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롤드컵 8강전 분석 이후로 처음 쓰는 분석글인데 공교롭게도 또 RNG와의 경기네요;

작년 이맘때는 밴픽 분석을 통해 4강 락스와의 경기를 미리 짚어보기 위함이었다면, 이번 글은 5연 갈리오 픽에 관한 의견이 분분해서 그 부분에 대한 다채로운 해석을 써 보기 위한 글이 될 것 같네요.

매우 긴 글이 될 것 같으니.. 삼성과 WE의 경기, 결승을 남겨 놓고 시간 되시는 분들만 재미로 봐 주십사 합니다.




1세트
블루 RNG
레드 SKT




-밴 페이즈 1

RNG BAN 제이스
롤드컵에서 후니의 제이스 성적은 3승 1패로 호성적입니다. 특히 미스핏츠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제이스의 외줄타기 운영은 제 개인적으로 제이스 운영의 방점을 찍었다고 생각하는 경기이기도 했구요. 뿐만 아니라 초식형 탑솔러로 알려진(다수의 중국 탑솔러 유형) 렛미의 상대로 제이스가 나온다면 라인전부터 위협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 RNG는 5경기 내내 제이스를 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SKT BAN 칼리스타
롤드컵 밴률 100%를 자랑하는 현재 메타 최고의 OP 원딜입니다. 아셔야 할 것이 있다면 이 수치는 '밴픽률'이 아니라 '밴률'이라는 점입니다. 역대 롤드컵에서 밴픽률 100%가 아닌 밴률 100%는 처음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모든 팀들이 칼리스타를 처음부터 아예 배제를 시켜놓고 밴픽 구상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칼리스타는 불타는 향로+루난의 허리케인 시너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받는 원딜일 뿐 아니라, 1:1 상황이나 소규모 교전, 궁극기를 통한 대규모 한타에서의 영향력까지 전 구간에 걸쳐 엄청난 전투력을 보이는 챔피언입니다. 후픽인 레드 진영에서 반드시 먹고 들어가는 밴 카드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4강 2일차까지 끝나고 보니 아마 결승에서도 구경은 고사하고.. 밴률 100%를 유지하지 싶습니다..


RNG BAN 자야
현재 롤드컵에서 각광 받는 원딜은 대략 칼리스타, 트리스타나, 자야 등이 있습니다. 자야는 연인 라칸과 조합됐을 때의 파괴력이 배로 상승하는 챔피언입니다. 라칸의 경우 정통 향로는 아니지만 서브 향로 서포터, 즉 향로의 효과를 내면서도 이니시에이팅까지 책임지는 다재다능한 서포터입니다. 자야+라칸+향로 조합이 완성됐을 시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만약 블루 진영에서 자야나 라칸을 밴하지 않을 경우, 레드 진영에서는 두 챔피언을 모두 풀어주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블루 진영에게 압박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심리전에 당하지 않겠다는 듯 RNG는 애초부터 자야를 밴합니다.

이 자야 밴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RNG는 자야를 쓸 생각이 없다"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과 연결하여 2세트 밴픽에서 재밌는 장면이 나옵니다.

(+) 결승까지 자야+라칸 조합은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어제 삼성과 WE 경기에서 나오더군요; WE가 1세트 이 조합에 카사딘까지 덮어서 완승했습니다.


SKT BAN 자르반

자르반은 현재 1티어 정글 픽입니다. 갱킹, 이니시에이팅도 훌륭한 챔피언이지만, 제가 생각할 때 현재 메타에서 자르반이 유용히 쓰일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타겟형 궁극기를 통해 한타 시 상대 딜러진의 딜로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불타는 향로를 필두로 한 원딜 캐리 메타의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아군 원딜러의 캐리력입니다. 그리고 그 캐리력이 발동되려면 한타에서의 포지셔닝, 즉 프리딜 구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현재 한타 페이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향로의 유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상대 원딜의 딜로스를 유발할 수단이 있느냐라고 봅니다. (실제로 원딜이 괴물같이 성장을 하고도 딜을 넣지 못해 패배하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물론 어느 시대에나 원딜이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원딜이 딜하지 않으면 한타를 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죠. 다만 현재의 원딜 캐리 메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하이퍼캐리 시대입니다. 미드에 탱커가 등장하고, 정글러는 돼지들이 많고, 심지어 서포터마저 원딜 보좌를 우선시한 픽입니다. 잔나를 끼고 있는 원딜이 상대의 모든 딜과 CC를 받아내고도 살아남아 역관광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군을 보호하는 챔피언도 중요하지만 상대팀 원딜의 프리딜 구도를 견제하거나 혹은 딜로스를 유발하게 만드는 챔피언이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무려 3.5초동안 적 원딜을 가두거나 점멸이나 도주기를 이용해 뒤로 빠지게 만드는 자르반의 궁극기는 한타 시 아주 유용합니다.

