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단으로 돌아온 리시타는 싸움이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것이, 

 

여전히 용병단 안은 으르렁대는 분위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만 돌아가시죠. 아무것도 내드리지 않겠습니다.”

 

 

‘오래도 싸운다, 거 참…….’

 

 

“참 오래도 싸운다, 그치?”

 

 

 

 리시타의 마음을 읽은 듯 케아라가 옆에서 거든다. 케아라는 용병단에 남아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만큼 더 지긋지긋하게 느껴졌을 것 같아 리시타는 조금의 동정심을 가졌다.

 

 

 

“자네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군. 아이단 대장은 어디에 있나. 그분과 얘기를 해야겠다.”

 

 

“대장님과는 이야기하실 수 없습니다.”

 

 

“그건 자네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다시 묻지. 아이단 대장은 어디에 있나.”

 

 

 

 여기사의 말에 순간 마렉의 얼굴은 순간 분노로 뒤덮였으나, 다행히 헬름 탓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마렉은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추스르고 말했다.

 

 

 

“후우…, 말 그대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지금 대장님은 상처가 깊어 거동을 하실 수 

 

없습니다. 당신들의 도움 없이 우리의 힘만으로 전투를 치루었습니다. 조사 역시 당신들의 힘은 

 

필요 없습니다.”

 

 

 

 마렉의 말에 제아무리 왕국의 기사라 해도 대꾸할 방법이 없었다. 법황청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왕국 기사단이라지만, 그들 역시 기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돕지 않은 탓에 용병단의 

 

우두머리가 부상을 입어 움직이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철면피는 아니었다.

 

 

 

“…자네와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단장이 회복되면 다시 오도록 하지. …앨리스 생도, 철수하라는 

 

말이 들리지 않았나?”

 

 

 

 앨리스는 잠깐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듯, 여기사가 자신의 이름을 호칭하자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앗, 죄송합니다! 리시타씨, 나중에 뵙겠습니다!”

 

 

 

 앨리스는 허겁지겁 기사단원들의 뒤를 쫓아 용병단의 문 너머로 사라졌고, 그제야 용병단은 마치 

 

포워르와의 전투와도 같은 긴장감이 없어지고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렉은 여기사의 

 

마지막 말에 발끈하며 뒤를 쫓아 따지려고 했고, 케아라는 그런 마렉을 말리기에 급급했다.

 

 

 

“뭐가 어쩌고 저째? 저 자식들을 그냥!!”

 

 

“마렉! 어딜 따라가려는 거야!”

 

 

“너도 들었잖아, 저 자식들이 말하는걸! 절대 가만 두지 않겠어, 그러니까 좀 놔!!”

 

 

“이이익, 마렉! 아까부터 리시타가 기다리고 있었단 말야!!”

 

 

 

 케아라의 말에 마렉의 굳은 표정이 풀어지고 - 사실 항상 뒤집어쓰고 있는 헬름 탓에 본인 외에는 

 

아무도 표정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 , 멋쩍은 듯 웃으며 리시타를 보았다. 겨우 마렉의 관심을 

 

왕국 기사단 이외의 곳으로 돌린 케아라는 팔짱을 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 아~, 하핫.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어. 난 마렉이라고 한다. 지금은 임시로 용병단장의 대리 

 

자리를 맡고 있지. 잘 부탁해!”

 

 

“…리시타입니다.”

 

 

 

 리시타는 악수를 청하는 마렉의 손을 잡았다. 오래 검과 함께 살아온 탓인지 자신과 마찬가지로 굳은

 

살이 박혀있는 마렉의 손에서 리시타는 자신의 등짝을 강타한 손바닥이 바로 이 손바닥임을 깨달았다.

 

 

 

“어제 너의 활약에 대해서는 모두 들었어. 기습에 당한 내가 이런 말을 하기엔 부끄럽지만, 너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용병단 전체가 너에게 큰 빚을 진 셈이지.”

