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타는 모험가 상점을 나선 후, 커스티의 말대로 잡화점을 가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당분간 이 


마을에서 지내게 될 듯 하니 친분을 쌓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문을 열기 전부터 왠지 


재잘재잘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리시타가 잡화점의 문을 여는 순간 거짓말처럼 정적에 


휩싸였다.



“…….”


“……….”


“아, 안녕하십니…….”


“꺄아아아!! 네가 그 소문의 영웅님!? 잘생겼어! 어머, 언니! 구릿빛 피부좀 봐, 어머 어머!!”



 리시타의 인사는 작은 체구의 소녀의 호들갑 소리에 깔끔하게 묻혀버렸다. 세련된 옷을 입은, 성숙한


느낌의 여인은 그 소녀를 바라보며 못말린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녀는 순식간에 


리시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리시타의 손을 붙잡고 위 아래로 붕붕 흔들어대며 말했다.



“반가워! 난 콜헨의 미소녀 재봉사, 클로다라고 해! 이래봬도 실력은 꽤나 뛰어난 편이라고! 저 쪽은 


아일리에 언니야!”


“리, 리시타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스스로 미소녀에 뛰어난 실력의 재봉사? 자화자찬도 참…….’



 리시타의 애매한 표정이 티가 났는지, 클로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리시타를 올려다보았다.



“어머, 표정이 왜 그래? 혹시 내 실력을 의심하는거야?”


“아, 그런건 아니…….”


“용병단에서 지급하는 로브들도 다 내 작품들이라고! 아, 혹시 입어봤니? 어때 어때? 내가 만드는 


옷들은 디자인뿐 아니라 착용감들도 신경써가면서 만들고 있어. 아무래도 용병 분들이 입어야 하는 


거니까 말야. 거기다 대충 만들면 마렉이 어찌나 궁시렁대는지! 아무튼, 그래서말인데…….”



 또다시 클로다는 리시타의 말을 재빠르게 끊고 자기 할 말을 시작했다. 마치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클로다의 말에 리시타는 굉장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아마도 문을 열기 전 났던 소리의 


대부분은 이 소녀의 입에서 나온 것이리라. 구원의 눈빛을 보내기 위해 아일리에를 찾았지만, 이미 


아일리에는 저만치 도망가서 이제야 살았다는듯 의자 위에 늘어져있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클로다의 수다로부터 리시타를 구원해준 것은 또다시 열린 잡화점의 문이었다.



“저기, 계십니까?”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아직 앳된 얼굴을 가진 사관생도. 리시타는 자신을 앨리스라 


소개했던 소년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혹시 여기서 창을 구할 수 있습니까?"


"응? 창?"


"어머, 여기가 아니야. 보조 무기 종류는 용병단 사무실에서 팔고 있거든. 케아라한테 가봐. 이 


동네에서 창을 사용하는 사람은 용병단 밖에 없으니까."


"네……, 용병단 말씀이십니까. 으으……."



 아일리에의 말을 들은 앨리스는 왠지 시무룩해졌다. 아마도 왕국 기사단과 용병단의 마찰 때문에 


가기 껄끄러울 것이라 리시타는 생각했다. 그러다 리시타는 앨리스와 눈을 마주쳤고, 왠지 앨리스의 


자신을 보는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앗, 리시타! 여기서 또 보네요!"


"여, 여어. 앨리스."



 리시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앨리스는 리시타의 눈앞까지 다가와 리시타의 양 손을 붙잡고 붕붕 


흔들었다. 조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느낌 탓일까, 하고 리시타는 생각했다. 앨리스는


리시타를 보며 말을 꺼냈다.



"그런 말 아십니까? 우연도 세 번 일어나면 필연이라고 합니다! 하핫, 저희는 아직 두 번이 남았군요. 


노력하겠습니다!"


'……뭘 노력한다는거지?'


"그, 이번에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용병단 사무실로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아까 그……마렉이라는 


분이 또 화내실까봐 혼자 가기에는 걱정됩니다. 부탁드립니다!"



 앨리스는 마치 속사포처럼 쉴 새 없이 말을 계속했고, 리시타는 직감했다. 앨리스와 클로다는 동류의 


인간이라고. 아마 이 둘을 붙여놓으면 하루종일 재잘대리라.



"그래, 그러지. 아까와 같은 분위기는 나도 사양이야."


"먼저 앞장서주세요. 뒤따르겠습니다!"


"가는거야? 에이, 금방 왔는데!"


"할 말이 잔뜩 남았으니 다음에 또 와야돼!"라고 외치는 클로다의 말을 애써 무시하고 리시타는 


앨리스에게 등을 떠밀리다시피 잡화점을 나서 용병단으로 향했다. 다행히(?) 용병단 안에 마렉은 


보이지 않았고 케아라만이 콧노래를 부르며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물론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



"앗, 다녀왔어?"


"네, 케아라. 옷본은 커스티에게 전해줬습니다. 고맙다고 전해달라 하더군요."