그외 여러가지 장점이 있지만 탑과 스왑 효과를 볼 수 있는 챔피언이라는 점(물론 롤드컵이 진행될수록 거의 정글러로 굳혀지고 있지만), 또 자르반+∂ 의 한타 조합을 이룰 시 위협적인 요소가 된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RNG BAN 그라가스
이유는 위와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주목 받기 시작한 챔피언이죠. 자르반을 밴 당했으니 그라가스도 함께 견제해 주는 모습입니다. 1티어 정글을 전부 자르고 세주아니를 선픽하겠다는 의도입니다.


SKT BAN 룰루
잔나와 더불어 정통 향로 서폿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밴을 통해 선픽 카드가 다양하게 열리게 됩니다. 세주아니, 잔나, 트리스타나, 갈리오. 특히 현재 밴 상황을 놓고 보면 세주아니와 잔나 중에 하나를 밴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SKT는 룰루를 밴합니다.

이 룰루 밴의 의미는 SKT의 블리츠크랭크 픽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잔나보다 라인전에서 우위라고 평가 받을 뿐 아니라 룰루의 궁극기로 블리츠크랭크의 변수가 상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픽 페이즈 1

RNG PICK 세주아니
앞서 말했듯 자르반과 그라가스가 밴된 상황에서 선픽으로 안 가져갈 이유가 없는 챔피언입니다. 전투 지속력이 정말 어마어마한 챔피언이죠. CC덩어리입니다. 도주기가 없는 챔피언에게 달라 붙으면 도망갈 수도, 녹일 수도 없는 그런 챔피언이죠.

물론 잔나가 살아 있는 상황이지만 잔나의 대체재로 소라카라는 픽을 이미 썼었던 RNG는 고민할 것도 없이 세주아니를 선택합니다.


SKT PICK 갈리오, 트리스타나
-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문제의 갈리오가 여기서부터 등장합니다. 우선 미드 갈리오의 장점부터 생각해 봅시다.

1) 탱킹력: 대놓고 탱템을 가는 미드 챔피언입니다. 상대가 깡딜, 계수가 높은 하드 AP가 아니라면 뚫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또한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갱킹 또한 쉽지 않은 챔피언에 속하죠.

2) 라인 클리어: 근접챔 치고 상당히 우수한 라인 클리어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라인 푸쉬를 통한 초반 주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위 2가지 이유 때문에 라인 안정도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3) 텔레포트: 투텔 조합이 가능합니다. 갈리오는 기본적으로 쉔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챔피언인데, 미드 갈리오의 경우 사이드 라인과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합류 싸움에 대한 리스크가 적은 편에 속합니다. 라인 복귀가 빠르고 심지어 텔레포트를 이용한 2단 출장도 가능하죠. 맵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는 거의 탑급 미드 챔피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4) 원딜 캐리 메타에 최적화: 원딜 캐리 메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바텀 라인전 시 갈리오라는 존재는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기 좋은 챔피언입니다. 쉔처럼 궁극기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기엔 조금 난해하지만, 다이브 상황이라면 얘기가 180도로 달라집니다.

약 1년 전에 썼던 분석글에도 언급했던 기억이 나는데, 라인전이 중요할수록 다이브에 강한 챔피언이 각광받습니다. 즉, 불리한 구도를 뒤집을 수 있거나 유리한 구도를 굳힐 수 있는 개입력이 높은 챔피언이 대세가 되죠. 하지만 개입력만 높다고 다 대세가 되느냐? 그것은 또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미드라이너의 로밍력은 빠른 라인 클리어에서 비롯됩니다. 다시 말해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챔피언이면서도 개입력이 좋은 챔피언들이 좋은 챔피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라인 클리어 능력이 좋은 탈리야, 초반 딜교에서 우위를 점하기 쉬운 라이즈 등이 이런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자주 나오는 구도라고 볼 수 있죠. (이러한 픽들의 공통점은 유리한 상황을 빠르게 굴린다는 점도 있지만, 상대 스노우볼을 억제하는 효과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위와 같은 장점들을 기반으로 SKT는 갈리오를 픽하게 되고 5연 갈리오 상황이 연출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바로, 이 갈리오라는 픽에 대한 양팀의 해석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지요.