 

 

 

 물론 너도 이제 용병단원이니 빚을 갚으라는 소린 말아줘, 하고 마렉은 스스로 웃긴 농담이라도 

 

던진 듯 웃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그리고 무녀를, 티이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만약, 만약에 티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 

 

생각도 하기 싫다. 어쨌든 다시 한 번 고맙다.”

 

 

 

 마렉의 표정을 보니, 아니 헬름 안으로 보이는 마렉의 눈빛을 보니 그의 감사는 진짜라고 느껴졌다. 

 

얼핏 듣기로는 티이와 마렉이 소꿉친구라고 했던가.

 

 

 

“자, 리시타. 어제의 일은 어제의 일이고, 오늘은 오늘의 일을 해야겠지? 단장 대리로써 첫 정식 

 

임무를 주도록 하지. 어제 대장님이 발견한 이거, 기억나나?”

 

 

 

 마렉은 말하며 품속에서 짐승의 두개골 모양의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이마 부분에는 불길한 붉은 

 

색이 문양을 그리고 있었는데, 리시타는 왠지 그 문양이 낯설지가 않았다.

 

 

 

 

‘분명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데…….’

 

 

 리시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렉은 이야기를 이었다.

 

 

 

“뭐, 어제 그만한 기억을 겪었으니 기억이 안날수도 있지. 하지만 확실한건 이걸 발견한 직후 우리는 

 

놀 종족에게 공격을 받았어. 재밌는건, 놀 종족은 포워르가 아니란 거다. 우리와도 우호적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서로 적대적 관계는 더더욱 아니지. 요 앞 모험가 상점의 커스티는 놀 종족과 어느 정도 

 

교류도 하고 있고 말이야.”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고……?’

 

 

 

 리시타는 마음속으로 의문이 일었다. 그 놀들의 적대적이었던 태도는 진짜다. 그들은 정말로 우리의 

 

목숨을 노리고 공격했다. 마렉은 리시타의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어때, 내 이야기를 들으니 의문이 생기지? 이게 진짜 마족의 징표인지는 모르지만, 왕국 기사단 

 

놈들이 그 난리를 치는 걸 보면 분명 뭔가가 있을거야. 대장님의 조언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네가 놀 종족에 대해 조사를 해줘. 그들은 북쪽 폐허에 살고 있어. 케아라의 말을 들으니 

 

훈련장에 다녀왔다지? 그 곳과 멀지 않은 곳이야.”

 

 

 

 마렉은 리시타의 앞으로 오더니 양 손을 리시타의 어깨에 올렸다.

 

 

 

“난 내 주위 사람들이 다치는 상황을 참을 수가 없어. 티이도 큰일을 당할 뻔했고, 대장님과 몇몇 

 

단원들도 부상을 입고 누워있지. 뭐, 그냥 단순한 조사이니 별다른 일은 없을거라 믿는다. 반드시 

 

무사 귀환하도록. 그럼 신입, 첫 임무 잘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마렉 단장 대리.”

 

 

 

 리시타로부터 ‘단장 대리’라는 말을 들은 마렉의 헬름 안 얼굴은 살짝 빨개졌다. 마렉은 웃으며 

 

리시타에게 말했다.

 

 

 

“하하, 리시타.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면 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해주면 분명 좋아할거야. 그럼 

 

조심히 다녀오라고. 혹시 모르니 꼭 만반의 준비를 해가도록 해.”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마렉, 케아라.”

 

 

‘좋은 사람들이군. 좋은 곳이야.’

 

 

 

 리시타는 자신을 배웅하는 마렉과 케아라를 향해 미소로 인사한 후, 장비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용병단에서의 자신의 첫 정식 임무를 받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 설레기도 했다.

 

 

 

‘첫 임무인가…, 훗. 좋아, 가보자고!’

 

 

 

 

 

알바와 롤 때문에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분량 면에서는 더더욱 죄송. (__)

 

노트북이라도 있었으면 알바하면서 썼을텐데...


아, 그리고 서장인 낡은 종탑(2) 편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깨닫고 고쳤습니다.


놀 종족은 포워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