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달 전에 풀었던 귀신썰이 세 번째였고,
오늘은 2번째로 본 귀신 썰을 풀어볼까 함.

그 글에서 미리 예고했던 것처럼 디코에서도
몇 번 풀었던 것 만큼 아마 내용을 미리 알고
있는 자게이들도 꽤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절대 거짓 내용이 아니라, 본인이 실제로 겪은
실화를 1인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글임을 밝힘.
(디스코드에서 썰을 풀 땐 실제 지도를 가져와
보여주면서 설명을 했는데, 많은 사람이 읽는
공개된 게시 공간인 점을 감안해 그림 지도를
그림판으로 대충 그려서 올리는 점 양해 바람)



◀  목 차  ▶

A: 이해를 돕기 위한 전제 설명
B: 필리핀에서 귀신 본 썰
C: 부연 설명 및 후기



- - - - - - - - - - A - - - - - - - - - -

친가 친척들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미국이나 필리핀으로 가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필리핀의 사업이 정말
잘 돼서 국제 학교도 세우고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학원 시설도 만들고 그러신 분이 계셨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 분의 덕으로 해외
여행을 따라 다니다가 현지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유학의 형태로 그대로 정착하게 되었음.

주로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셨지만 사업의 특성
때문에 자주 지역을 옮기게 되면서 학교도 계속
옮겨 다녔는데, 하이스쿨에 입학했을 때 한 눈에
봐도 굉장히 큰 2층짜리 집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일단 필리핀은 외국인이 땅을 매매할 수 없어서
렌트하거나, 피노이 어카운트와 함께 지분 구매
하는 등의 편법밖에 없기 때문에 사는 목적으로
주택을 구하는 경우엔 거의 전부 임대라고 들음.
(지금은 렌트 해지하고 마닐라 베이 콘도로 옮김)

수영장이 있고 화장실이 5개, 방이 10개가 넘고
와인 카운터와 탈의실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큰
집이었는데, 사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임대 매물이 나와있었던 것으로 기억함.
(실제로 부동산 관련 매매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가 만연하던 시기여서 더 의심이 갔음)

결과적으로 사기는 아니였고,
몇 달 동안은 정말 잘 지냈다.



- - - - - - - - - - B - - - - - - - - - -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앞서 당시에
내가 사용하던 방의 구조를 알 필요가 있어.

우리 방은 풀로 이어지는 철창이 있는 빈 공간에
목재 벽과 문을 세워서 만든 방으로, 철창을 두고
탈의실과 마주보고 있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을 열면 양쪽에 옷장과 2층 침대가 있고 바로
앞에 유리문으로 막힌 철창을 마주하는 구조임.

잘 기억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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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늦은 저녁까지 영화를 보고 저녁까지
실컷 놀다가 자기 위해 방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 때 여자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누나가 불렀겠거니 하고 2층으로 올라감.
(여자들은 2층, 남자들은 대부분 1층 방을 썼음)

문을 두드리고 왜 불렀냐고 물어봤다.

누나들도 자려고 누워 있었는데
아무도 안 불렀다고 하는거야.

속으로 '분명히 들었는데' 생각하고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니까…

또 다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장난을 치는 건가' 싶어서 이번엔 노크도 없이
들어가서 왜 부르냐고 따졌는데 오히려 짜증을
내면서 나가라면서 적반하장으로 소리치는 거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런 반응이 당연한 거였음…
자려는데 부르지도 않은 동생이 자꾸 문 열어봐…)

당황스럽긴 했어도 너무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화내는 일보다 누가 날 불렀는지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며칠 전부터 수영할 때도 수면
아래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등, 환각
같은 소리를 몇 번 들었기 때문.

그래도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하고
누가 장난치는 건지, 용의자가 될
법한 사촌 누나들을 추리하면서
방 문을 열고 자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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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떤 여자애가
철창 너머에서 얼굴만 내밀고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듯이 보고 있었다.

또래 나이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불이 다 꺼져 있어서 내 손도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창백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내게 보이고 있었다.


하얀 소복에 창백한 피부, 검고
긴 생머리, 눈동자마저 시커멓던
초점은 확실히 날 향하고 있었다.
(하얀 소복은 세계 공통인가?
마치 한복같은 인상을 받음)


비현실적인 현상 속에서 나는
생각을 하기 전부터 이미 몸이
굳고 마음 속으로 떨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의 주인이 얘였던 건가?