5연 갈리오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결국 SKT와 RNG가 단 한 번도 갈리오를 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SKT는 "상대가 갈리오를 밴하지 않네. 어차피 우리가 잘 쓸 수 있으니까 밴하지 말고 계속 쓰자."라는 생각이었고, RNG는 "갈리오는 핵심 픽이 아니야. 차라리 페이커에게 갈리오라는 챔피언을 주고 캐리력을 봉쇄하자."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거의 90% 이상이라고 봅니다. 밴픽의 양상을 보면 그렇습니다. RNG의 밴픽은 페이커에게 계속해서 갈리오를 쓰라고 말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러한 밴픽 행보를 보인 이유는 여러가지 측면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1) 어마어마한 챔프풀을 자랑하는 페이커의 픽을 하나로 고정시키면 RNG 입장에서는 밴픽 자유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2) 또한 미드 갈리오는 페이커가 할 수 있는 수많은 미드 챔피언 중에 다소 수동적인 챔피언에 속합니다. 스스로 변수를 창출해내긴 상당히 힘들죠. 궁극기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기가 쉔보다 훨씬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3) 따라서 페이커의 캐리력을 자체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픽이라고 진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RNG는 이렇듯 페이커의 폭발적인 후반 캐리력과 한타 영향력을 봉쇄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SKT에게 갈리오를 강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 5연 갈리오가 탄생합니다.

물론 이 판단이 결과적으로 좋은 판단이었다고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RNG의 판단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1, 3세트를 RNG가 이겼으니까요. 마치 함정 카드처럼 말이죠. RNG는 자신들의 패배가 갈리오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3세트의 경우에도 갈리오가 말리자 조합 컨셉이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도 있었구요.


- 트리스타나는 우수한 사거리와 도주기, 라인 푸시력, 한타력, 딜 기대치 등 모든 면에서 현재 메타에 어울리지 않을 이유가 없는 챔피언입니다. 로켓 점프를 통한 한타 포지셔닝도 자유로운 편이고 추노도 탑급에 속합니다. 자야가 밴된 상황에서 도주기 있는 원딜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챔피언이죠. 라인전도 세지만 타워 압박도 상당히 좋습니다.

하지만 이 트리스타나 픽에 대해 '왜 잔나를 두고?'라는 의문 부호가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픽은 곧 블리츠크랭크 픽과 연결이 되죠. SKT는 미스핏츠와의 8강전에서 영감을 받아 처음부터 NO향로 체제로 컨셉을 잡습니다.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유리한 상황을 굳히기 좋은 조합을 구성하기에 나서죠.


RNG PICK 잔나, 트위치

상당히 예상 가능한, 거의 확정적인 픽들이었습니다.


SKT PICK 블리츠크랭크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된 부분이죠. 향로 체제 이외에는 생각이 없었다가 미스핏츠와의 경기를 통해 영감을 받았다고 말이죠. 즉 변수 창출을 통한 이득과 그로 인한 스노우볼을 굴리겠다는 의미입니다.



-밴 페이즈 2


SKT BAN 초가스
RNG의 세주아니, 잔나, 트위치 픽을 보면 한타 조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초가스까지 얹어지면 그야말로 후반 한타에서 트위치의 폭발적인 프리딜이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초식형 챔피언을 많이 쓰는 렛미에게 탱킹과 딜링이 가능하면서도 라인전을 좀 더 단단하게 풀어갈 수 있는 초가스를 굳이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밴이라고 보여집니다.


RNG BAN 아이번
SKT가 블리츠크랭크를 픽한 상황에서 다른 라인을 통해 향로를 보충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갈리오까지 나온 마당에 원딜 캐리 메타에서 원딜 지키기에 좋은 정글 챔피언을 줄 수 없다는 것으로도 보이네요.


