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문

탑정글을 오로지 뚜벅이로만 가는 사람으로써 내 칼럼 주제는 언제나 전사, 또는 탱커에 집중되어 있었음. 내가 게임을 보는 관점도 탱커와 딜러의 방패와 창 싸움이고, 조합을 보는 관점도 탱킹력 분배임.

그런데 지금 메타는 탑 정글, 특히 탑 쪽에서 엄청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고, 그 이유가 탱킹력 측면에 있기 때문에 이 칼럼을 작성함.


2. 전사와 탱커에 대한 이해


모두가 롤잘알인 건 아니니까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 정리와 기본적인 역할군 분류 얘기부터 하자. 전사와 탱커는 무슨 차이인가? 롤 역할군은 6가지로 나뉘어지지만 사람들은 근접 챔피언을 전사나 탱커로 구분하는 걸 잘 안 함. 롤 초창기 메타에 대한 인식이 시대가 흘렀지만 그대로 박힌 것 같음.

아무튼 전사는 상대를 때려죽이는 걸 목적으로 하는 근접 챔피언을 말한다. 암살자하고의 차이가 뭐냐. 암살자는 적진으로 들어가서 적 딜러를 따고, 바로 빠져나오는 걸 가정하고 플레이하지만 전사는 적진으로 들어가서 다 때려죽이고 나오는 걸 가정하고 플레이한다. 암살자는 바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극딜을 가는 거고, 전사는 들어가면 빠질 방법이 없으니까 탱템을 섞을 수밖에 없음.

그런 전사들은 미식축구의 라인맨들처럼 상대 앞라인부터 우직하게 적 뒷라인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돌격형 전사'(통칭 뚜벅이)와 일단 적진 한가운데, 혹은 적 딜러 바로 앞 까지는 돌진 가능한 '기동형 전사'로 나뉘어져 있다. 돌격형 전사는 더 많이 맞아야 하므로 탱킹력이 좀 더 높고, 기동형 전사는 돌진기가 있음. 뭐 라이엇 기준의 분류로, 실제로는 요 사이 어딘가에 속하는 챔피언들이 사실 더 많고, 패치에 따라서 돌격형 전사와 탱커, 기동형 전사와 암살자는 왔다리갔다리 자주 그럼.

이것이 전사라는 역할군의 기본. 그러면 탱커란 뭐냐. 탱커는 적을 때려죽이는 게 아니라 내가 오래 사는 것에 더 집중하는 챔피언들을 말한다. 그니까 탱커는 오래 살기만 하면 팀에 도움이 되야함. 공격형 탱커는 광역 cc를 비롯한 이니시에이팅 스킬을 보유하고 체력비례로 들어가는 대미지, 또는 쿨 짧고 깡댐 높은 일반 스킬. 등등으로 싸움을 연 다음 거기서 치고받고 난타전을 함. 말하자면 탑이나 정글에 가는 탱커지. 수비형 탱커는 적진으로 파고들어가서 전장을 헤집는 건 못하지만 아군을 지켜줄 수 있는 실드, 힐, 무적, 또는 아예 공격을 대신 맞아주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애들임. 얘들은 서폿에 자주 감.

일반론적인 얘기니까 "알리스타나 레오나는 공격형 탱커인데 서포터 하거든요!!!"라는 얘기는 넘어가고. 본질적인 문제를 인식해보자.


3. 탱딜 밸런스 붕괴


지금 메타는 분명 탑이 약함.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사도 탱커도 탱킹이 안 돼. 딜러가 세서? 분명 딜러들이 강한 메타긴 해. 강한 딜러들이 유행하고 있고. 하지만 강함은 상대적인 거야. 지금 탱커 일부, 그리고 전사들 대다수가 통째로 죽어버렸어. 이건 역할군의 문제야. 역할군의 문제라는 건 챔피언들이 아니라 그 챔피언들이 공통적으로 가는 아이템의 문제라는 얘기지.

