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스프링 - 전체 8팀 중 8위 (2승 12패)
2015 섬머 - 전체 10팀 중 7위 (6승 12패)
2016 스프링 - 전체 10팀 중 6위 (10승 8패)
2016 섬머 - 전체 10팀 중 4위 (12승 6패)


세계최강팀 삼성 화이트/블루의 공중분해 이후 신삼성이 네번째로 맞이한 정규시즌이 끝났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만큼 기대가 아예 없기 때문에 부담도 적었지만 갈 길이 너무나 너무나 멀었던 팀 재건의 길. 드디어, 이번 롤드컵 최종진출전에서 삼성이 해냈습니다. 구삼성왕조 해체 이후로 매시즌 발전만을 거듭한 끝에 상성팀이자 강팀 KT를 상대로 삼성 갤럭시노트급의 폭발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약 2년만에 대한민국 대표로서 롤드컵에 출전하는 강팀이 되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이번 승리가 특히나 더욱 뜻깊은 이유는 천적 중의 천적, KT 롤스터를 상대로 거둔 신승이기 때문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신삼성은 출범 이후 약 2년간 KT에게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 했습니다. 세트전적 0:19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이를 증명하지요. 사실 작년까지는 팬들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이제 막 급하게 선수들 모아서 재창단한 수준의 팀에게 무얼 바라겠습니까. 하지만 앰비션과 다른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을 대폭 보강한 올해까지 징크스가 이어져 역시나 전패를 기록했습니다. 뭐랄까, 신흥강팀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리그오브레전드 최강국 대한민국 3강팀의 막강함을 느꼈지요 매경기. 


라인전에서 의아한 플레이를 하다가도 중반만 넘어가면 슈퍼플레이를 밥먹듯이 하는 썸데이. 삼성화이트의 마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지능적이고 헌신적인 서포터 하차니. 크라운에 비해서 특별히 뛰어난 것 같지 않은데도 매번 아우렐리온 솔과 질리언 등의 특이픽으로 삼성을 농락한 플라이. 언제나 앰비션만 만나면 신나게 털어먹는, 올해 피넛과 함께 한국 최고의 정글러이자 KT의 영혼 그 자체인 스코어. 다들 너무나 훌륭한 선수들이고 이번에도 역시 그들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었으나, 이렇게 결코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KT라는 철벽을 오로지 삼성갤럭시 선수들의 실력과 노력으로 깨부수어 롤드컵에 진출하는 영광을 누립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두려운 상대와 싸워 얻은 값진 승리입니다.


다음은 선수들에 대한 짤막한 평입니다.


  • 큐베

명실공히 이번 매치의 MVP입니다. 상대 탑라이너 썸데이를 철저히 압도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5번이나 솔킬을 따내며 작년에 썸데이에게 압도당하던 그 신출내기 탑솔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철저히 준비한 카드, 케넨. 라인전을 찍어누를 이후에 한타에서 폭발적인 광역딜로 전부 쓸어버렸습니다. 이 선수가 외모와 순박한 성격 때문에 우직한 플레이스타일을 떠올리시는 분이 많은데, 실제로는 굉장히 캐리력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규시즌에서도 놀랍도록 향상된 실력을 증명한 바 여러차례입니다. 이제는 빠따를 두려워하는 개그캐릭터에서 벗어나 실력있는 탑솔로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네요. 


  • 앰비션

세체팀 포스를 내뿜던 블레이즈의 세체미로서 리그를 호령한 시기에도 희한하게 인연이 없었던 꿈의 롤드컵 무대. 드디어 그 한을 풀었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오랜 숙적 KT와 스코어. 솔직히 말하면 스코어를 뛰어넘었다기엔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라인영향력과 정글성장, 기싸움 등 모든 면에서 많이 밀렸거든요. 하지만 기량차이를 인정한 후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고 여태껏 같이 호흡을 맞춘 팀원들과 함께 망설임없이 공격하는 모습에서 역시 백전노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지요. 특히 마지막 5세트에서는 엘리스로 신들린 플레이를 선보이며 이번 매치내내 삼성을 괴롭힌 스코의 니달리를 능가하는 감격적인 장면을 연출해냈습니다. 대부분의 1세대 프로게이머가 사라져갈 때 아직도 야망과 열정을 가지고 게임을 대하는 강찬용선수는 롤드컵에 나갈 자격이 있는 진정한 프로입니다. 