그런 것 치고는 가만히 쳐다 보고만 있을 뿐,
어떤 말이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눈을 떼거나 질끈 감을 수도 없어서
가만히 서서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몇 초인지 몇 분인지는 모르겠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그 여자아이도
몸을 스르르륵,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얼음에서 미끄러지는 듯이 허공을 유영하는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눈을 마주친 상태로,
마치 따라오라는 듯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사라졌다.

가위가 풀린 듯 몸이 움직이자 나는 바로 옆에
있던 문(빨래 들고 가는 문)으로 밖으로 나갔다.

도망치려는 게 아니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왜냐하면 여자애가 걸어간 왼쪽은
벽면이었기 때문에 뚫고 간 게
아니라면 모습이 사라질
이유가 없었다.


여자아이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 - - - - - - - - C - - - - - - - - - -

다른 건 몰라도 여자애의 생김새는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의외로 평범하게 생겼음.

뭔가 귀신 영화에 나오는 귀신들은
피를 철철 흘리고 기괴한 몸짓으로
공포스러움을 유발하는데, 내가 본
그 아이는 파란 조명이 비추는 그냥
물에 조금 젖은 평범한 또래 여자애
같다…란 인상을 받았던 걸로 기억함.

허공에 떠 있을 뿐이었지만.


아무튼 다음날이 되고 자랑인 것
마냥 귀신을 봤다고 떠들고 다녔다.

당시에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는데
나중에 친척이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우리 집은 스트리트 제일 안쪽에 있었고 이웃
주민들이 사는 집 3채 말고는 길의 시작점에
있는 짓다 만 검은 콘크리트 폐허가 있었다.

이 폐허가 뭔지 이사를 오고 난 후부터
짓다 말았던 이유가 계속 궁금했었다.

들은 말에 의하면 이 폐허는 당시보다
10여년 전에 가장 먼저 지어지고 있던
저택으로, 필리핀의 한 부자가 여기에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집을 계획했다.

그런데 이 사람의 딸이 갱단에 납치되어
몸값을 요구하게 되었는데, 원하는 대로
지체 없이 돈을 건네주자 '짓고 있는 네
집으로 가보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딸은 시체가 되어 비가 고여
물이 찬 수영장의 수면 위에 떠 있었다.

그 이후로 집 공사를 중단하고
어디로 가버렸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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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소름이 좀 돋았던 게…

폐허의 수영장은 사진 기준으로 왼쪽
아래에 있고 우리 집 수영장도 사진을
기준으로 왼쪽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내가 우리 방은 풀로 이어지는 철창을
마주 본 구조라고 앞서 언급했잖아?

그 귀신이 철창 오른쪽에서 나타나서
왼쪽으로 가다가 사라졌다고 했는데,
딱 거기서 그대로 일직선 방향으로
직진하면 폐허 수영장이 나온다.

난 귀신을 봤다고만 했지, 누구에게
이렇게 자세하게 말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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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귀신 썰은 이게 끝이야.

일부러 무섭게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의 이야기조차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력과 필력이 내겐 없다.

난 겪었던 일을 그대로 풀어 쓴 거고,
믿든지 말든지 그건 각자의 자유다.


저 일을 겪고 나서 약 13년 동안 묵혀두다가
한번 썰 풀기 시작하니까 계속 풀게 되더라.

여태까지 한 세 번 풀었던 것 같다.

그 중 두 번은 디스코드로… ㅋ

난 그 때 정말로 무서웠어…

시간이 멈춘 것 같더라니까?

시간을 잴 방법도 없었음…

그게 아마 삼성 Yepp T9 mp4
나오기도 전이었고, 지금처럼
스마트폰의 시대가 아니었음.


처음 귀신을 봤을 땐 '내가 헛것을 봤나?'
하고 넘어갔지만 이 때는 대가리에 피도
다 말랐고 사리 분별이 가능한 시기여서
이 때부터 귀신의 존재를 믿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다시 귀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데, 다시 나타나줬으면 좋겠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뒀기 때문에
다시 나타나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


마! 귀신 까이꺼… 나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