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그오브레전드를 거의 광적으로 좋아하는 유저입니다.
타게임 전프로 생활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부진의 이유를 분석해볼까 합니다.

주관적인 의견과 내용이 많으므로, 불편하신분들은 뒤로가기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KT는 다들 아시다시피 엄청난 커리어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역대 최고의 팀인것은 부정할수 없습니다만,
최근들어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를 하나하나 분석해볼까 합니다.

(선수들 비하 목적보다는 분석에 의미를 두고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1. 노리스크 노리턴 운영

쓴소리를 안하고싶지만, 기정 사실인건 맞습니다.
김정균 감독은 정말 안정적인 운영과 리스키한 행동을 최대한 배재하는 플레이를 추구합니다.
위험요소가 있다면 최대한 배재하고, 안정적으로 라인전에서 파밍 후 중반 후반 한타를 통해
게임을 뒤집고자 하는 생각이지요.

작년까지는 그래도 이 운영이 실제로 먹힌것도있지만,
현재로선 SKT T1의 선수들이 타 강팀 선수들에 비해 피지컬적으로나 운영적으로나 훨씬 뛰어나다고
아무도 말할수 없을것입니다.

문제점은 바로 여기서 생깁니다.
보통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경우 어떤식으로 초반 운영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알수있습니다.
어떻게든 공격적인 운영으로 다이브를 하던지,
상대 정글로 우루루 몰려가 킬을 내고 오브젝트(용)을 취한다던지

뭔가 주도적인 플레이로 초반부터 스노우볼을 굴리려고 하는 모습에 반해

현재 SKT T1은 강한 피지컬로 이루어진 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정말 수동적인 플레이로 상대방의 주도적인 움직임을 받아낼 궁리만하며
절대로 리스키한 공격을 먼저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중후반으로 넘어가게되고, 게임은 어려워지죠.
만약 상대방의 주도적인 플레이를 효과적으로 못받아친다면, 게임터진수준으로 망해버립니다.

이런식의 운영으로 그냥 기대하는건 딱하나입니다. 멋진 이니시로 밴픽단계에서부터 구상하던
"입롤"을 실현하는것.

어느샌가부터 SKT T1의 선수들이 라인전을 이기는 모습을 거의 못보다시피 합니다.

뭐만 했다하면 "거길 갈 이유가없어" "뭔가 보여주려고하지마, 그냥 안전하게" "이번 바론은 그냥 주고 버티는게 맞아"
라는 식의 피드백은, 절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바꿔말하면, 현재 SKT T1은 약팀인것을 인정하고 초반부터 상대를 쥐고 흔드는 운영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길들여진 노리스크 운영으로 스타일자체가 바뀌기엔 시간이 한참 걸리겠죠.



2. 심리적인 압박


1번의 이유와 함께 생기는 문제입니다.
뭐만 했다하면 "그런짓하지마" "리스키한 행동 하지마" "그걸 왜 스틸하려고해 주고 버텨"
라는 식의 피드백의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써보자면
예전 피넛이 상대 애쉬의 궁극기를 멋지게 플래쉬로 피하고 바론스틸하는 장면에서
김정균 감독은 우스갯소리지만 (정확한 멘트는 기억안나네요) 
"그냥 주고 버티는게 맞아, 얘 들어갈때 거의 사이코인줄알았어" 라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저도 프로생활을 했었고, 거의 맏형의 가까운 나이였지만
어린 프로친구들은 정말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칭찬받고싶고 그 칭찬에 힘입어 자신감을 찾아서 더 멋진 플레이로 보답하고자 하는 심리.

피넛에게 했던 그 피드백은 과연 피넛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일까요?
"게임을 너가 캐리했어" 라는말은 기대안해도 최소한 "위험했지만 그래도 잘했어" 라는 칭찬을 기대했을텐데,
오히려 잘못된 플레이였다고 못을 박아버리니.

선수입장에선 '아, 하지말라는 플레이로 정말 최상의 결과가 나왔는데도 뭐라하는데 만약
하지말라는 플레이로 게임이 잘못되어버리면 엄청나게 욕을 먹겠구나'

라는 생각이 생길것입니다. 정말 극단적인 예 입니다만, 다른선수들도 이런경험이 많을거예요.

결국 플레이는 점점 위축될수 밖에 없고, 감독이 추구하는 플레이내에서 아무것도 하지않는
수동적인 플레이어가 되어버리는겁니다.

모든 라이너들이 이런생각이 쌓이고 쌓여서, 현재 최악의 라인전단계 운영으로 도달했다고 봅니다.

게임이 끝나고 부스에 들어와 작성했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피드백하는 모습과
선수들이 경청하는 모습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3. 밴픽

솔직히 말씀드리겠지만
현재까지 SKT T1이 보여준 밴픽중에
와 이번 밴픽 정말 잘했다, 라고 생각이 든건 세손가락 내에 꼽습니다.

정말 냉정하게 말해, 밴픽이 형편없어요.
타팀 코치들과 감독들도 아마 생각하는 부분일겁니다.

역시 1번의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노리스크로 초중반 버텨서 한타로 뒤집자. 라는 마인드로 밴픽을 해버리니

상대방이 뭘하건 그냥 우리한타만 생각하고 연계 CC기 만 생각하고 밴픽을 합니다. (페이커픽 제외)
상대방 입장에선 읽기도 쉬우며, 아 저 한타 연계CC만 조심하면 게임 무난하게 이긴다. 라고 생각할겁니다.
그러니깐 쉽게말해, 승리 플랜이 딱 하나입니다. 
입롤 한타.
플랜B, 플랜C가 없어요.

그냥 픽이 버텨 버텨 버텨입니다.