현재 전사도, 탱커도 딜링엔 아무 불만이 없어. 문제는 후반 가면 딜러에게 다 맞아 뒈져서 괴롭다는 거지. 즉 약한 게 탱이 안 되서 약하다는 거야. 최근 끝난 롤챔스 스프링을 예로 들어보자. 탑에서 그나마 자주 나오는 전사 챔피언들은 갱플랭크, 카밀, 피오라. 대충 이 셋이야. 공통점? 근접 전사 챔피언인데 탱킹력보단 딜링에 극도로 치중되어 있다는 것. 그 외엔 전사가 아닌 그냥 탱커야. 딜러도 탱커도 균형있게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가운데쯤 되어 있는 애들이 다 죽었다는 점에서 이 상황은 이렇게 해석해야함.

탱으로 가면 답이 없으니까 탑이 딜을 가는 거야. 근데 팀에서 탱커가 없으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아예 극탱을 뽑아서 부족하게나마 탱을 하려는 거임.

사실 탱템은 한동안 패치노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음. 밸런스 자체가 안정되어 있었거든. 딜템이 이전에 비해서 좋아졌나? 조정은 받았지만 사실 그건 아니란 말이지. 근데 지금 탱딜 밸런스가 붕괴된 이유는 뭐냐, 역시 상대적인 것도 있음. 창 역할을 하는 챔피언들이 많아지고, 좋아졌어. 하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문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예전에 비해서 지금 서포터 탱템이 너무 좋아. 챔피언이 오래 버티는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탱킹력은 덤이고 유틸리티에 치중된 아이템들 말이야. 2000원 초반에 가격대가 형성된 이 아이템들이 2000원 후반에 가격대가 형성된 템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지.

예전엔 안 그랬어. 예전엔 서포터 아이템 진짜 끔찍하게 나빴음. 스펙도 물론이거니와 유틸리티도 별볼일 없었어. 그리고 뭣보다 돈을 못 벌었지. 그래서 브라움, 탐 켄치, 알리스타 이런 애들이 탱커나 전사보다 탱이 안 됐고, 서포터들이 돈을 벌 방법도 없었고(적어도 핑와를 귀환마다 3개씩 사야 하는 프로씬에선) 서포팅 아이템을 안 살 수도 없어서 언제나 탱커들이 서포터 탱커보단 탱이 잘 됐음. 서포터 탱커들은 '그나마' 탱템을 별로 안 사도 탱이 되는 챔피언들에 불과했지.

하지만 이 모든 게 해결됐다. 서포터형 템이 스펙 좋아. 가격 싸. 유틸리티도 좋아. 그 결과 서포터를 가는 탱커들(지금 메타를 완전히 장악한)이 기존 탱커와 전사의 탱킹력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얘들 탱킹기는 원래부터 그냥 전사나 공격형 탱커의 탱킹 스킬보다 우월했거든. 왜? 아군 지켜야 하는 수동적인 수비형 탱커, 서포터였으니까. 근데 지금 골드 수급량도 좋아지고 아이템 자체의 스펙도 좋아지니까 이게 주는 이득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온 거야. 얘들을 딜러들이 죽일 방법이 없으니까 딜러를 더 센 애로 뽑게 되고, 어차피 상대는 초반에 견제 잘 못하는 탱커 서포터니까 하이 리스크 딜러를 뽑는 게 그렇게까지 하이 리스크가 아니게 되는 순환구조.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도 탱커, 전사용의 순수 탱킹 아이템은 서포터용 아이템보단 탱킹력을 많이 준다. 하지만 그 숫자가 서포터들이 자기 스킬로 확보하는 탱킹력보다 훨 못하고, 딜러 평균치의 딜링보다도 못하다는 거지. 그 결과 좀 맞다가 바로 빠져서 회복할 수 있게라도 해주는 워모그가 포킹 메타도 아닌 정면 한타 메타인데 1티어를 했어(심지어 그것도 너프먹었지만).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4. 개선안

간단해. 탱커, 전사들을 위한 탱킹템의 최종 스펙을 올리자. 지금 2500대~3000 좀 아래에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건 너무 싸! 가격을 3000 초반~3500정도로 올려버리고 스펙도 그에 맞춰서, 혹은 비싸질 조합비를 고려해 스펙을 현 가성비보다도 더 올려주자고.

