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마렉, 케아라.”



 리시타는 용병단 건물로 들어서며 인사를 했다. 용병단에는 딱히 일이 없는 듯 조용했고, 마렉은 


무기를 손질하고 있었으며 케아라는 굉장히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결코 잘 그리지는 않았지만.



“여, 리시타. 어서와. 케아라, 리시타한테 줄게 있었다고 하지 않았어?”


“앗, 맞다! 잠시만……, 여기 어디에 있었는데? 오, 찾았다!”



 뭔가 수북이 쌓인 책상을 뒤적거리던 케아라의 손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금화 모양의 팬던트가 


달려있는 목걸이가 들려있었다. 케아라는 리시타의 뒤로 돌아가더니 직접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팬던트에는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어제 첫 임무를 성공한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야. 우리 용병단은 모두 그 목걸이를 하고 있지. 


모양새도 나쁘진 않지?”


“목걸이에 마법이 걸려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항상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어. 


리시타도 임무에 나가면 다치지 말고 돌아와야 해?”


“…감사합니다. 정말 마음에 드네요.”



 리시타의 미소를 본 케아라는 함께 미소를 지어줬다. 아마 마렉도 헬름 안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을 


것 같다. 마렉은 무기 손질이 끝난 듯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좀 한가한걸. 딱히 시킬 일도 없고 말야. 케아라, 뭔가 일이 없을까?”


“응? 에, 글쎄……. 아! 나 부탁할게 있었어!”



 마렉의 말에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던 케아라는 다시 어지러운 책상을 뒤적거리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지도나 책을 이리저리 치워가며 분주히 찾던 케아라는 드디어 찾은, 서류 꾸러미처럼 


보이는 물건을 번쩍 들었다. 왠지 승리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 모험가 상점의 커스티에게 좀 전해주지 않을래? 전부터 오래된 옷본을 발견하면 가져다 달라고 


했었거든. 어제 창고 정리를 하다가 나온거야.”


“……케아라.”


“응? 왜?”



 마렉은 한숨을 쉬며 케아라를 부르고 말했다.



“니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면 어떻게 하냐…….”


“아앗!? 그러고 보니 그렇네!”



 케아라는 마렉의 말을 듣더니 “내가 가긴 귀찮은데…….”하며 작게 중얼거렸고, 마렉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물론 케아라의 중얼거림은 리시타와 마렉 모두 들었다. 케아라는 포기하지 않은 듯 반론했다.



“그치마안, 아직 리시타는 커스티를 만나보지 못했지? 인사도 하고 좋잖아아. 응?”



 자신을 향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케아라를 보며, 마렉은 벌써 세 번째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았다 알았어. 그렇게 됐으니 잘 다녀와, 리시타. 아마 난 한동안 자리를 비울 것 같으니 


케아라랑 사무실을 부탁해. 조만간 식구가 늘어날 것 같거든.”


“오오!! 한명 더 들어오는거야, 신입!?”



 케아라의 기쁜 듯한 함성 반 질문 반에 마렉은 그래-, 하고 답한 후 문을 나섰다. 곧 리시타도 


케아라에게 옷본을 받아들고 앞 건물인 모험가 상점으로 향했다.



“안녕하십니…….”


“이러면 곤란하오, 커스티. 꽤 실력이 있는 사냥꾼이라고 들어서 믿고 있었는데…….”


“아니, 잠, 잠깐만요. 슈렌더?”



 리시타는 문을 열며 인사를 하다 상점 안의 분위기에 인사를 끝맺지 못했다. 어제의 용병단 만큼은 


아니었지만 왠지 여기도 옥신각신하는 분위기였다.



“웃돈까지 얹어서 믿고 계약을 했는데, 이제 와서 어렵다고 하면 내 입장은 뭐가 되는거요? 이것 참, 


당장 자작님께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군.”


“갑자기 그렇게 생떼를 쓰시니 저도 할 말이 없는데요……. 자, 여기 당시에 날인했던 계약서를 


보세요. 그런 내용은 어디에도…….”



 아마도 커스티일 것으로 생각되는 사냥용 옷을 입은 붉은 머리칼의 여자는 계약서로 보이는 서류를 


탁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하려 했지만, 슈렌더라 불린 덥수룩한 수염의 상인은 그녀의 말을 끊고 


서류를 들고는 읽기 시작했다.



 “흠, 어디 보자. 황금색 놀 가죽을 구할 경우 로체스트 상인인 슈렌더에게만 독점 납품한다. 이 


계약은 상호 날인 후 2년간 유효하며 계약서에서 정하지 않은 것은 상인 조합 관례를 따른다. 


이 내용이 뭐가 어떻단 거요? 내가 말한 그대로잖소?”


“써 있잖아요. 구할 경우에…….”


“커스티, 당신은 내게 2년간 황금색 놀 가죽을 납품할 의무가 있었지만 난 2년이 다 되어가도록 


황금색 가죽은커녕 늑대 가죽조차 납품받지 못했소. 내 말이 틀리다면 영수증이라도 보여주시구려.”


‘본인도 읽었잖아. 멍청하면 고집만 세다더니, 저 상인이 딱 그 꼴이군.’



