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헨 마을의 밖, 나루터. 출항을 기다리는 배들이 몇 척 정박되어있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이따금 


햇빛을 반사하며 리시타를 눈부시게 했다. 워낙 한적한 마을이라 그런지 주위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바윗돌 몇 개를 둘러놓아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게 만들었지만 사람이 없는 탓에 불은 피워두지 않은


캠프파이어. 분명히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이었지만 그 곳에 걸터앉아있는 리시타의 속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여기사……, 드윈이라고 했나?’



 드윈의 제안. 북쪽 폐허에서 살고 있는 놀들과 거대 거미와의 상관관계 조사. 잘만 하면 그들과 같은 


왕국기사단원이 될 수도 있다. 확실히 나쁜 제안은 아니다. 아니, 자신은 무엇을 얻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위험 속에 몸을 굴리며 여행을 계속해왔었나. 그렇게 생각해보니 확실히 출세하기에 더없이 


매력적인 조건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소속은 용병단. 더군다나 자신의 선임인 마렉은 기사단이라고 하면 치를 떨었다. 


용병단원이 되고 처음 건물에 들어갔던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리시타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제안을 


자신이 받아들인 것을 만약 마렉이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리고 드윈의 자신을 대하는 태도 역시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임무를 맡긴다고? 그냥 명령이 


아닌가. 리시타는 드윈을 상사로 받은 기억이 없다. 거기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자신의 의견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홱 돌아서 떠나버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사한다면, 어쩌면 용병단에서도 써먹을 가치는 있는 정보가 되겠지. 조사는 


하겠지만, 그 보고는 마렉에게 올려야겠어.’



 결심하고는, 리시타는 허리춤에 있는 듀얼 소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긴 여행을 함께해온 탓에 


흠집이 있었지만, 미리 대장간에서 손질을 해두었기에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 콜헨 대장간의 대장장이,


퍼거스라고 했던가. 덜렁대는 것처럼 보여 보는 사람을 매우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어쨌든 


실력은 뛰어난 사람이었다. 성격도 좋았었지. 리시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배로 향했다. 뱃사공에게 


목적지를 말한 후, 적당히 걸터앉아 이그나흐 강물을 바라보았다.



 리시타가 배를 타고 떠난 직후,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배를 탔다.



“어서옵쇼! 어디로 갈까요?”


“……북쪽 폐허. 앞서 간 배를 따라가주세요.”



 목소리의 주인은 여자인 듯 했다. 어쨌건 남자가 내기에는 힘든 미성. 체구 역시 리시타에 비해 


작았다. 네이, 하고 사공은 배를 고정시킨 로프를 풀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후드를 뒤집어쓴 여자는 


리시타가 먼저 지나간 쪽을 바라보며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어디 실력 좀 구경해볼까.”



 폐허로 들어선 리시타를 반겨준 것은, 예의 그 함정이었다. 다만 지난번의 함정과 차이가 있다면, 


좁은 통로를 이중으로 기둥 분쇄기가 막고 있다는 점. 리시타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초장부터 이러기냐!!”



 마치 들어오지 마시오, 하고 써 붙여놓은 듯한 느낌. 리시타는 그 함정을 어떻게 지나야 할지 


고민하다가 분쇄기와 분쇄기 사이에 간신히 서있을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기둥이 지나감과 동시에 리시타는 전력질주해서 기둥 사이에 몸을 피했다가 다시 재빨리 달려 분쇄기 


함정을 무사히 통과했다. 되돌아나갈 길을 만들어두기 위해 기관을 멈추는 장치가 있는지 주변을 


살펴봤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요란한 소리를 내는 기관을 뒤로 하고 


리시타는 앞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덤비는 놀 녀석에게 잔뜩 화풀이를 해줘야겠다고 결심한 


리시타였다.



“오오……, 제법인걸?”



 리시타를 몰래 뒤에서 지켜보며 의문의 후드 여성은 작게 감탄했다. 덤벼오는 놀들을 차례로 


쓰러뜨리는 리시타의 쌍검술은 빠르고, 호쾌했다. 날카롭게 상대의 급소만을 노려 베고, 찌른다. 


특히 상대의 공격을 미끄러지듯 피하는 저 리시타 특유의 회피 방법과 그를 연계한 공격. 확실히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 끝까지 지켜볼까? 후훗.”




“하아……, 또냐? 또야? 젠장할, 빌어먹을!”