아예 중간쯤 되는 탱킹템, 내지는 3티어 일반 탱킹템을 하나 더 추가해도 좋아. 지금 공격력은 bf대검, 곡괭이, 롱소드. 주문력은 쓸데없이 큰 지팡이, 방출의 마법봉, 증폭의 고서로 3가지의 일반 아이템이 있는데 탱킹 아이템은 천 갑옷-쇠사슬 조끼, 루비 수정-거인의 벨트, 마법 무효화의 망토-음전자 망토로 2단계야. 물론 탱커들의 하위템은 딜러들에 비해서 1300원 가까이 되는 돈을 깡으로 모을 필요가 없는 점진적 성장구조지. 하지만 이건 수비적일수밖에 없는 탱템에 있어선 어쩔 수 없는 구조야. 그러니까 어떻게 하느냐.

1티어, 천 갑옷, 루비 수정, 마법 무효화의 망토 로 일반적인 탱킹력을 갖추는 것 까지는 기존의 탱킹 트리와 동일. 허나.

2티어에서 쇠사슬 조끼, 거인의 벨트, 음전자 망토의 고급화, 일방형 탱킹 트리와, 빙하의 장막, 칼날부리의 망토, 군단의 방패, 망령의 두건 등 복합 유틸리티 아이템으로 갈래를 나누자고, 그리고 전자는 아주 비싼, 전사 및 탱커용 최종 탱킹력 템으로, 후자는 서포터 및 유틸리티에 치중된 저가, 중간형 탱킹력 템으로 트리가 갈리게끔 하는 거야. 지금 딜템도 그러잖아. 깡스펙만 줘서 유틸리티 적은 건 최고급 아이템으로 조합되고, 도중에 복합으로 효율 좋게 가는 건 최종 스펙도 낮다고.

그리고 3티어의 최종 하위템, 방어력, 체력, 마법 저항력. 이것들을 유틸리티와 탱킹력의 중간쯤 오는 컨셉형 탱킹템. 2500에서 3000사이에 있는 아이템인 망자의 갑옷. 태양불꽃 망토, 정령의 형상, 가시 갑옷. 정당한 영광, 즈롯 차원문. 특정 챔피언을 상대할 때 효과가 유독 좋아서 최종 아이템이 아니라도 갈만한 것들로 2티어 하위템과 섞어서 조합할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 3티어 아이템끼리 섞이는 초고가 최종형 탱킹템을 만들자.

가격은 3000원 초반, 더 나아가 3500 정도도 나올 수 있는 무한의 대검이나 라바돈의 죽음모자 급인 초고가 아이템 말이야. 서포터는 이거 절대 못 사. 도중에 유틸리티도 없이 깡으로 스펙 모으는 건 서포터의 본분이 아니야. 탑은? 살 수 있어. 돈이 많으니까. 그리고 상대랑 길게 라인전 하니까 유틸리티 없이 깡으로 방어력, 체력, 마법 저항력 주는 템 자체의 효율도 복합형보다 더 잘 뽑을 수 있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이템창 6개밖에 없는 이 게임에서 최종 스펙이 상승하는 셈이고, 딜러들도 스펙이 올라간 탱커를 잡기 위해 지금은 잘 안 가는 최후의 속삭임 상위템, 공허의 지팡이 등등을 갈 수밖에 없어지겠지.

난 최종 탱킹템으로 변화할 아이템 후보로 얼어붙은 심장, 가고일 돌갑옷, 란두인의 예언, 적응형 투구를 추천한다. 뭐랄까, 이 네 가지 아이템들은 '탱템 최종트리' 같은 느낌이 아주 어울림. 현재는 스펙이 너무 낮아서 그냥저냥 하지만. 더 비싸도 돼. 이젠 대체제도 많아졌거든. 아니면 바미의 불씨-무언가-태양불꽃 망토로 이어지게 해서 태양불꽃 망토를 최종 탱킹템으로 올려주는 것도 좋아. (더 나아가서 망상을 펼치면 최종트리로 올라간 태양불꽃 망토는 탱킹력 비례 마법 대미지 주는 액티브, 패시브 성장형 옵션으로 상향시켜줘)

길게 말했지만 요약하자면 하나임. 탱템 상향시켜줘. 정확히 말하면 탱템 가격도 올리고 성능도 올려줘.



p.s 지금 정글은 탑에 비하면 탱커들이 좀 많이 나오는데 걔들이 좋은 건 탱커가 좋아서가 아니라 걔들이 걍 좋은 거임. 탱커 정글러가 좋은 거였으면 노틸 아무무도 정글에 나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