SKT BAN 코르키
코르키는 AD 데미지와 AP 데미지가 섞인 하이브리드 챔피언입니다. 초반 딜교에서는 갈리오가 밀리지 않을 수도 있으나 무난히 성장했을 시 15분 전후로 전성기를 구가하는 코르키의 하이브리드 데미지는 마저템을 우선적으로 올리는 갈리오에게 다른 AP 메이지보다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또한 샤오후의 코르키는 프나틱과의 8강전에서 엄청난 포스를 뿜어내기도 했습니다. 승부를 결정지은 4세트에서 갈리오를 상대로 솔로킬을 냈을 뿐 아니라 kda 10에 킬 관여율이 무려 100%였습니다. 아시다시피 SKT는 상대팀이 잘 쓴다고 판단하는 카드는 결코 풀어주지 않습니다.


RNG BAN 니달리
아이번 밴과 같은 의도로 보입니다. 이미 미드에 갈리오가 픽된 상황에서 카르마, 오리아나 등을 견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정글에 과감한 투자를 합니다.



-픽 페이즈 2

SKT PICK 자크

블랭크 선수의 시그니처 픽이자 갈리오+자크 조합이 구성됩니다. 자크가 OP라고 불리던 시즌에도 자주 견제되던 조합이죠. 엄청난 거리를 도약할 수 있으므로 변칙적인 갱킹이 가능하고 예상 못한 지점에서 한발 빠른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챔피언입니다.

잘 컸을 경우 탱킹력도 우수하지만 패시브로 인한 생존력도 좋습니다. 위에서 한번 언급했었죠? 라인전이 중요할수록 다이브에 강한 챔피언이 각광받는다구요.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유지력이 좋고 버프 의존도가 낮으며 생존력과 개입력이 모두 좋은 자크는 충분히 나올 만한 픽이었습니다. 자크의 이니시에이팅에 갈리오를 덮는다? 뚜벅이 트위치가 제대로 물릴 경우 딜로스는 물론이고 생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RNG PICK 말자하, 쉔
- 말자하는 이 경기 이전까지 롤드컵 4전 전승 카드일 뿐 아니라 갈리오의 카운터 픽으로 대두되고 있는 챔피언입니다. 특히나 근접 챔피언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데, 비록 갈리오가 원거리 스킬을 가졌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근접 챔피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또한 스킬 매커니즘상 갈리오 입장에서는 말자하를 잡아내거나 압박하기가 쉽지 않죠. (덤으로 갈리오의 궁을 끊기도 매우 좋은 챔피언입니다.)

RNG는 말자하 픽을 통해 한타 조합을 더욱 단단하게 구성했습니다. 상대에게 수은을 강제한다는 메리트도 있지만, 광역 침묵과 제압을 통한 변수 또한 무시하지 못하죠. 오브젝트 사냥에도 힘을 실을 수 있고, 상대의 이니시를 역으로 받아치기도 좋습니다. (이는 곧 원딜을 지키는 컨셉에 더 힘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RNG의 쉔 픽은 운영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보다 트위치를 지키겠다는 의도가 더욱 강하다고 해석됩니다. 현재 메타에서 상당히 쓰기 좋은 탑 챔피언이죠. 앞서 설명했듯 갈리오와 비슷한 역할군이면서 궁극기를 조금 더 공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SKT 팬 입장에서 상대팀이 쉔을 픽할 때마다 심장이 철렁합니다. 국쉔변호사 클템 해설위원께서 항상 언급하시지만 쉔은 초반의 유리한 구도를 승리로 굳히기에 아주 최적화된 챔피언이니까요. 초반에 불리한 상황이 다수 나오고 있는 SKT에게 쉔보다 위협적인 카드는 없다고 느껴질만큼 경계하는 챔피언입니다.


SKT PICK 갱플랭크

갱플랭크는 전통의 쉔 카운터입니다. 근거리 챔피언 특성상 갱플랭크의 화약통을 견제하기도 쉽지 않고 귤로 인해 선도발 딜교도 전혀 먹히지 않으니까요. 더군다나 쉔의 출장에 갱플랭크는 궁극기로 맞대응할 수 있습니다.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쉔의 궁극기를 끊을 수 있는 수단이 없...)

어쨌거나 화약통을 잘 운용할 시에 트위치, 잔나에게 굉장한 압박을 줄 수도 있습니다.



밴픽 총평
전반적으로 SKT의 밴픽은 좋았다고 봅니다. 그에 반해 RNG의 밴픽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범위였죠. 하지만 모든 밴픽은 결과를 피해갈 수 없듯, SKT는 라인전을 압살하지도 못했고 갱킹을 당하기까지 하면서 향로가 없는 조합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 주고 패배하게 됩니다.




