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타와 피오나가 흰색 놀과의 싸움을 마치고 콜헨으로 돌아가고 있을 쯤, 용병단에서는 마렉과 


함께 돌아온 용병단의 단장, 아이단의 복귀로 떠들썩했다.



“단장님!”


“오랜만이군. 다들 잘 지냈나?”


“돌아오셨군요! 이제 몸은 좀 괜찮으신거에요?”



 케아라의 걱정스런 물음에 아이단은 걱정말라는듯 웃으며 말했다.



“음, 과격한 활동은 하지 말라고 하더군. 하지만 적당한 움직임 정도야 괜찮겠지.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구나, 케아라.”


“정말 다행이에요…….”



 케아라가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용병단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리시타와 피오나. 피오나는


아이단과 초면이기에 고개를 갸웃했으나 리시타는 아이단을 보자마자 바로 예를 취했다.



“아이단 단장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하하, 괜찮네. 자네가 종탑에 올라갔다던 그 전사지? 정식으로 인사하겠네. 칼브람 용병단의 단장, 


아이단이네. 종탑에선 오자마자 현장에 투입되어서 정신이 없었을텐데, 훌륭하게 잘 해줬네. 그리고 


리시타의 옆에 있는, 자네는…….”


“리시타는 기억하시네요, 단장님. 이 애가 바로 새로 신입으로 들어온, 피오나에요.”


“피오나입니다.”



 피오나는 아이단에게 예를 갖췄고 아이단은 그런 피오나와 가볍게 악수하며 인사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 마렉은 곧 준비해둔 서류를 집어들고 아이단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단장님, 보고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북쪽 폐허의 놀에 관해 리시타가 조사를 갔다가 놀 종족과 


전투가 있었다고 합니다.”



 마렉의 보고에 아이단의 표정은 조금 심각하게 변했다.



“북쪽 폐허의 놀들과 전투를 벌였단 말인가……. 좋지 않군, 역시 종탑에서 발견한 마족의 징표가 


놀 종족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마렉, 케아라, 게렌. 자네들도 알고있다시피 놀 종족은 우리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닐세. 당분간은 놀 종족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군. 마렉, 당분간 


용병단의 북쪽 페허 출입을 금하겠네. 모두에게 전달하도록.”


“예, 단장님.”


“이미 늦었을겁니다.”



 마렉의 대답 뒤에 비아냥거리는 듯한,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렉은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들리며 물었다.



“무슨 말이야, 게렌?”


“말 그대로야. 누군가 건드렸단 말이지. 안 그래, 신참? 여기사가 분명 좋은 정보가 들어오면 기사 


서임도 고려해주겠다고 했었지, 아마? 그 꼬맹이 생도와도 사이좋게 수다나 떨고 말야. 그렇게 기사 


자리가 탐이 났나, 리시타?”



 게렌이라 불린 남자의 말에 리시타는 크게 당황했다. 이미 며칠 전의 경험으로 마렉이 왕국 기사를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리시타는 서둘러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마렉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자, 잠깐만요. 전 얻어낸 정보가 용병단에 도움이…….”


“뭐? 정말이냐, 리시타?”



 마렉은 순식간에 눈빛이 사나워지더니, 거칠게 리시타의 멱살을 움켜쥐며 으르렁댔다.



“이봐, 신참. 지금 네놈이 뭔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해? 우리가 개야? 왕국 기사단의 충실한 개냐고!”


“…….”


“종탑에서 활약을 조금 했다고 콧대가 높아진 모양이신데, 내가 바로 네 상관이야. 넌 여기 있는 


용병단의 명령을 들으면 돼. 누구 마음대로 왕국 기사단 명령에 따르는 거야!”


“마렉.”


“뭐? 왕국 기사를 시켜줘? 그 자리가 그렇게 탐이 나든? 어?”


“됐네, 마렉. 그만하게.”



 아이단이 마렉을 몇 차례 만류했으나, 이미 분노로 가득 찬 마렉의 귀에는 아이단의 만류가 들어오지


않았다. 마렉은 다른 한 손으로 용병단의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린 용병이지만, 용병의 긍지가 있어. 그런데 넌 뭐야? 넌 칼브람 용병단이 아닌거냐? 우린 왕국 


기사단이 아니야. 그렇게 기사가 되고 싶다면, 저 문으로 나가.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


“마렉!!”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는지, 아이단은 마렉을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용병단 안이 쩌렁쩌렁


울리는 듯한 아이단의 고함에 용병단은 순간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아이단은 마렉을 향해 꾸짖었다.



“부하에게 그 무슨 폭언인가!”


“하지만! 대장님…….”


“조용히 하게! 상관의 지시 없이 작전에 임하는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여전히 자네의 전우이며 


부하다. 질책도 좋지만 포용하는 법도 배우도록 하게!”


“…….”


“마음을 가라앉히는게 좋겠군. 자넨 지금 너무 흥분해 있어. 잠시 머리를 식히고 오게, 마렉.”


“……알겠습니다, 대장님.”



 아이단은 조금은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마렉에게 다독이듯 말했고, 마렉은 조용히 대답하고 용병단 


문을 열고 나갔다. 일촉즉발과 같던 상황이 해제되면서 모두가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와중에 케아라는 게렌을 타박하고 있었으며 피오나는 자신도 관련된 일이었지만 리시타 혼자 


마렉에게 모든 꾸중을 들었기에 리시타를 향해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 아이단은 잠시 마렉이 나간 쪽을


바라보다가, 리시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리시타, 이런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네만……, 자네가 이해해주게. 마렉이 원래 저런 녀석은 아니지만,


왕국 기사단 얘기만 나오면 예민해져서 말일세.”


“네, 단장님. 전 괜찮습니다.”


“……리시타, 지난번 종탑에서는 고마웠네. 자네는 마을 사람들과 티이를 구했지만, 나와 마렉 역시 


자네가 구한 것일세. 몇 번이나 들었을지 모르지만, 고맙네. 그래, 자네도 조금 쉬고 오는 것이 


어떻겠나. 티이네 여관에 묵고 있다고 했지? 거기서 조금 쉬다 오는 것이 좋겠네. 마렉이 돌아오면 


내 잘 말해두겠네.”


“네, 알겠습니다.”


“거기, 피오나라고 했나?”


“아, 네! 단장님.”


“방금 전투에서 돌아오지 않았나? 자네도 리시타와 함께 조금 쉬다 오게. 첫 날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줘 단장으로서 미안하군.”


“아니에요, 단장님. 저희 생각이 짧았어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리시타와 피오나는 아이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의 문 앞에 놓여있는


넓은 나무 판상에 앉아 잠시 아무 말도 없다가, 피오나는 리시타에게 사과했다.



“어, 저기, 리시타. 미안해.”


“응?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나도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이 있는데 너 혼자만 혼났잖아. 정말 미안해…….”



 피오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서는 리시타는 피식 하고 웃더니 뒤로 벌러덩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깍지를 낀 손을 머리 뒤에 받친 채로 누운 리시타는 멍하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애초에 그 여기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것도, 또 그 정보가 용병단에게 유용하게 쓰일거라 생각한


것도, 놀들과 전투를 벌인 것도 내 의지야. 네 탓이 아니야, 피오나.”


“……그래도, 미안.”


“뭐, 정 미안하면 앞으로 전투에서 날 많이 도와줘. 어때? 괜찮지?”



 리시타의 말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 피오나는 작게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피오나 기여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