 계속해서 커스티의 말을 끊고 본인 주장만 고집하는 슈렌더를 보며 리시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커스티는 뭔가 계속 말을 하려 했지만 그 때마다 슈렌더는 커스티의 말을 끊고 본인 할 말을 


하기에 바빴다.



“아니, 그러니까 계약 내용은 구할 수 있으면 납품하겠다고 했잖아요? 전혀 구할 수가 없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셔도…….”


“아, 됐고! 자작님께는 곧 도착할거라 말해놨소. 난 이달 말까지 커스티 당신이 황금색 놀 가죽을 


납품할거라 믿고 기다리고 있겠소. 이달 말에 다시 보기로 합시다.”


“앗, 저, 저기! 잠시만요! 이봐요! 슈렌더!?”



 커스티는 당황해서 슈렌더를 불렀지만 이미 슈렌더는 못들은 척 문 밖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커스티는


진이 빠진 듯 탁상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는 한숨을 쉬었다.



“휴우……이걸 어쩐다……, 어? 너는?”



 그제서야 커스티는 리시타의 존재를 알아챘다. 리시타는 다시 한 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용병단의 리시타입니다.”


“아아, 네가 바로 종탑에 올라갔다던 그 용병이었구나?”


“원래 소문이 그렇게 빨리 돕니까?”


“하하, 워낙 작고 조용한 마을이다 보니까 말이지.”



 묘한 기분으로 리시타는 케아라에게 받은 옷본을 건네어주었다.



“아, 이거! 케아라에게 부탁했던 물건이구나? 고마워. 케아라에게도 잘 쓴다고 전해줘. 참, 내 인사가 


늦었구나. 봤다시피 정신이 없어서 말야, 미안. 난 커스티라고 해. 원래는 사냥꾼이지만 요즘은 마족 


때문에 사냥감도 없고 해서 모험가 상점을 운영하고 있어.”


“방금 그자와의 일은…….”


“아, 슈렌더? 슈렌더는 로체스트의 꽤 유명한 고급 물품 전문 상인이야. 원래 저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는데, 전쟁 때문에 물건들이 귀해지다 보니 좀 다급해졌나봐.”



 커스티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커스티의 시선 끝에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큰


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자작이라면, 로체스트 성주의 동생이겠지? 하하, 전쟁에 세상이 시달려도 전혀 상관없는 분들도 


있는 거구나. 어쨌든 슈렌더가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정말로 급한 모양인데…….”


“커스티, 당신은 사냥꾼이잖습니까? 그렇다면 직접 얻으러 가도 되는 것 아닙니까?”



 리시타의 물음에 커스티는 웃으며 대답해줬다.



“놀 종족은 사냥의 대상이 아니야. 본의 아니게 싸우게 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지. 난 스승님의 


제자가 될 때, 사냥의 대상이 아닌 것은 사냥하지 않는다고 맹세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지.”


“과연, 그렇군요.”



 납득하는 리시타를 보며 커스티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리시타……라고 했나, 넌 용병이었지? 그렇다면 혹시 황금색 놀 가죽을 구하게 되면 


가져다 주지 않을래? 대가는 슈렌더가 주는 돈으로 지불할게. 묘하게 윤기가 나는 가죽이거든.”


“알겠습……아, 잠시만요.”



 리시타는 뭔가 떠올리고는 모험가 상점을 나서 빠른 걸음으로 용병단으로 향했다. 자신의 방에 있는


배낭을 열어 어제 획득했던 어깨 보호대를 꺼냈다. 묘하게 윤기가 도는 황금색 가죽으로 만들어진 


보호대.



“빙고인가. 운이 좋은 걸지도 모르겠군.”



 커스티는 리시타가 건네준 가죽을 들고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와, 정말 고마워! 내가 원하는 물건을 미리 가지고 있다니, 너 생각보다 더 실력이 뛰어나구나?”


“하하……,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어제 전투에서 우연히 주은 물건이죠.”


“운도 실력의 하나라고. 음, 어디보자……. 돈 말고 뭔가 더 줄만한 물건이 없을까.”



 커스티는 용병단에 비해 비교적 잘 정리된 책상 위와 서랍을 분주히 찾다가, 발견한 물건을 리시타를


향해 가볍게 던졌다. 받아든 물건을 보니 붉은 빛이 감도는, 조약돌과 같은 것이었다. 은은하게 따뜻한


느낌이 도는 신기한 돌이었다.



“신기한 물건이군요.”


“그렇지? 불의 흔적이라고 하는 물건인데, 무기를 만들 때 가끔 쓰인다고 하더라. 무기 제작에 


관해서는 대장간의 퍼거스 아저씨에게 물어봐. 참, 잠깐 잡화점에 들러서 인사하고 가는게 어때? 


클로다가 새로 온 용병이 누군지 궁금해 하더라고.”


“알겠습니다. 불의 흔적, 요긴히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응, 아니야. 내가 더 고맙지. 나중에 봐!”



 리시타는 커스티를 향해 가볍게 인사한 후 불의 흔적이라 불리는 물건을 가볍게 만지작거리며 문을 


나섰다. 






클로다도 궁금해 하더라고.


염색! 염색을 하자!!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