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리시타?”



 리시타의 머리 위로 목소리가 들리며 익숙한 얼굴이 튀어나왔다. 리시타는 저도 모르게 상체를 


벌떡 일으킬 뻔했지만, 그랬다간 더 곤란한 참사가 벌어질 것이라 깨닫고 가까스로 억눌렀다.



“여기서 바람이라도 쐬시나 봐요, 후후. 옆의 여자 용병분은 신입이신가요?”


“어, 어어. 그보다 티이…….”


“네?”


“좀 비켜주지 않겠어? 계속 그렇게 있으면 곤란하거든.”


‘여러모로 말이야…….’



 리시타는 티이의 얼굴과 함께 자신의 머리를 마크하고 있는, 옷에 의해 더 강조된 가슴 때문에 상체를


일으키지 못한 채로 말했고, 티이는 그 점은 깨닫지 못하고 웃으며 비켜줬다. 피오나는 그런 티이를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표정이 얼굴에 퍼져있었다.



“이렇게 일찍 오실 줄 알았으면 뭐라도 준비해둘 걸 그랬네요. 저도 신전에서 막 돌아왔거든요.”



세 명은 여관 안으로 들어갔고, 티이가 찬장에서 간단한 과자 등을 내오며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용병분과는 통명성을 하지 않았네요. 전 이 마을의 무녀인 티이라고 해요.”


“아, 응. 난 피오나야. 앞으로 잘 부탁해.”


“뭐야, 왜 그래 피오나. 몸이라도 안좋은거야?


“아, 아니야!!”


“……?”



 피오나는 여전히 얼굴에 부러운 표정이 묻어 있었고, 리시타가 그것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 물어보자


황급히 손을 저었다. 물론 티이는 피오나의 그런 심정을 알 리가 없었다. 그리고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여관의 문이 열렸다.



“안녕하십니까…….”



 세상의 모든 고민을 끌어안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리시타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에는 죽어가는 표정의 앨리스가 있었다.



“앨리스……?”


“앨리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안색이 안좋아보여요.”



 티이는 조심스럽게 물어봤고 앨리스는 울먹이며 말했다.



“드윈님을 볼 낯이 없어서……, 이렇게 돌아다니고만 있었습니다. 드윈님이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제가 너무 많이 실망시켜드린 것 같습니다. 흑…….”



 피오나와 티이는 그 상황을 몰랐지만, 리시타만이 무엇 때문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고 조금 맥이 


풀렸다. 앨리스가 바보같다기보다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눈물까지 흘리며 


죽을 상이라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 앨리스. 혹시 드윈이라는 분이 금발의 여성 기사분 맞나요?”


“네, 맞습니다…….”


“후후, 그럼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 분, 전혀 화나있지 않으실거에요.”


“저, 정말입니까!!”



 앨리스는 기쁨과 놀람이 교차한 표정을 지었고 티이는 그런 앨리스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자, 어서 가보세요. 기다리고 계실거에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부활한 표정의 앨리스는 기쁜 마음으로 여관 밖으로 뛰쳐나갔고 티이는 그 쪽을 바라보며 


미소짓다가 다시 시선을 피오나와 리시타 쪽으로 향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에요. 실은, 아까 그 기사분이 신전으로 오셔서 앨리스라는 생도를 못봤냐며 


찾고 계셨거든요. 아, 그리고……죄송해요. 리시타, 피오나.”


“응? 갑자기 왜?”



 리시타와 피오나는 갑작스런 티이의 사과에 어리둥절해했다.



“오던 길에 마렉을 만났어요. 무슨 일인지 기운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마렉에게 자초지종은 모두 


들었어요. 그러니 마렉을 대신해서 사과드릴게요.”


“아아. 그건 티이가 사과할 필요 없어. 우리 잘못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건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으니까 말야.”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저기, 티이.”


“네, 피오나.”


“혹시 마렉이 왕국 기사단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알고 있어? 아, 말하기 곤란하면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아, 네. 사실 마렉은……, 왕국 기사가 되고 싶어했어요.”



 티이의 말에 리시타와 피오나는 멋진 표정을 지었다. 두 명의 벙 찐 표정을 보고 티이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후후, 놀랍죠? 그렇게 싫어하면서 말예요. 마렉과 클로다, 저. 그리고 카단은 어려서부터 이 곳, 


콜헨에서 자랐어요. 카단과 마렉은 둘 다 기사가 되고 싶어했는데 기사가 된 건 카단 뿐이었죠. 지금은 


로체스트와 수도를 넘나들고 있다는데, 굉장히 높은 사람이 되었다나봐요. 하지만 마렉은…….”



 티이는 말 끝을 흐렸지만 리시타는 왠지 마렉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엄청 동경하던 자리를 


그 누구도 아닌 가장 친한 친구가 먼저 올라버렸고, 정작 자신은 실패했다. 보통의 좌절감이 아니었을


것이다. 카단을 부러워하는 마음과 함께 카단을 싫어하는 마음도 같이 자랐을 것이고, 그리고 


소꿉친구인 카단을 싫어하는 감정이 자라난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도 같이 피어났을 것이다. 온갖 


감정이 뒤섞여버린 마렉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 잠시 기다려주세요.”



 티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편지를 한 통 들고 나왔다.



“리시타, 피오나.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어요?”


“응, 뭔데?”



 티이는 피오나의 손에 그 편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마법 연구실의 브린에게 이 편지를 전해주세요. 지금은 자리를 비우기 곤란해서요. 죄송해요, 자꾸 


부탁만 하게 돼서.”


“아냐 아냐, 신경쓰지 마. 브린에게 전해주면 되는 거지?”


“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벌써 2편째 전투가 없는 평온한 스토리.


무려 다음 편에도 전투는 없을 예정!!


...죄송합니다. 스토리가 이런걸 뭘 어쩌겠습니까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