최근 제가 기억나는 부분중에 가장 경악했던 밴픽이
지난 써머 롱주게이밍과의 결승에서
칸에게 제이스 열어주고 초가스와 마오카이로 탑 정글 픽 짠것
정말 경악했습니다. 이게 과연 맞는 밴픽인가
초반부터 그냥 완전 터져버릴텐데.. 버티기가 가능한 조합이 아닐텐데.

아니나다를까, 시작과 동시에 탑 정글위주로 게임 아예 터져버리더군요.
정글 주도권 아예 생각안하고 후반한타만 보니까 이런식의 말도안되는 픽이 생깁니다.

물론 피드백에서 "이걸 왜 안봐줘 왜못버텨" 라는식의 피드백을 하며 선수탓을 했을수도 있지만
명백히 말해, 밴픽에서부터 이미 지고 들어갑니다. SKT T1은.

밸런스가 아예 안잡혀있어요.

탑주도권이 약한픽이면 조금 더 공격적인 정글이나 혹은 초식계 최상급 세주아니로
상대방 정글을 미드 정글에서 주도권을 쥐고 흔들면서
탑이 버티기를 가능케 한다던지 해야하는데
앞뒤 꽉막혀서 우리는 버티고 한타만 잘하면 돼! 라는 마인드로 밴픽을 짭니다.

그리고 가장 문제점인, 고집이 센 밴픽

우리가 틀린게아니야. 선수들의 실수로 인해 진거기 때문에
똑같은 밴픽으로 우리는 이길수 있어. 라는 고집

상대방 세주아니로 인해 모든게임이 터져나가도
3경기 내내 절대 밴안하고 우리할것만 생각하는 밴픽

경기내의 핵심 픽을 못읽어요.
왜 게임이 힘들어지고 터진건지 분석을 해야하는데,
그냥 선수들의 실수만 피드백하는데 급급하니 밴픽이 좋아질리가 있을까요.

이 문제는 가장 고쳐나가야할 문제중 1순위인것 같습니다.
일단 밴픽부터 다듬어야할것 같아요.




4. 메인 오더의 부재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니시를 여는 플레이어에게는 절대적인 메인 오더를 쥐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말이냐 하면,
이니시를 여는 플레이어의 오더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야한다는거죠.

만약 그 이니시로 게임이 지거나 하면, 게임이 끝나고 피드백을 하면되는겁니다.

여기선 이니시가 잘못되었다, 혹은 이니시는 좋았는데 누가누가 포지셔닝이 좀 안좋아서 딜을 못했어,
누구의 궁극기 타이밍이 조금 어긋낫어. 라는식의 피드백을요.

현재 강팀들의 오더를 보면

이니시플레이어  미드봐 미드 이니시할게 (누구)점사해  이니시에이팅 후 싸움 
이런느낌으로 진행이 됩니다. 예를들어 오더후 행동이 1초걸린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SKT T1은 
이니시플레이어  미드봐바 열어도 되나? →
(팀원들) : 응 / 아니  타이밍 놓쳐서 이니시 실패
                                                    
이니시플레이어  미드봐바 열어도 되나? 
(팀원들) : 응 열어  대처할 시간을 벌어 아무 이득못봄

이런느낌으로 시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결국 상대방도 똑같은 앵글에서 이니시 열리는 각을 보고있을텐데
그 늘어난 시간만큼 대처할시간이 생겨서, 아주 효과적으로 대처하거나 맞받아쳐버리죠.

글로 설명하자니 어휘력이 모잘라서 상당히 어렵네요.

제가 의도하고자 하는 말은

최소한 이니시에이팅에서 만큼은
무조건 메인오더가 분명하게 존재해야합니다.
다른 팀원들도 생각이 맞지 않더라도, 무조건적으로 그 오더에 따라줘야하구요.

거기서 잘되거나 잘못되어도 피드백을 통해 다듬고 다듬는거지
절대 팀원의 동의를 바라며 이니시를 열면 안됩니다.

이미 선수들은 감독의 안전지향적인 피드백에 따라
플레이자체가 정말 위축되어버렸기때문에 더 필요한것 같습니다.

대신에 그 메인오더를 맡은 플레이어는
상대방 스펠이 뭐가 남아있는지, 상대방 오프라이너가(스플릿푸셔) 현재 어디에있는지
싸우면 이길각인지, 
정말 짧은 시간내에 많은것을 판단해서 오더를 내려야하기때문에 어려운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슈퍼플레이라고 하는겁니다.

정말 스크롤압박이 느껴지는 장문의 글이 되어버렸네요.

공감되는 글일지 아닐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최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관적인 의견을 적어보았습니다.

SKT T1을 좋아하던 한 유저입니다.
현재 상황이 안타깝기만 할뿐이네요.

물론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만큼 못하다는것도 사실입니다.
무적의 SKT시절에는 밴픽이 좀안좋아도

미드가 말리면 봇이 캐리
봇이 말리면 탑이캐리
탐이 말리면 미드가 캐리

이런식으로 정말 말도안되는 개인능력과 운영으로 승리하던 팀이였습니만,
현재로선 위축되어 아무것도 안하려고 하는 
그런 하위권 팀의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감독과 코치의 
선수들이 쾌적하게 연습할수 있는 환경과
프로가 가져야할 마인드, 행동 등을 교정해주는 부분에서는
정말 최고일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밴픽이나 게임내 피드백같은경우는
김정균 감독이 변화를 주거나
혹은 밴픽코치를 따로 영입하는 방법이 가장 좋아보이네요.

이만 줄이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
주말에 또 한파가 돌아온다고하니, 건강 유의바랍니다.

남은 한주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