐)

 

밴픽부터 MVP는 철저하게 준비를 했고, 경기내에서 자신들의 의도를 잘 녹여내면서 LCK 무패를 달리던 거목인 KT를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사실 이날 경기 전반적으로 스멥을 중심으로 KT의 플레이에서 조금씩의 균열이 보였다. 하지만 역시 KT라는 생각이 드는 뛰어난 노림수와 이를 바탕으로한 이득을 굴려나가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는데, MVP가 더 탄탄한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KT의 노림수에서 일방적인 손해만 본것이 아니라 이득을 교환하면서 자신들의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KT에게 있어서 이날 아쉬운 부분은 단지 브랜드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점과 팀플레이에서 아직 완전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점 정도 뿐이였다. 브랜드는 자주 나오지 않아서 프로라고해도 딜계산과 스킬계산이 쉽지 않은편이였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데 손쉽게 대처하긴 너무 힘들다. 특히 LOL은 140개가 넘는 챔피언이 존재하기 때문에.. KT의 아쉬움보다 MVP의 뛰어난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는게 이 경기에서는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흥미로운 플레이를 보여준 MVP에게 감사하며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