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성인 한명과 맞먹는, 아니 어떤 의미로 보면 그 이상의 체구를 가진 거미. 거미는 공중에서 망령들을 향해 사정없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인간의 모습일 때는 통하지 않았던 물리 공격을 다시 시도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곳에서 떨어지면 바다로 떨어진다. 군도로 끌려가서 보기좋은 꼴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그 전에 뭐라도 해보겠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거미는 그 입속에 있는 독이빨을 망령의 형상에 꽂았다. 그리고 잠시동안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거미. 1초, 2초, 3초... 독이빨이 떨어지지 않는다.

'독이빨이... 통했다!'

엘리스는 다시 독이빨에 힘을 조절했다. 망령에게 박아넣은 독이빨이 어렵지 않게 빠져나왔다. 망령이라는 걸이가 없자 다시 공중에서 떨어지는 몸을...

'줄타기.'

자력으로 다시 튀어오르게 만들었다. 공중에서 다시 공중으로 이동하는 그녀가 이동하는 곳은... 또다른 망령. 엘리스는 연속적으로 줄타기로 망령들을 독이빨로 물으면서 자기가 타고 왔던 배로 이동했다. 그러나 망령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가 배 근처까지 이동하는데 성공하자 배쪽으로 이동해서 자기들 스스로 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까지 날 붙잡으려한다?"
아무리 거미 형태의 그녀라고 해도 망령들과의 접촉이 유효하는 경우는 오직 독이빨뿐. 그러나 망령들은 거미형이든 인간형이든 엘리스를 만질 수 있다. 사로잡히면 겉잡을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 엘리스는 배가 있는쪽으로 떨어지면서 다시 한 번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가운데에 있는 4개의 다리는 등으로, 위아래 다리는 손과 발로 다시 나뉘어지면서 아름다운 곡선미를 다시 드러내었다.

그녀와 망령들이 만들은 벽 사이의 간격은 점점 가까워졌다.

"위험한, 새끼거미...!"
오른손을 뒤로 뻗으면서 주문인양 외치자 오른손바닥에서 검붉은색으로 몸을 번쩍이는 새끼거미가 소환되었다. 그리고... 망령들 앞에서 폭발했다.

 이 폭탄은 사실 망령들이 만든 벽을 돌파하기 위한 용도가 아닌 폭풍으로 인한 바람으로 벽을 뛰어넘는 용도로 쓰인 것이다.

 

"크에엑!"
'신경독도 그렇고, 독이빨도 그렇고... 내가 지닌 거미의 독만 마법공격을 취급받는건가?'

망령들은 폭풍에 괴로워했고 엘리스는 폭풍을 느끼면서 몸을 맏겼다. 생각보다 가벼운 비행이었다.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망령들도 한동안 그녀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덤벼들지는 못할 것이다.

 180도 회전된 엘리스의 시각에서 보이는 망령들의 리타이어. 동시에 그녀는 배로 착지하지 못한 실수를 감당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갖춰야 했다. 몸을 일자로 펴서 바다와의 접촉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손을 머리 위에 일자로 뻗었다. 마치 다이브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다는 생각보다 차가웠고 깊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기가 타고 갈 배를 찾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온 몸을 찔러대는 고통이 그렇게 시켰다.

'끄아아... 너무 차가워.'

배를 찾는걸 당장이라도 그만하고 물속에서 열이 날 때까지 손을 비비거나 양 팔을 껴안고 싶었지만 숨이 다 차오를까봐 그러지는 않기로 했다. 젤리속에서 빠져나오려는 개미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물속을 헤쳐나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전장 활동도 거의 하지 않고 사실 마법을 중심으로 싸우는 메이지라 물리적 힘이 딸리는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럴 때 자신의 나약한 힘에 엘리스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기억속에 자기가 얻으려는 강함을 얻길 바라면서 수면 위로 머리를 들어올렸다.

"저기 있다."
멀지 않은 곳에 배가 있었다. 엘리스는 빨리 그곳에 안착한 다음 노를 젓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망령들은 온데간데없고 안개도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엘리스..."
누군가의 부름에 귀가 반응한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몇 초전에 자신이 둘러본 공간과 똑같았다.

"너는 헛된 짓을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걸 알려줄테니 돌아와라... 돌아와라...!"
무슨 소리인가 하니 자신이 섬겼던 신의 목소리였다. 엘리스는 무시했다. 그러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머리속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라는걸 알았지만 반복해서 전해지는 소리를 무시할 방도가 없었다.

"너는 헛된 짓을 하고 있다..."
'그만...'

"돌아와라... 돌아와라...!"
"싫어!!!"
신이라면 이제 지겨운 그녀다. 신 앞에 선 단독자가 아니라 신 앞에 선 광녀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엘리스는 그랬다. 자신의 신에 대한 믿음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그림자 군도를 빠져나간게 이 거부감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귓전에서 거세지는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스는 고개를 돌려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감각을 집중했다. 파도가 배를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그 파도는 조용히, 그러나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엘리스의 배를 강타하고 있었다. 그녀는 상태의 심각성에 대해 무지한 여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노를 저었다. 파도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그러나 파도는 멀어지기는 커녕 엘리스가 타고 있는 배를 점점 더 정확하게 치기 시작했다... 쓰나미가 연상된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일어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는 파도를 이끄는 쓰나미가 연상된다.

'배가...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이 파도가 안겨주는 이득을 굳이 서술사자면 더 이상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노를 젓지 않아도 흘러가고 있다는 것 단 하나. 앉아서 어느 정도의 파도는 견딜 수 있었지만 풍랑급의 크기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자그마한 배에서 가끔가다가 구르거나 넘어지기도 했고 끝내...

부서져버렸다.

 

 엘리스는 정신을 잃은 채 어느 바닷가에 쓰러져 있었다. 언젠가부터인지는 몰라도 한참동안 그렇게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주변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 무심코 꿈틀거린 손이 흙을 쥐자 정신이 깨었다.

"...어디지?"
일어나서 둘러보니 있는건 바다와 땅밖에 없었다. 사람은 커녕 인적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중얼거릴 필요도 없다고 엘리스는 생각했다.

"재판 이후인가? 내 주변이 너무 조용하다..."
그러나 엘리스는 언젠가부터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나 없으나 자기 주변에 맴돌고 있는 침묵에 대해 느끼고 있었다. 만약 사람들이 있었어도 그녀에게 말 한마디를 건네주지 않을 것이며 사람이 없으면 없어서 말을 건넬 대상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몸 구석구석까지 털어낸 다음 바닷가에서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는 제각각의 장신을 뽐내면서 태양의 빛을 가려주고 있었고 동시에 청량함마저 제공해주었다. 청량함에 도취된 그녀는 살짝 외로움을 망각하면서 앞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매우 허기진 탓에 그녀는 발걸음을 쉽게 뗄 수 없었다. 남아있는 힘을 쥐어짜서 전망이 잘 보이는 고지대에 올라가기로 결심,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름모를 산 정상에 다다랐다.

"주변이 이렇게 맑은 걸로 보아하니 자운은 아닌 것 같지만, 무거운 분위기가 존재하는군. 배나 채울겸 저기에 좀 가볼까."

 그곳은 녹서스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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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