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피오나와 일행이 된 리시타는 자신을 노리고 쏘아진 흰 깃털의 화살의 주인을 찾기 위해


폐허 안쪽으로 이동했다. 중간에 몇 번이나 놀 무리와 마주쳤으나, 생각보다 전투 실력이 뛰어난 


피오나 덕에 수월하게 전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리시타는 피오나의 전투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너, 롱소드 없이도 싸울 수 있는거 아니야?”


“신경 끄시지!”



 웃기지 말라는 듯 리시타를 향해 쏘아붙이며 마지막 남은 놀의 관자놀이를 방패로 쳐 쓰러뜨리는 


피오나. 확실히 피오나의 공격 방법은 지금까지 보아온 그 어떤 전투법보다 특이했다. 롱소드를 


사용하여 거리를 잰 후 순식간에 접근하여 방패로 강타하거나 혹은 위력적인 발차기를 연계하여 


치명상을 입힌다. 거기다 방패가 있으니 공격을 막아내기에도 좋았다. 확실히 모든 신체를 사용하여 


상대를 공격하는, 말 그대로 온 몸이 무기인 셈이었다.



 막아서는 마지막 놀을 쓰러뜨리고, 피오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모퉁이를 돌았다. 순간, 


리시타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피오나에게 뭐라 소리치려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피오나를 노린 화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냈다.



“피오나!!!”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피오나의 몸이 뒤로 밀리며 벽에 부딪혔다. 리시타는 피오나에게로 달려가려 


했지만 모퉁이에서 날아올 수도 있는 화살 때문에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모퉁이 너머를 경계하는 


동시에 피오나의 안위를 살폈다. 하지만 곧 리시타는 걱정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오나는 


화살이 날아오는 동시에 방패로 화살을 막아냈으며, 단지 아무런 준비 동작이 없이 막아냈기에 충격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몸이 밀린 것 뿐이었다. 거기다 피오나는 지금 굉장히 화가 난 표정을 하고 앞을 


노려보고 있었다.



“괜찮은거야?”


“절대 괜찮으니까, 저 빌어먹을 자식은 내가 처리하겠어.”



 굉장히 화가 난 얼굴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피오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피오나의 뒤를 따라 


모퉁이를 돌아선 리시타는 조금 넓은 공간의 끝에 계단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저 계단은 다른 


통로로 이어지는 듯 했다. 그리고 마치 그 계단을 수호하는 것처럼 피오나와 리시타의 앞을 막고 있는 


흰색 털을 가진 놀. 녀석이 들고 있는 활의 크기 역시 일반 놀 레인저들이 들고 있는 활의 크기보다 


훨씬 컸다.



“피오나, 혼자서 가능하겠어?”


“끼어들지 마.”



신경이 굉장히 곤두선 것처럼 보이는 피오나는 딱 잘라 말했고, 그런 피오나를 보며 리시타는 한 걸음 


물러섰다.



“좋아, 대신 위험하다고 느껴지면 바로 끼어들겠어.”


“맘대로.”



 짧게 할 말을 마치고, 피오나는 그대로 방패를 앞세워 굉장한 기세로 돌진했다. 흰색 털의 놀은 몇 


번이나 활을 쏘아댔지만, 피오나는 기세를 줄이지 않고 화살을 방패로 쳐내며 그대로 놀에게 부딪쳤다.


놀은 약간의 충격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섰지만 치명적인 공격은 없었기에 데미지 역시 많지 않은 듯 


했다. 피오나는 기합소리와 함께 다시 달려들었지만, 순간적으로 눈 앞이 깜깜해지는 느낌과 함께 뒤로


나자빠졌다. 자신보다 적어도 머리 두개만큼 큰 덩치의 놀이 초근거리에서 머리로 들이받았기 때문. 


피오나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어느 새 거리를 벌린 놀이 쏴대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굴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리시타는 몇 번이나 듀얼 소드를 움켜쥐고 피오나를 돕기 위해 뛰쳐나가려 했다.



 멀리 있을 때는 활을 쏘아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피오나가 방패를 사용해서 가까이 다가가면 머리로 


들이받거나 손에 든 거대한 활로 쳐내는 놀이었지만, 거기에 대한 피오나의 대처도 대단했다. 거대한 


활로 쳐내는 놀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낸 후, 그대로 방패로 활을 쳐내고 롱소드로 베어낸 후 특유의 


위력적인 돌려차기로 놀의 옆구리를 강하게 공격하는 피오나의 싸우는 모습을 보며 리시타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자신도 나름대로 근접전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예 적의 공격 자체를 불허하는 


피오나의 전투 방법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근접전에서 확실히 자신이 밀린다고 느낀 흰색 털의 놀은 아까와 같이 순간적인 박치기로 


피오나로부터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피오나는 그 공격을 놓치지 않고 녀석의 머리를 방패로 세게 


밀어쳤다. 워낙 데미지가 강했는지 잠깐동안 머릿속이 흔들린 놀은 비틀거리며 상체를 숙였다.



“이만 끝내자, 빌어먹을 자식아!!”



 피오나는 롱소드를 휘둘러 몸의 회전력을 만들고, 그 기세 그대로 모든 회전력을 발끝에 담아 놀의 


관자놀이를 찼다. 결정적 공격을 급소에 맞은 흰색 놀은 바닥에 쓰러진 후 일어나지 못했다. 피오나는 


잠시 숨을 돌린 후 롱소드를 검집에 꽂아 넣고 리시타를 향해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어땠어? 신참의 실력은.”


“제법 하던걸. 솔직히 꽤나 놀랐어.”


“헤헤, 이래봬도 한 가닥 하던 몸이라고. 얕보이면 슬프지. 그런데 여기에 온 목적은?”



 피오나의 물음에 리시타는 잊을 뻔했던 목적을 떠올렸다.



“아, 그래. 왕국기사단의 간부가 임무를 의뢰했는데 말야. 여기서 조사한 내용이 우리 용병단과도 


무관하지 않겠다 싶어서 와봤어. 거미와 놀의 상관관계는 결국 없었던 건가.”


“거미? 아~, 들었다 들었어. 그러고보니 너 엄청 거대한 거미와 싸웠다며? 어땠어?”


“그냥, 뭐. 여러 가지로 긴장감 넘쳤지.”



 “재밌었겠다~.” 하는 피오나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고 흘려들으며 돌아가려 하기 전에, 리시타는 


뒤를 돌아 계단 끝의 복도를 바라봤다. 저 흰색 놀은 아마도 저 곳을 지키려고 했을 것이다. 저 곳에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잠깐동안 복도를 바라보던 리시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콜헨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일본에 다녀오니 뇌가 리셋된 기분.


만사가 귀찮습니다...끄엉응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