2세트
블루 SKT
레드 RNG





-밴 페이즈 1


SKT BAN 자르반

RNG BAN 칼리스타

SKT BAN 잔나

1세트에서 잔나의 향로력(?)에 고스란히 당한 SKT는 이번에 잔나를 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곧 레오나 픽으로도 이어지게 되죠. 1세트 블리츠크랭크가 상대를 당겨와서 잘라 먹는 챔피언이었다면, 레오나는 본인이 직접 적진을 파고드는 챔피언입니다. 레오나의 침투를 밀어내기 좋은 잔나를 잘라주는 모습입니다.


RNG BAN 제이스

SKT BAN 트리스타나

이 밴 또한 바루스 픽과 연결돼 있습니다. 도주기가 좋고 라인전, 푸시력 모두 좋은 트리스타나를 자르고 바루스를 통해 강한 라인전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로 보여집니다.

RNG BAN 세주아니

RNG는 세주아니의 능력을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야, 룰루, 갈리오, 그라가스 등 좋은 챔피언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중 단연 1티어로 꼽히는 세주아니를 밴해 줍니다. 세주아니를 줄 바에야 그라가스를 주겠다는 얘기죠.


-픽 페이즈 1

SKT PICK 갈리오
마지막 밴을 통해 많은 카드가 열리고 많은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SKT는 자야를 선픽해서 상대에게 라칸을 강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생겼지만 그와 동시에 자야를 픽할 경우 갈리오를 빼앗긴다는 조건도 붙게 됩니다. 그렇다고 갈리오를 가져갈 경우엔 RNG에게 자야+라칸 압박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SKT는 놀랍게도 갈리오 선픽을 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 자야나 라칸 중에서 하나를 픽하는 게 일반적인데 SKT는 갈리오를 선택하고 RNG에게 자야+라칸 조합을 쓸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상당히 날카롭게 작용합니다.


RNG PICK 라칸, 트위치
SKT의 질문에 RNG는 라칸과 트위치를 내놓습니다.

우지는 놀랍게도 LPL에서도 자야를 적극 활용하지 않았고 롤드컵에서조차 단 한 경기도 자야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야를 사용할 생각이 없다는, 혹은 자야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간파당하고 만 거죠. 이는 앞으로 있을 나머지 경기 밴픽 양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봉착하자 RNG는 역으로 라칸을 픽해야만 하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자신들이 가져가지 않으면 상대가 자야+라칸 조합을 구성할 수 있게 되니까요.


SKT PICK 그라가스, 바루스

자르반과 세주아니가 밴된 상황에서 그라가스를 가져오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상대가 자야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꿰뚫은 입장에서 바루스를 픽합니다.


RNG PICK 말자하


-밴 페이즈 2

RNG BAN 카르마
카르마는 향로 서포터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갈리오를 탑으로 보내고 미드로 스왑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염두한 밴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SKT의 갈리오 픽이 순전히 미드 픽으로만 등용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확신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SKT BAN 쉔
1세트에서 쉔에게 호되게 당한 SKT는 이후로 줄곧 쉔을 밴하게 됩니다. (물론 5세트에서는 첫번째 픽 페이즈에서 쉔이 등장함에 따라 밴하지 못하게 되지만요.) 결국 쉔이 자신들의 스노우볼 조합에 억제기가 된다고 판단하고 잘라주는 모습입니다.


RNG BAN 오리아나
카르마 밴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갈리오의 라인을 속단하지 않는 모습이죠.


SKT BAN 초가스


-픽 페이즈 2

RNG PICK 나르

초가스와 쉔이 모두 잘린 마당에 렛미의 선택폭이 확실히 좁아진 느낌입니다. 무난하게 마오카이를 하자니 어떤 식으로 카운터를 맞게 될지도 모르고, 상대의 강력한 스노우볼 조합과 비교했을 때 마오카이는 라인전에서 신나게 얻어맞다가 끝날 확률이 높아지게 되죠. 따라서 렛미는 조금 더 공격적인 나르를 픽하게 됩니다.


SKT PICK 카밀, 레오나
- 우선 카밀은 SKT의 스노우볼 조합에 비추어 볼 때, 스플릿 푸시로 운영에 힘을 주기 좋은 챔피언입니다. 나르를 상대로 꿀릴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타에서 자르반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챔피언이기도 하죠.

