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뉴스는 계속 이어졌다.

"엘리스 챔피언은 재판 당시 매우 심난한 마음상태였기 때문에 재판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이 챔피언을 감싼 기운은 그림자 군도에서 나온 사악한 기운때문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소환사들은 그 기운을 제거한 뒤 형벌을 모두 치른 다음에 재판을 다시 치르기로 결정했습니다."

혼란스러운 그 와중에도 엘리스는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내가 지니고 있던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왜 그 때 나와 마찰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형벌을 모두 치른 이후에 재판을 다시 치르는 이유는 본래 쌍방과실이면서도 일방적인 처벌을 내렸다는걸 소환사들이 인정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굳이 형벌을 치른 6개월 뒤에 재판을 다시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거기까지 생각하기에는 엘리스의 심기가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다음 뉴스입니다. 이번에도 그림자 군도 소속에 있는 챔피언에 대한 소식인데요, 바로..."

ㄴ시청을 종료합니다.ㄱ

TV를 끈 이후에, 오랜 정적이 이어졌다. 새끼거미들은 여전히 돌아다니고 가끔씩 동굴안을 드나드는 바람이 청각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한 사람은 오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연상되는 어제의 사건사고, 그리고 정체불명의 대사...

 물론 이 두가지는 엘리스의 끊임없는 혼란을 뜻할 것이다. 어제의 일은 이미 지나갔고, 그 말은 루시안이 대사라는걸 알았잖는가.

"신이, 나를 버렸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도중 엘리스는 설마 하는 그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어봤다. 매그너스 던더스와의 대화 도중 자의가 아닌 발언을 했던 그 때를. 당황하긴 했지만 정작 엘리스 본인도 그렇게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머리는 익숙하지 않은데 몸은 익숙해져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깐 놀란 뒤 다시 평온을 유지하려는 그녀의 행동이 처음은 일종의 패턴으로 가정하는 엘리스. 이어지는 의문.

'잘 생각해보면 꿈은 최근에 신도들을 잡아먹는 그 당시의 장면을 재현하고 있었다. 회상이 아니라 완벽한 재현이라고 해도 무방했어...'

신도들을 다시 잡아먹는 꿈을 꾸었다고는 하지만 반드시 그 꿈에 흡족해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자기가 즐겨하는 행동을 또다시 할 때 쾌감을 느끼는게 아닌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사람마다 다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케이스가 아니라 해도 엘리스만 그런 케이스일 수 있다.

 매체에서 정의한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사라진 지금 다시 한 번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도중,

'처음부터 생각해보자. 내가 앞서서 가정한 <빙의>패턴, 그리고 꿈의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제 3자가 아니고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마음에 걸리는게 단 하나 있어. 내 정신적 우상이면서 동시에 머리속을 조종하는 것도 가능한 신. 신만이 그렇게 날 쥐었다폈다 할 수 있겠지. 그런데 왜?'

神.

그녀의 직업보다, 아니 무엇보다 가장 우선시되었던 대상. 그 대상을 위해 꾸준한 숭배를 했고 신은 그녀에게 힘을 부여해준다. 그렇게 상호관계가 형성되는줄 알았다. 재판 전까지는.

 재판 도중부터 신은 오히려 골칫거리가 되었다. 엘리스의 생각을 차단하고 맹목적인 숭배만 강요하면서 재판을 망쳤다. 자기가 찬양했던 신이지만 어떠한 미사여구를 덧붙여도 그 당시 신의 행동을 '스팸 메일'라고 정의하는걸 과장이라 할 수 없는 슬픈 사실.

"무의미했어."
 

 한숨을 쉰 이후 엘리스는 펜을 잡아서 어딘가에 끄적끄적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이러했다.


의문점

1. 꿈은 내가 정말로 원해서 꾸는건가, 신이 내 머리속에서 강제로 떠올리는건가?

2. 신은 언제나 나의 속마음을 알아챘고 계시를 전해주었다. 그러나 의사소통을 하지는 못했다. 왜일까?

3. 신은 나를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는가? 생각을 차단하는 것과, 과거의 기억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는게 걸린다. 이 질문의 답이 긍정이라면 자운에서 빙의를 한 주체는 나의 신이다. 그럼 신은 왜 나에게 이런 짓을?

4. 궁금하다. 과거의 내 모습이...

5. 뭐라해야할지 모르겠다. 가슴이 멍하다. 생각은 하기 싫은데 머리는 계속 고뇌하기를 바란다. 이건 대체 무슨 현상일까.

6. 이렇게 쓰는 와중에 하나 떠오르는게 있다. 나는 제한된 감정표현밖에 하지 못하는 거 같다. 서러움이 복받쳐 오르느데도 얼굴은 멀쩡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손에 이상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이것도 신이 나를 조종하기 때문일까?

7.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8. 나는...


"무의미했어."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삶에 대한 후회인 것은 분명하다. 끄적이던 펜이 멈춘다. 엘리스의 외압에 의해 펜은 오랫동안 허공을 비행하다가 벽에 충돌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슬프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더이상의 생각은 그녀의 마음속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그러다가.

"그러고 보니 내 기운을 빼냈다고 했어. 내게 무슨 기운이 있었다는 뜻인가?"

끝없는 고뇌에도 불구하고 뭐하나 명확히 정립되지 않는 의문에 어지러움을 느끼던 엘리스는 또다시 하나의 의문을 만들어냈다.

"한번 다른 챔피언들과 만나봐야겠어."
<계속>

 

P.S : 내용이 우중충한데 소제목이 '희망'이라는건 기분탓이 아닙니다.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