"흐흥, 이걸로 커스티에게 빚 하나를 만들었군. 어머, 앨리스도 같이 왔구나?"


"안녕하십니까! ……그, 마렉님은 안계십니까?"



 뒤늦게 앨리스를 발견한 케아라는 반갑게 인사했고 앨리스는 조심스레 마렉에 대해 물었다. 그런 


앨리스의 심정을 안다는 듯이 케아라는 씨익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잠시 대장님을 뵈러 갔어. 급한 일이라면 불러다 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케아라를 앨리스는 기겁하며 전력으로 만류했다.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절대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 창을 좀 살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창? 원래 창은 마렉이 팔고 있는데……. - 앨리스는 또다시 사색이 되었다! - 잠깐 기다려 봐. 2층에 


가서 찾아볼게."



 케아라가 2층으로 올라가고, 앨리스는 살았다는 듯 한숨을 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리시타는 


앨리스가 다시 얘기하려는 것을 느끼고 잠깐 흠칫 몸을 떨었다.



"케아라님은 참 친절하신 것 같아요. 블라윈이 생각나네요. 아, 블라윈은 제 사관학교 동기에요. 사관 


생도장을 선정할 때 가장 큰 경쟁자였습니다. 사관학교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여자 생도로 불리고 


있나봐요. 드윈님도 계셨지만요. 그런데 어째서인지 드윈님은 여성분이시지만 여성 생도로는 


분류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왜일까요……, 잘 모르겠지만 드윈님은 드윈님이니 괜찮을 


겁니다. 하하핫!"



 다시 시작된 앨리스의 폭풍수다에 리시타가 시달리고 있을 때, 창가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슬쩍


바라본 리시타의 시야에는 의외의 인물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분명 저 자는…….'



 용병단에 강력한 폭풍을 몰고 왔었던 왕국 기사단의 여기사였다. 여기사는 손짓으로 리시타를 불렀다.


리시타는 왠지 탐탁지 않았지만 일단은 무슨 얘기가 나올지 궁금했기에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난 왕국 기사단의 드윈이다. 얘기하기 편한 자리는 아니니 본론만 말하도록 하지. 북쪽 폐허에서 


놀과 거미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해다오."


"예? 제가 말입니까?"


"설명이 필요한가보군. 일개 병사에게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니, 


귀담아듣도록."



 리시타에게 설명하려는 찰나, 드윈은 용병단 안에 있는 앨리스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 앨리스 생도. 거기서 뭘 하고 있지?"


"흐악, 드윈……님……."



 드윈을 보고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진 앨리스였지만 드윈이 노려보며 손가락을 세워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지시했고, 앨리스는 간신히 목소리를 죽였다. 드윈은 한숨을 쉬고는 


설명을 계속했다.



"설명을 계속하지. 법황청에서는 이번 사건이 마족 침략 음모의 일부일 것이라 보고 있다. 거미가 


문제가 아닌, 탑에서 발견된 놀로 보이는 마족이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 만약 놀들이 거대 거미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면 큰 문제가 된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왕국과 마족간의 전쟁 전황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자네 상관인 그 자와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더군. 자네가 그 날 티이가 키우던, 마을의 수호신이었던 거미와 사투를 벌였던 자라고 


들었다만."


"티이가……?"


"아무래도 그 거미에 대해서도 자세히는 몰랐던 모양이군. 어쨌거나, 그래서 자네에게 이 임무를 


맡기는 것이다. 정보에 따라서 왕국 기사로 서임될 수 있는 기회도 알아봐주도록 하지. 언제까지 


촌구석 용병으로 썩어가고 싶진 않겠지? 자네에게도 꿈이 있을테니 말이야.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도록 하지. 지금 일에 대해서는 비밀로 부치도록. ……앨리스 생도, 그 곳이 마음에 든다면 


계속 있어도 좋다."



 드윈은 리시타의 대답 따위는 필요치 않다는 듯 자기 할 말만 마치고 자리를 떴다. 리시타는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한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지만, 눈앞에 공황상태가 되어있는 앨리스가 너무 불쌍해 


보여 뭐라 위로라도 던져주고 싶어졌다. 그 때 케아라가 창을 한 아름 들고 내려왔다.



"자, 창 대령이요! 다음부터는 마렉에게 구매하도록 해. ……앨리스, 왜 그래? 어디 아픈데 있어?"


"아……, 아닙니다. 그럼 대금은 얼마나……."


"에이, 괜찮아. 어차피 악성 재고 떠넘기는 거거든, 하하!!"



 케아라는 농담 삼아 말했지만, 그럼에도 앨리스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앨리스는 


"감사합니다……."하고 힘없이 인사한 후 창을 들고 터벅터벅 나갔다. 케아라는 그런 앨리스를 보며 


걱정스럽다는 듯이 리시타에게 물어보았지만, 리시타 자신도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탓에 잘 


모르겠다며 대충 넘겨버렸다.






늦게 올려버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즐거운 일본 자유여행까지 2주도 남지 않아서..하악하악하악하악하악하악하악하악


그럼 오늘도 즐감!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