비슷한 역할군으로 해설진들은 피오라도 언급하지만, 피오라의 경우 리스크가 클 뿐 아니라 왕귀형 챔피언이라는 제약이 있습니다. 따라서 스노우볼 조합에 다소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고, 만약 피오라가 말릴 경우 왕귀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픽이라 빠른 운영에 제동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싶습니다.

- 레오나 픽은 1세트와 마찬가지로 미스핏츠전에서 영감을 얻은 픽입니다. 트위치+라칸을 상대로 라인전이 밀리지도 않을 뿐더러 라칸 자체가 레오나를 카운터 치기도 쉽지 않습니다. 트위치를 보호하기 위해 결국은 레오나의 앞으로 몸을 던져야 하는 운명이죠.


RNG PCIK 녹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챔피언이었습니다. 하지만 녹턴이 등장하고 보니 이론상 그럴싸한 픽이 됐습니다.

우선 녹턴은 6렙 전까지는 개입력이 강한 정글러는 아닙니다. 하지만 궁극기를 배우고 나서는 180도 달라지게 되죠.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녹턴의 위치를 계속해서 신경쓰며 플레이해야 하고, 그 결과 소극적인 플레이가 발생하고 맙니다. 따라서 녹턴 픽은 SKT 조합 컬러를 자연스레 카운터치게 되죠.

또한 SKT의 픽들은 바루스를 제외하고는 전부 앞으로 돌진하거나 전장 한복판을 향하는 챔피언들입니다. 녹턴의 궁극기가 이를 받아치기에 매우 좋은 스킬이죠. 즉 RNG는 녹턴 픽을 통해 쉔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갈리오의 합류를 받아치겠다는 의도를 보입니다.


밴픽 총평
밴픽만 놓고 봤을 때는 이번에도 역시 SKT가 우세해 보입니다. 물론 녹턴이라는 깜짝 픽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RNG는 자야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자신들의 약점을 드러내게 된 밴픽이었으니까요.

물론 RNG가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세트 밴픽을 통해 RNG 또한 갈리오 픽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됩니다. 저 갈리오는 SKT에게 있어서 미드 챔피언에 거의 고정된 픽이란 것을요.



3세트
블루 RNG
레드 SKT





-밴 페이즈 1

RNG BAN 제이스
SKT BAN 칼리스타
RNG BAN 자야
SKT BAN 잔나
RNG BAN 그라가스
SKT BAN 자르반


전체적인 밴 양상이 1경기와 무척 흡사합니다. 1세트 룰루 밴이 잔나 밴으로 대체됐다는 점 말곤 똑같습니다. 제이스, 칼리스타 필밴 구도에서 RNG는 상대가 자야를 통한 심리전을 거부한 모습을 보이죠. 또한 개입력이 좋고 한타 시 딜러진의 포지셔닝을 힘들게 만드는 자르반과 그라가스를 나란히 밴해 줍니다.


-픽 페이즈 1


RNG PICK 세주아니 픽
RNG는 역시나 세주아니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mlxg의 세주아니 컨디션도 매우 좋았기 때문에 거를 이유가 없는 픽이죠.


SKT PICK 갈리오, 트리스타나
이 역시 1경기 픽과 동일한 구도를 보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SKT가 RNG에게 "우리 또 1, 2세트처럼 공격적인 조합을 구성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RNG PICK 타릭, 베인

- 정말 여기서 제 멘탈이 부서질 뻔했습니다.. 우선 타릭 픽의 경우, SKT의 물음에 대답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잔나가 밴된 상황에서 상대가 공격적인 조합을 꾸릴 수 있는 상황인데 룰루나 소라카를 쓸 것이냐? 이 부분에 의문 부호가 붙은 것이죠.

언뜻 보면 룰루가 조금 더 좋은 픽처럼 보이지만, RNG는 타릭을 통해 단단하게 받아치겠다는 의사를 내비칩니다. 또한 세주아니+타릭으로 이어지는 전투 지속력은 당하는 입장에선 끔찍한 수준이죠. 실제로 3세트에서 SKT는 이 세주타릭 조합에게 지긋지긋하게 당하게 됩니다.

- 베인. 나오는 순간 지켜보는 모든 SKT 팬들이 똑같은 생각을 했겠죠. 이 경기, 지면 안 된다.