  • 크라운

해설을 비롯한 관계자 모두 이 선수의 연습량과 노력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크라운. 노력의 천재, 열정페이커 등으로 불리며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기존의 강자들을 크게 위협하진 못 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삼성 특유의 정석조합의 중심을 맡아 빅토르로 굉장한 캐리력을 뽐냈으나 그 틀을 부술 줄 아는 강팀들 상대로는 힘도 못 쓰고 밀리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역시 노력의 천재답게 플레이오프에 돌이하면서 말자하, 탈리야를 맹연습하더니 기어코 일을 저질렀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펑펑 울던 크라운 이민호선수의 모습. 정말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코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었던 이 성과를 달성하기까지 열정과 노력에 배시하는 쓰라린 패배 앞에서 얼마나 좌절하고 괴로웠을까요. 게임이 끝난 후 터져나온 오열은 그런 의미였을 겁니다 분명. 근성가이 크라운, 사랑한다! 


  • 룰러

롤챔스 신인임에도 방송대회 부적응 따위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처음부터 뛰어난 기량을 뽐낸 신인원딜입니다. 지난 스프링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인 코어장전과 스티치를 동시에 밀어내고 주전자리를 꿰찼으니 그 책임감이 분명 컸을텐데, 이에 짓눌리지 않고 언제나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팀의 사기에 활력소가 되어주었습니다. 경기내적으로 보면 크라운의 빅토르와 비슷하게 팀컬러에 맞춰 후반캐리력이 높은 시비르를 극도로 선호했으나 그 운영이 강팀들에게 번번히 파훼되고 룰러 본인도 흔들리는 심리전에 순진하게 낚이는 모습을 자꾸 보였습니다. 그러나 건재한 피지컬 능력과 영리함, 긍정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팀원들과 꾸준히 전략전술을 연마한 결과 진이라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카드를 뽑아들며 삼성의 돌풍을 태풍으로 키우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 코어장전

포지션 변경 이후 정규시즌에서 매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팀의 패배에 크게 기여했던 코어장전. 원딜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서포터를 전향하고나서 기량이 훨씬 우월한 주전서포터 레이스에 밀려나 언제 출전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위기에 굴복하지 않고 쉬지않고 자신을 단련한 결과 프로게이머 코어장전은 아직 살아있다, 쓸만하다는 걸 이번에 증명해냈습니다. 인터뷰 중 지금껏 겪은 마음고생을 토로하며 눈물을 쏟아냈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멋진 모습 기대해도 되죠, 코어장전선수? 


  • 레이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하진 못 했으나 누구나 그 실력을 인정하는 삼성의 주전서포터 권지민선수. 삼성이 시즌이 지날수록 끊임없이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래도 레이스 덕분이 제일 클 겁니다. SKT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나왔을 때 그 순진하고 착한 마음에 얼마나 커다란 상처를 입었을까요. 작년 팀의 에이스이자 봇듀오 파트너였던 퓨리가 롱주로 이적하면서 신입원딜들을 팀운영에 녹아나도록 가르치는 데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영광의 이 순간을 함께하진 않았지만 삼성의 진정한 기둥은 레이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마지막으로... 롱기누스에서 하드코어 질럿러쉬로 조용호를 쓰러뜨리며 데뷔한 허영무를 은퇴할 때까지 쭈욱 응원하면서 팬심의 쓴맛 단맛을 다 본 것 같아요. 가장 안타까웠던 건 MSL 결승전에서 박찬수에게 무릎꿇었을 때. 가장 행복했던 건 0809 프로리그 플레이오프 최종에이스결정전에서 콜로세움을 무대로 마치 데뷔전처럼 공발업 질럿러쉬로 김윤환을 끝장냈을 때. 우승이야 물론 감격스러웠지만 공부 열심히 한 딸이 명문대에 합격한 기쁨이라면 전자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이 '부모님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해요'라고 쓰여진, 난생 처음으로 손으로 쓴 편지를 건내며 품에 포옥 안기는 느낌? 만약 이번에 삼성이 승리하면 비슷한 기분이 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마침내, 끝끝내 승리를 거두었네요. 삼성게임단 선수 여러분, 이렇게 커다란 기쁨을 주셔서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