 리시타가 이렇게 흥분하며 욕지거리를 내뱉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리시타의 눈앞에, 지난번과


똑같은 매우 긴 통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그 통로에는 분쇄기가 앞뒤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도 지난번에 겪어본 탓에 대충 어느 위치에 안전지점이 있는지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지만 짜증이 솟구치는건 매한가지였다. 그런 리시타를 조금 뒤에서 몰래 지켜보는 


후드 여성은 귀여운 면도 있다며 소리죽여 쿡쿡 웃었다.



“이 곳의 우두머리놈……, 절대 가만 안두겠어!!”



 놀들을 무찌르던 리시타는 묘하게 활을 든 녀석들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멀리에서 쏴대는 


활은 확실히 굉장히 성가셨지만, 한 발을 쏜 후 장전시간이 길다는 것과 가까이 붙으면 활을 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차근차근 무찌르고 있었다. 주위의 적을 모두 쓰러뜨린 후, 리시타는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 리시타를 바라보던 후드 여성은 조금 먼 거리에서 리시타를 노리는 하얀 녀석을


발견했다. 하지만 리시타는 아직 자신에게 닥쳐온 위험을 깨닫지 못한 듯했다. 그리고, 하얀 녀석이 


들고 있던 활에서 리시타를 노리는 화살이 발사됐다.



“위험해!!”


“어?!”



 후드를 뒤집어쓴 여성은 크게 외치며 민첩하게 리시타를 향해 달렸다.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리시타를 달리는 힘 그대로 밀쳐 옆으로 넘어뜨리며 왼손에 장착한 방패로 화살을 쳐냈다.



“누구냐! 무슨 짓이……야?”



 리시타는 재빨리 일어나며 경계 태세를 취했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상대를 보고 경계를 살짝 풀 


뻔했다. 자신보다 작은 체구의 여성. 달려오며 리시타를 밀쳐낸 탓에 후드가 벗겨지며 얼굴이 


드러났다. 외모로 보아하니 리시타와 비슷한 나이대일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던 것은 


아마도 클로다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용병단의 옷이었다. 방패를 든 여성은 방패를 들고 소드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주변을 살폈지만, 화살의 주인은 이미 자리를 뜬 것 같았다.



“넌 누구지?”


“잠깐만. 구해줬으면 고맙다는 말이 먼저 아니야?”



 리시타는 경계 태세를 다시 유지하며 물었고 여자는 그런 리시타를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여자는 오른손에 쥔 검으로 바닥에 떨어져있는 화살을 가리키며 리시타에게 따졌다.



“너, 내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피투성이가 돼서 나뒹굴고 있었을거라고. 조금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시지 그래?”


“뭐……?”



 여자의 말에 그제서야 리시타는 그녀의 칼 끝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거기에는 지금까지 


만난 놀 아쳐들이 쏘아댔던 화살보다 조금 더 길고 굵은 화살이 떨어져 있었다. 다른 화살들과 달리 


흰색 깃털로 장식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곳의 우두머리인 것 같았다. 리시타는 화살을 주워들고는 


방패를 든 여성에게 다가갔다.



 “그렇군. 고마워, 덕분에 살았다. 하지만 이건 대답해줘야겠어. 넌 누구고, 왜 이 곳에 있는거지?”



 리시타의 감사 인사를 들은 그녀는 만족했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리시타의 물음에 답했다.



“당신이 리시타지? 최근에 용병단에 들어왔다던. 나보다 며칠 먼저 들어온 신입이 있다고 하길래 


실력 구경도 할 겸 몰래 따라왔지.”


“며칠 먼저 들어온? 그럼 너는…….”


“그래, 난 오늘 새로 들어온 용병단의 신입, 피오나라고 해.”



 신입이라는 말에 리시타는 간신히 어제 마렉이 한 말을 떠올렸다.



‘후우, 알았다 알았어. 그렇게 됐으니 잘 다녀와, 리시타. 아마 난 한동안 자리를 비울 것 같으니 


케아라랑 사무실을 부탁해. 조만간 식구가 늘어날 것 같거든.’


“그러고보니 마렉이 말하는 걸 들은것도 같군. 그래, 분명 식구가 늘어난다고 했었지.”


“그럼 잘 부탁해, 리시타!”



 피오나는 환하게 웃으며 리시타에게 악수를 청했고, 리시타는 경계를 풀고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후 둘은 폐허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일단은 이곳에서의 일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다 위험에 처할 뻔했으니 그 빚도 톡톡히 갚아줄 생각에 리시타는 듀얼 


소드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줬다.



“그럼, 이곳에서의 일을 마무리지으러 가볼까?”






피오나 : 하하


리시타 : Oh, my eyes!!


내일 모레, 일본으로 떠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아...그리고 이제 보니 이미지의 녀석 이름이 놀 아처가 아니고 놀 레인저............


귀찮으니까 안고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