우선 베인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 생각을 해 봅시다. 우선 베인은 잘 컸을 경우 탱커를 잡는 귀신입니다. 1:1뿐 아니라 구르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한타 상황이 마련되면 어마어마한 캐리력을 가지고 있는 챔피언이죠.

하지만 베인이 잘 쓰이지 않는 이유 또한 분명합니다. 사거리가 짧고 라인 클리어가 정말 쓰레기라는 것. 그럼에도 RNG가 베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잘 큰 베인의 프리딜 능력은 칼리스타와 흡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요리조리 어그로를 빼는 칼리스타와 적절한 궁과 구르기를 통해 일점사 카이팅으로 상대를 녹일 수 있는 베인. 더불어 자꾸 등장하는 갈리오를 잡아내기도 다른 원딜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수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베인이 픽됐지만 라인전에서의 리스크가 있는 픽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역시 우지의 베인은 훌륭했죠. 마치 베인 픽에 도발이라도 당한 듯이 조급한 모습을 보이던 SKT를 잡아먹고 킬을 먹은 결과 노데스 베인이 탄생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불어 갈리오의 무능함까지 드러나며 어찌 보면 RNG를 갈리오 함정에 빠지게 만든 주역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SKT PICK 자크



-밴 페이즈 2

SKT BAN 쉔

RNG BAN 트런들
안티 탱커 챔피언이자 후니가 매우 잘 사용하고 있는 챔피언이죠. 이걸 밴했다는 건 RNG가 탑 탱커를 사용할 가능성도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거리가 짧은 베인의 프리딜 구도를 방해할 수 있는 챔피언을 애초부터 치워 버리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SKT BAN 초가스

RNG BAN 나르

나르 밴을 통해 사실상 렛미가 마오카이를 사용할 거라는 걸 알 수 있게 됩니다.



-픽 페이즈 2

SKT PICK 룰루
마치 공격적인 바텀 라인을 구성할 것처럼 행동하던 SKT는 두번째 픽 페이즈에서 방향을 선회합니다. 블리츠크랭크와 레오나를 쓰며 노향로를 지향하던 SKT가 갑자기 룰루를 픽한 것이죠.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상대가 타릭을 가져간 상황에서 라칸을 가져와서 이니시를 열어봐야 무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사거리가 짧은 베인의 라인전을 견제할 필요성도 있으며, 한타 시 베인의 프리딜 구도를 변이로 막아보겠다는 의도도 있었겠죠. 결국 SKT는 돌고 돌아 정통 향로 조합을 짜게 됩니다.


RNG PICK 라이즈, 마오카이
마오카이 픽이 거의 99% 확정적인 상황에서 등장한 라이즈는 꽤 좋은 선택처럼 보였습니다.

1, 2세트 내내 말자하를 고집하던 샤오후는 갑자기 라이즈를 픽합니다. 위에서 설명했듯 라이즈는 초반 딜교 우선권도 가지고 있고 로밍도 좋은 챔피언으로 현 메타에서 충분히 기용하기 좋은 미드 챔피언입니다. 유체화가 거의 고정된 말자하에 비해 궁극기를 통해 갈리오의 로밍을 쫓아가기도 훨씬 용이하지요.

탑에 마오카이를 쓰기로 결심한 RNG 입장에서는 바텀에서 교전이 일어날 경우 빠르게 합류할 수 있는 챔피언이 필수 불가결하게 등장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갈리오도 넘겨주고 쉔까지 잘린 마당에 RNG는 사실상 라이즈를 픽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1세트 쉔, 2세트 녹턴이었다면 3세트는 라이즈로 합류 구도를 쫓아가겠다고 얘기한 겁니다. 실제로 샤오후의 라이즈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게임을 승리하게 만들죠.


SKT PICK 카밀
2세트 카밀 픽과 똑같은 이유입니다. 그라가스, 자르반이 밴된 상황에서 베인의 프리딜 구도를 막고, 마오카이를 상대로 스플릿 푸시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밴픽 총평
두 팀의 조합 구성은 명확합니다. 갈리오+자크+카밀 시너지로 상대 딜러의 프리딜을 막고, 안정적인 라인전을 통해 스노우볼을 굴리겠다는 것. RNG 역시 단단한 구성을 조합하고 합류에도 뒤지지 않으며 베인을 지키겠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SKT의 실수가 이어지며 결국 RNG의 의도가 승리하게 됩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